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한 풍광 떠오르는 ‘아이슬란드적’ 노래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번역가 황석희씨의 글을 봤다. 요지는 이랬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꼭 좀 봐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유는 명확했다. 정말 잘 만든 좋은 영화라는 거다. 그러면서 그는 덧붙였다. 관객의 영화 선택이 까다로워진 시대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렇게 좋은 작품이야말로 관객으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었다. 대체 이런 영화가 흥행이 안 되면 어떤 영화가 흥행되어야 하느냐는 게 그가 던진 질문이었다.한마디 보태고 싶다. 나는 2000년대 이후 나온 모든 스파이더맨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을 다 보고 플레이한 사람이다. 그중 10월에 머문 사람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최민석씨 [이태원 참사 200일] 박미소 기자 5월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두 건물 사이 좁은 길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서로 스쳐 지나간다. 변한 것은 붉은색 가벽에 붙은 추모 메시지뿐. 200일 남짓 붙어 있던 종이쪽지들은 빛이 바랬다. 5월16일은 이태원 참사 200일이 되는 날이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가족 6명을 만났다. 그들이 쓰던 방과 물건을 통해 떠난 이들의 세상을 살펴봤다. 서른한 살 박현진씨와 정주희씨, 대학생 박가영씨와 최민석씨, 열여섯 살 이재현 군, 스물여덟 청년 조경철씨. 이들의 시간은 여전히 지난해 10월에 머물러 있다. (※희생자들 ‘인간 같은 성 기구’와 ‘성 기구 같은 인간’ 이상원 기자 리얼돌 수입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또다시 나왔다. 지난 1월14일 서울행정법원은 김포공항세관의 리얼돌 수입통관 보류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길이 159㎝, 무게 29㎏인 성인 여성 모양 인형’이 구 관세법에서 수입을 금한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 아니라는 것. 관세청은 항소하겠다는 방침이다.리얼돌은 사람 모양을 한 성 기구다. 마네킹처럼 겉모양만 닮은 게 아니라 성적 행위를 위한 모조 성기가 있다. ‘사람 같은 성 기구’라는 발상이 근래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는 자신이 만든 조각상과 사랑에 빠진 테일러 스위프트의 창작력에 ‘항복’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별 생각 없이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첫 곡 ‘윌로(Willow)’의 전주가 나오자마자 이렇게 되뇐 기억이 생생하다. “항복이다. 항복.” 내가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이유는 기실 뻔하다. 불과 5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여름 테일러 스위프트의 8집 〈포클로어(Folklore)〉가 발매되자마자 쏟아졌던 격찬 세례를 우리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까, 9집 〈에버모어(Evermore)〉는 아직 그 불씨가 채 꺼지지도 않은 시점에 공개한 신보가 되는 셈이다.테일러 스위프트의 설명에 따르면 “곡 쓰기를 멈출 수가 세금을 미술품으로 내는 ‘미술품 물납제’ 이상원 기자 ‘세금을 미술품으로 내게 하자’는 논의가 일고 있다. ‘미술품 물납제’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발상이지만 영국·프랑스·일본 등 일찌감치 시행 중인 나라도 있다. 이전에도 일부 미술인들이 국내 도입을 주장해온 제도인데, 코로나19 이후 미술계가 전례 없는 불황에 빠지자 ‘구원투수’ 격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미술품 물납제가 미술품 거래를 진흥하고 예술인들의 생계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곧 의원 입법도 나올 예정이다.법적으로 조세의 기본원칙은 금전 납부다. 그런데 금전 이외의 재화로 세금을 내는 ‘물납’이 완전 칸 영화제도, 루브르도 ‘잠시 멈춤’ 파리∙이유경 통신원 한국에선 ‘예술의 나라’로 알려진 프랑스 문화계가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문화예술 각 분야(음악·출판·미술·영화 등)의 대표를 모은 프랑스 문화인 단체 ‘프랑스 크레아티브’의 연구에 따르면, 2018년 프랑스의 예술문화 부문의 수입은 914억 유로(약 123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 5월17일, 라디오 방송 프랑스퀼튀르의 특집 〈코로나19:문화와 축제의 어두운 미래〉는 현재 국면을 ‘프랑스 문화계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맞는 위기’라고 진단했다. 방송에서 프랑스 음악저작권협회(SACEM) 장노엘 트롱 대표는 “코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 없이 ‘돌봄과 방역’이 가능할까? 변진경 기자 학교는 원래 위기였다. 입시 위주의 교육활동, 분절된 행정 체계, 학교 내 구성원 간 소통 부재, 차별과 소외…. 갈등이 번지고 삐걱대던 와중에 더 큰 위기가 닥쳤다. 코로나19라는 재난이다. 이 위기 속에서 주로 나오는 것은 교육부, 교육청, 정규직 교원들의 목소리다. 드러나진 않지만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일을 해온 교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도 잘 들리지 않는다. 조리사, 돌봄전담사, 교무실무사, 방과후 강사, 교육복지사, 사서, 시설관리사, 통학차량 운전사, 전산행정사…. 학교 내 직군은 80개 이상 뒹굴뒹굴 누워서 치르는 ‘온라인 전쟁’ 이경혁 (게임 칼럼니스트) 지금이 기회다 - 행복한 방구석 ⑦ 게임자녀들이 빠진 게임의 세계에 입문해볼 수 있도록 이경혁 게임평론가가 부모도 해볼 만한 당대의 게임 화제작을 알려준다. 부모도 스스로 즐거울 수 있는 게임, 동시에 교양과 사회적 메시지가 포함된 게임들을 두루 망라했다. 방구석 격리의 시대에 진가를 빛내는 디지털 게임의 세계에 첫발을 들이기에 어렵지 않은 구성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시대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플레이 투게더’ 캠페인을 제시했다. 온라인 디지털 게임은 같이 놀면서도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데 훌륭한 매체이기 때문이다 기자들의 시선 김연희 기자 이 주의 의미 충만마스크 양보가 캠페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건용 마스크(KF80, KF94)를 기부하면 면 마스크로 바꾸어준다. 이렇게 모은 보건용 마스크는 의료기관이나 노인, 임산부 등 건강 취약계층, 감염 취약 직업군에게 전해진다. ‘착한 마스크 나눔 캠페인’이다. 서울시에서는 3월16일부터 매주 월·수·금 오후 3~5시 주요 지하철역 100여 곳에서 캠페인을 진행한다. 수원 등 다른 지역에서도 마스크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이 주의 재미 충만코로나19에 맞서 외출을 자제하는 전 세계인들을 위해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베를린 난수표 넘어 짜릿한 희열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지금도 잊지 못한다. 2006년 8월15일. 광복절이었고 메탈리카의 내한 공연이 있었다. 예매는 필수였다. 아직 팔팔했던 터라 과감하게 스탠딩석으로 표를 지르고 서울 잠실주경기장에 들어섰다.내가 2006년 8월15일을 오매불망 기대한 이유는 또 있었다. 메탈리카 공연에 앞서 진행되는 오프닝이 밴드 ‘툴(Tool)’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툴’이라는 글자를 보고 흥분했다면 당신은 내 친구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그렇다. 툴은 이런 밴드다. 아는 사람들은 열광하고, 모르는 사람은 끝까지 모를 확률이 높다. 간단하게, 그들은 마니악 일본제철 끌려간 신천수의 역사를 바꾼 소송기 임재성·김세은 변호사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대리인) 신천수는 1926년 8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유복한 집안이었다. 기근이 발생했을 때 창고의 쌀을 꺼내 동네 사람들에게 나눠준 일, 다른 아이들에게 없던 하모니카를 가진 일은 선명한 기억이다. 신천수는 어린 시절 행복했다고 말했다.아버지의 금 채굴 투자 실패로, 열여섯 살 신천수는 1942년 전라남도에서 홀로 상경했다. 찻집이나 술집에서 닥치는 대로 일하며 받은 돈의 절반은 집으로 보냈다. 그러던 1943년, 식당 앞에 붙어 있던 모집 광고를 보았다. “오사카 제철소에서 2년간 훈련을 받으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다. 훈련 종료 후 무용 생태계의 ‘변종’이 나타나다 고재열 기자 한국의 무용 공연은 사흘이 마지노선이다. 보통 사흘 정도 제작할 수 있는 공연 지원금을 받기 때문이다. 간혹 내한 발레 공연이 이 한계를 뛰어넘기도 하지만 전통무용이나 현대무용 모두 사정은 마찬가지다. 사흘을 넘지 못한다. 장기 무용 공연은 없다.3일 동안 하는 공연도 좌석을 채우기 힘들다. 그래서 서로 품앗이를 한다. 무용 공연 뒤에는 무용수들이 로비에서 길게 수인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왔다 갔다는 걸 서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스승의 공연에 제자가 오고 그 제자의 제자들이 교복을 입고 따라온다. 일종의 예술 피라미드인 이해영 교수 반론에 대한 재반론 장정일 (소설가) 나는 〈안익태 케이스〉를 쓴 지은이의 집필 취지에 동의한다. 애국가의 작곡가가 반애국자여서는 곤란하다. 하므로 내가 짓지도 않은 제목, 〈시사IN〉 편집팀에서 단 ‘안익태는 애국자여야 했을까’에 책임져야 할 일은 없다. 실제로 독후감 어디에도 애국가의 작곡가는 애국적일 필요가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의 우려는 향후 있을지도 모를 애국가 공모에서 작곡가의 애국심을 심사하는 일이 무척 어렵다는 것을 지적할 뿐이다. ‘글로벌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도 이중국적자는 구설에 오르곤 한다. 또 대통령의 딸이 외국에 나가 사는 것이 비애국 “안익태가 친일·친나치라서 좋을까” 이해영 교수 평소 눈에 띄면 즐겨 읽던 ‘장정일의 독서일기’에 필자가 내 책 〈안익태 케이스〉를 다뤘다기에 살펴 읽었다(〈시사IN〉 제599호). 하지만 어째 좀 평자의 불편한 심사가 드러나는 데다, 내가 책 쓴 의도를 데면데면 파악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무엇보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해나 파악도 맞지 않는 것들이 있어 여기서 짚어본다. 먼저 사실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 말이 있다. 장정일에 따르면 “그(안익태)가 1943년 8월 18일, 나치의 인종차별주의 아래서는 지휘대를 유색인에게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베를린 필하모니를 ... 안익태는 애국자여야 했을까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올해 나온 책 가운데 이해영의 〈안익태 케이스〉(삼인, 2019)만큼 언론에 많이 소개된 책은 없다. 이 책은 〈조선일보〉를 뺀 중앙의 모든 일간지가 큰 비중으로 기사를 쓰거나 지은이와의 대담을 실었다. 그런 끝에 이 책과 저자는 공중파 텔레비전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에까지 진출했다. ‘국가 상징에 대한 한 연구’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이 주목받게 된 이유는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기 좋은 폭발력 있는 화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한 줄로 요약하면 ‘애국가를 만든 사람에게 애국심이 없었다!’ 바... 맛있는 빨간 열매가 머리 위로 톡 이루리 (작가∙북극곰 편집장) 이지은 작가는 아주 세련된 솜씨로 글과 그림의 하모니를 완성했습니다. 마치 뮤지컬에서 사랑하는 두 주인공이 노래하며 대사를 주고받듯, 글과 그림이 노래를 주고받는 것 같습니다. 이지은 작가의 글은 쉽고 간결하면서도 그림을 불러옵니다. 글을 읽으면 그림이 궁금해지고 그림을 보면 글이 궁금해집니다. 무엇보다 군더더기 없는 글은 그림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합니다. 흑백의 그림을 바탕으로 빨간색을 하이라이트 컬러로 이용한 것도 그림책 〈빨간 열매〉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기 곰이지만 아기 곰이 몰두하고 ... 눈발 휘날리면 ‘누드’의 볼륨 높여라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12월이 되었고, 대설이 지났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된 셈이다. 내 오랜 습관 중 하나, 겨울이 오고 눈이 쌓이면 집을 나설 때 반드시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그러고는 다음 3곡 중 하나를 감상하면서 천천히 눈길을 밟는다. 눈을 맞이하는 나만의 성스러운 의식이다. 누드(Nude) (라디오헤드, 2008) 춥다. 냉기가 밀려온다. 야호. 풍악을 울려라. 그렇다. 겨울이다. 겨울이라면, 마땅히 추워야 하지 않겠는가. 각자가 꼽는 최고의 계절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그중에서도 ‘여름이냐 겨울이냐’는 인류가 끝내 풀지 못한 난제 중... 기억해두자, 서사무엘이라는 가수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가끔씩 쇼케이스 사회를 본다. 대개 신보를 소개하는 자리인데 물론 모든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나만의 기준을 엄격하게 준수한다는 의미다. 뭐, 기준이라고 해서 특별한 건 아니다. 그 뮤지션의 전 앨범이 좋았을 경우에만 마이크를 잡고 사회를 본다. 최근에도 이런 뮤지션을 한 명 만났다. 바로 서사무엘이다. 서사무엘은 음악 좀 듣는 팬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이름이다. 뭐랄까. 그런 뮤지션 있지 않나. 90%는 채워졌는데 나머지 10%, 즉 기회라는 이름의 운만 맞는다면 더 큰 존재감을 발휘할 게 확실한 뮤지션. 서사무엘이 ... 사람의 목소리 닮은 하모니카 연주 이기용 (밴드 허클베리핀 리더) 허클베리핀 이기용이 만난 뮤지션 전제덕 한 뼘 남짓한 크기의 하모니카는 사람 체온에 가장 가까운 악기다. 사람의 들숨과 날숨만을 이용해 연주하는 악기는 하모니카가 유일하기 때문이다.전제덕은 현재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하모니카 연주자이다. 서정적 감수성과 화려한 테크닉을 동시에 갖춘 그의 연주는 독보적이다. 그와 같은 재즈 하모니카 연주자는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정도. 그는 생후 보름 만에 찾아온 원인 모를 열병으로 시력을 잃었다. 이후 시각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에 재학 중 사물놀이를 익힌 그는 세계 사물놀이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 ‘기억하라!’에 복수하다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집 앞의 헌책방에서 추리소설 다섯 권을 골랐다. 독자들이 습관적으로 추리소설이라고 부르는 미스터리 장르는 굉장히 범주가 넓은 세계인데, 내가 질색하는 것은 톰 클랜시로 대표되는 국제 첩보물과 〈다빈치 코드〉같이 역사와 추리를 결합한 것이다. 나는 이 책이 한창 유행할 때 제주도의 어느 펜션에서 다 읽고 나서 퇴실을 하며 탁자 위에 놓고 나왔다. 이런 얄팍한 책에는 독후감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다빈치 코드〉는 마이클 베이전트, 리처드 레이, 헨리 링컨이 함께 쓴 논픽션 〈성혈과 성배〉(자음과모음, 2005)를 무단으로 베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