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올해의 인물〉 “왜 사춘기를 갖다 붙이는 거지?” 변진경 기자 신발은 벗어놓은 모양새로 제 주인을 묘사한다. 뒤축이 가차 없이 접힌 신발, 앞코에 까맣게 때가 탄 신발, 뽀얀 흙먼지가 뒤덮인 신발들이 어지럽게 신발장에 엉켜 있을 때, 그곳은 필시 아이들의 공간이다. 분주히 신발을 신고 벗는 나이, 걷기보다 뛰기를 좋아하는 나이, 진흙탕을 보면 피하지 않고 일부러 골라 밟는 나이의 아이들이 만들어놓는 신발과 신발장 모습들이 있다. 지난 10월17일 인천 만석동 ‘기찻길옆작은학교’의 2층 현관 모습도 꼭 그러했다.신발들은 많은데 실내는 고요했다. 아이들은 숨죽이며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었다. “씬 〈2020 올해의 사진〉 보고 싶어서 눈을 감는다 사진 신선영·글 유병록(시인) 아침을 먹겠다고 밥상을 차리다가, 엘리베이터에서 화사한 교복과 나란히 서 있다가, 비 오는 밖으로 나가려 우산을 펼치다가, 횡단보도 앞에서 빨간불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보고 싶다.친구와 만나서 수다를 떨며 웃다가, 어두워지는 하늘을 쳐다보다가, 바람이 꽤 차가워졌다고 옷깃을 세우다가, 올해도 다 갔다며 11월 달력을 넘기다가, 12월에 크리스마스가 있다는 걸 새삼스러워하다가, 문득 보고 싶다.불을 끄고 눕다가, 아침에 깨어나서 눈을 뜨다가, 늘 보고 싶다. 더는 곁에 없는 네가 보고 싶다. 그래서 눈을 감는다. 〈2020 올해의 사진〉 산 자들의 윤리 사진 윤성희·글 김금희(소설가) 한 사람을 잃는다는 것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 큰비가 내리는 날 사람을 하천으로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쏟고 내리고 퍼붓는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일 수밖에 없는가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렇듯 관성적인 지시로 사람을 내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사람을 잃고, 스스로가 사람일 수 있는 기회들을 잃어간다. 책임지고 싶지 않아서 눈 돌리고 내 일이 아니므로 방관하며 초당 1만 톤의 빗물이 쏟아지는 댐 속으로 사람을 보내는 세상. 한 존재의 죽음에는 산 자들의 윤리가 자명하게 드러난다. 2020년 〈2020 올해의 사진〉 “이 고독과 침묵이 좋아. 다만…” 사진 신웅재·글 김보라(영화감독) “피터, 뉴욕 상황이 안 좋다고 들었어. 너랑 가족들은 괜찮아?” “나랑 가족들은 다 괜찮아. 안토니오가 코로나 양성이 나왔는데 다행히 다 치료됐어.” 피터는 타임스퀘어에서 개와 함께 산책한 사진 몇 장을 보내왔다. 우린 평소에 타임스퀘어에 절대 가지 않았다. 너무 많았으니까. 사람도, 소음도, 들뜬 에너지도, 쓰레기도 그리고 만남조차도.피터는 문자를 이렇게 마쳤다. “나 사실 이 고독과 침묵이 정말 좋아. 많은 것들이 느려지는 게 좋아. 다만 사람들이 너무 고통받지 않길 바랄 뿐이야.” 사진 속에서 텅 빈 타임스퀘어를 본다. 기이 〈2020 올해의 사진〉 나의 어둠을 돌려달라 사진 이규철·글 장혜령(작가) 언젠가 (남영동 대공분실) 고문 피해자들의 증언을 읽은 적이 있다. 고문실이 어두울 거라 여겼던 내 짐작과 달리, 구금된 이들은 ‘빛’이 고통이었음을 말하고 있었다. 내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했던 건 빛과 어둠의 문제였다. 그들은 24시간 어디에도 숨을 곳 없는 빛 속에 낱낱이 피폭된 것이다. 빛, 소리, 색채…. 모든 것이 거기 있었다. 다만 없는 것은 어둠이었다.여기, 나이 든 두 남자가 카메라 너머를 응시하고 있다. 프레임 바깥의 우리도 뒤늦게 그들을 응시한다. 우리 사이에 칼 같은 어둠이 놓여 있다. 재심 청구를 통해 이 〈2020 올해의 사진〉 팬데믹 시대에 회상한 여행의 기억 사진 이명익·글 오지은(가수) 비행기에 타면 항상 창가 자리에 앉았다. 장거리 비행에 세 칸이 붙어 있는 좌석이어도 가능하면 창가에 앉았다. 세 칸짜리 좌석에서 화장실에 가려면 두 명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 좁은 이코노미 의자를 두 칸만큼 통과해야 한다.그래도 창가가 좋았던 이유는 구석에 파묻히는 좋은 느낌과 창밖의 풍경 때문이었다. 천사가 살 것 같은 구름, 신기한 일몰, 옆으로 보이는 별, 착륙할 때 비치는 도시의 불빛, 그걸 보다 잠이 들면 다른 세상에 도착해 있었다.내가 살면서 한 가장 사치스러운 행동 중 하나는 그런 비행기 창문을 질렸다는 듯 탁 하고 닫 비평의 시선으로 어린이의 얼굴과 마주하다! 기업 PR 연구, 창작, 평론 등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하며 아동문학을 탐색해 온 김유진의 첫 평론집 『언젠가는 어린이가 되겠지: 어린이, 소수자, 그리고 아동문학』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아동문학 작품을 매개로 해서 어른 독자와 어린이 독자가 서로 동등한 주체로 만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비평의 중심에 세우고 다채로운 논의를 펼친다. 최근 아동청소년문학이 발굴해 낸 여성 화자의 내면과 경험에 주목하고, ‘어린이 인식’에 관한 새로운 질문을 동시단에 던진다. 더불어 동화 및 청소년소설, 동시에 관한 단정하고도 정확한 비평으로 최근 우리 아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 국제 주류 품평회 IBC 은상 수상 기업 PR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 생 드래프트'가 해외 주류 품평회 중 하나인(IBC, International Beer Challenge)에서 은상을 수상하며 해외에서도 맛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의 주류 품평회 중 하나인 'IBC(International Beer Challenge)'는 영국, 독일 벨기에 등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엄선된 500여 개의 알코올/논알콜 맥주를 70여 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맥주 소믈리에, 맥주 양조업자 등 맥주 전문가들이 맥주의 맛, 향, 색, 거품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으며 〈2020 올해의 사진〉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을까 사진 박정근·글 이슬아(작가·글쓰기 교사) 콧잔등에서 코끝으로 마스크가 내려간 줄도 모른 채 무언가를 열띠게 설명하고 있었다. 수업을 듣던 아홉 살 어린이가 내 얘길 끊고 말했다. 선생님, 마스크 올리세요. 나는 민망해하며 마스크를 고쳐 썼다. 내 얼굴에 코와 입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얼굴 정면에 뚫린 세 개의 구멍이 서로에게 위험이 된 이 시대를 생각하며.경고하는 어린이의 목소리가 너무나 단호하여서 나는 지난 1년간 국가와 학교와 가정이 어린이에게 제한한 것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어린이는 줄어든 선택지를 순순히 받아들였고 그래서 내게도 단호히 요구한 것일지 모른 〈2020 올해의 사진〉 춤으로 연결된 생존의 몸짓 사진 김희지·글 김현(시인) 시인 메리 올리버는 “춤을 추고 있을 때는, 규칙을 깨도 돼. 규칙을 깨는 게 가끔은 규칙을 확장하는 거지”라고 노래했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춤은 집을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가정이 화목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 한 인간의 존엄을 위해 우리가 다 함께 지키기로 한 사항이나 법칙에 관해 다시 질문한다. ‘피해자다움’이라는 수동적 규칙을 깨고, 몸에 새겨진 폭력의 규칙을 능동적으로 따져 묻는 몸짓을 생존이 아니라 춤이라는 말로도 연결할 수 있어 기쁘다. 〈2020 올해의 사진〉 올해 우리는 숫자가 되었다 사진 노순택, 이명익·글 배명훈(소설가) 올해 내내 우리는 숫자가 되어 있었다. 작년에도 우리를 우리로 묶을 방법은 숫자밖에 없긴 했지만, 올해 우리가 팀플로 만들어낸 숫자의 의미는 예년보다 한층 각별했다. 매일 새로 작성되는 확진자 통계를 통해, 우리는 평생 볼 일 없는 사람들의 내밀한 일상을 떠올리며 공감하거나 혹은 분노했다. 행성에 거주하는 모든 이에게 똑같이 부과된 삶의 규칙 덕분에 이 통찰은 쉽게 국경을 넘었다.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니기에 여기에는 모종의 진실마저 담겼다.그리고 사람들은 투표를 하러 갔다. 몇몇 투표율은 금방 최고치에 이르렀다. 원하는 〈2020 올해의 사진〉 안타깝고 미안하고 속상한 02년생 사진 김석진·글 이길보라(영화감독·작가) 함께 중앙아시아를 여행했던 작고 동글한 소년이 있었다. 그에게 드넓은 평원과 끝없는 사막을 마주한 경험이 어떻게 남을지 궁금했고 부러웠다. 소년은 훌쩍 자라 내 키보다 큰 열아홉 살이 되었고 얼마 전 수능시험을 치렀다. 누군가는 그들을 ‘저주받은 02년생’이라 부른다. 안타깝고 미안하고 속상하다.그러나 한편으론 기대하고 기다린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마주하고 감각해낼 세대를. 우리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늘려나갈 것이다. 〈2020 올해의 사진〉 쓰레기의 ‘귀환’ 사진 조남진·글 이문재(시인·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산업문명은 포장 문명이다. 대중소비사회는 포장을 벗기는 사회다. 집을 보라. 누군가 ‘짐 보관소’라고 했는데, 틀렸다. 집은 포장지를 벗기는 장소다. 상품이 폐품으로 바뀌는 유턴 지점이다. 집에서, 일터에서, 길 위에서, 지구 곳곳에서 천연자원이 쓰레기로 바뀐다.우리는 호모사피엔스가 아니다. 우리는 ‘쓰레기를 배출하는 인간’이다. 문제는 쓰레기가 움직인다는 것이다. 우리가 ‘순환하는 질서’를 무시하고 지구를 끊임없이 수탈하는 동안, 쓰레기가 ‘순환’하기 시작했다. 회귀하기 시작했다. 미세먼지, 미세 플라스틱, 중금속, 방사성물질, 〈2020 올해의 인물〉 유엽이의 죽음은 무엇을 말하는가 변진경 기자 정성재(53)·이지연(51) 부부는 올해 자식을 잃었다. 삼형제 중 막내아들이었다. 17세. 살아 있으면 12월3일 수능을 치렀을 것이다. 아들은 해군장교를 꿈꿨다. 학교에서 방송반 실장이었고 성당 밴드에서 보컬을 맡았다. 조용하고 잔잔한 눈웃음을 지녔고 “PC방에 갈 때도 부모님께 꼭 물어보고 갈 정도로” 순한 아들이었다. 가족들과 여행 다니기를 좋아했다. 지난해 추석에는 일본 후쿠오카를 여행했다. 모자 상점에서 베레모 하나를 머리에 쓰고 아버지를 바라봤다. “어때?” 아버지 휴대전화에 담긴, 혼자, 크게 나온 그 사진은 반년 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