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신 외교하는 ‘애국 법관’ 노주희 (경기국제평화센터장·변호사) 4년 전 일이다.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이루어진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이 주고받은 협상 문서를 공개하라는 항소심 첫 재판이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이었다. 재판장이 당시 원고 소송대리인이던 내게 물었다. “정보공개로 일본에서 한국산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나면, 그래서 한국 경제가 어려워지면 책임질 건가요?”귀를 의심했다. 정보공개법은 모든 국민이 아무런 사유 없이 공공기관에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비공개하려면 공공기관이 같은 법에 따른 정당한 사유를 입증해야 한다. 앞으로 ‘글로벌한 협력’ 뒤에 숨은 달콤한 유혹 [편집국장의 편지] 이종태 편집국장 6월 초중순에 걸친 G7 재무장관 회의 및 정상회의를 통해 적어도 세계를 이끈다는 7개 대국은 이른바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에 합의한 것 같습니다. 대충 15% 선으로 말을 맞췄네요. 초국적기업들이 세계적으로 벌어들인 수익 가운데 적어도 15%는 법인세로 낼 수밖에 없는 ‘글로벌 포위망’을 만들겠다는 선언입니다.그동안 초국적기업들은 바하마 제도(법인세율 0%)나 아일랜드(12.5%) 같은 저세율 국가(조세도피처)에 만든 ‘페이퍼컴퍼니’ 법인을 활용해서 어느 나라에도 의미 있는 규모의 세금을 내지 않았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장사해 [영상]가스라이팅 기준이 뭔가요? 정신과 의사들에게 물었다 김진주 PD 요즘 인터넷 상에서 자주 보이는 '가스라이팅'이라는 말. "너는 너무 예민해"라는 말을 들으면 가스라이팅을 의심해보라는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세 명의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 가스라이팅이 의심되는 사연을 보여줬습니다. "이거 가스라이팅인가요?" 세 명의 정신과 의사는 모두 다르게 대답했습니다.각자가 생각하는 가스라이팅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가스라이팅이라는 말 요즘 왜 이렇게 많이 쓰이는 걸까요? [사람IN]영원한 월드컵 영웅 투지의 유상철 이상원 기자 6월7일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FC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49세. 2019년 췌장암 투병 사실을 발표한 뒤 각계의 응원을 받았으나 끝내 유명을 달리했다.유상철 전 감독은 한국 축구의 전설이다. 2002 한·일 월드컵에 국가대표로 참가해 4강 신화를 이끌었다. 쟁쟁한 4강 주역 가운데에서도 특히 빼어난 활약을 선보인 붙박이 주전 멤버였다. 대표팀이 치른 첫 본선 경기 폴란드전의 최우수 선수가 유상철이다. 전방에서 상대를 압박해 공을 가로챈 뒤 중거리 슛으로 쐐기골을 넣었다. 커리어 내내 선보인 강한 압박과 강력한 슛 능력 군 성폭력, ‘부대 내’ 전담팀으로는 해결 못한다 성남·나경희 기자 조용한 장례식장에 노래가 흘렀다. 5월21일 상관의 성추행과 2차 가해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아무개 중사가 생전에 즐겨 듣던 노래였다. “울지 마/ 왜 잘못하지도 않은 일들에 가슴 아파하는지/ 그 눈물을 참아내는 건 너의 몫이 아닌데/ 왜 네가 하지도 않은 일들에 사과해야 하는지/ 약한 사람은 왜 더/ 모두 다 잘될 거라는 말을 한다고 해도/ 그건 말일 뿐이지 그렇지 않니(‘브로콜리너마저’의 노래 ‘울지 마’ 가사 중).”조문객들은 영정 아래 놓인 휴대전화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고개를 숙였다. 6월8일 오전 이준석의 ‘윤석열 모시기 작전’, 통할까?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막판에 ‘뿅’ 하고 나타난다고 당원들이 지지해줄 것도 아니다.”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빠른 입당을 촉구하며 6월15일 라디오에서 이렇게 말해. 전직 박근혜 키드와 박근혜를 구속시킨 전직 검찰이 한배 타는 날, 곧 오나요?“나달에게 이기려면 최고의 테니스를 해야 한다. 오늘 나는 이를 해냈다.”6월11일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에서 노바크 조코비치가 라파엘 나달을 상대로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두고 남긴 말. 세계 랭킹 1위와 3위인 조코비치와 나달은 로저 페더러와 함께 빅3로 불린다. 준결승에 [PD의 생존일기]그 보건소 직원들은 북받쳐 말을 잇지 못했다 최한솔 PD 2021년 6월3일 목요일스무 살 이후로 쭉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점이나 식당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려면 보건증이 필요했다. 보건증을 발급받기 위해 동네 보건소를 종종 찾았다. 코로나19 이전 나에게 보건소라는 곳의 경험은 딱 거기까지였다. 5월25일부터 4박5일간 안산시 상록수보건소에서의 취재가 결정됐을 때 ‘출장 기간이 너무 긴 거 아닌가’ 생각했다. 보건소가 K방역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지만 머릿속에 그려지는 풍경은 선별진료소 정도에 그쳤다.큰 착각이었다. 첫날 방문한 백신접종센터부터 정신이 없었다. 예진실과 접종실을 통과 최숙현 선수 1주기, 대한체육회장은 연임에 성공하고...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했던 최숙현 선수의 1주기가 곧 다가온다. 무자비한 폭력에 시달렸던 그는 대한체육회 등 6개 공공기관에 애끓는 호소를 했지만 어느 한 곳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했다. 최 선수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이었다.애도는 함께 슬퍼하는 차원을 넘어 그 비극적 사건의 본질을 사회적 가슴에 새기는 일이다. 고 최 선수 사건 이후 국회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을 통해 국위선양이란 단어를 삭제했다. 또한 스포츠클럽육성법 제정과 스포츠기본법 발의 등 스포츠 정책 틀의 대전환을 위한 입법적 노력을 [기자의 추천 책] 아동학대 사건, 법으로 처벌만 한다고 끝일까 김영화 기자 올해 초 정치 기사를 쓰면서 법안을 들여다볼 기회가 종종 있었다. 서울 양천구 아동학대 사망 사건과 정의당 당대표 성추행 사건, 민주당 언론개혁 법안을 한 주씩 다뤘는데 사안은 달랐지만 ‘강한 징벌’에 대한 요구가 공통적으로 있었다. 법대로 처리하고 법이 부족하면 처벌 수위를 강화해서라도 가해자를 징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쉽게 찬성표를 얻었다. 그에 비해 처벌이 능사가 아닌 이유를 설명하는 일은 고되고 복잡했다. 어떻게 아동학대 대응 현장을 망가뜨리고 성폭력 피해자의 자리를 지우는지 말이다.법으로 처벌만 하면 끝일까? 사법절차로 피해 20세기 문화 아이콘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 〈친애하는 20세기〉 박성표 (작가) 21세기도 어느새 5분의 1을 지나고 있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여전히 20세기에서 사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레트로 열풍이 거세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의 취향을 만들어준 20세기 문화는 과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우리 시대의 ‘클래식’이 된 대중문화와 디자인, 라이프스타일은 사실 태어난 지 100년도 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친애하는 20세기〉는 출판·음식·건축·디자인·미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20세기의 문화 아이콘이 태어난 과정을 보여준다. 시작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다. 지구의 일기장으로도 불리는 이 잡지는 원래 학 ‘허버허버’ ‘오조오억’ 표현 쓰면 무조건 혐오라고?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 최근 용어 논란으로 유튜브가 시끄럽다. 가령 어느 유튜버가 ‘오조오억’이라는 표현을 쓰면 곧바로 ‘남성혐오’ 논란이 뒤따른다. 그 유튜버에게 남성혐오자라는 딱지를 붙인다. 이 논란을 보는 사람들로서는 숫자일 뿐인 ‘오조오억’이 왜 남성혐오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허버허버’라는, 그 뜻을 알기 힘든 용어도 비슷한 용례로 활용된다. 이런 표현들은 보통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밈’의 형태로 유통되곤 한다. ‘오조오억’의 경우 여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남성의 정자가 오조오억 개라는 뜻을 담은 성희롱적 맥락에서 활용 중이라는 주장이 나온 [사진 세상]누구나 마음껏 찍을 수 있지만 민주적이지는 않은 이상엽 (사진가) 아버지 세대는 6월 하면 ‘전쟁’을 떠올린다. 내게 6월은 ‘민주주의’를 떠올리는 뜨거운 달이다. 1987년 이후 한 세대를 통과하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6월은 인상적인 사진 몇 장과 함께 당대 민주주의를 떠올리게 한다. 초중고 교과서에는 민주주의를 대변하듯 6월항쟁 사진들이 실려 있고 거의 매년 열리는 다양한 전시회에도 사진들이 등장한다. 사진은 수많은 구호와 연설, 성명서 문건들을 압도하는 상징성으로 6월의 민주주의를 대변하고 있다. 다만 사진은 민주주의 자체가 아니라 사건의 순간을 포착한 것에 불과하다는 점 또한 잊어선 안 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