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이 솟구치는 산에서 중남미 사회의학으로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예방의학 전문의) 입춘, 경칩, 춘분이 지나도록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드디어 봄의 전령사가 도착했다. 백련사 동백도, 산동마을 산수유도, 화엄사 홍매화도 그 주인공이 아니었다. 고비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 황사와 미세먼지야말로 한반도에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진정한 전령사다.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세계 1등이었다는 그날, 거리에는 다시금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넘쳐났다. 나도 오랜만에 서랍 속에서 KF 94 마스크를 하나 꺼냈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열린 한 행사에서 기념품으로 받은 것이었다.포장지에는 커다랗게 ‘은나노’ ‘ 만리타향에서 죽은 남편, 사과도 재발 방지책도 없다 김다은 기자 공사 현장에 마련된 임시분향소는 텅 비어 있었다. 니엔 네고 쿠안 씨(사망 당시 35세)의 영정 사진과 작은 향로를 올려둔 테이블 하나, 돗자리 하나가 전부였다. 공사장의 하얀 먼지가 테이블 위에 내려앉아 있었다. 원청인 동양건설산업 소속 현장 직원은 “매일 아침 이곳에서 분향을 하고 사진을 찍어 공유한다”라며 당일 아침 단체 대화방에 올라온 분향소 사진을 보여줬다. 쿠안 씨와 함께 추락해 숨진 베트남 국적 노동자가 한 명 더 있었지만 영정 사진은 없었다. 그의 유가족은 사고가 발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와 합의를 마쳤다.사고가 격랑에 빠진 KBS, 내부에서 무슨 일이 김영화 기자 박민 KBS 사장 취임 이후 〈뉴스9〉의 기조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새 사장이 취임한 11월13일부터 22일까지 박장범 앵커의 첫 리포트를 살펴보면 국방·안보·외교 이슈가 가장 두드러진다. 바로 전주에 ‘노란봉투법’ 관련 소식이 세 차례나 첫 리포트로 오른 것과 대비된다. 행정전산망이 마비돼 전국적으로 민원서류 발급이 중단된 11월17일엔 방송사 메인 뉴스 가운데 KBS만이 유일하게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APEC 정상회의를 첫 리포트로 조명했다. 11월20일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당선된 밀레이 대통령에 대해서도 MBC·SBS·JT 분신 택시 노동자의 외침 “완전월급제 시행하라” 주하은 기자 “회사는 대법원 판결이 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를 받아들이는 건데… 별짓을 다 할 겁니다. 전쟁터로 들어가는 거죠.” 지난해 11월7일, 대법원으로부터 해고무효확인 승소를 확정받고 해성운수로 복직한 ‘이기고 돌아온 택시 노동자’ 방영환씨(55)는 이렇게 복직 소감을 말했다(〈한겨레 21〉, 2022년 11월27일).그로부터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9월26일, 방영환씨는 회사 앞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복직 축하 꽃다발을 받던 바로 그 자리였다. 방씨는 227일째 회사 사업장 앞에서 홀로 1인 시위를 하 DL이앤씨 공사 현장에서 8명 죽었는데 한 명도 기소 안 했다 전혜원 기자 지난 8월11일 부산시 연제구 DL이앤씨(옛 대림산업)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하청업체 일용직으로 일하던 강보경씨(29)가 6층 높이에서 거실 창문을 교체하던 중 떨어져 사망했다. DL이앤씨는 올해 기준 시공능력 순위 6위(국토교통부 평가)인 대형 건설사다. ‘e-편한세상’ 브랜드 시공사로 잘 알려져 있다.경남 통영 출신인 강씨는 김해에서 나노공학으로 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다. 강씨는 아버지와 일찍 헤어지고 멍게 까는 일 등을 하며 자신을 홀로 키워온 어머니 이숙련씨(71)에게 저녁이면 매일 전화해 “사랑합니다”라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드는 사용자들 [세상에 이런 법이] 임자운 (변호사) 용진씨(가명)는 25t 화물차 기사였다. 어느 대형 식품회사가 운송회사 A에 위탁한 화물들을 용진씨와 동료 기사 다섯 명이 날랐다. A 회사는 기사들 중 ‘반장’을 임명해, 그를 통해 기사들에 대한 업무 지시와 식대, 추가수당 등의 지급을 처리해왔다.용진씨는 기사 반장의 폭언과 괴롭힘에 시달렸다. 참다못해 A 회사 임원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회사는 도리어 그를 해고했다.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넣은 용진씨는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자신의 고용보험·건강보험상 사용자가 A 회사가 아닌 B라는 것이었다. B는 A 회사 대표이사의 아내였 〈시사IN〉이 “본격적으로 다루면 좋겠다” [시사IN 독자위원회] 이은기 기자 8월5일 제15기 독자위원회 리뷰 회의가 〈시사IN〉 편집국에서 열렸다. 독자위원 권오재씨(44), 변영애씨(56), 이재정씨(29), 이준희씨(35)가 모인 두 번째 자리다. 〈시사IN〉 제824~827호 네 권에 담긴 기사의 제목부터 사진까지 꼼꼼한 피드백이 나왔다. 〈시사IN〉이 더 다뤘으면 하는 주제에 대한 제안도 여러 차례 나왔다.■ 제824호 대통령의 출제 지침권오재:이번 커버스토리 기사(수능 5개월 전에 ‘킬러 문항’ 겨눈 대통령)를 보면서 〈시사IN〉답다고 생각했다. 요즘에 신문을 잘 안 보게 되는 이유가 어떤 신문이 [단독] 샤니 성남 공장, 2년 전에도 같은 종류의 기계에서 ‘끼임’ 사고 발생 주하은 기자 8월8일 샤니 성남 공장에서 끼임 사고를 당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노동자 A씨가 사망했다. 사고 발생 이틀 만이었다. 〈시사IN〉 취재 결과, 샤니 성남 공장에서는 2021년에도 같은 종류의 기계에서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A씨가 사고를 당한 기계는 ‘반죽 분할기’다. 이 기계는 반죽 통(보울·Bowl)을 퍼올리는 리프트와 반죽을 잘라내는 분할기가 결합되어 있는 구조다. 대규모 제빵 공장에서는 한 번에 많은 반죽을 분할하기 때문에 리프트로 반죽 통을 올려 분할기 안으로 붓는다. 성남중원경찰서에 따르면 폭염 노동, 과학적 관리가 안 되고 있다 [극한 기후, 극한 노동 ⑥] 전혜원 기자 6월19일 코스트코 경기 하남점 주차장에서 마트 카트를 관리하던 29세 남성이 쓰러져 숨졌다. 그는 2019년 입사해 약 4년 동안 계산대 업무를 하다가 올해 6월 초 카트 관리 업무에 투입됐다. 사망 당일 해당 지역 최고기온은 35.2℃에 달했고 이틀째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었다. 사망 사흘 전인 6월17일 토요일에는 오후 12시부터 9시45분까지 연장근무를 했다. 만보기 앱에 따르면, 그는 이날 4만3712보를 걸었다. 사망진단서상 고인의 직접 사인은 폐색전증, 원인은 ‘과도한 탈수’라고 기록됐다.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가 고 변호사도 출산하면 해고당하는 현실 [세상에 이런 법이] 이혜온 (변호사) 나는 육아계의 금수저다. 아이를 낳고 출근한 이래 초등학생 학부모가 된 지금까지, 양가 어머니들이 번갈아 아이를 전담하여 봐주신다. 남편의 육아 분담 비율은 대한민국 남성 상위권이다. 급할 때 도움을 청할 여동생과 시누이도 있다. 모두 부러워할 만한 조건이다. 내 노력과 무관하게 주어진 ‘타고난’ 육아 조건이 아니었다면, 나 역시 회사를 진작 그만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사실 사표를 고민하는 것도 사치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육아휴직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자에게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못 박고 왜 자꾸 일하다 죽는가, 영국 ‘로벤스 보고서’의 질문 전혜원 기자 ‘국가는 어디에 있었느냐’라는 이태원 참사 유족의 물음은 2023년 한국 사회에도 무겁게 울린다. 세월호 참사 8년 만에 일어난 국가적 비극 앞에서, 우리는 왜 넘어진 곳에서 또 넘어지는지 자문할 수밖에 없다.이런 ‘사회적 실패’가 만연한 곳이 있다. 바로 일터다. 한국에서 매년 800명 넘는 사람들이 일하다 죽는다. 그중 절반 이상이 ‘추락’이나 ‘끼임’ 같은 재래형 사고다. 한국 산업안전 수준은 OECD 38개국 중 34위. 어떻게 보아도 한국은 선진국이 아니다.한국도 다른 나라처럼 산업안전에 관한 법이 존재한다. 교육도 하고 53일 단식 파리바게뜨 제빵기사가 말하고 싶었던 것 전혜원 기자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임종린씨(38)의 단식이 50일을 넘겼다. 파리바게뜨는 국내 제빵업계 1위 프랜차이즈다. ‘포켓몬빵’을 만드는 SPC삼립,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등을 산하에 둔 SPC그룹의 계열사 파리크라상(이하 파리바게뜨 본사)이 운영한다. 임씨는 SPC그룹 측의 불법행위가 확인된 만큼 이를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불법이기에? 파리바게뜨 사태의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한국 노동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난다.전국 3400여 곳에 달하는 파리바게뜨 가맹점에 들어서면 흰색 작업복을 입은 채 반죽을 ‘신안 염전 노예 사건’, 국가의 역할은 금전배상이 끝인가 [세상에 이런 법이] 최정규 (변호사·⟨불량 판결문⟩ 저자) 10월28일 경찰청 앞에서 한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남 신안 최대 염전에서 7년간 일한 박영근씨(53)는 자신이 노동력 착취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무연고자와 장애인 등 10여 명이 같은 사업장에서 노동력 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는 또 염전에서 탈출한 후 주위 사람들 도움을 받아 고용노동부 목포지청에 진정서를 냈지만, 고용주한테 400만원만 지급받고 조사가 종결되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박씨 이야기를 접하고 2014년 ‘신안 염전 노예 사건’ 피해자 김동식씨(56)가 떠올랐다. 노동력 착취 피해자였던 김씨 직장은 원래 괴로운 곳? 삭이지 말고 이렇게 해보라 이수운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공동성명 홍보국장) 네이버 직원들을 대상으로 고용노동부가 최근 특별근로감독을 시행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5명이 최근 6개월 동안 한 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고 답했다. 고용노동부는 네이버 조직문화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결과는 ‘직장 내 괴롭힘’이 특별한 누군가에게 발생하는 비극이 아니라 누구나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일임을 보여줬기에 안타까움을 더했다.무엇보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겪은 네이버 직원 10명 중 4명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대부분 혼자 참는다’고 응답한 점은 동료들이 행복하게 일할 권리를 지켜줘야 뉴스에 안 나오는 뉴스, ‘KBS·MBC·SBS는 근로감독 받는 중’ 전혜원 기자 방송에는 안 나오는 뉴스가 있다. 방송사가 근로감독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4월27일부터 고용노동부가 KBS·MBC·SBS에 대해 근로감독을 시행 중이다.흔히 프로그램은 PD가, 뉴스는 기자가 만든다고 여긴다. 그러나 아이템을 발굴하고 사람을 섭외하며 원고를 쓰는 방송작가가 없이는 방송이 나오지 못한다. 방송사들은 이들을 ‘프리랜서’로 간주해왔다. 프리랜서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소속이 없이 자유계약으로 일하는 사람’이다.문제는 방송작가들이 실제로는 그다지 자유롭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지난 3월19일 “ESG는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전혜원 기자 ESG라는 유령이 한국 사회를 떠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를 ESG 경영 확산의 원년으로 삼겠다”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국민연금공단도 ESG를 외친다. 그런데 ESG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할까? 자명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까다로운 이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이 시대의 가장 논쟁적인 주제를 만나게 된다.ESG는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의 약자다. 어떤 기업에 투자할지 선택할 때, 수익뿐 아니라 해당 기업이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 시사IN 제 728호 - 20대 여자 그들은 누구인가 이종태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시사IN〉에 말걸기 기사 후~폭풍 퀴즈 말말말 이 주의 그래픽 뉴스 기자들의 시선/차형석 기자들의 시선/김다은 포토 IN/ 두 개의 구호COVER STORY IN“약자는 아니지만 우리는 차별받고 있다”20대 여자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또다시 웹조사를 기획했다. 20대 여성은 능력 차원에선 자신들이 남성에 비해 ‘약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의 사회구조가 성차별적이라고 본다. ‘오조오억’이 남혐 단어? 이대남도 동의 않는다ISSUE IN 경선 주도권 둘러싼 일주일간의 설전 2차 가해 면죄부 저유소 풍등 사건, 끝내 뒤집지 못한 ‘불량 판결문’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 스리랑카 노동자 디무두 누완 씨(30)가 6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는 2018년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다. 당시 경찰은 근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그가 날린 풍등 때문에 화재가 일어났다고 봤다. 휘발유 탱크 옆 잔디에 떨어진 풍등 하나로만 17시간 동안 지속된 화재와 110억원 넘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변호사들이 나섰다. 1심에서 디무두 씨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2심도 같았다. 상고를 포기하고 출국하는 날 그를 배웅한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가 사건에 대한 소회를 전 [#하루시사]9160원, 내년 최저임금 앞에 웃은 이는 없었다 시사IN 편집국 9,160원. 지난 12일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 1만원 최저임금 공약을 내세우며 공격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했지만, 끝내 그 문턱을 넘지 못했는데요. 그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이 수준의 인상률이라면 ‘무인화’를 고려해야 할 지 모른다”라며 강한 유감을 드러냈는데요. 새로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과 이를 둘러싼 갈등과 오해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저임금 관련 이슈를 담은 지난 기사를 소개합니다. 1.주휴 네이버, ‘님’이라고 부르기만 하면 수평적인가 전혜원 기자 네이버 직원이 지난 5월25일 숨진 채 발견되었다.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일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는 임원이었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구성원 3명은 자체 조사를 벌였다. 20명에 가까운 고인의 동료, 지인을 만났고 사내 메신저 등 기록을 살폈다. 이를 바탕으로 광범위한 초기 정황을 발굴하고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시사IN〉은 조사를 주도한 네이버 노조 기조국장 ㄴ씨 등을 만났다. 조사 결과를 참고해 사건을 시간순으로 복원했다. 이 기록은 완벽하지 않고, 이견도 있을 수 있다. 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