“왜 저렇게까지?” 정말 궁금하다면 [기자의 추천 책] 나경희 기자 취재를 하다 보면 ‘이게 지금 현실일까’ 싶을 때가 있다. 이 부서 저 부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전화를 돌리다 어느새 통화 대기음을 따라 흥얼거리는 내 목소리를 들을 때, 자식 잃은 부모가 손톱으로 땅을 긁으며 통곡하는데 하늘은 시퍼럴 때, 열차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땅을 기어가는 장애인들에게 쌍욕을 퍼부으면서 질서정연하게 그들을 피해 갈 때.많은 사람들이 ‘장애인들이 지하철 타려고 이준석이랑 싸운 일’ 정도로 기억하는 출근길 지하철 투쟁은 놀랍게도, 동시에 놀랍지 않게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때 고작 두세 번 취재를 했다는 [기자의 추천 책] 이름을 법에 내 준 7명의 사람들 문상현 기자 “유일한 고유명사로 태어나 비극적인 일로 죽거나 희생된 뒤 모두가 기억하는 보통명사가 된 사람들이 있다.” 김용균, 태완이, 구하라, 민식이, 임세원, 사랑이, 김관홍. 자신들의 이름을 법에 내준 7명의 이야기다. 사회의 각종 문제와 모순을 드러낸 이들의 이름은 법이 되어 같은 희생을 반복하지 않게 돕거나 세상을 변화시켰다.기자 출신 정혜진 변호사는 평일엔 법정을, 주말에는 유가족을 취재했다. 우연히 접한 한 논문을 보고 글을 쓸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환자운동을 통한 환자안전법 제정 과정 연구’를 쓴 김영희씨는 이 법의 이름이 누가, 왜, 어떻게 김학의 사건을 덮었나 고제규·김은지 기자 지난 6월10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보석으로 석방됐다. 지난해 10월28일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지 8개월여 만에 출소했다.이날 대법원 형사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김 전 차관에게 2심 재판을 다시 받으라고 판결(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았다. 항소심 유죄판결의 근거가 된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지적했다. 김 전 차관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사업가 최 아무개씨는 항소심 법정 증언 전에 검사를 만났다. 대법원은 최씨가 검사 면담 뒤 법정에서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김학의 보고서〉 전문을 공개합니다 고제규·김은지 기자 ‘나’는 2019년 5월27일 세상에 나왔습니다. 몸집은 A4 사이즈 1249쪽, 두께 140㎜, 몸무게 5.99㎏. 200자 원고지 기준 1만553쪽 분량입니다. 공식 이름은 〈검찰 과거사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진상조사 결과 보고-김학의 차관 성접대 의혹사건〉입니다. 흔히 〈김학의 보고서〉로 불립니다.2017년 12월12일 꾸려진 법무부의 검찰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원회)가 산파 노릇을 했습니다. 법무부는 2017년 8월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 서울대 교수)’를 발족시켜 검찰개혁에 시동을 걸었습 언론인 본보기 된 59년의 언론 도정 남문희 기자 1989년 8월28일. 정통 시사주간지를 표방한 원 〈시사저널〉에 국제부 경력기자로 입사했다. 고르바초프 개혁과 동유럽 사태, 이라크 전쟁에 이어 남북 고위급회담으로 냉전 해체의 순풍이 밀려오는 격동의 시기였다. 데스크에 건의해 ‘한반도’ 섹션을 새로 만들며 대응 태세를 강구하던 중 인사명령이 떨어졌다. 국제부 한반도 담당에서 기획특집부로 전격 발령이 난 것이다. 국제 담당 기자로서 나름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하루아침에 시베리아 벌판에 내동댕이쳐진 기분이었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멀리 뛰기 위해서는 현장의 담금질이 필요하다는 편 새로 나온 책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언론인 ‘안깡’ 안병찬김영희 지음, 나녹 펴냄“초년부터 나의 취재 전술은 축구공을 내지르고 돌진하는 ‘킥 앤드 러시’였다.”별명이 책 제목이 되었다. 1962년 〈한국일보〉 공채 견습 13기. 사회부 선배들은 햇병아리 기자에게 ‘안깡’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배짱과 뚝심, 취재원에 대한 잔혹할 정도의 집착으로 편집국에서 ‘깡’으로 불린 안병찬(〈한국일보 30년사〉).” 신문사 역사를 정리하면서 한 기자의 별명을 따로 설명한 경우는 드물다. 언론학자인 저자가 한국 언론사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기자 안병찬을 조명했다.후배 김훈의 “적어도 전두환이 말한 것은 거짓이다” 정희상 기자 1980년 5월24일 새벽,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서울 서대문형무소 교수대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직후, 셋째 여동생 김정숙의 서울 잠실 자택에 전화벨이 울렸다. 중정 최종대 비서가 비통한 목소리로 “부장님 방금 떠나셨습니다”라고 전했다. 충격을 받고 전화기를 떨어뜨린 김정숙은 자지러지듯 어머니를 불렀다. 김재규 부장의 모친인 권유금 여사는 남한산성 육군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아들과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하늘 아래 있고 싶어 당시 고향 경북 선산에서 올라와 잠실 딸집에 기거하고 있었다. 딸의 외마디 비명과 통곡을 듣고 권 여 장자연 수사 기록을 다시 읽는 이유 [프리스타일] 김연희 기자 장자연 사건을 취재하면서 3000쪽 분량의 검경 수사 기록과 재판 기록을 여러 번 들춰보았다. 고 장자연씨가 속한 기획사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 대표인 김종승, 장씨에게 일명 ‘장자연 문건’을 받은 소속사 매니저 유장호만큼 빈번하게 나오는 이름이 ‘윤애영’이었다. 가끔은 ‘이순자’라는 가명으로 등장할 때도 있었다. 그는 장자연씨와 같은 해인 2007년 두 달 차이로 같은 기획사와 계약한 신인 배우였다. 김종승 대표의 요구로 장자연씨와 함께 술자리에 불려가는 날이 많았다. 경찰은 그런 윤애영을 조사하고, 조사하고, 또 조사했다. 당...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한미동맹의 진화허욱·테런스 로릭 지음, 이대희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동맹은 국가들이 공동의 안보 문제에 대처할 필요가 있을 때 주로 시작한다.”지난 65년(1953~2018) 동안 한·미 동맹의 여정을 간결하고 포괄적으로 일별할 수 있는 책이다. 당초 북한 등 공산주의 세력의 남진을 차단할 안보적 목적으로 탄생한 한·미 동맹의 구도는 ‘후원자(미국) 대 고객(한국)’이었다. 그러나 한국이 빠른 경제성장과 더불어 이에 걸맞은 민주주의 체제와 역량, 자신감으로 국제관계에서 더욱 적극적 행위자로 나서게 되자 두 나라의 동맹관계는 서서히 시사IN 제616호 - 믿습니까 고제규 편집국장 •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IN/독자와의 수다·퀴즈IN• 말말말·이 주의 그래픽 뉴스• 기자들의 시선• 포토IN/접두사 '여'자를 뺍시다 COVER STORY IN하나님의 은총으로 대권 꿈꾸는가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종교를 가장 우선시한다. 자신의 출세가도 역시 신앙에 대한 하나님의 보상이라 여긴다. 타협을 용인하지 않는 그의 종교관은 차기 대통령 후보로서 논란이 된다.• 정치인과 개신교 말말말• "이단도 가입한 한기총 영향력 쪼그라들었다"• 전광훈 목사의 일갈 "정치는 종교인이 해야"• 외국인 임금 깎으면 벌어지는 ‘시사인싸’가 만난 사람, 김영희 변호사 정리·차형석 기자 “저는 술집 접대부와 같은 일을 하고 수없이 술접대와 잠자리를 강요받아야 했습니다.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2009. 2. 28 장자연.” 스물아홉 살의 신인 배우 장자연씨는 이 문건을 남기고 얼마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장자연씨가 숨진 지 10년 만에 진실을 밝힐 기회가 왔다. 검찰의 과거사를 반성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이하 검찰 과거사위)’가 이 사건을 재조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나온 검찰 과거사위의 발표는 주요 관계자들에게 면... 기자들의 시선 장일호 기자 이 주의 공간5월23일 타이완이 아시아 국가 최초로 동성결혼을 법제화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이날 동성결혼 특별법(사법원 해석 748호의 해석과 실시에 관한 법률)에 서명하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려했던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동성 커플이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할 수 있게 된 5월24일, 254쌍이 등록했다. 이들은 이성 커플과 마찬가지로 자녀양육권, 세금, 보험 등에서 같은 권리를 갖게 된다.이 주의 논쟁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5월20일 ‘장자연 리스트 남성 손에 엇갈린 총여학생회의 운명 김동인 기자 30년 역사의 총여학생회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는 6월13~15일 학생총투표를 개최하고 ‘총여학생회 재개편 요구의 안’을 통과시켰다. 전체 재적생 가운데 55.16%가 참여한 총투표에서, 82.24%가 재개편 ‘찬성’에 손을 들었다. 발단은 지난 5월24일 연세대 총여학생회가 주축이 되어 마련한 은하선 작가의 강연이었다. 이를 두고 연세대 구성원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은 작가는 ‘남성 혐오’를 조장하는 인물이며 십자가 모양 딜도(자위 도구) 사진을 SNS에 올린 것은 신성모독이라는 주장이 주요 반대 논리였... 북한 주민의 신체 왜소는 지속적 훈육의 결과?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지난번에 소개했던 북한 관련 도서 세 권은 김일성주의의 종언과 돌이킬 수 없게 된 북한의 시장경제화를 한입으로 말하고 있다. 박영자의 〈북한 녀자-탄생과 굴절의 70년사〉(앨피, 2017) 역시 앞서 읽은 책의 저자들과 동일한 주장을 한다. “1990년대 이래 국가가 국민들의 생존을 책임지지 못하는 20년 이상의 역사를 경유하며, 현재 북한 사회는 아래로부터 통치 질서가 서서히 해체되고 시장화와 함께 변화하는 주체들이 사회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북한 정치를 15년 동안 연구해온 지은이는 이 책에서 분단 70년간 북한에서 구축... 26년차 코미디언 송은이가 만든 ‘제8의 전성기’ 임지영 기자 데뷔 26년차 코미디언 송은이. 본인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지금 ‘제8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제1의 전성기는 데뷔 직후였다. 1993년 〈코미디 세상만사〉에서 ‘덕균이랑 은이랑’에 고정 출연하면서 신인으로는 드물게 자기 이름을 딴 코너를 맡았다. 제2의 전성기는 SBS 시트콤 〈나 어때〉에서 송혜교· 조여정 등과 연기를 한 1998년이다. 제4의 전성기가 되어서야 익숙한 프로그램이 보인다. KBS2 〈서세원의 토크박스〉의 ‘토크 왕중왕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시기다. 제7의 전성기(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지... 첫 마음, 첫 다짐 [편집국장의 편지] 고제규 편집국장 〈시사IN〉은 2007년 9월17일 창간했다. 1호가 한가위 합병호였다. 이번 호가 창간 10주년 기념호이다. 10년을 버텼다. 눈치 보지 않고 할 말을 하면서 버텨냈다. ‘게을러서 못 쓰는 기사는 있어도 압력 때문에 못 쓰는 기사는 없다’라고 우리는 자부한다. 독자들과 주주, 창간 때 적금을 깨며 응원해준 분들이 있었기에 이런 배짱을 부릴 수 있었다. 해외 미디어도 디지털 파고를 넘지 못하고 좌초하고 있다. 광고 시장은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에게 권력을 내준 지 오래다. 구독자 수익 70% 대 광고 수익 30% 비율이라는 건강... 제주서 놀멍쉬멍 숨은 보석 찾기 글·사진/강희은 (여행자·〈게스트하우스 제주〉 저자) 2009년도 10곳 미만이었던 제주 게스트하우스는 2016년 현재 네이버 지도에 등록되어 있는 업체만 800곳이 넘을 정도로 급증했다. 오늘 지나간 길을 내일 다시 가면 새로운 게스트하우스가 생겨 있을 정도다. 단, 생겨나는 만큼 문을 닫는 곳도 늘고 있어서 어느 지역보다 그 변화 속도는 빠르다. ‘게스트하우스 천국’ 제주에서 게스트하우스 한두 곳을 추천한 흑인·바보·돼지 없인 개그가 안 되나요? 임지영 기자 1987년 ‘시커먼스’ 콤비가 있었다. 코미디언 이봉원과 장두석이 얼굴에 검정 칠을 하고 박자에 맞춰 ‘말장난’ 개그를 선보였다. 올림픽을 앞두고 인종차별을 이유로 코너가 폐지됐다. 그로부터 10여 년 뒤 〈개그콘서트(개콘)〉가 공개 코미디의 시대를 열었다. 간판 코너는 ‘사바나의 아침’. 연기자들은 아프리카 원주민 복장을 하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주문을 “사람 간의 정은 어떤 연출보다 강하다” 고재열 기자 지금은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나 〈삼시세끼〉 〈꽃보다 청춘〉의 나영석 PD가 ‘국민 예능 PD’로 꼽히지만 원조는 김영희 PD였다. ‘쌀집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그는 〈이경규가 간다-양심냉장고〉 〈느낌표!-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칭찬합시다〉 등 공익적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사회현상을 일으키곤 했다. 지금 한창 유행하는 ‘관찰 예능’도 그가 시사IN 제444호 - 뜻밖의 승부사 이숙이 편집국장 • 국장 브리핑 [여기는 시사모]• 여기는 시사모·독자와의 수다·퀴즈in• 말말말·숫자로 본 세상• 와글와글 인터넷·김경수의 시사 터치• 포토IN[커버스토리] 야권 뒤흔든 김종인 리더십더민주비대위에김종인대표가취임한이후한달반동안야권은김대표의 독무대였다. 사안마다 찬반이 엇갈리지만 정치권 모두가 공감하는 대목이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