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동족 관계’ 부정에 담긴 숨은 그림 남문희 편집위원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 남북기본합의서에 규정된 남북 관계 정의다. 굴곡은 있었지만 1991년 12월 탈냉전의 문턱에서 남북이 합의한 대로 30여 년간 이어졌다. 이제 신냉전의 파고 속에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 12월26~30일 개최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는 “북남 관계는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되었다”라고 선언했다. 남북이 그렇게 부인하던 ‘나라와 타이완해협 운명 가를 2027년과 2035년의 지정학 남문희 편집위원 제16대 타이완 총통 선거(1월13일)에서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했다. 이 승리의 최대 조력자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었다. 통일을 앞세우며 타이완을 압박해온 그의 타이완 정책이 결국은 독립주의자 라이칭더의 등장으로 귀결한 셈이다. 지난해 12월26일 시 주석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합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를 언급하며 타이완과의 통일이 ‘필연적’이라고 강조했다. “타이완을 중국에서 분리하려는 어떤 사람, 어떤 방식도 단호히 방지해야 한다”라며 라이칭더를 겨냥하기도 했다 가까워지는 북한과 러시아, 어떻게 볼 것인가 남문희 편집위원 보스토치니 북·러 정상회담(9월13일)에 대해 국내와 미국의 온도차가 느껴진다. 미국 측 전문가들은 지난 7월12일 이뤄진 고체연료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포 18호의 배후에 러시아의 기술지원이 있었다는 의심을 강하게 갖고 있다. 따라서 보스토치니 이후 무엇이 더 튀어나올지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반면 국내 일부에서는 옛 소련 시절 이래 러시아가 동맹국에조차 첨단 군사기술을 넘겨준 적이 없다며 다소 느긋해한다.러시아가 동맹에조차 첨단 군사기술을 이전한 적 없다는 것은 대체로 맞는 말이다. 그러나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 〈녹색평론〉은 반드시 필요하다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2021년 창간 30주년 기념호인 181호를 내고 잠정 휴간에 들어갔던 격월간 〈녹색평론〉이 계간지로 발행 형식을 바꾸어 2023년 여름호를 냈다. 휴간 도중인 2022년 한 해 동안 작고한 김종철 발행인의 유고 원고를 모은 〈발언 Ⅲ〉, 이보 모슬리의 〈민중의 이름으로-가짜 민주주의, 세계를 망쳐놓다〉, 김명수 시집 〈77편, 이 시들은〉 등이 나왔지만 단행본만으로는 급변하는 생태환경과 생태주의 실천에 필요한 목소리를 모두 담아낼 수 없다.복간호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직접 거론한 글 세 편과 반전·평화주의 문정인의 충고 “한국과 미국의 이익이 늘 일치하지 않는다” 김은지 기자 국익이란 무엇인가? 집권 1년을 맞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행보가 던지는 질문이다. 대선 기간 ‘국익 우선 외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한·미 정상회담(2022년 5월21일 서울), 한·미·일 정상회담(2022년 11월13일 프놈펜), 한·일 정상회담(2023년 3월16일 도쿄)과 같은 굵직한 외교 일정을 소화했다.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를 통해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빈손 외교라는 비판이 거센 한·일 정상회담 핀란드·스웨덴은 왜 중립국 지위를 포기했을까?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러시아가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한 뒤 그간 불안한 눈으로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던 핀란드와 스웨덴이 마침내 오랜 중립국 지위를 포기하고 미국 주도의 유럽 집단안보기구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나토 확장에 따른 미국과 러시아 간의 갈등이 격화될 조짐이다.5월17일 두 나라가 공식 가입 결정을 내리자 미국을 포함한 대다수 회원국은 즉각 환영을 표시했다. 프랑스와 영국 등은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이 이뤄질 때까지 유사시 군사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두 나라는 미국과 옛 소련이 팽팽히 맞서 ‘예측 불가능한 결과’는 푸틴의 전술핵 사용?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두 달째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이 갈수록 확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 국방부와 국무부의 정보 분석가들이 최근 러시아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항의 문건의 행간을 분석하느라 신경이 바짝 곤두서 있다. 해당 문건에서 러시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계속 제공한다면, ‘예측 불가능한 결과(unpredictable conse- quences)’에 직면할 것이라고 공식 경고했다.이 ‘예측 불가능한 결과’란 도대체 어떤 상황을 지칭하는가. 때마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총공세를 시작했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바이든이 김정은에게 ‘신호’를 보내야 한다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지난 3월2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 직전인 2018년 4월, 핵 및 ICBM 시험을 중단하겠다던 북측의 ‘모라토리엄 선언’이 파기되었습니다. 이번 ICBM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성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재민 〈시사IN〉 편집위원이 북한 관련 전문가 두 명을 만나 이번 사태의 원인과 대안, 윤석열 차기 정부에 대한 조언 등을 청취했습니다. ■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국익센터 국장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굳이 이 시점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ICBM을 시험발사한 까닭은 ‘조준된, 실용적 접근’ 군사적 긴장만 높이나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우린 이걸 북한의 발사 시험과 도발 패턴(pattern)의 일환으로 본다.” 북한이 2018년 4월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유예)을 선언한 지 약 4년 만에 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3월16일과 24일)한 것에 대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반응이다. 북한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ICBM 시험을 성공하면 미국 서부는 물론 동부까지 타격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 중대한 도발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설리번 보좌관의 발언엔 절박감이 보이지 않는다. ‘습관적 도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뉘앙스까지 푸틴, 결국 마지막 카드 ‘핵무기’ 꺼내들까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핵 충돌은 한때 생각할 수도 없었지만, 지금은 가능한 영역으로 다시 들어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를 전담하는 군 고위 관계자들에게 ‘특별전투태세 돌입’을 명령하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내놓은 공개적 경고다.최근 러시아 국방부는 푸틴의 명령에 따라 전략미사일군과 북해함대, 태평양함대, 전략폭격기 비행단 등의 지휘부가 전투준비태세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미국은 “용납할 수 없다”라며 반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핵전쟁 발발 가능성을 묻는 기자 질문에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현 단계에서 핵 경 이스터섬의 몰락과 아편전쟁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김형민(SBS Biz PD) 짧은 수명을 가진 인간들이 기나긴 역사를 좀 더 쉽게 가늠하고자 만든 게 시대구분이 아닐까 싶다. ‘고대, 중세, 근대’ 하는 시간의 뭉텅이들도 그렇고, 서양 사람들이 만든 ‘세기(century)’나 동양 사람들의 ‘60 간지(干支)’도 비슷한 용도가 아니겠니. 2022년 새해는 임인년(壬寅年)이다(2022년 설 전까지는 엄연히 신축년이지만 공식적으로 해가 바뀌니 얼렁뚱땅 그렇게 쳐보자꾸나). 그런 의미에서 오늘 네게 역사 속의 임인년 이야기 몇 가지를 들려줄까 한다.1722년, 지금으로부터 300년 전의 임인년 4월5일 부활절에 한국이 던진 ‘종전선언’의 공, 미국에선 ‘시큰둥’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퇴임을 몇 달 앞둔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서두르는 건 자신의 정치적 유산(legacy)을 남기려는 막판의 절박한 시도인 것 같다.” 미국 외교가에서 대표적 지한파로 꼽히는 존 메릴 박사가 최근 한·미 외교가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한국전쟁 종전선언 문제를 놓고 따끔하게 지적한 말이다. 미국 국무부 내 싱크탱크로 불리는 정보조사국(INR)에서 30년 이상 남북문제를 분석해본 경험이 있는 메릴 박사는 내년 퇴임을 앞둔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노력을 ‘Hail Mary pass’라고도 비유했다. 이 말은 미식축구에서 게임 종료 직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 지금 남북이 만나야 하는 까닭 남문희 기자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타이완해협 관련 언급에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타이완 문제는 순수한 중국의 내정’이라며 “외부 세력의 간섭을 용납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중국·타이완 관계를 ‘하나의 중국’으로 표현한 지는 오래됐으나 ‘중국의 내정’이라는 표현은 최근에 많이 사용되는 듯하다. 관련 자료들에 따르면, 중국 관료나 관변 학자들이 요즘 즐겨 쓰는 이 표현은 서로 다른 층위의 세 지역을 포함한다. 첫째는 신장웨이우얼, 티베트처럼 중국이 실효 지배하는 지역이다. 둘째는 홍콩, 마카오, 인도 국경처럼 타국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조속한 완전 비핵화? 실현 가능성 없다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4월 중 발표할 새로운 대북정책에 북한을 포함한 관련 당사국들의 이목이 잔뜩 쏠린 가운데, 북한에 ‘빠른 시일 내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부터 성과를 내야 한다는 ‘단계적 비핵화’ 주장이 워싱턴 외교가에서 부쩍 설득력을 얻고 있다.1990년대 초반 북핵 위기가 처음 터진 이후 미국 국무부에서 비확산담당 실무 책임자로 오랫동안 북핵 협상은 물론 북핵 정책에 깊숙이 관여해온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담당 차관보가 ‘단계적 비핵화’ 방안의 대표적 주창자다. 현재 브루킹스 연구소 이란 핵 모델을 북한에 적용하겠다고?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전 세계에서 비난과 조롱을 받던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막을 내리고 동맹을 중시하는 다자주의 외교가 재등장할 조짐이다. 특히 바이든 당선자는 북핵 해결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해온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대신 공식 외교 채널을 통한 실무협상을 중시해 향후 비핵화 협상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바이든 당선자는 내년 1월20일 제59대 미국 대통령에 공식 취임하는 대로 ‘미국 우선주의’가 남긴 대표적 폐단이라 할 수 있는 ‘파리기후변화협약 및 세계보건기구(WHO) 북한은 다시 한번 판을 키우려 하는가 남문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에서 두드러진 대목은 북핵 문제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다. 핵무기의 추가 생산을 북한이 이미 중단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화했을 뿐 아니라 기존 핵무기의 비핵화 과정은 앞으로 험난할 것이라는 점을 동시에 언급했다. 핵무기 추가 생산 중단에 대한 언급은 ‘조·미 관계’를 언급한 부분에 들어 있다. “6·12 조·미 공동선언에서 천명한 대로 새 세기 요구에 맞는 두 나라의 요구를 수립하고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완전한 비핵화로 나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미국의 합리적 태도를 기대하며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최근 한반도 정세가 우려스럽다. 크게 세 가지 쟁점이 한반도를 떠돌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첫째는 북한의 비핵화와 제재 완화 문제다. 북한은 그간 풍계리 지하 핵실험장을 사실상 폐기했고,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부분 해체에 들어갔으며, 미국의 참관하에 나머지 부분도 폐기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한 9월 평양 공동선언 제5조 2항은 미국이 싱가포르 선언에 의거해 상응 조치를 취하면 북한 핵 개발의 심장부인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이 정도 했으면 미국이 부분적 제재 완화 의사를 밝혀야 하는 거 아니냐 이 주의 논쟁 시사IN 편집국 남문희 기자 bulgot@sisain.co.kr 이주의 논쟁 〈뉴욕타임스〉는 북한의 미사일 기지에 대한 미국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큰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요 발사장의 해체를 제시했지만, 재래식 및 핵탄두 발사를 강화할 수 있는 다른 기지 10여 곳에 대한 개선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뉴욕타임스〉 보도는 생뚱맞은 측면이 있다. CSIS 발표 내용은 한·미 군 당국에게는 구문일 뿐 아니라, 일반 미사일 기지 운용까지 중단하겠다고 북한이 약속한 바 없기 때문이다. ‘... 폼페이오의 4차 방북, 이것이 달라졌다 남문희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10월7일)에 대한 평가가 극단으로 나뉜다. 방북 사절단의 일원인 고위 관계자는 “지난번보다는 좋았지만 갈 길이 멀다(a long haul)”라는 신중한 반응을 내놓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보다 전향적이다. 10월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뒤 청와대를 찾은 그는 “오늘 북한 방문은 상당히 좋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 아직 우리가 할 일이 상당히 많지만 오늘 또 한 걸음 내디뎠다고 평가할 수 있다”라며 방북 성과에 만족감을 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10월9일(현지 시각) 백악관 북·미 앞에 다시 놓인 비핵화 방정식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10월7일 올해 들어 네 번째로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담하는 동안 그를 수행한 미국 관리들 역시 별실에서 북측 인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북측 관리들은 11월6일 치러질 미국 의회 중간선거에 큰 관심을 보이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때 평양을 방문하면 “멋진 일”이 될 거라며 은근히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행을 기대했다고 한다. 특히 북측 김성혜 노동당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후덕하다. 그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지금 여기서 만날 수도 없었을 것이다”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