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하고 집요한 사슴문답식 말장난 [기자의 추천 책] 김다은 기자 더이상 소설책을 읽지 않는다는 기자들을 종종 만난다. 소설보다 더 극적인 사건사고를 자주 접하기 때문이라거나, 팩트들을 정교하게 꿰매는 데 방해가 된다는 등의 이유 때문이다. 소설의 효용성을 자문하던 중 권여선의 단편집 〈각각의 계절〉을 펼쳤다. 그중 ‘사슴벌레식 문답’을 읽다가 탄복했다. 이 미로 같은 글은 삶에 드리운 고약한 비극을 거듭 말장난으로 만든다. 말장난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썰렁하지만 집요하다. 어떤 진실을 움켜쥔다. 하지만 원본은 반드시 훼손(변주)한다. 나는 권여선의 말장난에 매혹돼 허우적거리다 역시 소설은 무궁히 ‘밥통’ 출범 10주년, 출동하지 않는 그날이 올 때까지 [포토IN] 신선영 기자 “든든하게 잘 먹었습니다.” “따뜻하네요.” 김이 모락모락 나던 그릇을 싹 비워낸 이들이 인사를 했다.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이하 밥통)의 박민선 상근 활동가와 밥알단(자원 활동가)의 표정도 밝아졌다. 11월16일 저녁 서울 명동 거리, 속을 든든히 채운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들이 영하의 날씨에 문화제를 열었다. 어두워진 농성장 옆 밥통의 노란 차가 환한 조명을 켜놓고 있었다.노동자, 장애인, 철거민 등 사회적 약자와 한 끼의 식사로 연대해온 밥통이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밥차’는 10년 전에도 있었다. 쌍용자동차 김건희 여사 ‘반환 선물’ 명품 가방은 어디에? [기자들의 시선] 전혜원 기자 이 주의 ‘어떤 것’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고가의 명품 가방을 선물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는 통일운동가로 알려진 최재영 목사가 지난해 9월13일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를 방문해 김건희 여사를 만나 3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선물했다며, 김 여사가 “자꾸 이런 거 정말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면서도 선물을 받은 듯한 장면을 11월27일 공개했다. 영상은 최 목사 손목시계에 달린 카메라로 몰래 촬영했고, 가방은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가 구입했다고 이 매체는 밝혔다. 대통령실은 사흘째 입장을 인사 잡음부터 원장 공백까지···윤석열 국정원의 몰락 [8교시 정치탐구] 장일호 기자·최한솔 PD 11월26일 윤석열 대통령이 김규현 전 국정원장을 비롯한 국정원 수뇌부들을 해임했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국정원 내부의 파벌싸움에 대한 경질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심지어 국정원장 후보자를 내정하지도 못하고, 신임 홍장원 1차장 직무대리 체제로 당분간 운영됩니다. 차기 국정원장 후보자 지명 후, 인사청문회 일정을 고려하면 한동안 국정원 수장의 공백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문재인 정권 때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 원훈을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로 바꾼 윤석열 정권 국정원은 초기부터 인사 잡음에 시 오픈AI 쿠데타, 변곡점일까 해프닝일까 주하은 기자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쿠데타가 ‘5일 천하’로 막을 내렸다. 챗지피티(ChatGPT)로 일약 인공지능 분야 선두주자가 된 오픈AI는 11월17일 금요일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을 해고했다고 발표했다. 오픈AI의 깜짝 발표 이후 실리콘밸리는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해고 사유에 대해 추측과 뜬소문이 나돌았다. 11월20일 월요일, 올트먼의 복귀 협상이 무산되자 오픈AI의 최대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를 인공지능 연구팀 리더로 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오픈AI 직원 대다수는 올트먼과 함께 이직하겠다고 회사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찍었던 270만 표, 내년 총선에서 되찾겠다” 이은기 기자 ‘위기’라는 꼬리표가 제21대 국회 내내 정의당을 따라다녔다. 선거 결과가 정의당의 위기를 선명하게 보여줬다. 정의당은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2.37%(2017년 대선 6.17%),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9석(2018년 지방선거 37석)을 얻는 데 그쳤다. 지난 10월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에서는 권수정 정의당 후보가 1.8%를 득표하는 데 머물렀다.당의 위기를 돌파하는 해법을 두고 ‘제3지대 신당으로 재창당’ ‘선거연합정당’ ‘정의당 해체 수준 혁신’ 등 이견이 격돌했다. 11월5일 정의당 전국위원회는 ‘선거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1월26일 국민의힘 서산·태안 당원협의회가 개최한 ‘청년 및 당원 혁신 트레이닝’ 강연에서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이준석 전 대표를 두고 이렇게 말해. “그것은 준석이 잘못이 아니라 부모의 잘못이 큰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대통령을 “나라님”이라 부르는 혁신위원장의,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혁신’ 마인드. “하태경 의원의 종로 출마에 대해 종로구민들이 굉장히 많이 화가 나 있다.”부산을 떠나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했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종로구를 점찍은 가운데 종 2030 엑스포 유치 29표, 왜 예측 못했나? [기자들의 시선] 김은지 기자 이 주의 득표29표. 2030 엑스포 유치전에 뛰어든 한국이 거둔 성적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투표 참가국 165개 가운데 119개국의 지지를 얻었다. 1차 투표에서 박빙 승부를 펼치고, 결선투표에서 이탈리아 표를 흡수해 최종 승리하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장밋빛 포부가 머쓱해졌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 정도 표 차이가 나리라곤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엑스포 유치 여부보다 더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보수집과 상황 판단에 대한 부분이다. ‘Busan is ready, Yongsan is not ready’라는 ‘롤드컵’과 ‘엑스포 유치전’을 복기하다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게임은 11월19일에 끝났다.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월즈)’에서 ‘페이커’ 이상혁의 팀 T1이 우승했다. ‘롤’의 ‘ㄹ’ 자도 모르는 입장에서 보기에 신기했다. 이번 대회 온라인 누적 시청자 수가 약 4억명에 이른다니, 그 숫자에 놀랐다. 왜 서울 광화문광장에 1만5000명 관중이 모이고, 결승 티켓은 10분 만에 매진되고, 암표 가격이 수백만 원에 이르는지. 5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 그리고 6년 만의 우승이라 더 열광하는 것인지. 호기심이 생겼다. ‘게임 마니아’ 이상원 기자가 쓴 이번 호 커버스토리는 그 75년 관행보다 중요한 헌법상 ‘합의제 기관’ [세상에 이런 법이] 이혜온 (변호사) 대한민국 감사원은 힘이 세다. 헌법은 감사원에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감찰 권한을 부여했다(제97조). 특히 직무감찰은 그 범위가 넓다. 정량적 성격이 강한 회계검사와 달리, ‘법령상, 제도상 또는 행정상의 모순과 문제점을 적출하여 시정, 개선하기 위한 행정사무 감찰’과 ‘공무원 등의 위법·부당행위를 적발하여 바로잡기 위한 대인 감찰’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공무원의 부패·비리와 같은 위법행위뿐 아니라 예산운용 실태 전반, 인력이나 조직 운영, 사업 및 정책의 추진 하나님이 죽었다고 떠벌리는 자들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정혜실의 〈우리 안의 인종주의〉(메멘토, 2023)에는 한국 정부와 사회가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정, 난민, 무슬림에게 행사하는 제도적 인종차별 사례가 가득하다. 가장 충격적인 사례는 아시아 곳곳에서 찾아온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사이의 ‘다문화 결혼’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문화 결혼을 한 부부는 똑같은 국제결혼이지만 ‘글로벌 패밀리’라고 불리는 백인과 한국인 부부가 당연히 누리는 법적·제도적 처우를 받지 못한다. 많은 제약을 뚫고 혼인신고를 마친 이주민 배우자는 영주나 귀화를 위해 국가에 또 한번 ‘결혼의 진정성’을 입증해야 한다. 딱 다섯 곡이지만 진심으로 환상적인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로열 앨버트 홀(The Royal Albert Hall)’이라는 공연장이 있다. 런던에 지어졌고, 원래 이름은 많이 달랐다. ‘더 센트럴 홀 오브 아츠 앤드 사이언시스(The Central Hall of Arts and Sciences)’였다. 1871년 빅토리아 여왕이 남편인 프린스 앨버트를 기리기 위해 재공사를 하면서 이름을 로열 앨버트 홀로 바꿨다고 전해진다.공연장이지만 가수만 무대에 오른 건 아니다. 사회 각 분야 인사들, 예를 들면 윈스턴 처칠이나 앨버트 아인슈타인 등이 이곳에서 연설했다. 영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복서였 17.7%까지 치솟은 프랑스의 생활물가 인플레 파리∙이유경 통신원 프랑스 국민들이 전례 없는 인플레이션으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농업으로 유명한 프랑스는 식료품 자급도가 높은 국가다. 식품 대외의존도가 20%에 그친다. 그러나 최근 유럽 주변국과 가격경쟁을 하면서 각종 과일과 채소 등의 수입률이 40~60% 올랐다. 지난해 7월 상원이 게재한 ‘경제주권 재건을 위한 5개안’에 따르면, 주요 소비 품목인 버터와 밀가루 반죽(생지) 등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밀과 쌀의 경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인도의 수출통제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1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되어온 전기요금 이 정도면 ‘K 공매도 금지’로 불러야 마땅하다 [자본시장 이야기]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그때’랑 똑같다. 아니, 더 나쁘다. 그때는 갑자기 닥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금융위기를 막아야겠다는 이유라도 있었다. 아니면 내가 견문이 좁아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총선이 금융위기급의 위험요인이라도 되었나 보다.‘그때’, 당시 여당(지금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와 전화 통화를 했다. 금지했던 공매도를 재개하느냐 마느냐로 한창 시끄러울 때였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달라고 했다. 나는 “공매도 금지는 풀어야 한다”라고 첫마디를 꺼냈다. 바로 반응이 왔다. “알고 있습니다. 당정에서도 고려 중입니다….” ‘당정’이라는 말을 듣고 요즘 빈대는 피보다 조회수를 빨아먹는다 [미디어 리터러시] 신혜림 (CBS 유튜브 채널 ‘씨리얼’ PD) 유튜브에 빈대가 그야말로 바글바글하다. 손톱에 붙어 있는 빈대. 매트리스를 기어오르는 빈대. 빈대에 물려서 얼룩덜룩해진 사람의 다리… 섬네일을 보기만 해도 벌써 온몸이 간지럽다. 방역 현장에 찾아간 한 유튜버는 빈대가 환기구를 타고 천장으로 넘어온 흔적을 섬네일로 달았다. 며칠 만에 조회수가 50만이다. 어떤 빈대 퇴치법은 조회수 200만에 육박한다. 요즘 빈대는 사람 피 이상으로 조회수를 빨아먹는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일 듯한데 왠지 또 클릭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관련 정보란 정보는 다 알아둬야 할 것 같다. 안 그러면 내 개가 그리울 때면 두오모 성당이 떠오른다 [반려인의 오후] 정우열 (만화가·일러스트레이터) 나에게 피렌체 두오모 성당은 폐소공포증의 다른 이름이다. 가본 건 꽤 오래 전의 일이다. 당시엔 아무렇지도 않았던 거 같은데, 언제부턴가 그때를 회상하면 이상하게 가슴이 갑갑해지고 온몸을 옴짝달싹할 수 없을 듯한 두려움에 사로잡히곤 한다. 쿠폴라(돔) 내부의 그림을 좀 자세히 보고 싶은데 그럴 겨를도 없이 인파에 떠밀려 어어어, 하면서 좁고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계단을 오른다. 두껍고 완고한 벽이 지나치게 가까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따금 나 있는 창문은 숨통을 틔워주기는커녕 이 벽이 얼마나 두꺼운지를 실감하게 할 뿐이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한 노란봉투법 ‘생애사’ 전혜원 기자 이번 21대 국회 들어 야당 단독으로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을 통과시켰다(이전에는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은 두 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오랫동안 ‘잠자던’ 노란봉투법은 어떻게 깨어나 국회를 통과했나. 그 과정에서 법의 방점은 어디로 이동했나. 그리고 어디에서 왜, 막혔나. 노란봉투법의 ‘생애사’를 들여다보면, 정치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이 날것으로 드러난다.■ ‘노란봉투법’의 탄생노란봉투법은 같은 이름의 캠페인에서 시작한 법이다. 2013년 12월, 곧 세 아이의 엄마가 되는 배춘환씨는 〈 ‘장태완 수기’ 특종한 정희상 기자의 12·12 쿠데타 30년 취재기 [금요시사회] 장일호 기자·최한솔 PD 영화 〈서울의 봄〉의 마지막은 배우 정우성이 연기한 이태신 수도경비사령관(수경사령관)이 보안사 서빙고실에서 조사받는 장면입니다. 실제로 그날 밤 장태완 수경사령관은 12월13일 새벽 4시30분 쿠데타군에게 체포되어 보안사 서빙고 분실로 연행되었습니다.전두환·노태우 등 반란군들이 샴페인을 터트릴 때 장태완은 보안사에서 조사를 받았습니다. 조사를 받던 장태완은 실패한 진압 작전이었지만 잊기 전에 그 기록을 남기고 싶었습니다.보안사 수사관들이 식사하러 나간 틈을 이용해 장태완은 조서 용지에 그날 밤 10시간 작전 일지를 메모 형태로 작성 독자 리뷰 시사IN 편집국 오은선 (동네 책방에서 〈시사IN〉 읽기 모임 참여)〈시사IN〉 제845호(사진) 커버스토리 ‘금융 교육, 사회의 안전망이 되다’ 시리즈를 흥미롭게 읽었다.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교과목이 먹고사는 데 필수적인 내용이 아니라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인 듯하다. 학교에서는 왜 생활하는 데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가르치지 않느냐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학교에서 노동법을 배우고, 근로계약서 쓰는 법은 알고 졸업했으면 좋겠다. 등기부등본 확인하는 법, 임대차 계약하는 법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세계 시민교육, ‘최강시사’ 진행자가 만드는 ‘평평한 운동장’에 놀러 오세요 [사람IN] 이은기 기자 ‘KBS 장악’ 시간표가 빠르게 흘러간다. 11월13일 박민 사장 취임 이후부터다. 같은 날 〈뉴스9〉 이소정 앵커가 교체됐다.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를 진행하던 주진우 기자가 일방적으로 하차 통보를 받고,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는 방송 당일 결방됐다. 마지막 인사를 할 틈도 없었다.최경영 전 KBS 기자(53)는 조금 일찍 KBS를 떠났다. 10월27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하차하며 “하고 싶은 말로 끝낼 수 있는 것도 얼마나 큰 행운이냐”라고 했다. 그런 그가 현 상황을 지켜보며 “(방송 장악 과정에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