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인간에게 하는 말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무법의 바다이언 어비나 지음, 박희원 옮김, 아고라 펴냄“바다에서 법은 유동적이며 사실 존재감조차 미미하다.”40개월, 40만4000㎞, 1만2000해리. 저자가 비행기 85회를 타고 40개 도시를 넘나들며 만난 바다는 ‘공백’ 그 자체였다. 해적, 동물 학대, 노예 노동처럼 “좀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바짝 다가선 저널리스트에게 바다에 대한 낭만은 들어설 틈이 없었다. 인간은 자신이 주인일 수 없는 곳에서조차 존재감을 기입한다. 바다의 광활함과 묵묵함은 온갖 폐기물을 투기할 핑계가 되고, 인신매매와 강제노동을 묵인하게 만드 ‘일본은 왜 그럴까?’ 역사학자에게 물었다 김은지 기자 “100년 전 일로 일본이 무릎 꿇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 못해.” 4월24일 공개된 윤석열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 인터뷰는 나오자마자 이 구절로 뜨거운 반응을 불러왔다. 윤 대통령의 역사 인식이 도마 위에 오르자 여당은 오역을 주장했다. ‘주어 논란’이 일자, 미셸 예희 리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한국어 원문을 날것으로 공개했다. “정말 100년 전의 일들을 가지고 지금 유럽에서는 전쟁을 몇 번씩 겪고 그 참혹한 전쟁을 겪어도 미래를 위해서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고 하는데 100년 전에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시사IN 제 761호 - 팬데믹 3년 만에 이종태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 리뷰 퀴즈 말말말 기자들의 시선/이상원 기자들의 시선/김동인 포토IN/ 추모비 있어야 할 곳에…COVER STORY IN어르신, 의사가 왔어요, 팬데믹 3년 만에요〈시사IN〉이 3월21일부터 3월24일까지 안성병원 방문진료팀(사진)을 동행 취재했다.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요양시설을 찾았다.ISSUE IN 계급성과 페미니즘, 이미 연결되어 있다 박근혜에게 가세연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강화된 ‘윤핵관’ 체제, 능력인가 의중인가 문제의 ‘일곱 글자 공약’ 현실화하면 닥칠 일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 “우리 대통령이 나서지 않는데 어떻게 일본 사죄를 받겠나” 김다은 기자 어머니는 밑창이 다 닳은 검은 고무신을 신고 있었다. 열네 살 양금덕이 고향 나주 땅을 다시 밟은 건 1945년 10월22일 밤 11시40분께. 광복이 된 줄도 모르고 일본 공장에 남아 일하던 이의 늦은 귀가였다. 어린 딸을 맞이하는 어머니의 고무신은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었다. 해방이 되자 하염없이 딸을 기다리며 아침부터 밤까지 매일 역을 오간 탓이었다. 어머니는 그런 건 ‘암시랑토 않다’고 했다. “너 이제 왔으니까 나는 맨발로 가도 된다. 밤이라 누가 욕도 안 하니까 염려 마라. 어서 가자. 어서 가자. 아버지 기다리신다.”마 화물연대 파업이 드러낸 ‘윤석열식 법치주의’ 전혜원 기자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을 두고 반복한 말이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불법이었을까?파업 참가자들이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다른 기사들의 화물운송을 물리적으로 막거나 폭력을 행사했다면, 이는 불법이다. 실제로 경찰은 관련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일국의 대통령이 타협하고 말고 할 것도 없는 당연한 얘기다.그런데 정부는 화물연대 소속 기사들이 운전대를 놓은 것 자체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일단 파업이 아니라 ‘집단운송 거부’라고 불렀다. 화물연대는 현재 고용노동부로부터 설립신고증을 받은 정식 화물연대 파업과 윤석열식 ‘자유’의 상관관계 [프리스타일] 전혜원 기자 윤석열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 6일째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14조에 따르면, 기사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하여…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있을 때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명령을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화물차 기사들은 특수고용직이다. 개인사업자로 건당 운임을 받으며 노동법도, 최저임금도 적용받지 못한다. ‘화물연대’라는 이름을 쓰는 이유도 정식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 조심스레 흙을 파내자 치아 68개가 나왔다 정희상 기자 경기도 안산의 작은 섬 선감도. 지금은 육지와 연결됐지만 불과 30년 전만 하더라도 대부도에 딸린 외딴섬이었다. 지난 9월26일부터 닷새 동안 이곳(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산 37-1번지)에서는 선감학원 사건 희생자 유해 매장 추정지 시굴 조사가 이뤄졌다. 시굴에 앞서 김훈 작가가 추도사를 했다. “우리는 언제까지 ‘미안해’를 거듭하면서 살아가야 하는가. 과거의 악과 화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가능하다면 오직 사실의 바탕 위에서만 화해가 가능하다. (오늘 유해 발굴로) 많은 시신들이 확인돼 그 힘에 의해 화해의 단초가 잡히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진실 규명 이끌어낸 생존자들 정희상 기자 국회 차원의 과거사 문제해결 방안이 여야 대립으로 공전을 거듭하던 20대 국회에서 제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어렵사리 태동한 배경에 형제복지원 사건 생존 피해자들의 피나는 노력과 극적인 투쟁이 숨어 있었다. 그 주인공이 한종선씨와 최승우씨다. 한씨는 2012년부터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 촉구 1인 시위를 시작으로 그동안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던 이 사건 공론화에 불을 댕겼다. 2015년부터는 동료 최승우씨와 함께 5년 동안 국회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며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특히 최승우씨는 2020년 35년 만에 드러난, 폭력과 인권 유린의 지옥 형제복지원 정희상 기자 강산이 세 번 넘게 바뀌도록 은폐된 억울한 죽음들이 있다. 공식 확인된 사망자만 657명이다. 박정희·전두환 정권 때 발생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다.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산 일대에서 부랑자를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을 시키는 과정에서 무시무시한 인권유린이 자행됐다. 내무부는 1975년 12월 훈령 제410호인 ‘부랑인의 신고·단속·수용·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을 급조했다. 이 훈령에 따라 경찰과 부산시 등 행정기관이 총동원됐다. 1986년 전체 수용자 3975명 가운데 경찰을 아베 사후 다시 부각된 통일교와 한·일 우익 네트워크 전혜원 기자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선거유세 중 총에 맞아 숨졌다. 9년 가까이 재임한, 주로 부정적인 뉴스에서 보곤 했던 이 최장수 일본 총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최악으로 치달은 양국 갈등을 풀기 위한 전제조건은 무엇일까. 전문가마다 관점은 다르지만, 일본을 깊숙이 들여다본 연구자의 렌즈는 의미 있는 참고자료가 되기에 충분하다. 올해 5월 아베 시대를 돌아보는 책 〈아베 시대 일본의 정치와 외교〉를 엮어 펴내기도 한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를 만났다.처음 뉴스를 접했을 때 어땠나?혹시라도 좌파 쪽이나 조선인이 일본 사도광산, 조선인들은 ‘강제연행’ 됐다 도쿄∙이령경 편집위원 도쿄역에서 조에쓰신칸센을 타고 2시간을 가면 니가타역이다. 니가타항으로 이동해서 고속선으로 1시간16분, 카페리로는 2시간30분을 더 가면 사도섬에 도착한다. 이 섬에 지금은 폐광된 후 관광지로 변모한 사도광산이 있다. 80년 전 이 광산에 1500명 이상의 가난한 조선인들이 광부로 동원되었다.1988년 10월, 니가타현의 한 시민단체가 애쓰던 운동이 니가타현 언론에 크게 보도된다. 이 운동은 1922년 7월 니가타현 나카쓰가와 수력발전소 건설 중에 발생한 조선인 학대와 학살의 진상을 조사해 알리고 있었다. 그때 마침 도쿄에서 대학 반기 든 아베 전 총리 백기 든 기시다 총리 박철현 (일본 데쓰야공무점 대표·작가) 최근 흥미로운 뉴스가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기시다 내각이 당초 결정했던 니가타현 사도(佐渡) 광산의 유네스코 등재 신청 연기 방침을 철회한 것이다. 올해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번복했다. 또 하나는 코로나19 초창기에 나왔던 일본 정부의 대표적 정책 ‘아베 마스크’에 대한 뉴스다(그 상세한 내용은 뒤에서 설명한다). 전혀 다른 사안처럼 보이는 이 두 건의 뉴스는 사실 현 일본 정부, 즉 기시다 내각의 실체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기시다 내각이 아니라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세이와 정책연구회(아베파)가 일본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미얀마 쿠데타 300일] 시위하다 체포된 한 기자의 ‘수감일기’ 버마 툰 (필명·<미지마> 기자)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권력은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에게 이양됐다.”2월1일 미얀마 쿠데타는 군부 소유의 ‘미야와디 TV’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2020년 11월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득표율 83.2%로 압승하자 군부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군부와 시민들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결국 쿠데타가 감행되었다. 문민정부 2기를 목전에 둔 시점이었다. 미얀마가 군부독재라는 과거로 회귀한 지 300일이 지났다.쿠데타에 반대하며 거리로 쏟아진 시민들이 군부의 무차별 공격을 받고 미·중 줄다리기에 '강제소환'된 북한과 아프간 남문희 기자 잠시 멈췄던 한반도 시계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7월9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7월 하순~8월 북·중 육로 무역 재개’ 소식을 알린 데 이어 7월11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친서를 교환했다며 전문을 공개했다. 그런데 친서의 핵심 내용이 지난 3월23일 공개된 양 정상의 친서와 같았다. 특히 시진핑 주석의 친서 내용이 압권이다. 3월23일 공개된 시 주석의 친서는 “(시 주석이) 두 나라 인민에게 보다 훌륭한 생활을 마련해줄 용의가 있다”라는 매우 이례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기자들의 시선]김홍빈 대장, 당신이 안겨준 위로 잊지 않을게요 정희상 기자 이 주의 인물‘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 대장이 장애인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 등정에 성공한 뒤 애석하게도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 김 대장은 파키스탄 현지 시각으로 7월18일 오후 4시58분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북동부 카라코람산맥 제3 고봉인 브로드피크(8047m) 정상 등정에 성공해 코로나19 여파에 지친 국민에게 잠시 감동과 위로를 안겨줬다. 하지만 하산하던 도중 해발 7900m 부근에서 크레바스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마침 근처에 있던 러시아 등반대가 김 대장의 구조 신호를 듣고 구조에 나섰지만 끝내 식탁 위 생선, 그 안에 이주 선원의 강제노동이 있다 김종철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산물을 소비하는 나라다. 우리는 1년에 1인당 약 70㎏의 수산물을 먹는다. 한국에서 소비되는 수산물 총량은 소고기와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자급률이 70% 이상이니 우리가 먹는 수산물의 대부분은 한국 어선과 양식장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그 수산물은 누가 잡고 기르는 것일까? 한국 어선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40% 이상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에서 온 이주 선원이다. 특히 원양어선은 이주 선원이 75%나 된다. 생선은 자주 우리 식탁에 오르지만 그것을 잡는 이주 선원들은 눈에 보이 ‘공부하는 사진가’가 느는 이유 이상엽 (사진가) 19세기 중반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수학과 교수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은 ‘루이스 캐럴’이라는 필명으로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써서 명성을 얻었다. 그는 사진에도 재능이 있어서 24년간 앨리스를 닮은 듯한 소녀들의 초상 사진 2700장을 남겼다. 당대 전방위적 지식인의 전형이었을 터이다. 미국 뉴욕의 사진가 유진 리처드는 1990년대 중반, 동네 주민들의 코카인 중독을 취재한 사진집 〈코카인 트루 코카인 블루〉를 펴내면서 최고의 사회·인류학자라는 헌사를 받았다. 이런 평가에는 그의 탁월한 글쓰기 능력이 한몫했을 것이다. 그러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한 ‘노동법 개정안’ 전혜원 기자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악이다(민주노총).” “무력감과 좌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조합과 관련된 일련의 법 개정을 두고 하는 말이다. 뭐가 달라지기에 노사 모두가 만족하지 못할까? 그 전에, 왜 법을 바꾸었나?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협약을 비준(동의)하기 위해서다. ILO는 노동을 전문으로 다루는 유엔 산하기구다. 187개국이 가입했다. ILO는 ‘결사의 자유’ ‘강제노동 금지’ ‘아동노동 금지’ ‘차별 금지’ 등 4개 분야 8개 협약을 모든 회원국이 비준하고 이행해 기자들의 시선 천관율 기자 이 주의 어떤 것8월27일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가 올해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뽑은 김유성 투수 지명을 철회했다. 8월24일 지명 이후 김 선수가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을 행사한 이력이 확인되었고, 논란으로 비화하자 사흘 만에 지명을 철회한 것. 1차 지명권은 프로야구단이 자신의 연고지에서 단 한 명을 먼저 뽑을 수 있는 권리다. 1차 지명을 허공에 날린 다이노스 구단은 한 해 신인 농사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었지만, 대신 학교폭력은 안 된다는 선례를 만들었다. 후배를 때리면 운동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시대가 열린다면 다이노스 일본 사회에 던진 ‘폭탄의 의미’ 임지영 기자 1974년 8월30일, 일본 도쿄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본사에서 폭탄이 터졌다. 8명이 사망하고 376명이 부상을 입었다. 한 달 뒤 ‘동아시아 반일무장전선(무장전선)’의 이름으로 성명서가 나왔다. ‘미쓰비시는 옛 식민주의 시대부터 현재까지 일본 제국주의의 핵심으로 기능했으며 장사라는 탈을 쓰고 시체를 뜯어먹는 기업이다. 이번 작전은 미쓰비시를 두목으로 하는 일제 침략기업, 식민자에 대한 공격이다.’전후 30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패전 후 일본은 피해자의 자리에 섰다. 가해국이라는 자각이 없던 시기, 처음으로 식민지 책임을 묻는 목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