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 우리는 미쳤어.”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레이크사이드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하빌리스 펴냄“맞아. 우리는 미쳤어.”한국에도 수많은 팬을 가진 일본 장르문학의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입시 서스펜스’. 학폭, ‘괴물 학부모’, 입시 비리 등 교육을 둘러싼 이슈들이 최근 한국에서 연이어 터지고 있지만, 일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더욱이 일본에서는 유치원부터 유명 사립대까지 그대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식’ 진학 시스템 때문에 이른바 상류층 아이들은 빠르면 만 3세부터 입시를 준비한다. 이 소설에선 네 가족이 자녀들의 명문 사립중학교 입시를 위해 풍경 좋은 교 네 명의 여성이 보여주는 사랑과 혁명의 이중주 [역사의 뒤 페이지] 조형근 (동네 사회학자) 영화는 쓸쓸한 바닷가에서 시작한다. 덴마크의 외딴 마을, 나이 지긋한 자매 마르티나와 필리파가 목사 아버지가 남긴 작은 교회를 이어가며 소박하게 살고 있다. 어느 날 프랑스 여인 바베트가 등장하고 사건이 일어난다. 〈바베트의 만찬〉(가브리엘 악셀 감독, 1987) 이야기다.영화는 49년 전, 자매가 젊고 빛나던 시절로 돌아간다. 젊은 구애자들 중 스웨덴에서 온 장교 로렌스와 파리에서 온 파핀이 특히 진지했다. 자매의 마음도 부풀었다. 딸들이 사역을 돕기 바란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았다. 자매는 순종했고 나이를 먹었다.35년이 흐른 1 윤석열 정부 노동부, 임금 격차 자료 포기했다 주하은 기자 임금 데이터 공개를 둘러싸고 여성단체와 기업들은 오랫동안 갈등했다. 여성단체들은 남성과 여성 사이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선 더 많은 임금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직무·직급·고용형태·근속연수 등에 따라 분류된 근로자 집단의 성별 임금 격차 데이터를 공개해야 임금 격차의 진짜 원인을 찾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에 반발했다. 임금 현황 데이터는 경영상 비밀이며, 사회적 위화감이 증대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포함했다. 임금 격차 [20대 여자 현상] “약자는 아니지만 우리는 차별받고 있다” 김은지 기자 지난 4·7 재보궐 선거 이후 정치권과 언론은 ‘20대 남자 현상’에 주목했다. 방송 3사가 참여한 공동예측조사위원회(KEP)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무려 72.5%에 달했다. 60세 이상 유권자(남성 70.2%, 여성 73.3%)와 비슷한 수치다. 패배한 더불어민주당(민주당)에서는 20대 남성 유권자를 의식하며 ‘남녀평등 복무’ 같은 이야기들이 터져 나왔다.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숫자가 있다. 15.1%. 당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투표를 한 20대 여성의 100명 중 15 [영상]“왜 남자만 군대 가?” 라는 질문이 향해야 하는 곳 최한솔 PD “군대에 왜 가야 하는지 아무도 설명을 못하고 있다고 봐요”1949년, 한국에 처음으로 ‘징병제’가 도입됐습니다. 이후 긴 시간 동안 한국의 징병제는 변화를 거듭하며 오늘의 모습을 갖게 됐는데요. 최근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남자들만 군대에 가는 현재의 징병제에서 여성도 함께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남녀평등복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져 온 여성 징병 논쟁이 재점화된 셈인데요.징병제인 한국 사회에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때라고 말하는 연구자가 있습니다. 한국 징병제 역사를 연 “여성부 폐지하라는 칼럼 한번 쓰시죠”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 2004년 4월, 제17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던 날 밤이었다. 당시 나는 한 중앙일간지의 여성전문 기자였다. 당선된 여성 의원의 비율이 제16대 국회의 5%대에서 13%로 급상승(?)했다는 기사를 쓰고 있는데 소속 부장이 나를 불렀다. “여자 국회의원의 수도 많아졌으니 여성전문 기자로서 여성부 폐지하라는 칼럼 한번 쓰시죠.” 성평등 사회를 향해 겨우 발걸음을 뗐다고 생각하던 차라 황당했다. 즉답을 못하고 있다 잠시 후 부장에게 말했다. “직접 쓰시죠. 부장 이름으로 나가면 무게감도 더 있을 텐데요.”이후에도 그는 지속적으로 여성부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을 다시 볼 때” 전혜원 기자 대선을 앞두고 ‘정치의 계절’이 시작됐다. 그런데 한국에 성공한 대통령이 있었나?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나거나, 감옥에 가거나, 세간의 지탄을 받으며 은둔하지 않았던가? 5년마다 돌아오는 실망은 익숙해서, 별달리 기대할 힘도 없게 만든다.한국에도 성공한 대통령이 있다고 주장하는 책이 나왔다. ‘아시아의 만델라’로 불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책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를 쓴 장신기씨(47·사회학 박사)는 2005년부터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일하며 ‘김대중 사료’를 발굴하고 정리해왔다. 김대중이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영상]“여자들도 군대 가라고요?” 전직 여군이 바라본 남녀평등복무제 최한솔 PD 지난 5월14일 여성의 의무병역을 주장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10만 명이 동의했습니다. 국회 입법청원은 30일 안에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소관 상임위에 회부되는데요. 더 이상 정치권도 ‘여성 징병제’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여성 징병은 과연, 인구감소 시대에 ‘강력한 예비군’과 ‘성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요? 해병대 출신의 전직 여군 방혜린씨에게 최근 화두로 떠오른 ‘여성 징병제’에 관한 생각을 물어봤습니다. 여성 징병제는 왜 ‘재밌는 이슈’가 아닌가 이상원 기자 젊은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재미있는 이슈네요”라는 밈(meme)이 있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중요하다고 여기는 문제를 정부는 우스갯소리로 치부한다는 맥락에서 쓰인다. 유래는 2017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다. 지지 서명을 많이 받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거론하던 문 대통령이 “남녀가 국방의무를 함께 해야 된다는 청원도 (인기가) 만만치 않던데요? 하여튼 다 재밌는 이슈 같아요”라고 말한 것. 대통령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수석보좌관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문제의 청원은 ‘여성도 남성처럼 의무 기자들의 시선 - ‘인저뉴어티’ 김연희 기자 이 주의 비행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 연구원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책임자인 미미 아웅 박사는 실패했을 때 읽으려고 준비한 연설문을 찢어버렸다. 4월19일 ‘인저뉴어티’가 화성 하늘을 나는 데 성공했다. 이 무인 소형 헬기(드론)의 비행시간은 40초에 그쳤지만 인류에겐 큰 걸음이다. 동력 비행기가 지구 밖에서 비행을 완수한 건 최초다. 화성 대기 밀도는 지구의 1%에 불과해 공중으로 기체를 띄우기가 극도로 어렵다. 기체를 가볍게 하고, 1분에 2500번씩 날개를 회전하도록 속도를 높여 한계를 극복했다. 인저뉴 ‘비혼 출산’ 열광하는 청년 세대에게 가족이란? 임지영 기자 11월14일 일본 출신의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 씨가 출산 소식을 알렸다. 한 아들의 엄마가 되었다는 근황을 전한 그의 SNS 글에 일주일 만에 댓글 3800여 개가 달렸다. 대부분 응원하는 내용이었다. 비슷한 고민을 했다는 댓글 속 누군가는 그의 선택을 두고 ‘한국 여성이 속으로만 삼켰던 질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에선 정자를 기증받는 게 불가능해 일본으로 건너가 출산을 감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도 활기를 띠었다. 비혼 출산이라는 유명인의 결정에 많은 이들, 특히 여성들의 지지가 이어졌다.결혼을 생략한 ‘행복한 나라’ 부탄의 두 얼굴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북한 여행을 한 유튜버들의 영상을 언제든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시대다. 1994년이었나, 한총련 출범식을 기념해 평양 거리를 모형으로 만든 대학생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긴급 구속되던 시대가 있었음을 상기하면 상전벽해다.외부인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나라들은 신비로울 수밖에 없다. 요즘 같은 SNS 시대에 ‘나만 가봤다’라는 과시를 할 수 있기에 매력적이다. 요즘 미국, 유럽이나 중국에서는 북한 단체여행팀 모객 광고를 흔히 볼 수 있다.이렇게 폐쇄적인 정책과 관광을 연계시킨 나라 중에 부탄이 있다. 꽤 많은 한국인이 ‘행복한 나라 이희호 이사장이 ‘다스(das)’라 불린 까닭 장일호 기자 새로운 모임에서 자기소개 할 차례가 되면 ‘히히호호’ 크게 웃고 시작했다. 어리둥절해하는 사람들에게 “이름이 희호라서 그렇다”라고 말하면 모두가 그를 따라 웃었다. 모임을 짓누르던 낯선 공기도 한결 누긋해졌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한복판에서 하릴없던 청년들의 오락은 연극이 유일무이했다. 이희호는 판이 벌어지면 남성 역할을 주로 맡곤 했다. 중·고교 시절부터 으레 그래왔다. 이를테면 〈이수일과 심순애〉의 이수일 역을 그보다 잘하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집안 분위기가 남달랐던 덕이 컸다. 고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은 1922년 [카드뉴스] 이희호 이사장이 ‘다스(das)’라 불린 까닭 시사IN 편집국 1. 이희호 이사장이 ‘다스(das)’라 불린 까닭 2. ‘이제 우리는 한 시대와 이별하고 있습니다.’ 이희호 이사장은 6월 10일 97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면한 지 꼭 10년이 지났다. 3. 새로운 모임에서 자기소개 할 차례가 되면 ‘히히호호’ 크게 웃고 시작했다. 어리둥절해하는 사람들에게 “이름이 희호라서 그렇다”고 말하면 모두가 그를 따라 웃었다. 4. 어느 날 큰오빠가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를 우연히 읽게 됐다. “아버님, 계집애를 전문학교 공부를 시켜서 뭐 하시려고…” ‘계집애’라는 말을 곱씹으며... 평범한 이웃 [편집국장의 편지] 고제규 편집국장 얼마 전 후배와 대화를 하다가 눈총을 샀다. “그 커플은 예전 같으면 동성동본이라 혼인신고도 못 했겠다.” 무심결에 한 말이었다. 후배 기자의 동공지진. “동성동본이요? 헐. 도대체 언제적 얘기를….”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귀신 씨나락 까먹을 소리로 들릴 동성동본 금혼제. 성씨가 같고 본이 같은 사람은 결혼을 할 수 없게 법으로 금지했다. 1957년 ‘동성동본 혈족 사이에는 혼인하지 못한다’는 민법안은 단 한 표의 반대도 없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성씨를 물려받는 남계 혈족 중시로 남녀평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제기되었지만... 20대 남자 현상 이렇게 조사했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분석 전문위원·정치학 박사) 〈시사IN〉 ‘20대 남자 현상’ 시리즈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조사의 방법론에 대해서도 논쟁이 일어났다. 208개 질문을 포함한 패널 웹 조사의 무작위성과 대표성 문제, 측정오차와 관련한 다양한 문제 제기가 SNS를 통해 회자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타당한 것도 있고, 일부는 부정확한 정보나 편견에 기초한 논란도 있었다. 필자는 조사를 담당했던 기관의 협업 책임자였고, 실제 조사방법을 추천했던 당사자로서 답변을 제공하는 것이 생산적인 논의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리라 보인다. 보다 공식적이고 전문적인 답변은, 한국리서치가 회... ‘사춘기’가 힘들다 한들 ‘며느라기’만 하랴 김문영 (이숲 편집장) 웹툰으로 시작해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끈 〈며느라기〉. 이맘때 이 책을 돌아보는 것은,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에 이 땅의 수많은 며느리가 주인공 민사린과 같은 혼란을 호소하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보는 못된 시어머니, 지독한 며느리는 우리 주변에 그다지 흔치 않다. 민사린이 무구영과 연애하고 결혼하면서 즉, ‘무’씨네 일원이 되어 만난 ‘시월드’ 집안은 무척 평범하다. 시댁 식구를 미워할 구석이 없는데도 민사린의 심기가 불편한 까닭은,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체화해온 관계성에 있다. 누구 하나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아도 바보... 또 하나의 개척교회 ‘기독교 페미니즘’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작년에 나온 다종다양한 페미니즘 관련 서적 중에 각별히 중요하지만, 대중의 눈길을 끌지 못한 분야가 있다면 페미니즘 신학에 관한 것이다. 내 눈에 뜨인 책들을 출간일순으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백소영의 〈페미니즘과 기독교의 맥락들〉(뉴스앤조이), 조석민의 〈신약성서의 여성:배제와 혐오의 대상인가?〉(대장간), 한국여성신학회가 엮은 〈혐오와 여성신학〉(동연), 테레사 포르카데스 이 빌라의 〈여성주의 신학의 선구자들〉(분도출판사), 강남순의 개정판 〈젠더와 종교〉(동녘).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 유독 페미니즘 신학에 손... 예테보리 시가 성소수자 위원회를 만든 까닭 예테보리·고민정 통신원 지난해부터 예테보리 대학 예술학교에서 평등정책 관련 보고서 작업에 연구보조로 참여했다. 또 사회예술 과목 강의를 동료 예술가와 함께 맡아 진행했다. 수강생은 순수미술·사진·영화과 학부생들이었다. 신설 강좌인 데다 필자와 동료 둘 다 처음 스웨덴 대학생들 앞에 섰다. 강의 진행 내내 도전받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 학기가 지난 후 돌이켜보면 호칭 때문에 가장 진땀을 흘린 듯하다. 수강생 중 한 명이 우리가 부르는 호칭에 대해 매번 지적하며 수정을 요구했다.스웨덴어에는 삼인칭 대명사에 ‘그(Han·남성)’와 ‘그녀(Hon·여성 당신들의 천국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 장일호 기자 딸을 낳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했다. 그날 이후, 밝은 옷과 치마를 즐겨 입던 사람은 사라졌다. 검은색 바지를 유니폼처럼 입었다. 치마가 조금만 짧아도, 옷 색상이 조금만 밝아도 ‘이러니까 그런 꼴을 당했지’라고 누군가 수군대고 손가락질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파마를 한 게 언제인지 기억하지 못한다.15년 전 검사 임관과 동시에 예상했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2차 술자리를 주도하던 해병대 출신 부장검사가 말했다. “나는 술 안 먹는 검사는 검사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대생을 싫어한다. 나는 여검사를 싫어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