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여름 지리산 난개발 리포트 구례·남원 이오성 기자 수명을 다한 굴삭기 고무벨트가 산 중턱에 버려져 있었다. 아직도 땅은 굴삭기에 파인 자국으로 선명했다. 얼마나 많은 나무가 잘려 나갔을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지리산국립공원과 겨우 170m가량 떨어진, 고개를 들면 노고단으로 향하는 길목인 성삼재가 올려다보이는 곳이었다.3월 말 어느 아침이었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 관산리 사포마을 주민 박홍진씨는 산책을 나왔다가 마을 뒷산 소나무 숲이 통째로 사라진 걸 목격했다. 한 군데가 아니었다. 뒷산 곳곳 소나무 숲이 잘려 나갔다. 벌목 작업을 하던 인부들에게 물어보니 “소나무 재선충 방제 작 〈녹색평론〉은 반드시 필요하다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2021년 창간 30주년 기념호인 181호를 내고 잠정 휴간에 들어갔던 격월간 〈녹색평론〉이 계간지로 발행 형식을 바꾸어 2023년 여름호를 냈다. 휴간 도중인 2022년 한 해 동안 작고한 김종철 발행인의 유고 원고를 모은 〈발언 Ⅲ〉, 이보 모슬리의 〈민중의 이름으로-가짜 민주주의, 세계를 망쳐놓다〉, 김명수 시집 〈77편, 이 시들은〉 등이 나왔지만 단행본만으로는 급변하는 생태환경과 생태주의 실천에 필요한 목소리를 모두 담아낼 수 없다.복간호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직접 거론한 글 세 편과 반전·평화주의 물고기의 떼죽음을 우아하게 말하기 [여여한 독서] 김이경(작가) 〈햇빛도 때로는 독이다〉를 쓴 독성학 전문가 박은정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코로나 팬데믹 시국에 필수품이 된 손소독제가 바이러스만 죽이는 게 아니라 건강한 피부막도 손상시키며, 주성분인 염화벤잘코늄은 폐 손상까지 일으킬 수 있단다. 깜짝 놀라서 어린아이를 키우는 조카네와 친구들에게 바로 기사를 보냈다. 아뿔싸, 한발 늦었다. 초등학교 5학년짜리가 이미 손소독제 때문에 피부과에 다닌다고 한다. 별 생각 없이 화학 살균제를 사용해온 나 자신은 물론이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있었는데도 소독제 사용을 강권해놓고 부작용은 모르쇠하는 정부에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2021 농촌 리포트 보은·의성·남원/글 이오성 기자·사진 이명익 기자 세상에 두 가지 커다란 거짓말이 있다. 하나가 ‘농자천하지대본’이다. 까마득한 옛 문헌부터 나온다. 또 하나는 ‘경자유전의 원칙’이다. 우리 헌법 제9장에 나온다. 예나 지금이나 농민이 천하의 근본이었던 적이 없고, 농사짓는 사람만이 농지를 소유하는 세상도 없었다. 농민이 세상의 으뜸이라면, 이토록 세상의 관심에서 멀어질 리 없다.2020년 기준 231만7000명. 전체 인구의 4.5%를 차지하는 농민의 이야기는 기억 속에 박제된 풍경이나 미디어 속 겉모습으로만 남아 있다. 조용한 농촌 마을에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졌거나, 선산으로 [기자들의 시선] 가로수 일부러 죽인 사람을 찾습니다 차형석 기자 이 주의 인물8월15일(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 무장 조직 탈레반이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을 장악했다(사진). 2001년 10월에 미국은 ‘9·11 테러의 주범인 알카에다를 보호하고 있다’는 이유로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고, 두 달 만에 탈레반을 카불에서 축출한 바 있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의 최고지도자는 하이바툴라 아훈자다이다. 아훈자다는 파키스탄에서 이슬람 교리를 가르치던 학자였다. 학자에서 탈레반 최고지도자로 변신한 그는 1년에 한 번씩 메시지를 발표하는데, 공개 활동은 이 발표가 전부 생리대 문제 제기하니 유난 떨지 마라? 윤정원 (녹색병원 산부인과 과장) 진료실에 오는 환자들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처음에 문제가 된 생리대를 몇 년간 썼는지를 이야기하던 분노와 걱정에서, 어차피 패드·탐폰 다 똑같다며 체념하고 생리를 안 하는 방법을 묻는 환자가 늘었다. 환경호르몬은 생리대만이 아니라 살충제 달걀에도, 햄버거에도 있다고 이야기하면 다시 낯빛이 어두워진다. 그러는 사이 생리대 문제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허가와 위험 관리 의무를 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문제 제기를 시작한 여성환경연대를 비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유해물질 생리대 문제를 공론화한 시민단체와 특정 기... GMO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 까닭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유전자조작(변형) 농산물(GMO)이 미국을 비롯해 상업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지 20년이 되었다. 지난 20년 동안 GMO를 재배하는 나라는 초기에 늘어나던 속도가 점차 줄어 최근 몇 년간은 27∼28개국에 머물러 있다. 이 나라들의 공통점을 들자면 하나같이 땅이 넓고 경작 규모가 크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나라에서 GMO가 종자로서 재배 승인을 받 GMO 쌀 허용하는 ‘창조농정’ 김은남 기자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76·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대표)은 밀짚모자에 갈옷 차림이었다. 살고 있는 빌라 옥상에 손수 가꾼 텃밭을 돌보다 나온 참이라고 했다. 각종 푸성귀에서 보리·밀까지 한 해 삼모작을 거뜬히 해치우는 6년차 도시농부인 그가 요즘 뿔이 단단히 났다. 지난 9월 초 한 세미나에서 농촌진흥청(농진청) GMO개발사업단장이 “올해 안에 GMO 벼( 한국 식품법의 불편한 얼굴 송기호 (변호사)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 가게에서 사과를 산다. 사람들이 먹고 마시는 식품은 눈에 보이지만 그 너머의 지배자는 보이지 않는다. 식품 뒤에는 식품법이 있어서 식품의 운명을 결정한다.깊은 바다 속의 바닷물은 인류의 역사보다도 더 오랫동안 존재했다. 그러나 그 바닷물이 ‘해양심층수’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식탁에 올라올 수 있게 된 것은 법 다큐의 바람이 분다… 당신을 위한 네 편의 영화 고재열 기자 8월 말에 열린 EB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EIDF)에서 9월 말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60쪽 기사 참조)까지 한 달은 다큐멘터리의 계절이다. 국내외 다큐멘터리 수작들이 소개되어 관객과 만난다.크지는 않지만 다큐멘터리 시장도 제법 형성되어 있다. 방송사 VOD 서비스 중에서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를 제외하고는 EBS 다큐멘터리가 가장 많이 다운로드되는 것 ‘침묵의 봄’을 다시 부른다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전 농림부 장관) 이 책은 생태주의자요 환경주의자인 생물학자 레이첼 카슨의 생애와 유산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일상과 관행에 젖어 제 이익만 좇아 살아온 우리 인간에게 대자연의 경이와 생명체의 존엄성을 깨우쳐준 위대한 선각자의 외롭고 의로운 인생 스토리다. 노년에 병마와 고독에 시달리면서 레이첼 카슨은 마침내 불후의 명저 〈침묵의 봄(Silent Spring)〉을 완성한 ‘유전자 변형’ GMO, 이미 한국 밥상 점령했다 이오성 기자 용어부터 정리하자. GMO를 일컫는 가장 보편적인 용어는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이다. 글자 그대로 ‘유전자를 변형한 생물체’라는 뜻이다. 유엔 등 국제협약에서는 LMO(Living Modified Organisms:살아 있는 변형 유기체)라는 용어도 널리 쓴다. 유전자라는 대목을 빼버리고 살아 있음을 강조했다. 반면 GMO에 반대하는 이들은 Modified(변형된) 대신 ‘Manipulated’(조작된)를 사용한다. 지금도 언론은 물론, 정부 부처에서도 사용하는 용어가 제각각이다. 변형과 조작, 한국 1·3위 종자 회사도 결국 몬산토가 인수 김동인 기자 “세계은행과 IMF 구제금융 덕분에 그동안 막혀 있었던 우크라이나 내의 GMO 생산이 가능해질 수 있다.”지난 7월 미국 민간 싱크탱크 ‘오클랜드 인스티튜트’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쪽으로 가는 길(Walking On The West Side)〉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2014년 우크라이나에 대한 IMF와 세계은행의 구제금융 여파가 농업 개방으로 이어지리라 전망한다. 유라시아의 대표적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가 결과적으로 더 많은 땅을 다국적 농업기업의 재배지로 내놓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보고서 공저자이자 연구소 착한 농사로 이룬, ‘월급 받는 농부’의 꿈 김은남 기자 난데없이 깻잎 따기 특명이 떨어졌다. 언니네텃밭 무안공동체에 속한 황선숙씨(47)를 취재하러 갔다가 벌어진 일이다. 이 날 소비자들에게 보낼 제철 꾸러미를 배송해야 하는데, 거기 들어갈 깻잎을 아직 다 따지 못했단다.재촉을 받으며 향한 텃밭 입구에는 시퍼런 풀이 무릎 넘게 자라 있다. 제초제를 쓰지 않고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다 보니 자란 것들이란다. 풀이 그래, 생각이 에너지다 김은지 기자 아침에 일어나 정신없이 회사에 출근한다. 야근에 회식까지 겹치면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은 늦다. 거주하는 공간은 먹고 자는 곳 이상의 의미를 찾기 힘들다.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사는 대부분의 삶은 비슷하다. 동네는 어느새 노인이나 유모차를 끄는 엄마가 채운다.‘도시 사람에게 동네는 어떤 의미일까?’ 일상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 각자 거주하는 동 우리는 왜 도시에서 농사를 지으려 하는가? 오진아 (서울 마포구의원·진보정의당) 최근 2~3년 사이 도시농업은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동네 골목과 아파트 발코니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텃밭 상자(재활용한 스티로폼 상자와 빨간 대야)는 이제 각 자치구에서 ‘보급형’으로 제작되어 배급되고 있고, 학교 운동장이나 건물 옥상에서도 도시농업의 꿈이 자라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단지 내에 텃밭을 조성해 분양하는 아파트까지 등장했다.마포구에서 기계 소리만 나면 산으로 올라갔지 송지혜 기자, 손지은·이아인·김수민·배준용 인턴 기자 2013년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 개막식이 있던 1월29일 밤 10시. 강원도 강릉시 구정면 구정리에 사는 이순남씨(55)는 남편 이인식씨(60)와 이날 처음으로 얼굴을 맞댔다. 이씨네는 새벽별 보고 나갔다가, 저녁별 보고 들어오는 ‘농성 부부’다. 이씨는 강릉시청 앞 농성장에, 남편은 강원도청 농성장에 머물렀다. 그나마 남편은 지난해 12월 강원도가 골프장 차가운 거리 위, 100년보다 긴 하루 시사IN 편집국 윤주형, 최강서, 이운남, 최경남, 이호일. 18대 대통령 선거 뒤 잇달아 노동자들이 삶을 포기했다. 이들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살자’고 외쳤다. 하지만 대답 없는 메아리에 그쳤다. 깊은 좌절, 그리고 극단적 선택. 2013년 새해에는 이런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현재 ‘함께 살자 농성촌’은 전국적으로 수십 곳. 〈시사IN〉은 대한민국 농성촌 12 배상금 한 푼도 못 받는 주민이 6만명 송지혜 기자 간밤에 내린 비가 ‘멍텅구리배’(무동력 새우잡이 배) 바닥을 가득 채웠다. 1월23일 오전 9시, 하얗게 말라버린 굴 껍데기 무덤에서 이근주씨(70)가 배에 올라 바가지로 빗물을 퍼냈다. 지난 일주일간 애써 캐놓은 굴이 비바람에 망가지지나 않았는지 살피러 나온 터였다. 아내와 둘이서 공을 들였는데도 그물 10개를 채우지 못했다. 2007년 12월7일, 충남 풀과의 전쟁, 하이고 죽겄네 권산 (지리산닷컴 운영자) 마을 노인들은 열이면 열한 분은 우리가 하는 짓이 ‘안 된다’는 의견이었다. 격려와 응원보다는 지적과 암울한 전망을 내놓는 것이 대세였다. 파종을 하지 않은 땅이 훨씬 넓기에 5월에는 풀이 올라왔다. 당연히 왜 제초제를 하지 않는가라는 것이 관전자들의 주요 참견 내용이었다. 그 외에도 참견 내용은 다양했다. 밭고랑에 물 고인다, 두덕이 얕다, 비닐을 씌워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