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는 바다다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최혜영·글 김소연(시인) 해녀를 안다. 해녀를 모른다. 자신의 자비를 해녀와 나눈다. 자신의 공포도 해녀와 나눈다. 해녀에게 인간의 한계를 가르친다. 해녀는 바다가 가르치는 대로 한다. 해녀는 바다가 가르치지 않은 것도 한다. 해녀는 바다를 안다. 해녀는 바다의 무서움을 알고 바다의 엄격함을 안다. 해녀는 바닷속에서 기쁘고 해녀는 바닷속에서 서럽다. 해녀는 눈물을 바다에 보탠다. 아무것도 모른다. 바다의 규율을, 바다의 몰이해를, 바다의 광활함을, 바다의 난폭함을, 바닷속의 마을을, 산호와 바위와 언덕과 해초들의 사계절을, 바다의 바다를, 바다도 모르는 바 이 출판사의 리스트가 궁금하다 [2023 행복한 책꽂이] 김영화 기자 ‘힘이 있다’는 표현이 여러 번 나왔다. 영국의 비평가 마크 피셔를 소개하던 중이었다. 2003년 ‘k-펑크’라는 블로그로 큰 인기를 얻은 문화 이론가로 독창적이고 진보적인 관점으로 정치와 대중문화에 관한 비평을 개진해온 인물이다. 출판사 리시올의 김효진 대표(사진)는 20여 년 전 피셔가 남긴 자본주의에 관한 통찰이 2020년대 한국 사회에도 들어맞는다고 느꼈다. ‘자본주의에서는 소소한 쾌락이 넘치는데, 왜 우리에겐 우울과 불안, 권태가 만연한지’ 풀어내는 그만의 글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2017년 마크 피셔의 작고 후 하루하루, 날마다 기다려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김흥구·글 김숨(소설가) “6학년 때, 공부시켜준다고 해서 갔지.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 도토루 공장. 시너, 알코올로 비행기에 슨 녹을 닦아내고 페인트칠하는 일.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공부도 못하고, 월급도 못 받고. 미안하다는 말도 못 들었지. ‘위안부’도 ‘근로정신대’도 속아서 갔어. 열두 살에, 열세 살에, 열네 살에. 1999년 3월1일에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어. 2009년 12월 일본 정부가 근로정신대에 후생연금 탈퇴 수당으로 1인당 99엔(1300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알았어. 안 받았지. 2012년 독자리뷰 시사IN 편집국 신다인 (2021년부터 종이책 구독, 서울)〈시사IN〉 제849호(사진)를 읽으며 다시금 느꼈다. 올해도 수많은 죽음이 있었구나. 청주 오송에서 침수 사건으로 14명이 숨졌고, 초등학교 신임 교사가 자신의 일터인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양회동 건설 노동자는 분신했고, 전세 사기로 유서를 남긴 사람들도 있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았는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또 시작됐다.제849호는 짧은 글과 몇 장의 사진을 통해 죽음과 사건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시사IN〉의 고민이 느껴지는 호였다 “한동훈의 ‘운동권 프레임’, 민주당은 대책 있나?” [정치왜그래?] 장일호 기자 박성민(민주당 전 최고위원)“한동훈의 ‘운동권 프레임’에 민주당은 대책 있나?”"한동훈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을 보면 자신을 소수자이자 탄압받는 포지션에 놓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한국이 마주하고 있는 위기가 민주당 때문입니까? 지금 국정운영을 하는 분은 윤석열 대통령이고, 한 비대위원장은 이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하셨던 분입니다.한국의 위기, 그리고 집권여당이 겪고 있는 지금의 위기는 대통령의 총체적 실패와 막장 국정 운영에서 온 거 아닙니까? 한편으로는 한 줄 한 줄이 모두 국민의힘의 총선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마치 대 그들도 우리처럼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이명익·글 이동은(영화감독·그래픽노블 작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괴물〉에서 소년은 교장에게 말한다. 좋아하는 애가 있는데 말할 수가 없다고. 나는 행복해질 수가 없는 사람이란 걸 들키게 될 거라고. 교장은 답한다. “아주 소수의 사람만 가질 수 있다면 그건 행복이 아닐 거야. 누구나 다 가질 수 있는 게 행복 아닐까?”“주여! 동성 커플에게도 우리와 같은 지옥을 맛보게 하소서.” 십 년 전 한 동성 커플의 청계천 결혼식장 근처에 걸린 현수막 문구다. 아래엔 ‘한국기혼자협회’라고 쓰여 있었다.혼인은 사회적 구속력을 가진 전통적 제도다. 2015년 6월, 미국 연방 대법원 후쿠시마를 산책하다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도요다 나오미·글 정지돈(소설가) 단어의 결합이 잘못된 거 아니야? 제목을 본 친구의 말. 후쿠시마와 산책이라니! 뭐부터 얘기해야 할지… 나는 할 말을 고민하고 친구는 기다린다. 방사능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야. 체르노빌 생존자 증언에서 봤어. 세슘은 짙은 남색이고, 비에 젖어 텃밭을 굴러다녔다고. 후쿠시마에서도 방사능을 볼 수 있어. 버려진 가방과 신발들, 작업복 바지와 긴 장화, 다시 달리는 열차와 복구된 거리. 일상을 회복했다는 건 슬픔이 끝났다는 의미가 아니라, 슬픔을 미래로 나르겠다는 의미야. 더 이상 불타지 않는 거리로. 보이지 않는 울음이 들리는 광화문 군가 [2023 올해의 사진] 사진 주용성·글 노순택(사진사) 시월의 광화문광장. 근엄한 표정의 ‘킹 세종’ 앞에 ‘유에스 솔저’들이 열중쉬어 자세로 비를 맞고 있다. 물론 이곳은 세계 최강대국 미합중국의 대사관 앞이며, 세계 최분단국 대한민국의 정부청사 앞이기도 하다. 슈미트와 검퍼와 듀티와 맥컬핀은 어디에서 태어나, 어떤 일을 하다가, 지금 이 자리에 섰을까.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 맞으며 무슨 생각을 추적했을까. 10년 만에 부활한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었다. 102억원이 깔린 길바닥에 군인 4000여 명과 장비 170여 대가 오와 열을 맞추며 행진했다. 국군의 뿌리라며 우러르던 독립투사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