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을 더 쥐여주면 출산율이 과연 오를까 주하은 기자 지난 1월18일, 총선을 80여 일 앞두고 여야는 나란히 저출생 정책을 발표했다. 양당이 내놓은 정책의 구체적 모습은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아이를 낳은 부모에게 현금성 지원을 늘려 출산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2024년 기준, 아이를 출산한 부모가 받을 수 있는 현금성 지원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아이를 낳자마자 받을 수 있는 ‘첫 만남 이용권’이 있다.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200만원 상당 바우처가 지급된다(둘째 이상일 경우 300만원). 아이가 생후 23개월이 될 때까지 ‘부모급여’도 받 노란봉투법, 그게 최선이었을까 [프리스타일] 전혜원 기자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때, 사실 별로 기쁘지 않았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거의 확실했기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어쨌거나 노사관계에 관한 법이다. 노동자뿐 아니라 사업주를 대변하는 정당과도 합의한 변화만이 현장에서 작동하고 오래갈 수 있다. 법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것이 못내 아쉬웠다.법 내용도 당초 논의와 달라졌다. 법원이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항상 인용하는 조항이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조다. ‘이 법에 의한 파업 편집자들이 먼저 찾는 ‘믿고 보는 송섬별’ [2023 행복한 책꽂이] 나경희 기자 문학 교사 아버지는 어릴 적 섬에서 별을 바라보던 밤을 떠올리며 첫아이의 이름을 지었다. 명함 속 길벗체로 쓰인 ‘송섬별’이라는 이름 아래 점자가 도드라졌다.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이 글씨체가 마음에 안 들고, ‘점자는 또 뭐지’ 싶은 분은 서로를 위해서라도 같이 일을 안 하는 게 좋으니까요.” 송섬별 번역가가 웃었다.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낭만주의 영시를 전공한 그는 곧바로 전업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드문 케이스다. 언젠가는, 남들처럼 40~50대쯤에 번역가가 될 줄 알았는데 기회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20대의 마 정부의 퇴행 속에서도 등불처럼 빛난 올해의 책들 [2023 행복한 책꽂이] 김영화 기자 “출판부터 결과까지 그 모든 과정이 출판계에 던진 하나의 문제 같다.” 〈세이노의 가르침〉을 올해의 책으로 뽑은 한 응답자의 답변이다. 최근 몇 년간 출판인이 꼽은 올해의 책 목록 가운데 자기계발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세이노의 가르침〉이 그 기록을 깼다. 1955년생 1000억원대 자산가가 자수성가하면서 경험한 바를 담은 자기계발서로, 2000년부터 세이노(SayNo, 현재까지 믿어온 것들에 대해 ‘노’라고 말하라는 의미)라는 필명으로 써왔던 글을 엮은 것이다. 출간 9개월 만에 75만 부를 돌파하며 교보문고·예스24 등에서 올 2023 올해의 사진 참여 작가 [2023 올해의 사진] 신선영 기자 김민사진가, 병역거부자, 전직 활동가, 시위대의 일부. 가끔 소소한 활동을 하고 대개 어두운 사진을 찍는다. 그 무엇도 전공하거나 졸업하지 않았다. 2018년 병역을 거부했고 현재는 교도소에서 대체복무를 수행하고 있다.김흥구다큐멘터리 사진가. 대표작으로는 제주 4·3을 다룬 ‘트멍’ 연작과 ‘좀녜(해녀)’ 연작이 있다. KT&G SKOPF 올해의 작가, 〈GEO〉 올림푸스 포토그래피 어워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책 〈사진, 강을 기억하다〉 〈웅크린 말들〉 공저자로 참여했다.도요다 나오미이라크·팔레스타인 등 분쟁지역을 누비다 20 언론에 대해 계속 말한다는 것 [프리스타일] 김영화 기자 11월20일 언론노조 KBS본부의 박민 사장 고발 기자회견을 취재하러 가는 길이었다. KBS 본관과 신관을 잇는 구름다리에서 한참을 헤맸다. 정신없던 와중에도 곳곳에 붙은 포스터가 눈길을 끌었다. ‘민노총 OUT’ ‘공영방송 정치세력화 반대한다!’ (언론노조 KBS본부와는 다른) KBS 노동조합의 것이었다. 바로 옆으로 ‘KBS 〈더 라이브〉 프리랜서 제작진 일동’이 쓴 성명도 있었다. 매일 밤 자정까지 헌신했던 프리랜서 제작진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혼란스러운 KBS 내부를 잠시나마 짐작해보게 하는 순간 격랑에 빠진 KBS, 내부에서 무슨 일이 김영화 기자 박민 KBS 사장 취임 이후 〈뉴스9〉의 기조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새 사장이 취임한 11월13일부터 22일까지 박장범 앵커의 첫 리포트를 살펴보면 국방·안보·외교 이슈가 가장 두드러진다. 바로 전주에 ‘노란봉투법’ 관련 소식이 세 차례나 첫 리포트로 오른 것과 대비된다. 행정전산망이 마비돼 전국적으로 민원서류 발급이 중단된 11월17일엔 방송사 메인 뉴스 가운데 KBS만이 유일하게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APEC 정상회의를 첫 리포트로 조명했다. 11월20일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당선된 밀레이 대통령에 대해서도 MBC·SBS·JT 금융 교육 확대 10여년, 영국의 오답노트 런던·김동인 기자 부(富)에 대한 콘텐츠가 넘치는 시대다. 사람들의 관심도 많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에는 저금리에 힘입어 투자 붐이 일기도 했다. 갖가지 일확천금 이야기가 일상을 자극했고, 욕망을 건드리는 서사가 넘쳤다. 누구나 쉽게 돈을 불릴 수 있다는 믿음으로 가득했던 시대를 겪으며 우리는 돈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금리인상이 시작되면서 그동안 자극받은 욕망은 리스크로 변해갔다. 물가상승과 부채로 인한 부담은 점점 커진다. 뒤늦게 우리는 막상 돈에 대해 잘 모르고 살았다는 점을 깨닫는다. 돈을 어떻게 쓰고 관리해야 하는지 교육받아본 “눈을 감고 걸어 나와.”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페이지보이엘리엇 페이지 지음, 송섬별 옮김, 반비 펴냄“내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꼈다.”2014년 자신이 퀴어임을 밝히고 2020년에는 트랜스젠더로 새 삶을 출발한 배우 엘리엇 페이지의 자서전이다. 29장에 걸친 에세이 끝에 그는 이렇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이 세상에 제가 존재할 자리를 내어준 모두에게, 글쎄요, 제가 얼마나 큰 행운을 누린다는 기분이 드는지 차마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어요.” 번역가의 세심한 고민 덕분에 책이 더 부드럽게 읽힌다. 무엇보다 책의 만듦새가 독특한데, 문을 열 듯 양쪽으로 펼쳐야 한다. 마 연금 정치,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전혜원 기자 모두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국민연금이다. 이대로라면 1990년생이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2055년에 국민연금은 고갈된다. 기금 고갈은 사실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의 국민연금은 낸 보험료의 두 배 이상을 연금으로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들어온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돌려줘야 하니, 언젠가 기금이 고갈되는 건 당연하다.문제는 한국의 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국민연금은 40년 동안 월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면, 은퇴 뒤에는 일할 때 벌던 할리우드가 멈췄다, 한국 창작자도 움직인다 임지영 기자 릭 클리블랜드는 2010년 넷플릭스 최초의 오리지널 드라마 중 하나인 〈하우스 오브 카드〉의 작가 겸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배우 케빈 스페이시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참여하는 1억 달러 예산의 ‘대형 작품’이었다. 에이전트를 통해 넷플릭스가 제안한 가격을 본 순간, 그는 12년 전 첫 직장에서 받은 연봉보다 적은 금액이라는 걸 깨달았다. ‘웹드라마’였기 때문이다. 당시 업계에는 스트리밍 작품에 대한 고료 개념이 없었다. 〈웨스트윙〉으로 에미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는 최근 〈LA 타임스〉 기고문에서 ‘작가들의 파업을 이해하고 싶은가 ‘샤넬 선글라스’ ‘시럽급여’ 대신 윤석열 정부가 이야기해야 할 것들 김동인 기자 “재계약하지 않겠습니다.” 64세 유정태씨(가명)는 지난해 7월, 3년 동안 일한 빌딩 경비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1년짜리 계약직이라 매년 재계약을 했지만 회사는 더 이상 유씨를 쓰지 않겠다며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처음으로 실업급여를 받아봤다. 3년 이상 재직한 50세 이상 실업자에게는 총 7개월 동안 실업급여가 지급되었다. 시간 날 때마다 워크넷(고용노동부 취업 포털)에 들어가 이력서를 넣었지만 은퇴 연령에 가까운 유정태씨를 쓰려는 회사는 없었다. 실업급여를 받은 지 4개월쯤 됐을 무렵, 유씨는 내일배움카드를 발급받아 전기기능사 ‘KBS 안 보는데 왜 수신료 내야 하느냐’, 양승동 전 KBS 사장이 답했다 김영화 기자 TV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납부하도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본격 발효되자, KBS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시행령이 공개적 토론이나 이해 조정 없이 통과됐고 헌법상 기본권인 ‘방송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졸속 추진, 방송 장악, 공영방송 흔들기 등 정부를 향한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국민 여론이 KBS에 달갑지만은 않다. ‘KBS를 안 보는데 왜 수신료를 내야 하느냐’는 주장이 그렇다. KBS는 구성원들도 '약한 고리'라 칭해온 재원 구조를 애초에 왜 손보지 않았나. 수신료란 ‘탄탄한’ 재원이 방 폭우 속에서 터진 배달 라이더의 눈물 [극한 기후, 극한 노동④] 변진경 기자 배달 라이더 장희석씨(45)는 오토바이 운전석 앞에 파란색 미니 우산 하나를 꽂고 다닌다. 예쁘라고 단 게 아니다. 내리쬐는 여름철 햇빛으로부터 핸드폰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햇빛 받아서 뜨거워지면 (스마트폰) 충전도 제대로 안 되더라고요.”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 대행 플랫폼 앱을 통해 콜을 받는 장씨에게 핸드폰은 소중한 생계 수단이다.정작 장씨의 머리 위에는 햇빛을 가려줄 보호막이 없다. “낮 12시 넘어 해가 머리 위로 올라가면 햇빛 피할 데가 거의 없어요. 너무 더울 때는 버스 옆에 섰을 때 생기는 그늘도 감사할 지경 타이완 기자들이 민식이법을 주목한 까닭 [사람IN] 변진경 기자 타이완에는 ‘보행자 지옥(行人地獄)’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보행자가 횡단보도나 인도 없는 도로 위에서 차량에 치여 죽거나 다치는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자 생긴 말이다. CNN 등 외신이 이 문제를 다루면서 더 유명해졌다. 스위스 외교부는 자국민에게 안내하는 각국 여행 정보 가운데 타이완의 ‘교통 및 인프라’ 섹션에 이런 평가를 써놓았다. “출퇴근 시간 많은 운전자들의 예측 불가능하고 무모한 행동으로 인해 사고 위험이 상당합니다.” 지난해 타이완에서 교통사고로 인해 보행자 394명이 사망하고 1만6000명이 부상을 입었다.타이완 공영 타이완 미투 이끌어낸 ‘파도를 만드는 자들’ 나경희 기자 대선을 앞둔 선거캠프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다. 남자 직원이 홍보국 신입 여직원의 허리를 은근슬쩍 만지다가 걸린 것. 가해자의 상사는 피해자에게 사과하라고 할 테니 적당히 묻고 가자고 회유한다. 즉답을 피한 피해자의 상사는 그날 노래방까지 이어진 회식 자리에서 술을 잔뜩 먹고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그냥 이렇게 넘어가지 말아요. 세상에는 이렇게 그냥 넘어가면 안 될 일들이 많아요. 그냥 넘어가게 된다면 사람이 천천히 죽을 거예요. 죽을 거라고요.” 수화기 너머 상대는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그렇게 할게요. 우리 넘어가지 마요. 수학에도 논리가 필요하다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수학자가 들려주는 진짜 논리 이야기송용진 지음, 다산초당 펴냄“무한을 이해하려면 함수부터 알아야 한다.”위상수학의 권위자인 송용진 인하대 교수가 수학자의 장점을 살려 쓴 대중적인 논리책이다. ‘논리적으로 사고하기’와 관련된 인문학적 내용과 더불어 논리의 생활화가 필요한 이유를 조곤조곤한 말투로 들려준다. 수학과 논리학의 역사를 소개하는 가운데 논리적 사고법의 기초부터 역사적으로 유명한 다섯 가지 패러독스에 이르기까지 쉬운 설명을 제공한다. 특히 인공지능에 대해 학습할 때 수시로 등장하지만 정작 이해하기는 힘든 수리논리학의 개괄적 이 ‘AI 그림 시대’ 창작이란 무엇인가 전혜원 기자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주장은 그동안 말만 무성할 뿐 검증된 적이 없다. 그런데 어떤 분야에서는 이미 현실로 느끼고 있다. 놀랍게도 그림 업계가 그렇다. 물론 그중에서도 일부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파장은 작지 않다. 비단 한 업계만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인터넷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소설을 ‘웹소설’이라고 한다. 웹소설 작가가 되려면 네이버·문피아·조아라 등 플랫폼에 무료 연재를 시작하는 게 보통이다. 독자 반응이 좋으면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 계약을 하는 식이다. 이때 독자를 끌어모으기 위 출판인들이 마포에서 ‘책소동’ 벌이는 이유 [사람IN] 김영화 기자 고립된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프리랜서 창작자들에겐 익숙한 일상이다. 혼자 일하다 보니 업무량 조절부터 정신 건강 관리가 가장 어려웠다. 공황장애 증상도 찾아왔다. 구술생애사 작가이자 ‘딸세포’ 출판사 대표인 김은화씨(36‧맨 오른쪽)의 이야기다. 여성 생계 부양자를 수면 위로 드러낸 〈나는 엄마가 먹여 살렸는데〉가 대표작이다. 일할 공간을 찾아 집과 도서관, 카페를 매번 전전했다.불안 증상이 사그라든 건 2020년 7월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이하 ‘플랫폼 P’)에 입주하면서다. 마포구가 출판업계의 소규모 창작자를 지원하기 위해 홍 작가에게 ‘작품 수정하라’는 독자의 탄생, ‘PC’인가 ‘검열’인가 임지영 기자 이미 고인이 된 작가의 문학작품이 수정되고 있다. 지난 3월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미권 최대 출판 그룹인 하퍼콜린스가 1920년에서 1976년 사이 발표된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 일부 표현을 삭제하거나 수정했다. 이제 독자들은 명탐정 ‘에르퀼 푸아로’와 ‘미스 마플’ 시리즈 일부 개정판에서 원작과 달라진 표현을 접하게 된다. 수정 대상은 ‘현대 독자들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표현’이다. 주로 인종차별적 표현이 이에 해당한다.대표적으로 여성 캐릭터의 상반신을 ‘검은 대리석’에 빗댄 표현이나 흑인을 비하하는 용어(N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