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라 목사, 입으로 외치는 100명 대신 몸으로 싸웠던 단 한 명 김다은 기자 어깨에 두르는 무지개 가운이 가로로 누워 있었다. 무지개 십자가와 묵주, 반려동물 축복식 때 썼던 물건도 있었다. 함께 살던 동물 다섯 마리의 사진 옆에는 활짝 웃는 고인의 사진이 세워져 있었다. 임보라 목사다. 1968년에 태어나 2023년 2월4일 생을 마쳤다. 향년 55세. 제주 강정의 구럼비를 사랑하고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에 물러섬 없이 맞섰으며 교단 내 성폭력 피해자와 해고 노동자, 철거민 곁에 섰던 이다.3월11일 고 임보라 목사 추모문화제가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렸다. 원래 임 목사의 모교인 한신대학교 신학대 퇴직금 50억원 무죄 후폭풍 [기자들의 시선] 김동인 기자 이 주의 보도자료국토교통부가 2월7일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1기 신도시를 포함해 노후계획도시를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하고,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높이는 등 특례를 주는 정책이다. 20년 이상 경과, 100만㎡를 넘는 지역이면 어디든 노후계획도시에 포함된다. 그러나 이 정책이 ‘닭장 아파트’를 남발하게 만든다는 비판과 대규모 이주단지가 필요하다는 지역의 요구가 뒤따랐다. 용적률 200% 규모로 설계한 노후계획도시의 구조변경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주의 인물2월4일, 성소수자 인 아일랜드에서 온 신부, 평화운동가 되다 주하은 기자 처음부터 스스로 한국행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아일랜드 태생의 함 패트릭 신부(55)가 처음 한국에 온 것은 1991년, 아직 신학생이던 때였다. 해외 선교 실습을 나가게 된 그에게 담당 신부님이 한국으로 가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추천했다. 한국 지부에 예산과 인원이 부족해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같은 신학교에 한국인 친구도 있었기에 한국이 낯설지 않았던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 신학생 신분으로 장애인들을 만나 함께 실내화 만드는 일을 하며 대화를 나눴고, 이주노동자들과 상담을 했다. 30년 넘는 한국과의 인연이 이렇게 시작되 미류와 종걸, ‘평등의 봄’ 향한 단식 농성 일기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이종걸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미류와 종걸, 두 활동가가 다시 길 위에 섰다. 지난해 ‘평등길1110’ 도보 행진 이후 6개월 만이다. 목표는 같다. ‘차별금지법 제정’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농성장이 차려졌다. 무지개 커튼이 달린 이곳 ‘평등텐트촌’에서 두 활동가는 4월11일부터 26일째(5월6일 기준)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나중에’가 아닌 올봄에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미류 활동가는 “구조적 차별이 없다고 말하는 대통령의 정권이 시작되기 전에,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이제 ‘20대 남자’와 다른 ‘신세대’는 누구일까 조한혜정 (문화인류학자, ‘망가진 행성에서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길’을 찾고 있는 할머니 〈88만원 세대〉를 읽던 해를 떠올려봅니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 바로 직전이었군요. 이어서 출간된 한국 경제 대안 시리즈 4부작 〈직선들의 대한민국〉 〈촌놈들의 제국주의〉 〈조직의 재발견〉 〈괴물의 탄생〉 등을 읽으면서 가슴이 뛰었습니다. 그 책들은 정말이지, 탁월한 에스노그래피(문화기술지)입니다! 그 책들을 읽으며 “좋은 경제학자란 훈련받지 않아도 인류학자가 되는구나” “우 박사가 미국에서 유학했다면 이런 작품들을 써낼 수 있었을까?”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유럽에서 유학한 우석훈 같은 청년 학자들이 조만간 미국 편향의 식민 제주 제2공항 건설 뒷감당은 누가 하나 제주/글 나경희 기자·사진 이명익 기자 열세 살부터 전복을 땄다. 남편도 같은 마을 사람이었다. 덕분에 평생 제주 신산리 앞바다를 떠날 일이 없었다. “여기로 돌고래가 넘어가거든. 한참 물질하고 있으면 돌고래가 옆에 와요.” 바다에서 건져 올린 해산물로 살림을 꾸렸다. 그렇게 키운 자식들은 모두 육지로, 해외로 떠났지만 강형년씨(75)는 여전히 신산리 앞바다에서 물질을 한다. 제주 제2공항이 들어서면 활주로가 시작될 곳이다.아침 일찍 바다에 들어가 정오 무렵에야 뭍으로 나온 강형년씨는 취재진이 띄운 드론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고무마개로 귀를 막고 있어도 헬리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일본이 관건이다 남기정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교수) “조선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된다 해도 통일정권 출현은 쉽지 않을 것.” 한반도에서 정전이 성립한 직후, 일본 외무성이 작성한 대외비 문서의 결론이다. 일본은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계속할 의사가 없기 때문에 ‘조선 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필수라고 보았다. 그러나 ‘타협을 통해 내란이 통일로 발전한 예’도 없기 때문에 ‘남북 두 정권의 성립과 그 상태에서 평화 보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이 정전 성립 이후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국제 회담을 앞두고 일본이 내린 결론이었다. 간단히 정리하면 ‘전쟁도 통일도 아닌, 분 기자들의 시선 나경희 기자 이 주의 보도자료9월1일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서울시 성평등 언어사전’을 발표했다. 2018년부터 매해 9월 성평등 주간마다 발표해오고 있으니 올해로 벌써 세 번째. 시민 800여 명이 참여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선정된 올해 성평등 언어에는 자매결연 대신 ‘상호결연’, 유모차 대신 ‘유아차’, 학부형 대신 ‘학부모’, 미혼 대신 ‘비혼’, 미숙아 대신 ‘조산아’ 등이 뽑혔다. 출산율 감소 문제의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저출산’ 대신 ‘저출생’이라는 단어로 바꿔야 한다는 권고도 있었다.이 주의 의미 제주 풍경을 보는 두 가지 방법 [취재 뒷담화] 이종태 편집국장 이명익 사진기자는 최근 제주도를 다녀왔습니다. 유감스럽게도 휴가를 즐기기 위해서는 아닙니다. 제주도의 잃어버린 풍광을 기록한 제674호 포토IN ‘제주 풍경에 주인이 생기기 시작했다’를 만들러 갔지요. ‘성수기에 제주도 갔다’며 부러워했는데, 정작 편집국에 돌아온 그의 표정은 씁쓸했습니다.솔직히 털어놓길. 제주도 가서 기뻤지?제주도를 좋아하는 건 사실. 제주 4·3사건이나 강정해군기지 관련 취재는 물론 올레길을 걷기 위한 개인적 목적으로 방문한 경우도 다수. 많이 갈 때는 연간 10~20회까지.얼굴이 왜 그런가?아름다운 경관들이 계 점거 투쟁이 빚어낸 ‘대중의 힘’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국토교통부(국토부)는 2015년 11월, 제주 제2공항 건설 예정부지로 성산읍을 최종 결정했다. 국토부는 제주도에 또 하나의 제주 국제공항이 필요한 근거로 2045년까지 공항 수요자가 4500만명으로 늘어나리라는 자체 예측치를 내놓았다. 하지만 제주에 제2공항을 짓는 것을 반대하는 도민들은 현 공항을 확충하는 대안을 지지하는 동시에, 국토부가 제주에 건설하려는 제2공항의 성격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한다.국토부가 성산읍에 지으려는 제2공항의 성격을 옳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라는 기나긴 공식 명칭을 가진, 서귀포시 “백범 김구 지지한 ‘죄’로 처형당했다” 정희상 기자 해마다 6월이면 경기도 일산에 사는 전술손씨(73)는 마산 앞바다로 향한다. 한국전쟁 개전 초기에 희생된 아버지 전호극 소령을 기리기 위해서다. 전호극은 1946년 2월 입대해 1948년 진해 해군통신학교 교장이 되었다. 하지만 전호극은 여순사건 직후인 1948년 11월께 진해 해군통신학교장 관사에서 가족이 보는 가운데 특무대에 붙잡혀 갔다. 이른바 ‘해상의용군 사건’으로 조사를 받은 그는 징역 6년형을 선고받고 마산형무소에서 복역 중이었다. 1950년 7월 그는 군 헌병대에 끌려가 학살당했다. 군 특무대(CIC)에 체포돼 저... 아찔하게 무모했던 최초의 태평양 횡단비행 탁재형 (팟캐스트 〈탁PD의 여행수다〉 진행자) 인간이 최초로 배를 타고 태평양을 횡단한 것은 1521년 마젤란의 세계일주 항해 때였다. 비행기로 태평양을 건넌 것은 그로부터 410년이 더 흐른 뒤였다. 1929년, 1차 세계대전에서 미국 공군의 비행교관으로 활약했고 이후 곡예비행사로 이름을 날린 클라이드 팽본은, 부조종사이자 그의 재정적 지원자이기도 했던 휴 헌든과 함께 세계일주 비행 신기록 수립에 도전하기로 한다. 둘은 ‘미스 비돌’이라는 이름이 붙은 붉은색 벨란카 스카이로켓 기체를 몰고 뉴욕 공항을 이륙했다. 하지만 시베리아에서 신기록은 물 건너가고 만다. 중간기착지인... 얼굴 속 주름이 아니라 주름 속 얼굴을 김현 (시인) 4월26~27일 제주 무명서점에서 ‘304 낭독회’가 진행됐다. 쉰여섯, 쉰일곱 번째였다. 2014년 9월에 시작한 304 낭독회는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304명을 기억하기 위해 작가와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낭독회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주로 서울 곳곳에서 열리던 낭독회는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서울 이외의 지역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인천으로 갔고, 4월을 맞아 제주를 찾았다. ‘세월호’와 ‘제주’라는 이름을 포개어놓는 데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304명이 닿아야 했던 곳, 닿을 수 없었던 곳에서 열린 낭독회 일본의 욱일기가 외부 표식일 뿐이라고? 홍상현 (〈게이자이〉 한국 특파원) 일본 해상자위대가 10월10~14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한국 해군 국제관함식 참가를 포기했다. 한국 정부가 욱일기(旭日旗) 게양 반대 뜻을 밝히자, 스스로 불참 뜻을 알려왔다. 일본 이와야 다케시 방위장관은 욱일기에 대해 “국제법상 군대 소속 함정이라고 표시하는 외부 표식에 해당한다”라고 주장했다. 일본이 욱일기 게양을 고집하는 상황이 위화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애초부터 국가원수 등이 자국의 군함을 검열하는 행사인 관함식에 왜 ‘군대(military force)’가 아닌 ‘자위대(self defense fo... 또 기무사 문건, 이번에는 대선 개입 김동인·주진우 기자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조직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사례가 확인됐다. 〈시사IN〉은 기무사가 지난 7월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참고자료’ 문건을 입수했다. 군에서 통상 참고자료는 상급자에게 대면보고를 할 때 함께 제출하는 문건을 의미한다. 총 7쪽으로 구성된 참고자료는 기무사가 자신들의 과거 정치 개입 사실을 직접 정리한 문건이다. 이 문건은 국방부 장관을 거쳐 청와대까지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자료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정치 개입)는 이명박 정부 시절 기무사가 조직적으로 정치... 법원행정처가 만든 문건, 이렇다 김동인 기자 6월5일 대법원은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조사한 문건 파일 410개 가운데 총 98개를 공개했다. 조사 보고서에 인용된 문서 90개 외에도 그동안 세부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던 미공개 문건 8개 파일이 처음 공개됐다. 〈시사IN〉은 공개된 파일 가운데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된 대표적인 대목을 꼽아 날것 그대로 전달한다. ❶ 2015년 8월3일 작성된 ‘VIP (대통령) 보고서’다. 법원행정처는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독대를 앞두고 이 자료를 준비했다. 문건의 주된 내용은 상고법원 필요성을 피 평화, 첫발을 떼다 [편집국장의 편지] 고제규 편집국장 ‘기지’ ‘접근금지’ 따위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한참을 차로 달려도 경계가 이어졌다. 아이가 놀고 있는 리조트 내 물놀이장 위로는 스텔스기가 보였다. 그런다고 한들 관광객 눈에 ‘기지 섬’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몇 년 전 휴가 때 괌에 다녀왔다. 법적으로는 미국 자치령, 연방 비편입 지역이다. 본토 대통령이나 상·하원 의원 투표권이 없다. 제한된 자치를 누린다. 제국의 오랜 식민지를 거친 괌의 비극은 미군의 탈환작전 때도 계속되었다. 1944년 미군은 육해공 합동작전으로 괌을 점령했던 일본군을 제압했다. 탈환 과정에서 원주민... 구치소에서 만난 동네 아저씨들 차형석 기자 〈좁은 방〉은 만화가 김홍모씨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렸다. 1992년 김씨는 삼수 끝에 홍익대 미대에 입학했다. 어렵사리 입학한 대학의 수업은 기대만 못했다. 그는 강의실 대신 거리를 뛰어다녔다. 미대 학생회장,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을 했다. 이로 인해 수배를 받게 되고 1997년에 붙잡혀 투옥되었다. 구치소에서 보낸 8개월여 동안의 이야기가 〈좁은 방〉에 담겨 있다. 〈좁은 방〉의 주인공 ‘용민’은 조직폭력, 강도 등을 저지른 강력범죄자들 방에 수감된다. 전과 3범 이상이 모인 다섯 평 정도의 ‘강력누범방’. 영화에서나 본 조... 평창 주목하며 완전무장하고 주판알 굴리는 미국 남문희 기자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7월6일 한국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제123차 연차총회 때였다. 2003년과 2007년 거푸 고배를 마신 뒤였으니 삼수 끝에 이룬 쾌거였다. 당시 이 대통령은 직접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해 “평창이 올림픽을 유치한다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올림픽 개최가 결정된 7월6일은 홍준표 현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된 지 사흘 뒤였다. 당시 홍 대표는 며칠 뒤 이명박 대통령을 찾아가 “우리가 평창올림픽을 ... 세상에는 ‘관람’하는 잡지도 있다 장일호 기자 시(詩)를 좋아했다. 그래서 컴퓨터공학과로 진학했다. 시도 프로그램도 한정된 언어를 조합해 새로운 문맥을 만드는 일이라고 여겼다. 어려운 책을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될까 싶어 학회에 들어갔다가 당시만 해도 대학가에 흔했던 ‘나쁜 선배’를 만났다. 1999년 5월1일이었다. 처음 참여해본 노동절 집회에서 떠밀려 선두에 섰던 대학 1학년생은 다짐한다. ‘때려죽여도 다시는 이런 일 하지 말아야지.’ 그런데 무대에서 들려온 목소리들이 오래 귓가에 머물렀다. 아직 몰랐던 세상이 거기에 있었다. 홍진훤씨는 그날 이후 ‘집회 덕후’가 되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