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읽으면 ‘아바타’와 너구리 ‘로켓’이 달리 보인다 [기자의 추천 책] 김다은 기자 ‘어차피 모든 것은 망했다’라는 종말 시나리오가 돈이 되는 세상이다. 한때는 종말을 상상하는 일이 근대적 인간에게 미약한 자성을 촉발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아니다. 대중은 미디어 속 “멸종의 스펙터클”을 소비하면서 “오, 넷플릭스에서 본 이야기!”라며 반가워하거나 지겨워할 뿐이다. 그러니까, ‘파국’은 오염됐다.그래서 〈손상된 행성에서 더 나은 파국을 상상하기〉라는 책의 제목은 낯설면서 의아하다. 이를테면 ‘더 나은 파국을 상상하는 일’과 ‘파국을 상상하는 일’은 무엇이 다른가? 어차피 끝장나는 건 똑같은 것 아닌가. 설 “듣똑라조차 유지가 안 된다니…” [미디어 리터러시]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중앙일보〉의 뉴스 콘텐츠 채널 ‘듣똑라(듣다 보면 똑똑해지는 라이프)’의 마지막 방송을 최근에야 봤다. 2019년 ‘2030 세대의 시사 친구’를 내세우며 시작해 특히 여성 청년을 주 타깃으로 삼아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온 이 서비스를 〈중앙일보〉는 2023년 12월부로 중단했다.지난 10여 년간 국내 저널리즘 업계에는 수많은 혁신 시도가 있었다. 좋은 저널리즘과 좋은 저널리즘을 원하는 이용자를 더 긴밀하게 연결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한 저널리즘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그 목표였다. 언론계는 〈뉴욕타임스〉나 〈가디언〉 이태원 참사 혐의 공직자, 첫 실형 선고 받았다 [기자들의 시선] 김다은 기자 이 주의 판결이태원 참사 관련 혐의로 기소된 공직자에게 첫 실형 선고가 내려졌다. 2월14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이태원 참사 직후 ‘핼러윈 정보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에게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두 사람은 직무 규정에 따른 일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경찰의 책임을 축소·은폐하여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어렵게 한 데 엄중한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들의 한국 라면 인기 이면의 그늘 [기자들의 시선] 김영화 기자 이 주의 논란‘피의자가 국가대표를 해도 되나요?’ 11월21일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2차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축구선수 황의조가 후반 27분 그라운드에 오른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불법 촬영’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은 지 사흘 만의 출전이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명확한 혐의 사실이 나오기 전까지는 진행 중인 사안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인스타그램엔 항의성 댓글을 포함해 댓글 1500여 개가 달리기도. 한국여성민우회는 “사법적 조치 외에도 축구협회와 감독은 이 사안이 미치 다큐 〈크러시〉 제작진, “아직 많은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김영화 기자 열차에 사람이 너무 많을 땐 타지 않는다. 인파가 몰리는 곳은 되도록 피한다. 지하철 승강장에 서 있는 아리아나 이바라 씨의 얼굴을 비추며 다큐멘터리 〈크러시(Crush)〉는 시작한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온 그는 1년 전 10월29일 이태원을 찾았고, 거기에서 친구 앤을 잃었다. 트라우마와 자책감이 짓누르는 기억을 지닌 채로 서울을 떠날 수 없었다는 이바라 씨는 “친구들을 기억하기 위해”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그날 휴대전화로 찍은 영상들이 참사를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 가자 병원 참사의 책임자는?...이스라엘의 입장과 서방언론의 취재 이종태 기자 가자지구 알아흘리 병원의 폭격 사건(10월17일) 다음 날부터 중동 전역에선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포위·공습을 이어오다가 심지어 병원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은 만행이라는 것이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는 폭격 사건으로 471명이 사망하고 314명이 부상당했다고 발표했다.그러나 이스라엘은 병원 폭발 시점엔 ‘공습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하마스의 협력‧경쟁 상대인 무장 단체 ‘이슬라믹 지하드’가 이스라엘 쪽으로 쏜 로켓이 알아흘리 병원으로 떨어졌다는 입장이다. 미국 정부 역시 이 중국 공산당은 왜 ‘6’과 ‘4’를 무서워하는 것일까? 이종태 기자 중국 공산당 정부가 무서워하는 숫자들이 있다. 예컨대 ‘64’와 ‘89’다. 최근 이 숫자와 관련해 웃지 못할 사건이 발생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다.지난 10월1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100m 허들 결승전에서 중국 선수들은 금메달과 은메달을 모두 차지했다. 금메달을 딴 선수는 6번 레인에서 뛴 린위웨이였다. 은메달은 4번 레인의 우옌니에게 돌아갔다. 경기를 마친 뒤 두 사람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포옹했다. 중국 관영 언론인 신화통신은 이 모습을 촬영(‘포옹 사진’)했다.CCTV와 웨이보 등에서 사라진 사진중국 국영 오늘 하루 당신의 스마트폰 사용량은? 임지영 기자 오랜만의 제주 여행이었다. 추억을 남기고 싶었던 고용석씨는 ‘무기’를 정비했다. 스마트폰에 각종 ‘카메라 필터’ 앱을 설치하고 커다란 보조배터리를 준비해 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 티켓부터 촬영하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행 사진을 다시 본 적이 있나?’ 수천 장을 찍어도 SNS에 올릴 몇 장을 제외하고는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순간 결심했다. 여행 중에는 하루에 세 장만 촬영하기로.그로서는 큰 결심이었다. 명함도 받은 즉시 촬영해 보관할 정도로 ‘찍는 인간’이었다. 평소처럼 여행하다가는 풍경을 제대로 보는 ‘세상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인물이 놀란 감독과 만나면? 임지영 기자 심채경 천문학자가 ‘놀란(be surprised)’과 ‘논란(controversy)’의 뜻에 대해 설명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한국어로 자신의 이름이 무슨 뜻인지 귀를 기울였다. “세상에 내놓는 작품마다 대중을 놀라게 하며, 서로 다른 의견을 논의하게 만드는 점에서 놀란 감독을 정확히 묘사한다.” 한국 관객들의 오랜 ‘언어유희’가 마침내 당사자에게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미국 뉴욕에서 녹화한 tvN 〈알쓸별잡〉의 한 장면이다. 그의 신작 〈오펜하이머〉도 이런 견해와 일치하는 작품이다. 여러 방면에서 관객을 놀라게 만드는 영화이고 노동자가 만든 인플레? 기업이윤 주도 ‘탐욕 인플레’!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2021년 말 영국 〈가디언〉에 인플레이션에 관한 이단적 주장이 실렸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립대학 이사벨라 웨버 교수의 칼럼이었다. 그는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에 대응하려면, 미국이 2차 대전 당시 실시했던 것과 같은 ‘전략적 가격통제’가 필요하다고 썼다. 아니면, 기업들이 가격인상으로 이윤 급등을 계속 누리도록 놔두든지.이 글이 발표된 후 많은 경제학자들이 역사가 보여주듯 가격통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웨버 교수를 비판했다. 진보적 거시경제학자 크루그먼까지 “나는 자유시장 광신자는 아니지만, 그건 매우 멍청한 아이디어”라는 한 곡으로 끝일까? ‘통수돌’ 된 ‘중소돌’ 나경희 기자 시작은 미미했다. 지난해 11월, 4인조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가 데뷔했다. 국내에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해외 반응이 뜨거웠다. 노래 ‘큐피드(Cupid)’로 데뷔 134일 만에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진입한 게 신호탄이었다. 데뷔 이후 가장 최단 시간에 ‘핫 100’ 차트에 든 케이팝 그룹, 가장 높은 순위(8주 차 17위)까지 올라간 케이팝 걸그룹 단독 곡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영국에서는 오피셜 차트 ‘톱 10’에 든 첫 케이팝 걸그룹이 됐다. 6월5일에는 세계 최 아스파탐은 죄가 없다, ‘단맛 중독’이 문제일 뿐 이오성 기자 어제 저녁 당신은 친구들을 만나 막걸리에 돼지고기 수육을 먹었다. 맛있게 담근 보쌈김치와 오징어 젓갈도 곁들였다. 밑반찬으로는 고사리 나물과 고구마 튀김이 나왔다. 중간중간 담배를 피웠고 입가심으로 제로콜라도 한 잔 마셨다. 이렇게 당신은 어제 저녁 총 8종의 ‘발암성’ 식품을 섭취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그렇다.7월14일 IARC가 결국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로 분류한다고 밝혔다. 2주 전인 6월30일 로이터에서 이를 예측하는 보도가 나오면서 아스파탐에 대한 관심이 커질 대로 커진 터였다. 바이든은 시진핑이 원하는 것을 줄 생각이 없다 이종태 기자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오는 7월6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서 4일 동안 머무를 예정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6월18~19일)으로부터 불과 2주 만에 미국 각료가 다시 중국을 방문하는 것이다.옐런 재무부 장관, 중국에 왜 가나?미국 재무부가 7월2일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옐런 장관이 중국을 방문하는 목표는 다음의 세 가지다. 첫째, 양국이 글로벌 양대 경제 대국인 미-중 관계를 책임감 있게 관리. 둘째, 우려 사안에 대한 직접적 소통. 셋째, 글로벌 차원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성명서가 워낙 짧은 데다 표 ‘현대 호러 마스터’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찾은 이유 김영화 기자 “이 영화제가 외롭고 이상한 사람들을 위한 영화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영화제를 아주 외롭고 이상한 남자가 등장하는 영화로 시작하게 되어 정말 기쁘다.” 아리 에스터 감독이 6월29일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개막식 무대에 오르자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그의 세 번째 장편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가 BIFAN 개막작으로 상영되었다. 전작 〈유전〉과 〈미드소마〉로 ‘현대 호러 마스터’란 타이틀을 거머쥔 감독의 첫 내한인 만큼 영화제 개막식 열기도 뜨거웠다.함께 무대에 오른 신철 BIFAN 집행위원장도 “반려동물 쿠니(너구리)를 찾습니다” [반려인의 오후] 정우열 (만화가·일러스트레이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를 보는 내내 눈물이 줄줄 흘러내려서 아주 혼쭐이 났다. 옆을 돌아보니 G는 오열 중이었다. 정말이지 그럴 줄은 몰랐다. 이 시리즈를 그럭저럭 즐겁게 보아오기는 했지만 그러려면 유치함을 얼마간 눈감아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영화가 슬프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그래 봐야 우주 악당 무찌르는 오락영화이고 다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낸 그림인데 뭐 얼마나 대단히 슬프겠느냐, 하고 얕잡아보았던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그게 경솔한 지레짐작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자세한 내용을 말할 순 없지만 영화는 동물을 작가에게 ‘작품 수정하라’는 독자의 탄생, ‘PC’인가 ‘검열’인가 임지영 기자 이미 고인이 된 작가의 문학작품이 수정되고 있다. 지난 3월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미권 최대 출판 그룹인 하퍼콜린스가 1920년에서 1976년 사이 발표된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 일부 표현을 삭제하거나 수정했다. 이제 독자들은 명탐정 ‘에르퀼 푸아로’와 ‘미스 마플’ 시리즈 일부 개정판에서 원작과 달라진 표현을 접하게 된다. 수정 대상은 ‘현대 독자들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표현’이다. 주로 인종차별적 표현이 이에 해당한다.대표적으로 여성 캐릭터의 상반신을 ‘검은 대리석’에 빗댄 표현이나 흑인을 비하하는 용어(N 우방국 도청 가능하게 만든 미국의 대외정보감시법, 과연 폐지할까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최근 한 미국 공군 현역 사병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미국 정부의 1급 기밀 100여 건을 유출해 관련 당국에 충격을 던졌다. 우방에 대해서도 미국 정부가 도감청을 해온 흔적이 이 기밀에서 발견돼 파문이 일고 있다.기밀 유출의 장본인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정보부대 소속 잭 테세이라(21) 일병이다. 하급 사병임에도 1급 비밀(top secret) 인가를 받은 테세이라는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온라인 메신저 프로그램 ‘디스코드’ 비공개 채팅방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관한 기밀은 물론 우방국의 내밀한 동향까지 도감청한 “이런 소설은 없었다”, 영국으로 간 〈고래〉 [기자들의 시선] 임지영 기자 이 주의 합의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개표 조작 가능성을 보도했던 폭스뉴스가 4월18일 개표기 업체에 7억8750만 달러(약 1조400억원)를 배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사의 명예훼손 관련 소송으로는 역대 최고 합의금이다. 지난 대선에서 28개 주에 개표기를 공급했던 업체 도미니언보팅시스템스는 ‘폭스뉴스가 선거 결과를 조작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주장으로 회사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며 손해배상으로 16억 달러를 청구했다. 폭스뉴스는 ‘수정헌법 제1조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고은 복귀 논란이 우리에게 남긴 질문 김다은 기자 지난해 12월, 고은 시인의 시집과 대담집이 출간됐다. 5년 공백을 깬 복귀 신호탄이었다. 하지만 시집 〈무의 노래〉와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는 출간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출판사의 공급 중단 결정에 따라 서점에서 사라졌다. 1월20일, 고은 시인의 책을 출간한 실천문학사의 윤한룡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1월17일부터 국내 모든 서점에 고은 시인의 신간을 유통하지 않고 있으며 “공급 중단은 여론의 압력에 출판의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이 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책 공급 중단 결정이 실천문학사 출간 도서 원전 타령한 UAE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이오성 기자 아랍에미리트(UAE)가 요즘처럼 한국 사회에서 뜨겁게 회자된 때가 있었던가. 그러므로 ‘2023 기후경제 전쟁’의 두 번째 이야기는 UAE에서 시작해보자. 윤석열 대통령은 UAE 방문에서 두 가지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으로 외교 문제가 불거진 점은 잘 알려져 있다. 또 하나는 “원전(핵발전) 생태계를 빠르게 복원하겠다”라는 발언이었다.두 발언은 공통점이 있다. ‘남의 나라 사정’을 잘 모른다는 점이다. “UAE의 적은 이란” 발언에 대해서는 이미 이란 외교부가 “이란과 UAE 관계에 대한 한국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