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사는 민중과 어떻게 만나야 할까 [역사의 뒤 페이지] 조형근 (동네 사회학자) 1959년 3월20일은 몹시 추웠다. 눈보라도 몰아쳤다. 이미륵의 9주기 기일이던 그날, 전혜린은 이미륵의 친구였던 독일인 T, S와 함께 뮌헨 교외의 묘지를 찾았다. 무덤은 거친 들판 가운데 작은 공동묘지 안에 있었다. “그의 무덤은 아무 장식도 없고 아무 데나 굴러다니는 것 같은 돌로 만든 작은 비석 위에 단 세 글자, 새겨진 한문 李彌勒 때문에 누구의 눈에나 금방 띄었다. … 나는 화환을 비석 앞에 갖다 놓았다(전혜린,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1966).”전혜린(1934~1965)은 시대의 신드롬이었다. 수학을 0 윤석열 대통령이 새 법무부 장관 지명한 까닭 [기자들의 시선] 문상현 기자 이 주의 지명윤석열 대통령이 1월23일 신임 법무부 장관에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을 지명했다. 박 후보자는 윤 대통령이 대구지검 초임 검사일 때부터 가깝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자 지명 시기를 놓고 법무부와 검찰 안팎에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당초 법무부는 차관 체제가 총선 이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실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퇴 요구 논란 직후 인사가 이뤄졌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설로 법무부와 검찰에 동요가 이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위원장이 주도 갇힌 소녀상, 빗물이 눈물처럼 흘렀다 [포토IN] 조남진 기자 서울시 종로구 수송동 85-5번지 옛 일본 대사관 앞. 이곳에 ‘평화의 소녀상’이 있다. 2011년 12월14일 1000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기념해 세워졌다. 빗방울이 떨어지던 9월13일 수요일 정오, 수요시위는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 곁에서 열리지 못했다.2020년 6월24일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극우단체가 먼저 집회신고를 해 자리를 선점했다. 소녀상 훼손을 우려한 서울 종로구청이 시설보호 요청을 하자, 경찰은 소녀상 주변에 철제 울타리를 겹겹이 설치했다. 그로 인해 일반인의 접근은 불가 누가 양공주를 멋대로 규정하는가 [역사의 뒤 페이지] 조형근 (동네 사회학자) 한국 텔레비전 역사상 최고 시청률(65.8%)을 기록한 프로그램은 KBS 2TV의 드라마 〈첫사랑〉(1996~1997)이다. 무명 배우 손현주가 밤무대 마스터 주정남 역할로 인생 역전을 이뤘다. 극중에서 부른 노래가 인기를 얻자 앨범도 냈다. 그중 ‘내 이름은 순이’라는 노래가 히트했다.“내 이름은 순이랍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에레나예요/ 그냥그냥 십팔번으로 통한답니다/ 술이 좋아 마신 술이 아니랍니다/ 괴로워서 마신 술에 내가 취해서/ …/ 그날 밤 극장 앞에서/ 그 역전 캬바레에서/ 보았다는 뜬소문도 거짓이에요.”군대 갔다 온 ‘플라워 데모’, 일본 사회의 성범죄 인식 바꿨다 도쿄·이령경 편집위원 2월11일 오후 7시 도쿄역 광장에 꽃을 든 시민들이 하나둘 모였다. 매달 11일 일본 각지에서 열리는 ‘플라워 데모(Flower Demo)’다. 참석자들은 지난 2월3일 법무장관 자문기구인 법제심의회가 내놓은 성범죄 관련 형법 개정안을 반겼다.2019년 3월 일본에서 성폭력의 실상을 도외시한 성범죄 관련 ‘무죄’판결이 네 건 잇달았다. 첫째, 2019년 3월12일 후쿠오카 지방법원의 판결. 술에 취한 피해 여성이 가해 남성의 성폭력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인정하면서도, 희미하게나마 여성의 의식이 있었고 그래서 동의했다고 남 [기자의 추천 책] 목숨과 이름을 모두 빼앗긴 다섯 명의 여자 나경희 기자 책 제목 아래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다. ‘잭 더 리퍼에게 희생된 다섯 여자 이야기.’ 영국의 연쇄살인마 잭 더 리퍼의 이름은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그에게 살해당한 피해자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1845년생 매리 앤 폴리 니컬스, 1841년생 애니 채프먼, 1843년생 엘리자베스 스트라이드, 1842년생 캐서린 에도스, 1863년생(추정) 메리 제인 켈리.저자 핼리 루벤홀드는 가해자에게 전혀 관심 없다. 18~19세기 영국 여성사를 연구하는 그가 집요하게 뒤쫓는 건 피해자들의 생애다. 하지만 130여 년 전에 이미 살 그룹 활동 중단 BTS의 마지막 메시지, “Stop Asian Hate” 임지영 기자 왜 방탄소년단(BTS)이었을까. ‘아시아계·하와이원주민·태평양제도 주민(AANHPI) 유산의 달(5월)’ 마지막 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을 찾은 BTS는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를 근절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BTS의 전속 무대가 된 그날의 분위기를 전하며 ‘주요 우선순위를 환기시키기 위해 유명인의 힘을 활용한 백악관의 최신 사례’라고 정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권운동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할 당시를 회상하며 “유명 아티스트는 사람들을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됐다”라고 인문학 박사가 편의점 점주 된 사연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반전의 한국사안정준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는 시대착오적 국수주의 역사 인식을 비판하려는 의도를 담았다.”수천 년 전 이 땅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건조한 문장으로 쓰인 교과서의 방대한 지식에 금방 빠져드는 이는 많지 않다. ‘우리’와 타자의 대결이라는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이도 있다. 이렇게 하면 마치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듯 역사적 사건에 더 몰입하게 된다. 그러나 저자는 “역사학은 본래 국적이 없다”라고 적는다. 가치관과 이데올로기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려는 생각이 역사관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고 친 〈조선일보〉, 언론이 사진을 다루는 위험한 방식 이상엽 (사진가) 〈조선일보〉가 큰 사고를 쳤다. 불법 성매매 기사에 일러스트를 함께 실었는데, 조국 교수 부녀의 모습이 담긴 것이다(그뿐만 아니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이병헌·변요한의 모습도 담겨 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것은 이 일러스트가 자사 지면에 서민 교수가 쓴 ‘조민 추적은 스토킹 아니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칼럼에 이미 실렸던 것이라는 점이다. 즉 일러스트를 재활용한 것이다.이 사건에서 내가 궁금했던 점은 〈조선일보〉의 자사 이미지 라이브러리의 운영 방침이었다. 사건 직후 〈조선일보〉는 일러스트의 재활용을 금지하겠다고 했지 말말말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그 사람 무시하세요.”이용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가 존 마크 램자이어 하버드 대학 로스쿨 교수에 대해 한 말. 램자이어 교수는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하는 논문을 써서 논란을 부른 인물. 2월16일 이씨는 하버드 대학 아시아태평양계 로스쿨 학생회가 연 화상 세미나에 출연해 이렇게 당부. 예로부터 어른들 말씀이, ‘관종’에게는 무시가 답.“MB도 임기 말까지 레임덕 없다고 큰소리쳤다.”2월17일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 이제 임기가 1년 정도 남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하산 준비나 미국 문학 수업의 ‘그냥 작가’와 ‘흑인 작가’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작년 말에 친구들과 리처드 라이트의 장편소설 〈미국의 아들〉(창비, 2012)을 읽었고, 올해 초에 앨리스 워커의 〈그레인지 코플랜드의 세 번째 인생〉(민음사, 2009)을 보았다. 그리고 다음 차례로 글로리아 네일러의 〈브루스터플레이스의 여자들〉(민음사, 2009)을 읽기 전에, 막간을 틈타 혼자서 제임스 볼드윈의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열린책들, 2020)을 읽었다. 이 작가들은 모두 ‘아프로 아메리칸(Afro-American)’이다.볼드윈의 소설은 뉴욕의 흑인 거주지역 빌 스트리트가 무대다. 주인공 포니와 클레멘타인 정의의 역사가 보낸 105년 만의 윙크 김형민(SBS Biz PD) ‘지난 100년 동안 산더미처럼 쌓인 영화들 가운데 최고의 작품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글자 그대로 우문(愚問)일 거야. 사람마다 취향에 따라 답이 다를 테니까.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1999년 송년호에서 이런 답을 내놓았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단 한 편의 영화”로 영화 〈대부〉를 꼽은 것이지. ‘옛날 영화’라면 고개를 흔들겠지만 〈대부〉는 꼭 너와 함께 보고 싶은 영화 중 하나다. “영화는 지루한 부분이 커트된 인생”이라는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말을 좀 비틀어 말하면 “지리한 부분이 커트된 역사” 같은 영화이기 때문이 아픈 현실 외면하는 우리 안의 사이코패스 김형민(SBS Biz PD) 대개 범죄에는 이유가 있다. 배가 고파서 물건을 훔친다든지, 누군가를 격렬히 증오해 흉기를 휘두른다든지, 돈을 노리고 다른 이의 뒤통수를 친다든지. 하지만 우리는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는, 핑계조차 댈 수 없을 만큼 불가사의한 범죄와 종종 맞닥뜨리곤 한다. 재미와 쾌락을 위해 살인을 즐겼던 부류들, 다른 이의 고통에 공감하기는커녕 고통을 주는 자체에 짜릿함을 느끼고 죄책감은 터럭만큼도 없는 기이한 존재들. 우리가 ‘사이코패스’라고 부르는 이들 말이다.이 괴물 같은 존재를 가려낸 최초의 임상 전문가는 19세기 초 프랑스인 정신과 의 한국 성매매 산업의 정치경제적 전환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여성이 성매매에 종사하게 되는 원인에 대해서라면 도서관 하나를 짓기에 충분하다. 이 주제는 사회학이나 인류학이 정교한 분석을 시작하기 훨씬 이전부터, 문학작품의 중요한 원천이었다. 세계 문학의 고전이라는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1866), 에밀 졸라의 〈나나〉(1880), 톨스토이의 〈부활〉(1899)이 그렇고, 번역본을 찾기보다 영화를 보는 것이 더 쉬운 다니엘 디포의 〈몰 플랜더스〉(1722)가 그렇다. 플랜더스(〈몰 플랜더스〉)와 소냐(〈죄와 벌〉)는 각기 고아라는 불우한 출신 성분과 빈곤 때문에 성매매를 하게 되고(Ⓐ), 가엾은 하나님, 어두운 골목에서 울고 있을까 김형민(SBS Biz PD) 1980년대 대학가의 노래 가운데 ‘혀 짤린 하나님’이라는 노래가 있어. 하나님을 부르긴 하지만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와는 거리가 멀지. “우리들에게 응답하소서 혀 짤린 하나님/ 우리 기도 들으소서 귀먹은 하나님/ 얼굴을 돌리시는 화상 당한 하나님.” 전지전능의 하나님은커녕, 혀가 잘리고 얼굴에 화상을 입은 하나님, 이렇게 하나님을 실컷 욕보인 다음, 노래는 고백한다. “그래도 내게는 하나뿐인 민중의 아버지.” 노래는 다시 고함친다. “하나님 당신은 죽어버렸나/ 어두운 골목에서 울고 있을까/ 쓰레기 더미에 묻혀버렸나/ 가엾은 하나님 말말말 [말말말] 임지영 기자 “공산주의자 문재인을 몰아내야 한다.”분식 프랜차이즈 업체인 ‘국대떡볶이’ 김상현 대표가 자신의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 올린 글. “문재인은 북조선 편” “대통령부터 청와대를 점령한 사람들은 간첩” 따위 극단적인 발언을 이어가면서도 자신은 상식을 말했을 뿐이라고. 그를 바라보는 가맹점주들의 심정은 어떨까.“학자적 양심이고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상욕 먹으며 일하는 ‘노가다’ 의사다.”9월24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선처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한 이국종 아주대 교수를 규탄하는 보수 단체의 집회에 직접 등장한 이 교수가 ‘ ‘리얼돌’이란 딜레마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이상원 기자 ‘리얼돌(real doll)’이라는 명칭은 모순적이다. 가짜일 수밖에 없는 ‘사람의 모형’을 ‘진짜’라고 부른다. 겉보기에 사람과 몹시 흡사하다는 의미이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인간의 피부, 체모 등을 질감까지 재현한 인형이다. 사람 체온과 비슷한 것도 있다. 무엇보다 리얼돌의 가장 큰 특징은 성기가 달려 있다는 점이다. 머리 없는 리얼돌은 있지만 성기 없는 인형은 리얼돌이 아니다. 주된 목적이 성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얼돌은 섹스돌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음지의 취향에 머무르던 리얼돌은 한국 사회에 여러 난제를 던진다.리얼돌을 이 주의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과거 일본에서는 한국을 매춘 관광으로 찾았는데 나는 (매춘 관광을) 하기 싫어서 잘 가지 않았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에토 세이치 보좌관이 8월1일 일본을 방문한 한국 국회의원들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렇게 말해. 어떻게든 대화의 물꼬를 터보겠다고 찾은 방일 의원단에게 저지른 무례. 아베 총리를 비롯한 측근들의 계속되는 망언 시리즈.“한국이 북한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미국에 상당한 금액을 더 내기로 동의했다.”8월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에 이렇게 밝혀. 합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일본은 늘 우월하다는 게 우익의 믿음” 김영화 기자 영화 〈주전장〉이 상영되는 2시간 동안 극장은 헛웃음과 탄식이 이어졌다. “한국은 시끄럽게 구는, 버릇없는 꼬마처럼 귀여운 나라다(가세 히데아키, 일본회의 대표위원)” “국가는 사죄해서는 안 된다(후지오카 노부카쓰,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대표)” “그들은 성노예가 아니었다. 매춘부였다(켄트 길버트, 캘리포니아주 변호사)”. 일본 극우 민족주의자 8명의 발언이 스크린을 통해 가감 없이 전달됐다. 〈주전장〉은 극우주의를 표방한 영화는 아니다. 일본계 미국인인 감독을 중립적인 제3자라고 생각했던 일본의 극우 인사들이 카메 진보 보수 따로 없는 가짜 사진의 덫 이상엽 (사진가) ‘가짜 뉴스’ 있는 곳에 ‘가짜 사진’이 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진행한 KBS 송현정 기자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부실한 인터뷰 자체야 얼마든지 비판받을 수 있다. 그런데 기자에 대한 온갖 신상 정보가 알려질 때부터 심상치 않더니, 그가 ‘박근혜 추종자’라며 그 증거로 박근혜 대통령 시절 청와대 취재 사진까지 동원됐다. 사진 속 인물은 송 기자가 아니었다. 다른 취재기자가 송 기자라고 지목되어 SNS에 퍼졌다. KBS는 가짜 뉴스에 대한 법적 조치까지 예고했다.사실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확신에 찬 주장 또는 그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