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3부터 직장인까지 의사가 되려 한다 이상원 기자 수요일 낮 3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는 기이한 침묵이 흘렀다. 거리에 사람은 많았다. 노란색 밴에 탄 초등학생부터 시내버스를 채운 고등학생까지 학생들이 계속해서 대로로 쏟아져 나왔다. 일부는 길가의 큰 학원 건물로 들어가고 나머지는 골목에 입간판을 세운 상가로 향했다. 대부분 말없이 발걸음을 재촉할 뿐 10대 학생 특유의 떠들썩한 소리를 내는 이는 드물었다. 탕후루를 먹으며 걷는 학생조차 얼굴은 굳어 있었다. ‘DFLHS’라고 적힌 체육복이 특히 많이 보였다. 올해 서울대 합격자를 전국 두 번째로 많이 배출한 한 외국어고등학 학생 다툼 뒤 날아온 수천만 원 손배 소장 홍민정 (변호사) 2013년 변호사 개업 신고를 하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시민단체에서 만 10년을 일했다. 교육 관련 법과 제도 개선에 몰입하다가 공동대표 임기를 마치고 송무 시장에 발을 들이니 못 보던 것들이 보였다. 10년 전과 비교해볼 때 교육 현장에 변호사의 진입이 많아졌다. 폭력에 대한 민감성, 권리의식 신장과 더불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이 그 단초가 되었다.변호사의 조기 개입이 사건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학교 공동체를 회복으로 이끄는 모양새이면 좋으련만 최근에 들은 이야기는 달랐다. 장난으로 시작했다가 감정이 ‘미래’에 대해 아직 나누지 못한 것들 장정일 (소설가) 〈연금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서해문집, 2024)은 30대 기자이자 〈노동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서해문집, 2021)을 쓴 저자이기도 한 전혜원과 연금·재정을 오랫동안 연구한 60대 사회학자 오건호의 대담집이다. 국민연금은 1986년 국민연금법이 공포된 이후, 2006년부터 전 국민에게 의무 가입이 적용되었다. 국민연금은 경제활동이 끊긴 노동자들의 노후를 위한 국가정책으로, 개개의 시민에게 민간 보험사보다는 국가가 좀 더 보편적인 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다.2023년 11월 기준으로 남성 노령연금 스위스 입시가 묻는다, 이 시스템은 공정한가? [평범한 이웃, 유럽] 취리히·김진경 (자유기고가) 내가 김나지움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건 어려서 읽은 아인슈타인 전기에서였다고 기억한다. 소년 아인슈타인이 김나지움에 진학하는 대목에서 학교 이름이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중에 스위스에 와서 아이를 낳고 다른 부모들과 어울리면서 다시 대화에 김나지움이 등장했다. 이번에는 더 현실적인 내용이었다. 6학년 때 치르는 김나지움 시험이 그렇게 어렵다더라, 그래서 요샌 다 사교육을 시킨다더라, 그런 얘기들을 두세 살짜리 아이들 노는 모습을 지켜보며 나눴다. 나처럼 이주민이던 그들은 스위스 교육 시스템이 너무 경쟁적이라며 농반진반 그때가 수천억 원 드는 AI 디지털 교과서, ‘혁명’인가 이상원 기자 2022년 11월7일 취임사에서 이주호 신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세 차례 ‘혁명’을 입에 올렸다.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디지털 대전환”과 “반토막 난 학생 인구”를 이야기하며, “우리 교육의 틀을 과감하게 바꾸지 않으면 미래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 부총리가 지난해 “혁명적 변화의 촉발제”라며 소개한 정책이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다. 천문학적 예산과 막대한 인력이 들어간다. 도입 시기는 내년이다.AI 디지털 교과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교육용 소프트웨어다. 단순히 종이 교과서를 스캔해 디지털 기기로 옮긴 것을 ‘7·18 공주사대부고 병영체험학습 참사’ 유가족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78] 신선영 기자 2013년 7월18일, 충남 태안 사설 해병대캠프로 병영체험을 갔던 공주사대부고 2학년 학생 198명 가운데 5명이 파도에 휩쓸려 희생됐다. 안전대책도 없이 돈벌이 수단으로 운영되던 영업장과 부실한 감시기관, 학교의 무리한 체험 프로그램 강행 등이 빚어낸 참사였다. 이후 학교에서는 매년 7월18일 재학생들이 모여 참사의 교훈을 새기는 추모식을 열고 있다. 유가족들은 장학회를 만들어 1년에 한 번 학생 5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한다. 또 학교에 추모 카페 ‘다섯손가락’이, 충남교육청 안전수련원에 ‘학생안전체험관’이 건립됐다. 다시는 이런 문 닫은 대도시의 고등학교 [포토IN] 박미소 기자 도봉고등학교가 3월1일 폐교했다. 서울특별시 소재 공립 일반고등학교로는 최초다. 2003년 개교한 지 21년 만이다. 200명대를 유지하던 전교생 수는 점차 감소했다. 서울시교육청 학교지원과에 따르면, 2021년 4월1일 기준으로 당시 전교생 수는 246명, 입학생은 63명이었다. 2022년은 각각 197명, 35명이었다. 2023년은 64명, 0명이었다. 폐교는 2022년에 행정적으로 결정됐다. 해당 연도에 입학한 1학년들은 2학기부터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고, 2023년에도 남아 있는 3학년 학생들이 졸업한 뒤에 폐교하는 방식이 유보 통합과 늘봄학교 갈등 속 숨은 쟁점 전혜원 기자 한국에서 아이를 낳았을 때,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보낼 기관으로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있다. 법적으로 어린이집은 사회복지시설이고 유치원은 학교다.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와 각 시도 지방정부가 관할하며, 유치원은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이 맡아왔다. 어린이집은 0~5세, 유치원은 3~5세가 이용한다. 어린이집에는 국공립과 민간·직장·가정 어린이집이 있고, 유치원에는 국공립과 사립이 있다.초중고등학교는 무상교육인데 0~5세 영유아는 기관별로 다르다. 어린이집이나 국공립 유치원은 학부모가 추가로 내야 할 비용이 거의 없지만, 사립 유치원 ‘킬러 문항’ 대체한 함정투성이 수능 이상원 기자 “킬러 문항은 없었고 변별력은 있었다.” 2023년 11월16일 수능을 치른 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이렇게 자평했다. 올해 처음으로 수능 출제 기조 분석을 한 EBS 현장교사단, 유명 학원 관계자들도 비슷한 평가를 내놓았다. 이번 수능은 2023년 6월 윤석열 대통령이 ‘킬러 문항을 배제하라’고 지시한 뒤 치른 첫 시험이다. 교육부가 대책을 마련하고 평가원장이 교체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시험을 정부의 올해 성과 중 하나로 꼽았다. 12월26일 2023년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대입 수능시험에서 킬러 문항 교육 현장의 갈등과 격차, 로봇이 해소할까 키울까 변진경 기자 학교 안으로 로봇이 들어가고 있다. 학생들을 만나면 영어로 인사하고 말을 건네며 외국어 학습을 돕고, 학교 사각지대 구석구석을 훑으며 방범· 순찰 활동을 벌인다. 급식 시간에 조리실 튀김 솥 앞에 서서 학생들에게 나눠줄 요리를 만들기도 한다.학교 내 필요한 인력은 늘어나는데 교육 예산은 한정되어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에 주어지는 예산을 앞으로 더 줄이려는 사회적 압박도 커지고 있다. 인력 채용에 따른 고용 유지와 산업재해 위험도 교육 당국이 피하고 싶어 하는 부담이다. 학교에 들어간 로봇들은 과연 교육 현장에서 사람을 대신할 ‘아빠 없이’ 아이를 낳는다는 것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부모 말고 모모로진느 마이올로 지음, 변유선 옮김, 사계절 펴냄“우리는 여전히 법 바깥에 있는 엄마들이다.”책 제목 그대로다. 부모(父母) 말고 모모(母母). 프랑스에 사는 로진느와 나탈리는 서로 사랑하는 두 여성이자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모모다. 로진느는 이렇게 적는다. “내가 나탈리와 아이를 갖기로 약속하고, 정자 공여 시술로 3.24㎏, 50㎝의 행복을 만나기까지는 대략 3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무엇보다 법률 전문기자인 그는 ‘아빠 없이’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현실적이고 법률적인 문제들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뒤늦은 학폭 조치· 초고속 사표 수리, 김승희 비서관 자녀 학폭 의혹 문상현 기자 “방과후 수업을 마친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언니가 선물 줄게’라고 하며 2학년 학생을 화장실로 데려갔다. 화장실 칸을 일일이 확인한 3학년 학생은 2학년 학생을 화장실 칸에 들여보내 변기 뚜껑을 내리고 앉혔다. 두 손은 뒤로 하고 눈을 감게 한 뒤, 10차례 리코더와 주먹으로 머리와 얼굴을 때렸다. 만 일곱 살밖에 안 된 학생에게 이 상황이 얼마나 공포스러웠겠는가. 사진을 공개할 순 없지만 얼굴이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심각한 폭행이 자행됐다.”10월20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영호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이 경기도에 도서관은 어떻게 금서 전쟁에 휘말렸나 김영화 기자 서울의 A 구립도서관 관장은 9월 중순 ‘청소년 유해 도서 제거 요청’ 민원을 받았다. 시민단체 ‘보건학문&인권연구소’가 관할 구청에 보낸 것으로 〈소년들의 솔직한 몸 탐구 생활〉 〈자꾸 마음이 끌린다면〉 〈사랑을 나누면 무슨 일이 생길까?〉 등 어린이 성교육 도서 148권에 대해 ‘불필요한 성적 호기심과 왜곡된 성인식을 심어주어 일탈을 초래할 수 있다’며 도서 제한을 요청했다. A 도서관장은 이에 대해 ‘도서관에서 유해 도서 여부는 해당 도서에 대한 법적 판결을 따르고 있다’라며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성교육 도서들은 자료실에 그 서이초 교사 49재, 공교육 정상화의 시작일까 전혜원 기자 서이초 교사 49재를 이틀 앞둔 2023년 9월2일 토요일, 전국 교사 50만명 중 30만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였다.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교사들은 이틀 뒤인 9월4일 월요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상당수가 병가나 연가를 내고 학교에 가지 않았다. 교육부는 당초 이들을 파면이나 해임 등 징계할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했지만 결국 철회했다.왜 이렇게까지 모였을까? 서이초 교사 사망 나흘 뒤 열린 7월22일 1차 집회에서 나온 구호에 집약돼 있다. “교사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9월2일 7차 집회 때 ‘질서유 특수교사 고소 논란이 남긴 아픈 질문 전혜원 기자 유명 웹툰 작가의 자녀인 초등학교 2학년 A군이 같은 반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렸다. 제 나이보다 한 해 늦게 입학한 A군은 자폐성 장애가 있다. A군은 이 일로 비장애인 학생들과 수업을 같이 듣는 ‘통합학급’에서 분리되어, 장애 아이 등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 반인 ‘특수학급’에서만 수업을 듣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A군의 부모는 아이가 불안해하며 등교를 거부하자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었고, 특수교사가 수업 중 A군에게 한 말을 인지한 뒤 해당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모두 지난해 9월 벌어진 나는 장애 학생 학부모다, 그리고 교사다 전혜원 기자 중학교 영어 교사인 이수현씨(43)는 2012년 딸 연우, 2015년 아들 정우를 낳았다. 두 아이 모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진단받았다. 아이의 치료에 모든 것을 걸었다. 휴직을 하고 온갖 치료실을 찾았다. 발달장애 아이를 위한 대안학교를 만들기도 했다. 딸 연우는 일곱 살이 되었을 때쯤, 바깥에서 또래 아이들을 보면 넋을 놓고 쳐다봤다. 또래와 사회적 관계를 맺고 싶어 했다. 그제야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자기 삶을 살아가야 할 주체’로서의 아이가 보였다. 아이의 장애가 아니라 아이가 살아갈 이 공동체를 바꿔야겠다는 결론을 MB식 사교육비 경감은 ‘공정’인가? 이상원 기자 지난해 1인당 사교육비는 역대 최고치다. 지난 3월 교육부와 통계청의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이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서울 일반고 학생만 놓고 보면 98만3000원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 수치마저 체감보다 낮다고 여긴다. ‘평균의 함정’과 설문조사의 한계가 원인으로 꼽힌다. 많은 이들은 오늘날 사교육비가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드러난 숫자보다 더 크다고 생각한다.사교육은 그 자체로 가계 부담일 뿐 아니라 교육 불평등 문제도 부른다. 평균적으로 부모 소득이 높은 학생일수록 사교육비를 더 쓴다. 학부모는 어쩌다 공공의 적이 되었나 변진경 기자 ‘학부모 교권침해 민원사례 2077건 모음집’이라는 전자문서가 있다. PDF 파일과 노션(협업 기록 소프트웨어) 링크로 유포되었다. 편집자는 익명의 교사들이다. 이들은 지난 7월21일부터 7월23일까지 사흘 동안 초등학교 학부모 교권침해 민원 사례 2077건을 모아 한 권의 전자책으로 묶었다. '민원 스쿨(minwon_school)'이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업로드하고 추가 제보도 받고 있다.이 문서에서 교권침해의 주어는 온통 ‘학부모’다. ‘개인 번호 알아내 개학식 날 저녁 8시에 전화한 학부모’ ‘시험문제 직접 출제하여 내미는 학 헌신적이었던 24년 차 교사는 왜 교단을 떠나려 하나 이오성 기자 2000년 9월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올해로 24년 차 사회 교사다. 교편을 잡는 동안 학교 안팎에서 꽤 인정받는 사람이었다. 2013년에는 교사가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자기 사연을 들어 생생하게 쓴 책 〈마음 일기〉를 펴냈다.이 책은 한 교사의 분투기이자, 교육 현장 르포이자, 학생·교사·학부모에게 띄우는 편지였다. 100차례 정도 강연을 다닐 만큼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이 교사는 교권 침해 사건의 피해자가 되어 휴직 중이다. 전라남도의 한 고교 교사 장혜진씨 이야기다.2년 전 3월, 새 뒤늦게 알려진 두 교사의 죽음 [기자들의 시선] 전혜원 기자 떠난 이의 빈자리2년 전 경기도 한 초등학교 교사 두 명이 연이어 목숨을 끊었다고 MBC가 8월7일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이 학교 5학년 3반 담임을 맡았던 김은지 교사가 2021년 6월 숨지고, 5학년 4반 담임 이영승 교사가 같은 해 12월 숨졌다. 김은지 교사는 발령 한 달 만에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몇 차례 병가를 냈다. 이영승 교사는 ‘이 일이랑 안 맞는 것 같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는 글을 남겼다. 두 교사 모두 학생지도 과정에서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 학교는 경기도교육청에 두 교사의 죽음을 추락사로 보고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