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의 마음으로 쓴 세월호 그림책 이오성 기자 10년 전 그날 일기처럼 시를 썼다.‘나는 한 마리 고래/ 잠긴 첫숨마다 푸른 탯줄을 달아/ 물 위로 들어올리네.’그날 이후 동화작가 문은아씨에게 세월호는 숨쉬는 고래 한 마리였다. 출산한 고래가 새끼의 몸을 물 위로 들어올려 첫 호흡을 시키듯 그 역시 바닷속 깊이 잠겨버린 수많은 숨들을 들어올리고 싶었다. 동화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세월호가 자신과 승객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분투했는지.책이 나오기까지 결국 10년이 걸렸다. 제목은 〈세월 1994-2014〉. 1994년 ‘나미노우에(바다의 신에게 평화를 빌던 절)’라는 이름 내 옆에 없는 그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외로웠다. 밥을 먹어도 외로웠고 TV를 봐도 외로웠고 게임을 해도 외로웠다. 하품은 전염된다는데 덩달아 하품하는 친구가 곁에 없는 것도 참 외로웠다. 소파에 혼자 앉은 자기 모습이 텅 빈 화면에 반사되는 게 싫어서 얼른 다시 TV를 켰다. “외로우신가요?” 자막과 함께 나오는 반려로봇 광고. 바로 주문. 택배 도착.즐거웠다. 같이 밥을 먹어서 즐겁고 TV를 혼자 보지 않아서 즐겁고 2인용 게임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즐거운 추억을 더 쌓고 싶어 바다에 갔다. 물놀이가 끝난 뒤 나란히 해변에 누워 기분 좋게 낮잠도 잤다. 집에 가 하필 그날이 동짓날이라서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가장 짧은 낮츠쯔젠 지음, 김태성 옮김, 글항아리 펴냄“아저씨, 그건 아저씨 탓이 아니라 동짓날이라서 그런 거예요.”“내 글쓰기의 연륜은 단편소설의 연륜과 일치한다.” 작품은 선언과도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저자 츠쯔젠은 좡중원문학상·루쉰문학상 등을 수상한 중국 문학의 거장 중 한 명이다. 일하고 사랑하는 동시에 아프고 외로운 작품 속 등장인물의 삶은 충분히 핍진하다. 여기에 인간과 인간 사이의 서사 위에 자연을 포개는 저자의 주특기가 더해져 이야기가 더욱 풍성해진다. 하필 그날이 동짓날이라, 안개가 자욱한 날이라 벌어지는 사건 음악가 하림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44] 신선영 기자 하림씨(47) 앞에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가수, 작곡가, 문화예술 기획자, 음악을 통한 사회운동가 등. 음악이 가진 역할을 고민해온 그의 궤적을 따라가 보면 오랫동안 사회적 약자 곁에 선 그가 있다. 이주노동자 무료 진료소에서 한 달에 한 번 ‘국경 없는 음악회’를 열고, 당진에서 숨진 20대 노동자를 기리는 곡 ‘그 쇳물 쓰지 마라’로 함께 부르기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안전한 일터를 꿈꾸는 후속곡 ‘우사일(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 프로젝트를 통해 전태일 의료센터 건립 기금을 후원하고, ‘우사일 그 사람들 틈의 귀신을 잡아라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명탐정의 창자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내친구의서재 펴냄“여기에 귀신이 있다!”‘특수 설정’ 미스터리는 유령이나 절대자, 좀비, 부활 등 현실에서 불가능한 상황이 실존한다고 전제한 가운데 이 세계관의 논리에 맞춰 사건을 풀어가는 장르다. 산촌의 연쇄방화 사건에 대한 탐정과 조수의 논리 경합으로 시작된 도입부가 갑자기 ‘쓰야마 사건’ ‘제국은행 사건’ ‘아베 사다 사건’ 등 20세기 초반 일본의 흉악 범죄 가해자들을 지옥에서 지상으로 소환하는 오컬트로 돌변하더니, 사람들 틈에 숨은 인귀(人鬼)들을 잡아내는 수수께끼 풀이로 열심히 살고 싶은 의욕을 잃었을 때 왜 시를 읽는가 [여여한 독서] 김이경 (작가) 이 지면에 소개하려고 한동안 역사책을 읽었다. 메모도 해가며 열심히. 그러다 어느 날 책을 덮었다. 뉴스를 보며, 적당히 좀 하라고 뇌던 끝이었다. 책에는 아무 불만이 없었다. 그저 내가 무엇을 열심히 하고 싶지가 않아졌을 뿐.이제까지 나는 열심히 살려고 애썼다. 유유자적, 일필휘지를 동경하지만 그건 애당초 내 능력 밖임을 알기에 몸으로 때우는 열심을 지향했다. 한데 그러기가 싫어졌다. 다들 너무 열심인 것이, 너무 기를 쓰고 끝장을 보려 드는 세상이 버겁다 못해 무서웠다. 사람의 일이란 좋고 싫음이든 옳고 그름이든 100퍼센트란 새 관찰이 처음이라면 탐조책방을 찾자 [사람IN] 김동인 기자 주변 어디에나 있지만 인식하기는 어렵다. 한번 인식하고 난 다음에는, 삶이 바뀐다. 새가 그렇다. 새소리는 인간의 청각을 채우지만 막상 눈으로 새를 좇을 엄두를 내진 못한다. 귀를 채우던 친숙한 존재인 새를 직접 관찰하는 문화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바로 ‘탐조(探鳥) 문화’다.언뜻 진입 장벽이 있어 보인다. 비싼 카메라가 필요할 것 같고, 전국 방방곡곡 습지를 찾아다녀야 할 것 같다. 그러나 경기도 수원시 경기상상캠퍼스에서 ‘탐조책방(@_bird_books)’을 운영하는 박임자 대표(51)는 탐조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재능이 없어서 안 된다고 생각하나요? [여여한 독서] 김이경 (작가) 독서 모임이 끝난 뒤 진과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 그림책 작가인 진은 요즘 들어 통 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조언을 해야 했으나 장르만 다를 뿐 똑같은 고민을 몇 년째 하고 있는 나는 맞장구만 쳤고 나중엔 내 하소연이 더 길어졌다. 마침내 우리는 서로를 동료 겸 감시자로 삼아 작업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뭐가 됐든 일단 시작하고 서로에게 정기적으로 보여주자. 그러고 오는데 가슴이 설렜다. 아직은 말뿐이지만 그와 이런 얘기를 나눈 것 자체가 기쁘고 흐뭇했다. 독서회 덕분에 믿음직한 길동무를 또 하나 얻었구나, 움츠 〈시사IN〉에 말걸기 김연희 기자 박준영 독자(48)는 서울 관악구에 있는 원당초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그는 교실 창문에 종이로 만든 빨간풍선들이 붙어 있는 사진을 ‘〈시사IN〉에 말걸기’ 게시판을 통해 보내왔다. “6월항쟁 수업을 미얀마와 연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사IN〉(제714호)에 끼어 있던 빨간풍선을 보고 아이들과 같이 만들어보게 됐어요.”풍선 뒷면에는 미얀마 시민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썼다. “응원할게요.” “지켜보고 있어요.” “미얀마 파이팅, 힘든 일 곧 끝날 거예요.” “힘내라 미얀마.”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별 시사IN 제 764호 - 검수완박의 늪 이종태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 리뷰 퀴즈 말말말 기자들의 시선/김은지 기자들의 시선/나경희 포토IN/ 세 ‘이야기 할머니’ 이야기COVER STORY IN윤의 변심이 일으킨 국힘의 자중지란‘검수완박’은 애초 민주당의 문제였다. 하지만 4월22일 여야 합의 직후 이어진 국민의힘의 오락가락 행보는 여론의 질타를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옮겨버렸다. ‘이럴 거면, 합의는 왜 했나?’ “국민독박 죄인대박” vs “검찰정상화법”ISSUE IN 아버지 해명 반박하는 장남의 또 다른 서명 ‘대장동 1타 강사’ 원희룡의 내로남불? 지방선거의 지구를 위해 달력을 분해하세요 장일호 기자 새해 첫 주말에 하기 좋은 일은 뭘까? 지난해 달력을 처분하려다가 주저하며 내려놓았던 경험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종이로 분류하면 될 것 같지만 그리 간단하지 않다. 재활용 분리배출은 ‘제대로’ 하려면 꽤 번거롭거나 까다롭다. 달력만 해도 그렇다. 달력을 묶고 있는 철사 스프링을 분리하는 게 첫 번째 난관이라면, 종이도 다 같은 종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코팅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보면 사실은 재활용이 어려운 쓰레기인 경우가 더 많다.버려진 철사를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와이어 아티스트 좋아은경(활동명)씨에게 연말연시는 재료를 수급하 경기의정부교육도서관, 2022 청소년 연합 독서교실 운영 ADVERTORIAL 경기의정부교육도서관(관장 이은형)은 20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의정부 중·고교 학생이 참여하는 ‘청소년 연합 독서교실’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인근 학교 학생들이 함께 주제를 선정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교육도서관과 의정부교육지원청이 지원해 학교도서관 이용을 활성화하고자 마련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금오중, 부용고 등 12개교 학생 110여 명이 4개 팀을 구성해 의정부 미술도서관, 몽실학교, 살림가게 등 독서 활동과 관련한 지역 기관이나 시설을 탐방하는 체험 기회를 갖는다. 참여 학생이 기획한 주제는 ▲다시, 지구, ▲그림책으 [기자의 추천 책] 간병 살인을 부른 ‘나 혼자 돌보면 돼’ 변진경 기자 2006년, 일본에서 한 남자가 어머니를 죽였다. 사건이 벌어지던 날, 아들은 치매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워 어머니가 평소 가보고 싶어 하던 곳을 돌았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전철을 타고, 인파로 붐비는 거리를 걷고,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세 사람이 즐겨 찾던 메밀국숫집에 갔다.검사는 법정에서 10년간 치매 어머니를 돌보다 살해한 50대 아들에게 물었다. “왜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습니까? 곤경에 처했을 때 국가나 타인에게 의지한다는 게 왜 부끄럽습니까?”피고인은 답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또 말 단 보름 만에 세상에 나온 우크라이나의 〈전쟁일기〉 이연실 (이야기장수 대표) 2022년 3월2일, 나는 ‘이야기장수’라는 별난 이름의 출판사를 시작했다. 사람들을 울리거나 웃기는 책을 만들겠다는 장수의 포부에 그간 인연을 맺었던 분들이 원고와 제안들을 보내오곤 했다. 3월18일, 그날도 출간 검토를 부탁한다는 메일 한 통이 왔다. 그런데 ‘일단 한번 쓰윽’ 봐달라는 식의 의례적인 말도 없이, 메일을 확인하고 나서 바로 통화하고 싶다는 전언이 있었다. 발신자는 이전부터 오래 알아오고 신뢰하는 사이였으나 단 한 번도 내게 그런 ‘다급함’을 드러낸 적이 없는 사람, ‘이건 매우 중요하고 긴급한 일이구나’ 싶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배우의 방정시우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맞아요. 그 ‘좆밥 근성’으로 몇 년을 버틴 거예요.”잘나가는 배우 박정민의 입말이다. 인터뷰어도 인터뷰이도 직선이다. 날것의 향연이다. 프리랜서 영화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박정민·천우희·오정세·고두심 등 배우 10인과 한 인터뷰를 엮었다. 성남시청공원(박정민), 만화방(김남길), 감귤 창고(고두심) 등 배우들이 ‘나’로 돌아가는 공간을 동행하며 인터뷰했다. 저자는 ‘시간을 보낸 공간이 그 사람을 만든다’고 믿는다. 배우들의 공간을 포착한 사진도 담겼다. 힘들 때면 친구들에게 ‘성시 발령(성남시 보고타에 모인 이들, 그림책으로 하나되어 “안녕!” 김지은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 보고타 국제도서전(Feria Internacional del Libro de Bogotá·FILBo) 참석을 위해 엘도라도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구름을 뚫고 솟아 있는 고도 3152m의 몬세라테산이었다. 콜롬비아 보고타는 그 아래 해발 2640m의 고원지대에 자리 잡고 있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도시다. 이 나라 사람들과 우리는 60년 전 외교관계를 맺었고 올해는 그동안의 우의를 기념해 도서전의 주빈국으로 초청되었다.남아메리카에서 세 번째로 넓은 국토를 가진 이 나라는 거의 모든 기후대를 포함하고 [기자들의 시선] 빈 유모차가 광장을 채웠다 김다은 기자 이 주의 수상그림책 〈여름이 온다〉 〈파도야 놀자〉를 쓰고 그린 이수지 작가가 3월21일(현지 시각),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했다. 한국 작가 최초의 영예다.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릴 만큼 국제적 권위를 가진 안데르센상은 역대 수상자 면면이 화려하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토베 얀손, 모리스 샌닥, 앤서니 브라운 등등. 이제 이수지 작가 역시 이 이름들과 나란히 호명될 예정이다. 이 작가는 “척박한 우리의 그림책 환경이 자산이 됐다. 부재에서 창의적인 것이 나왔다”라며 후배들에게 “확신을 갖고 지금처럼 하라”고 응원 [그림의 영토] 종로구 행촌동의 작은 집, 3·1 독립선언서가 숨겨져있던 곳 김지혜 (그림책서점 ‘소소밀밀’ 대표) 기억은 잘 나뉜 방에 칸칸이 들어앉아 켜켜이 쌓인 벽지처럼 내밀한 곳까지 닿기도 하고, 침묵의 벽처럼 묻히기도 한다. 살아가면서 기억은 옅어지기 마련인데, 다시금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는 기억들은 모두 내가 살았던 ‘집’과 관계가 있다. 집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며 모든 시간을 공유한다. 그렇기에 집은 시간을 되돌리는 힘이 있다.서울 종로구 행촌동 1번지에 시간을 되돌린 집이 있다. ‘딜쿠샤.’ 산스크리트어로 ‘기쁜 마음의 궁전’이라는 뜻이며 1923년 서양인 부부가 지었다. 집주인 앨버트 테일러는 사업가이자 미국 해외통신원이다. 그 [그림의 영토] 직업에 귀천은 없다더니, 왜 그렇게 보세요? - 〈저 청소일 하는데요?〉 박성표 (작가) 얼마 전 서울대에서 청소 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사건을 통해 알려진 근무 환경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에서 매일 100L 쓰레기봉투를 혼자 들고 다니는 과중한 업무도 문제였지만, 필기시험을 치른 후 점수를 공개하고, 회의에 정장을 입고 수첩을 지참하라는 등 업무와 관계없는 지시가 많았기 때문이다. 서울대, 청소, 시험은 서로 전혀 상관없어 보이지만, 육체노동을 얕잡아 보는 편견이 시험으로 드러난 게 아닐까?〈저 청소일 하는데요?〉는 청소 일을 하는 20대 김예지 작가의 이야기다. [그림의 영토] ‘살찌니까 그만 먹으라’고 한 적이 있나요? 김지혜 (그림책서점 ‘소소밀밀’ 대표) 한국 사회는 ‘날씬한 몸매’에 대한 선망이 깊숙이 배어 있다. 어려서부터 디즈니 공주 시리즈를 보며 품었던 환상 때문일까? 깡마른 바비 인형을 가지고 놀면서 시작된 관념 때문일까? 그 시작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기에도 벅차다.오랜 시간 굳어진 획일화된 미를 고집하며 스스로에게는 강박을, 타인에게는 상처를 주었을지도 모른다. 고백하자면 나 또한 아이에게 ‘살찌니까 그만 먹으라’는 말을 여러 번 한 적이 있다. 아이는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당황스러울 만큼 살이 올랐고, ‘날씬하고 예쁜’ 친구들과 수시로 비교하며 자꾸만 의기소침해졌다. 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