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이 모르거나 감추는 사실, ‘세상에 공짜 재건축은 없다’ 김동인 기자 단어 하나가 정책의 맥락을 다르게 전할 때가 있다. 1월10일 상당수 언론이 그랬다. “30년 넘는 아파트, 안전진단 없이도 재건축”이라는 헤드라인이 포털 사이트를 뒤덮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를 찾아 노후 아파트 현장을 둘러본 뒤 주택정책 관련 ‘민생 토론회’를 주재했다. 토론회에 맞춰 정부는 이른바 ‘1·10 대책’으로 불리는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가장 주목받은 내용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였다. 이날 민생 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안전진단 없이 바로 재건축에 마술 같은 PF, ‘불신 지옥’으로 가는 관문인가? 이종태 기자 금융위기는 ‘믿음의 위기’다. ‘믿음’은 ‘돈을 빌려주면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일종의 느낌. 믿어야 돈을 빌려줄 수 있다. 많은 이가 믿지 않으면, 자금 흐름의 중단으로 금융위기라는 사회적 재앙을 터뜨리게 된다. 그야말로 ‘불신 지옥’.최근 우려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는 ‘부동산 개발’을 둘러싼 ‘믿음의 체계’가 해체되고 있다는 의미다.사실 ‘부동산 개발’은 애당초 믿음이 머물기 어려운 부문이다. 개발사업의 주체이며 최종적 ‘차주(돈을 빌린 측)’는 ‘시행사’다. 시행사는 ‘대주(돈을 빌려주는 측)’들로부터 돈을 빌리 금리가 높든 낮든, 공급 부족만 외친다 김동인 기자 정부가 9월26일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9·26 대책)을 발표했다. 3기 신도시 등 공공부문의 주택 공급량을 늘리고, 민간의 공급도 활성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이번 정책 발표 배경에 대해 “최근 주택 공급(인허가·착공)의 위축으로 장래 수급불균형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언론에서 연일 ‘공급이 줄고 있다. 이대로 두면 2~3년 후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대두되었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응답이라는 것이다.‘공급 부족’은 익숙한 말이다. 각종 부동산 규제정책이 발표되던 문재인 정부 초반에도, 우리 집은 왜 망했나, 딸이 그려낸 IMF 그 후 김영화 기자 22년 전 이맘때였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추석 연휴가 오기 전, 초등학교 5학년이던 마민지씨는 집에서 혼자 TV를 보고 있었다. 갑자기 초인종이 울리더니 곧이어 누군가 ‘쾅쾅' 문을 두드렸다. 그전에도 “아빠를 찾는 사람들”이 찾아왔던 터라 인기척을 내지 않으려 했다. 몇 분이 지났을까, 집 안의 모든 가전제품에서 ‘뚝'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전기료 납부가 밀려 전기가 끊긴 것이었다. 어둑해진 집을 빠져나와 경비실과 마트, 공중전화 부스를 한 시간 넘게 돌아다니고 나서야 퇴근하는 엄마를 만났다. 서러움에 눈물이 터졌다.그날이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라 프론테라김희순 지음, 앨피 펴냄“세계화는 우리들 사이에 놓인 장벽을 허물어뜨리지 못했다.”책 제목은 스페인어로 ‘국경’이라는 의미다. 장벽과 철조망 따위로 가로막힌 3100여㎞ 경계.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선은 국지적 경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책은 지리적으로 형성된 국경선을 두고 미국과 멕시코라는 두 세계가 조우한 역사를 풀어내며 최근 팬데믹 국면까지 논란이 된 두 나라 간의 갈등 양상을 설명한다. 우리에게는 너무 먼, 아무 관련 없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국경을 무대로 한 미국과 멕시코의 공생과 긴장 관계, 그 부동산시장 한파, 다주택자 규제완화 카드로 녹을까 김동인 기자 2022년 연말, 경남 창원에 있는 중견 건설업체 D사가 최종 부도 처리됐다. D사는 2022년 11월로 예정되어 있던 어음 22억원을 결제하지 못했다. D사는 경남 지역 도급순위 18위 업체로 최근까지 창원시 일대에서 각종 상가 건물을 공사·계획 중이었다. 500억원이 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현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던 D사는 결국 22억원을 막지 못했다.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22년 부도 처리된 건설업체는 5곳이다. 2021년 2곳에 비해 늘었지만, 절대적 숫자만 놓고 보면 많다고 보기 어렵다. 2017년 17곳, 공급 부족하지 않은데 집값이 올랐던 이유 이종태 선임기자 외국계 자산운용사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는 배문성씨는 2019년에 큰 실수(?)를 한 적이 있다. 스스로 집계한 데이터들과 분석 틀을 통해 ‘앞으로 집값이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던 것이다. 그러나 2020년을 맞으며 집값은 배씨의 전망과 반대로, 마치 날개 돋친 듯 치솟았다. 거의 모든 부동산 전문가와 언론들은 ‘서울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집값이 오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들은 아파트 공급 물량이 “반토막” 난다거나 “감소세로 돌아섰다”라며 집값 상승을 예측했다. 이는 시민들의 투자 의사결정에 PF의 마법은 어떻게 시한폭탄이 되었나 이종태 선임기자 부동산 개발에는 엄청난 돈이 든다. 건설사업의 추진 주체(시행사)인 재건축조합이나 개발업자들은 돈이 없다. 빌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행사들은 영세해서 신용도가 낮다. 또한 건설사업에서는 수익(분양대금)이 발생해서 돈을 갚기까지 빨라도 3~5년 걸린다. 이런 사업에 누가 돈을 빌려주려 할까. 저신용도의 차입자에게 거액을 수년 동안 빌려줘 묶어놓아야 겨우 원리금을 받을 수 있다. 더욱이 해당 사업이 망해서 본전도 찾지 못할 리스크까지 있다.돈을 빌리려면 이런 악조건들을 극복해야 한다. 우선, 수년이 아니라 수개월 정도의 단기에 원리 둔촌주공아파트에 살던 고양이들은 어떻게? 이상원 기자 ‘생태계’라는 말은 인적 드문 곳을 떠오르게 한다. 열대우림이나 초원, 최소한 인근 야산에는 가야 동식물의 터전에 닿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에도 생태계는 있다. 인간을 피해 다니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인간을 이용하는 생물들이 가까운 곳에서 함께 살고 있다. 길고양이가 대표적이다. 고양이는 주차장에서 태어나고 주민들이 주는 사료를 먹으며 화단이나 지하실에서 죽는다. 수 세대 동안 살아온 아파트 단지가 없어지면 사람에게 의존해온 이 동물은 모두 어떻게 될까. 3월17일 개봉한 〈고양이들의 아파트〉(정재은 감독)의 관심 재건축 최대 사업 ‘흔들’ 이명익 기자 8월12일 정부가 오는 10월부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서울, 과천, 분당 등 전국 31곳에 달하는 투기과열지구의 민간택지에 건설될 아파트가 적용 대상이다. 정부 발표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다소 누그러졌다.단일 재건축으로는 최대 규모인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1만2032가구, 일반분양 4784가구)도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8월13일 찾은 이곳은 철거 공사가 한창이었다. 재건축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재산권 침해 소송을 하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여기, 고양이가 있다 장일호 기자 벌써부터 매일 이사 가는 소리가 들린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는 최근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았다. 7월 말부터 본격적인 이주를 시작해 내년 1월이면 모든 가구가 이곳을 떠난다. 1980년 1월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 단지에는 모두 5930가구가 살았다. 대로변에는 5층짜리 낮은 아파트를, 중심부에는 10층짜리 고층 아파트를 배치해 어느 곳에서나 햇볕이 고루 들고 바람이 잘 통했다. 그리고 이제는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가 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2022년 초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어디나 마찬가지이지... 아파트라는 이름의 ‘사설 오아시스’ 변진경 기자 “첫째, 아파트는 한국인들의 전통적인 생활양식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한국인들 대부분은 소유주가 되기를 원하는데 아파트 거래에는 땅이 포함되지 않는다. 셋째, 많은 가구들이 한 건물에 거주하기 때문에 각 세대는 그들의 생활수준이 곧바로 이웃에 노출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1971년 이화여대 이효재 교수(사회학)가 왕립아시아학회에서 발표한 ‘한국인들이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아파트” 변진경 기자 〈아파트〉에서 저자 박철수 교수는 사람들의 기억과 관심이 살아 숨쉬는 장소를 모두 쓸어 없애는 아파트를 비판하며 말한다. “기회만 되면 언제든 넓은 아파트로, 재개발을 기다리며 갈아탈 준비를 구조화하는 지금의 아파트 단지는 마땅히 찾아갈 고향이 될 수 없다.”하지만 아파트에서 나고 유년기를 보낸 젊은 세대에게 이 말이 꼭 들어맞지는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