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여왕은 떠나고 총리는 바뀐다권석하 지음, 안나푸르나 펴냄“한국인이 아는 영국은 잘못된 영국이 많습니다.”지은이는 1982년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영국에 가서 현재까지 살고 있다. 40년 넘게 영국에 살며 한국인의 눈에 비친 영국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영국과 유럽 문화에 대해 여러 매체에 기고했다. 영국 국기 유니언잭은 서울의 어느 카페 소파 쿠션에도 있고, 머그잔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막상 영국에 대해선 잘 모르는 것 같다는 게 그의 소감이다. 예를 들어 영국 왕은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말이 그렇다. 영국의 모든 법률은 “지도자감이라는 게 제대로 나오지 못한다.”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국회에서 지도자감이라는 게 제대로 나오지 못한다.”이번에는 주황색 점퍼를 입은 김종인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이 2월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말. “어느 날 갑자기 대통령이 엉뚱한 곳에서 나오곤 하는 풍토”가 있다며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정치를 바꿀 수 없다”라고. 정작 자신도 5선 국회의원 출신이라는 점과 ‘엉뚱한 곳’에서 대통령이 나오는 데 일조했다는 점은 말하지 않는, 전혀 새롭지 않은 정치세력의 잔소리. “RE100 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떤가.”지난 대선 때 ‘보스’가 당했던 수모를 앙갚음하고 싶었던 ‘KBS 안 보는데 왜 수신료 내야 하느냐’, 양승동 전 KBS 사장이 답했다 김영화 기자 TV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납부하도록 하는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본격 발효되자, KBS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시행령이 공개적 토론이나 이해 조정 없이 통과됐고 헌법상 기본권인 ‘방송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졸속 추진, 방송 장악, 공영방송 흔들기 등 정부를 향한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국민 여론이 KBS에 달갑지만은 않다. ‘KBS를 안 보는데 왜 수신료를 내야 하느냐’는 주장이 그렇다. KBS는 구성원들도 '약한 고리'라 칭해온 재원 구조를 애초에 왜 손보지 않았나. 수신료란 ‘탄탄한’ 재원이 방 퀸도 아바도 레드 제플린도 혹평에 시달렸다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밴드를 꼽으라면 그 대답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떤 밴드가 이름을 올릴 것인지 정도는 추측해볼 수 있다. 그중 가장 강력한 후보로 '레드 제플린'을 선택한다면 반론 제기할 사람, 거의 없지 않을까.통상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해당 분야의 전설일 경우, 데뷔와 동시에 주목받았거나 혹은 그렇지 못했더라도 소수의 비평가·팬들이 반응해 결국 레전드 반열에 등극했을 거라고 지레짐작한다. 꼭 그렇지는 않다. 등장과 동시에 평단의 혹평에 시달렸지만 결국 명예의 전당에 오른 뮤지션·밴드가 부지기수 올해, 위대한 연주자 네 명이 세상을 떠났다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올해 들어서만 벌써 여러 차례 부고를 접했다. 그들 중 직접 노래를 부른 것이 아닌 ‘연주자’의 이름이 여럿 있었기에 추모의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대표곡도 부기했다.제프 벡 (향년 78세)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2010년 첫 내한공연 당시 한국에서 기타 좀 친다고 하는 프로 연주자들이 짜기라도 한 듯 곳곳에 앉아 있었다. 우리는 보통 누군가를 존경할 때 다음 같은 헌사를 바친다. ‘해당 분야의 멤버들이 존경하는 멤버.’ 제프 벡이 그런 연주자였다. 그는 기타리스트들의 기타리스트였다. 적어도 일렉트릭 기타 연주 하나만 놓고 보자 낮엔 회사원 밤엔 작가, 계급장 떼고 쓰는 웹소설의 세계 임지영 기자 이낙준 작가가 노트북 앞에 앉았다. 이날 써야 할 분량은 연재작 세 편이다. 〈A.I. 닥터〉 〈포스트 팬데믹〉 〈검은 머리 영국 의사〉 각 1화씩. 목표 분량을 화면에 띄워놓고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키보드 소리가 멈추지 않자 실시간 댓글 창에는 그의 집필 속도에 대한 감탄이 흘러나왔다. 쓰면서 마시는 카페인 음료가 무엇인지, 연재 플랫폼 사이트에서 바로 쓰는 건지 질문이 나오자 작가가 타이핑을 멈추고 답변했다. 유튜브 채널 ‘작가친구들’에서 선보인 라이브 방송이었다. ‘한산이가’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이낙준 작가는 웹소설을 쓴다. 죽은 아들에게 쿠팡이 보낸 메시지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모기가 우리한테 해준 게 뭔데?프라우케 피셔·힐케 오버한스베르크 지음, 추미란 옮김, 북트리거 펴냄“그런데도 이 세상의 많은 일이 인간 위주로 돌아간다.”생물다양성은 단지 각양각색 생물이 많다는 의미만이 아니다. 생태계가 다양해야 하고, 그 속에서 다양한 종이 살아가야 하며, 같은 종 안에서도 유전자가 다양해야 한다. 현재 학자들은 지구상에 약 800만 종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추측한다. “생물이 그렇게나 다양하다면, 당연히 그 모든 종이 다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들 법하다.…미리 누설하자면 ‘그렇다, 정말 다 필요하다.’” 모기마 [기자들의 시선] “제가 사는 서초동 아파트도 침수됐다” 전혜원 기자 이 주의 장면 1일가족 3명이 폭우로 숨진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반지하 주택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사진. 대통령실은 참사 이튿날인 8월9일 윤 대통령이 우산을 쓰고 쪼그려 앉아 현장을 보고 있는 이 사진에 “국민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등 문구를 넣어 홍보용 카드뉴스를 올렸다.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8월10일 “참사 현장이라 불편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다. 죄송하다”라며 삭제 방침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당시 현장에서 주민들을 만나 “제가 사는 서초동 아파트는 언덕에 있는데도 1층이 침수될 정도였다”라는 말을 남겼다 취향이라는 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냐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취미라고 쓰지 않고 취향이라고 쓰면 왠지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추측하건대 취미는 구체적인 무언가를 가리킨다. 반면 취향은 좀 추상적이다. 음악으로 예를 들어볼까. 나에게는 취미가 하나 있다. LP라고도 부르는 바이닐(Vinyl)을 수집하는 것이다.하지만 이걸 취향이라고 칭하지는 않는다. 내 취향은 글쎄, 내 취향에 맞는 음악 듣기가 아닐까 싶다. 내 취향에 맞는 책을 읽거나 취향 저격 게임을 하는 것 역시 내 취향이다. 말장난하려는 게 아니다. 취향은 표현하기 참 난감한 단어다. 사전을 펼쳐본다.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음악의 신’ 에릭 클랩턴, ‘논란 제조기’ 된 사연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에릭 클랩턴은 전설이다. 이걸 부정할 사람은 없다. 1960년대에 “클랩턴은 신이다”라는 찬사를 받은 뒤로 그는 수많은 명곡을 쏟아냈다. 확실히 그렇다. 우리가 블루스에 기반한 로큰롤을 논할 때 에릭 클랩턴을 빼놓고 말할 수는 없다.이제 음악 외적인 측면을 한번 살펴보자. 에릭 클랩턴은 끊임없이 구설에 올랐던 인물이다. 대표적으로 1976년 그는 지금도 많이 언급되는 인종차별 발언으로 비판받았다. 당시 에릭 클랩턴은 심각한 알코올의존자였다. 술에 취해 무대에 오른 그는 믿을 수 없는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요약하면 “흑인과 이민 표준계약서 있지만 하루아침에 해고당하는 사람들 권지현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영남지회 부지회장) 방송작가들은 오랜 기간 계약서 없이 일해왔다. 그것이 관례였기 때문이다. 2017년 말 처음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를 마련했지만, 그것은 노동자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방패막이라기보다 지금까지 관행을 명문화해놓은 것에 불과했다. 계약서 시행 이후에도 방송사의 말 한마디로 하루아침에 해고당하는 작가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아직까지 계약서를 쓰지 않는 곳 또한 수두룩하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계약서가 있으나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 계약서를 쓰지 않아도 아무 제재를 받지 않는 고용주,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이 지속 뉴스에 안 나오는 뉴스, ‘KBS·MBC·SBS는 근로감독 받는 중’ 전혜원 기자 방송에는 안 나오는 뉴스가 있다. 방송사가 근로감독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4월27일부터 고용노동부가 KBS·MBC·SBS에 대해 근로감독을 시행 중이다.흔히 프로그램은 PD가, 뉴스는 기자가 만든다고 여긴다. 그러나 아이템을 발굴하고 사람을 섭외하며 원고를 쓰는 방송작가가 없이는 방송이 나오지 못한다. 방송사들은 이들을 ‘프리랜서’로 간주해왔다. 프리랜서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소속이 없이 자유계약으로 일하는 사람’이다.문제는 방송작가들이 실제로는 그다지 자유롭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지난 3월19일 “그 정치인은 왜 그럴까?” 이상돈이 답하다 김은지 기자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70)는 거침이 없다. 최근 펴낸 회고록 〈시대를 걷다〉도 마찬가지다. 현실 정치에 참여하며 겪은 일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기본이 ‘실명 토크’라 읽는 재미가 있다. 구체적인 상황 묘사 덕에 그림처럼 그려지는 장면이 많다. 정치부 기자나 정치 고관심층이라면 궁금할 ‘그 정치인은 왜 그럴까’를 짐작하게 만드는 내용이 이어진다.이를테면 국정농단의 사달을 짐작하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 2012년 박근혜 대선 캠프에 들렀던 그는 캠프 총괄본부장이던 최경환 의원과 당시 박근혜 후보 수행을 맡은 안봉근 비서관이 서로 좋은 게 좋은 거? 전 한 번도 좋았던 적이 없는데요 권지현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영남지회 부지회장) “좋은 게 좋은 거지, 너무 깐깐하게 그러지 맙시다.”누구나 알고 있는 이 말은 너무도 일반적이어서 무슨 정언명령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시간과 공간, 위치 등 모든 조건이 다른 상황에서도 이 말은 언제나 필요할 때 외울 수 있는 주문처럼 살아 있다. 그러나 그 주문은 아무나 외지 못한다. 권력의 우위를 점한 자만이 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고3 수능을 마친 나는 피자집에서 생애 첫 아르바이트를 했다. 어느 날, 사장님은 주말은 아무래도 손님이 많으니 평일보다 한 시간만 더 일찍 나와 준비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열아홉 살이었 ‘노조를 한다는 것은 외로움에서 벗어나는 일’ 권지현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영남지회 부지회장) 일주일에 한 번 하는 독서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다. 오전 11시라는 시간 조건상 참여자는 대부분 오전 시간이 편한 주부들이었다. 그런데 막상 모임을 거듭하다 보니 책 읽자고 모인 자리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시작은 늘 책이었으나 어느 순간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놓게 된 것이다. 행복의 이유는 비슷하지만, 불행의 이유는 제각각 다르다는 말처럼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사연을 이야기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가사노동의 고단함부터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한 가정사까지 대개가 어디 가서 말하자니 못난 사람 되는 것 같고, 그렇다고 입 ‘방송작가도 노동자다’ 20년 만의 인정 권지현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영남지회 부지회장) 지금까지 나는 두 번의 ‘시위 현장’을 경험했다. 2001년과 2021년 꼭 20년의 간격을 두고. 2001년 나는 대구 MBC 앞에서 검은 조끼를 입은 여성들을 만났다. 며칠째 방송국 정문 앞을 지키고 앉아 있다던 그들은 동료 작가의 해고를 두고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었다. 얼마 전 개편을 거치며 동료 작가가 PD의 말 한마디로 해고됐기 때문이다. 봄·가을 개편 때마다 조립제품을 부수고 만들듯 프로그램을 없애고 신설하며, 부품 몇 개 빼내듯 작가들의 자리를 빼버리는 어이없는 상황은 마치 방송계의 고유한 문화처럼 자행되고 있었다. 함 시사IN 제 710호 - 오! 아파트 이종태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와의 수다·기사 후~폭풍·퀴즈 말말말 이 주의 그래픽 뉴스 기자들의 시선 포토 IN/ “시설에서 나와. 다 있어. 더 좋고 자유가 있어”COVER STORY IN1년짜리 시장이 쏘아 올린 부동산 정치오세훈 서울시장이 공약대로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서울 부동산 문제’는 1년짜리가 아니다.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이어지는 정치적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ISSUE IN 미얀마 시민들이 묻는다, 포스코와 군부의 관계를 범죄 자금 된다는 것을 포스코가 모를 리 없다 계약관계 너머에 매일 출근하라면서 책상은 주지 않는다 권지현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영남지회 부지회장) 처음 방송사에서 구성작가로 일하던 20대, 나는 책상에 개인 물건은 볼펜 한 자루도 놔두지 않았다. 그건 어느 날 프로그램이 없어지면서 자리를 잃게 된 한 선배가 그간 쓰던 물건을 두 손 가득 챙겨 들고 나가던 힘없는 모습을 본 뒤부터였다. 프리랜서인 방송작가의 자리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프로그램의 신설과 폐지에 따라 좌우된다는 걸, 그때 알았다. 그리고 자의에 의한 혹은 정년에 의한 아름다운 퇴사란 프리랜서 방송작가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그래서 나는 늘 초라하지 않은 마지막을 생각하곤 했는데, 그것은 회사에 아무 흔적도 빛 좋은 개살구 ‘인디펜던트 워커’ 권지현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영남지회 부지회장) 코로나19의 등장은 우리 사회의 많은 것들을 흔들어놓았다. 난생처음 겪어보는 경험 앞에서 모두들 ‘위기’를 얘기했고, 그 위기 속에서 노동시장에는 ‘인디펜던트 워커’라는 말이 등장했다. 인디펜던트 워커(independent worker:독립적 노동자)란, 기업의 성쇠와 경제 흐름의 변화 등 수많은 외부 변수에도 결코 일을 잃지 않고 독립적이면서 자유롭게 또 주체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해고와 실직이 가시화되면서 노동시장이 불안해지자 이러한 ‘인디펜던트 워커’라는 새로운 직업의 형태가 사람들에게 하나 태초부터 방송작가는 비정규직만 있었다 권지현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영남지회 부지회장) 대학교 4학년 시절, 나는 취업 준비에 몰두하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진로는 일찌감치 방송작가였다. 그러던 중 지역 민영방송사에서 방송작가 모집 공고가 났고, 나는 구비 서류를 제출하고 필기시험과 면접을 봐서 합격했다. 한 달간의 교육 기간을 거쳐 방송 현장에 투입되었다. 그렇게 모든 절차와 과정을 거쳐 받아든 내 신분은 ‘프리랜서’였다. 프리랜서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그때, 교육 기간 중 한 팀장은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너희를 뽑았으나, 우리는 너희를 책임질 수 없다.”프리랜서. 지금이야 이 말이 흔하게 사용되지만 1999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