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대중음악부터 전당의 고전음악까지, 존 배티스트의 심포니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거리의 악사였다. 명문 음대에 입학했음에도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스트리트 밴드를 하면서 자신의 음악적 뿌리를 탐사하기 시작했다. 이후 서서히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뉴올리언스에 끝내주는 밴드 하나가 있다는 소문이었다. 밴드의 리더 이름은 존 배티스트. 그는 이후 〈위 아(We Are)〉(2001)라는 음반으로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을 거머쥔다.뉴올리언스란 어떤 도시인가. 미국 대중음악의 근간이라 할 재즈의 고향이다. 저 유명한 루이 암스트롱을 필두로 수많은 재즈 뮤지션이 활동하면서 미국 대중음악의 초석을 닦았다. 역 선거는 가장 민주적인 방법일까? [물리학자 김상욱의 ‘격물치지’]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격물치지(格物致知)’란 사물을 탐구하여 앎에 이른다는 의미다. 물리의 눈으로 세상을 이해해보려는 칼럼 제목을 위해 만들어진 단어 같다.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첫걸음은, 당연하다고 믿는 것을 의심하고 그에 대해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이때 우리가 그나마 신뢰할 수 있는 것은 물질적 증거다. 즉, 격물치지라는 말이다.첫 칼럼에서 선거가 민주적인 방법인지 생각해보기로 했다. 곧 총선이 치러지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선거는 민주주의 그 자체다. 선거를 제외하고 대다수 국민이 정치권력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방법이 많지 않기 30년 차 ‘토끼 작가’ 듀나는 말한다, 절망하지 말자고 김영화 기자 미국의 한 물리학과 교수가 타임머신 개발에 성공한다. 그가 처음 한 일은 기원전 399년 그리스로 날아가 소크라테스 재판이 플라톤이 기록한 것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것. 그런데 막상 타임머신을 타고 아테네에 도착하자 덜컥 겁이 났다. 사람 하나라도 잘못 건드린다면 세계 역사가 완전히 바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교수는 결국 현재로 돌아오기로 하는데, 타임머신에 붙어 있던 나비 한 마리가 과거에 남겨진 것을 꿈에도 몰랐다. 나비의 날개에는 우연히 감기 바이러스가 붙어 있었고, 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인류 역사를 처참하게 망가뜨 의대 증원을 찬성하는 의사들의 이야기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이 격해지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근무지 이탈로 진료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시절이 하 수상해, 히포크라테스에 관한 자료를 찾아 읽었다.히포크라테스 하면? 의학의 아버지다. 과학적·합리적 의술의 대명사로 통한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는 인류의 모든 지식을 모으고자 했다. 의학 자료를 최대한 긁어모은 〈히포크라테스 전집〉도 그중 하나다. 고대 그리스 시대, 당대의 의학 지식을 모은 전집에 당시 가장 유명했던 의사 이름을 붙인 것이다. 집단지성의 결과물이다. 히포크라테스 혼자 쓴 게 아니다.의학 드 달력에 꼭 적어둬야 할 ‘2024년 밤하늘’ 김연희 기자 1년. 365일. 어제 같은 오늘이 반복되며 삶이 정체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우리는 우주 속을 질주하고 있다. 지구는 시속 11만㎞의 속도로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초속 약 30㎞이다. 눈을 한 번 깜빡이는 사이 또 30㎞를 날아왔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우리는 지구라는 행성을 타고 우주 곳곳을 여행하고 있는 셈이다.날마다 별의 위치가 달라지고, 계절마다 별자리가 바뀐다. 어느 구간을 지날 때는 별똥별이 비처럼 떨어진다. 달도 차고 기운다. 이처럼 지구라는 열차의 창밖으로는 매일같이 다른 가계부채 감축 의지, DSR 보면 알 수 있다 김동인 기자 1월17일 금융 당국이 전세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2024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공개하며,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DSR 적용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주택을 한 채 보유한 사람이 추가로 전세대출을 받은 경우, 이 대출의 이자 상환분을 DSR에 포함시킨다. 본인은 전세로 살고 있으면서 갭투자로 다른 집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앞으로는 DSR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축소 기조를 선명히 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의 파급력은 상당하다. 정치 팬덤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가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연예인에게 열광하듯이 정치인을 따르는 사람을 ‘정치 팬덤’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이 현상은 ‘노사모’가 결성되면서 처음 시작되었다지만, 대중의 정치인 숭배는 그제야 생겨난 게 아니다. 대중의 갈채와 환호를 받아온 영웅은 언제나 있었다. 1980년대의 김영삼·김종필만 해도 열렬 지지자를 몰고 다녔다. 하지만 3김 시대의 지지지와 오늘의 정치 팬덤은 성격이 다르다. 사회학자 조은혜는 〈‘팬덤 정치’라는 낙인〉(오월의봄, 2023)에서 그 차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김대중·김영삼·김종필’을 묶어 이른바 ‘3김 시대’로 칭했던 ‘보스 붉은 바다의 전쟁, 인플레 재발로 치달을까? 이종태 기자 ‘홍해-수에즈운하’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장 인기 있는 바닷길이다. 동아시아에서 출발하는 선박의 경우, 일단 인도양으로 나간 뒤 아라비아반도 쪽으로 북상하다 보면 바다가 점점 좁아지다가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이르게 된다(〈그림〉 참조). 아프리카 대륙과 아라비아반도 사이의 이 해협은 홍해로 들어가는 좁은 문이다. 길고 좁은 회랑 같은 홍해를 거슬러 올라가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면 지중해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동쪽으로 항해하면 이스라엘과 레바논·시리아, 서쪽으로는 그리스와 이탈리아·프랑스의 항구들에 닿는다.19세기 중반 수에즈운하가 완 인류의 발자취 쫓으며 질문을 던지다 [기자의 추천 책] 이상원 기자 3년 전 이사를 준비하다가 책 한 권을 집어 들고 오래 고민했다. 좋은 책이지만 다시 읽을 것 같지는 않았다. 중학생 때부터 닳도록 읽어 질린 게 한 이유였고 시의성을 타는 몇 대목이 세월에 떠밀린 느낌도 들었다. 〈질문하는 역사〉(2021)는 2002년 나온 〈테이레시아스의 역사〉의 개정판이다. 아쉽다고 느낀 부분이 모두 정비되어 오늘날의 독자에게도 추천할 만하다.제목은 무겁지만 어렵지 않게 읽히는 책이다.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의 인터넷 기고를 엮었다. ‘서양근대사의 주요 사건을 묶었다’는 식으로 책의 성격을 요약하기는 길 위의 목사 최헌국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23] 이명익 기자 최헌국씨(62)는 거리의 목사, 길 위의 목사로 불린다. 목회를 시작한 1989년부터 그의 예수는 세상 가장 낮은 곳에 서 있었다. 최헌국 목사는 세월호 참사 문제와도 10년을 함께했다."얼마 전 환갑이었는데 저에게 아내가 묻더라구요. 이제는 쉴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가 죽음을 통해서 세상의 구원을 이뤄냈던 것처럼, 세월호 참사도 한국 사회가 새로운 생명안전을 일구어내는 변화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므로 세월호는 아직 현재진행형입니다.‘이젠 되지 않았느냐’고 쉽게 말을 해요. ‘10년이 지났으니 ‘한·미 핵협의그룹(NCG)’ 일정에 드리운 트럼프의 그림자? 남문희 편집위원 너무 갑작스러운 얘기라 좀 의아하다. 2023년 12월15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NCG)’ 회의 얘기다. 2023년 7월 서울에서 1차 회의 겸 출범회의가 열리고 이번이 두 번째 회의다. 한국 측 수석대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 따르면, 2024년 6월 3차 회의를 끝으로 조기에 종료하기로 했다. 특파원 간담회에서 그는 “세 번째 NCG를 내년 6월쯤 열 수 있다면 준비형 임무를 띤 NCG는 끝난다. 이후 완성된 확장억제 체제를 어떻게 유지하고 관리해나갈 것인지에 교황청 ‘동성 커플 축복’ 허용, 한국 교계도 바뀔까 김영화 기자 “축복은 모든 이에게 열려 있으며 그 누구도 이로부터 배제되지 않는다.” 2023년 12월18일 교황청이 동성 커플에 대한 사제의 축복을 허용하며 이같이 설명했다. 축복(Blessing)은 예수의 대리자인 사제가 하느님께 복을 청하는 행위다. 결혼은 남녀 간에 하는 것이라는 기존 교리를 손대진 않았지만, 축복받을 수 있는 범위를 성소수자 신도로 넓힌 것이다. 2021년까지만 해도 동성 커플 축복에 관해 “가톨릭 교리와 불합치한다”라고 밝혔던 가톨릭 교회의 큰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 전 세계 가톨릭 사제들은 결혼하려는 동성 겨울날 젊은 작가들의 희곡을 읽다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28년 전에 읽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드러눕는 개〉가 〈엎드리는 개〉(안온북스, 2023)라는 제목으로 새로 번역되었다. 1954년 열여덟의 나이로 〈슬픔이여 안녕〉을 발표한 사강은 이 한 작품으로 단번에 한 시대의 문학 영웅이 되었다. 비평가들은 ‘사강의 세계’ 또는 ‘사강스럽다’를 뜻하는 ‘Univers Saganesque’라는 용어를 만들었고, 사강이 고작 20대 중반일 때 두 권이나 되는 전기가 나왔다. 사강의 남자친구 베르나르 프랑크는 마리 도미니크 르비에브르의 〈사강 탐구하기〉(소담출판사, 2012)에서 “전쟁 이후 프랑 아르곤처럼, 고독하지만 외롭지 않게 [주기율표 위 건강과 사회]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예방의학 전문의) 원소기호 18번 아르곤(Argon)은 프리모 레비가 쓴 책 〈주기율표〉 첫 장의 주인공이다. 그는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에 정착한 유대인, 그의 선조들이 아르곤과 비슷한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한다. “공통적으로 정적인 데가 있고, 품위 있는 절제의 태도, 큰 강처럼 흐르는 삶의 대열 변두리로 자발적으로 물러서는 태도”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들의 존재감은 유럽의 다른 유대인 공동체들에 비하면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선조들의 이런 성격을 드러내는 에피소드들로 첫 장을 채운다.이는 내가 가져왔던 아르곤의 심상과는 많이 다르다. 내게 아 하늘과 바람과 별, 그리고 물리학자 김상욱 김연희 기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은 김상욱 경희대 교수가 5년 만에 펴낸 책이다. 윤동주 시인의 유고시집 제목 위에 물리학자의 열망이 포개졌다. 그에게 ‘하늘’은 우주와 법칙, ‘바람’은 시간과 공간, ‘별’은 물질과 에너지로 다가왔다. 여기에 ‘인간’을 더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경계를 넘은 물리학자의 좌충우돌 여행기이자, 세상 모든 것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을 위한 지도책”이 완성됐다.저자도 인정하듯 쉽지만은 않은 책인데 독자들은 “분명 과학 얘기인데 따뜻하다”라는 서평으로 화답한다. 2023년 5월 말 출간된 이후 6개월 동안 1 미술관으로 숨어들어 만난 사람들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위대한 그림을 닮은 삶일까, 아니면 삶을 닮은 위대한 그림일까.”형이 세상을 떠나자 잘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경비원으로 취직한 저자는 하루 여덟 시간 동안 조용히 서서 고대의 조각품을 바라본다. 아침마다 500명 넘는 경비원들의 이름을 모두 아는 밥이라는 남자가 “브링리, A(중세)구역!” 혹은 “R(근대)!” “K1(그리스·로마)!” “F(아시아)!” “I(19세기)!” “G(아메리카)!” 하고 순찰 구역을 조르바보다 크레타를 보는 시간 [기자의 추천 책] 주하은 기자 최근 오랜만에 이 책을 꺼내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손 가는대로 집었을 뿐인데 우연히 이 책이 걸렸다.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책의 주인공은 그리스인 알렉시스 조르바다. 평생을 책벌레로 살아온 ‘나’가 역동하는 삶의 화신 조르바를 만나 도전하고 춤추며 감탄하는 이야기다. 조르바는 모든 순간에 현존한다. 밥을 먹고 있다면 밥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일을 하고 있다면 일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그 어떤 해찰도 허용하지 않는다. ‘나’는 부처에 몰두해 있는데, 그런 그를 한심하게 바라보곤 하는 조르바가 오히려 진정한 지금 읽어야 할 튀르키예 소설가의 걸작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쥴퓌 리바넬리는 이십 대 중반이던 1971년, 군사 쿠데타에 반대해 세 차례나 구속되어 군 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풀려난 다음, 해외에서 11년간 망명 생활을 했다. 그동안 그는 꾸준히 음반을 발표하고 영화음악을 맡았다. 일마즈 귀니의 1982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욜〉이 그가 음악을 맡은 영화다. 자작곡 약 300곡과 30편의 영화음악을 만든 음악가인 그는 영화 시나리오를 여러 편 쓰고 연출도 했다.1978년부터 단편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한 그는 시·만화·사회평론 등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그 가운데 야사르 케말에 대한 연 우리가 몰랐던 근대과학의 비밀 [여여한 독서] 김이경 (작가) 이불 빨래를 했다. 삭신은 쑤시지만 말간 햇볕에 이불을 널어 말리니 기분이 개운하다. 이참에 찌든 머릿속도 깨끗이 세탁해볼까. 뇌를 세탁하는 데는 과학책만 한 것이 없지. 카를로 로벨리의 〈보이는 것은 실재가 아니다〉(김정훈 옮김, 쌤앤파커스)를 펼친다. 몇 번이나 읽었는데 매번 새롭다. 내용을 기억하거나 이해하기엔 내 물리학 지식이 워낙 일천하다. 그래도, 아니 그래서, 읽을 때마다 뇌가 놀라고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탈리아 출신의 이론물리학자인 카를로 로벨리는 일반상대성 이론과 양자이론을 결합한 새로운 시각에서 현대 물리학의 최 총선 승리한 스위스국민당, 그 비결은 이주민 혐오? 취리히·김진경 (자유기고가) 10월 초 막을 내린 올해 취리히 국제영화제의 주빈국은 한국이었다. 한국 영화 11편이 소개됐고, 덕분에 나는 취리히 한가운데서 (대다수 비한국인 관객과 달리) 자막 읽는 고생 없이 한국 영화를 감상하는 사치를 누렸다. 그중 한 편이 엄태화 감독의 〈콘크리트 유토피아〉다.영화는 대규모 지진으로 한국 땅이 초토화된 가운데 무너지지 않고 남은 단 하나의 건물로 추정되는 ‘황궁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다. 살 곳을 잃은 ‘외부인’들이 아파트를 찾아오자 주민들은 902호에 사는 김영탁(이병헌)을 대표로 선출한 뒤 이들을 몰아낼 계획을 세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