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그 때, 차별금지법이 제정돼 있었다면 이진영 ((사)양천마을 활동가)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과 책 토론을 할 기회가 있었다. 주인공이 유치원에서 만난 친구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과 마음이 잘 드러나 있는 어린이책 〈첫사랑〉을 읽고 함께 토론하면 좋겠다고 학교에 제안했다. 낯선 도시로 이사를 와 처음 다니게 된 유치원에서 주인공은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만나 행복을 느끼지만 결국 그 친구와 헤어지게 된다는 내용이다. ‘사랑하는 마음’에 관해 학생들과 토론하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다.책 토론 날짜가 가까워진 어느 날 학교에서 연락을 받았다. 사전에 책을 검토해봤는데 동성애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안 된다고 자의적 애국심보다 법리적 판단이 우선이다 노주희 (경기국제평화센터장·변호사) 6월14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85명은 일본 전범 기업 16곳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사건(‘2차 강제동원 손배사건’)에서 항소를 제기했다. 이는 앞선 6월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4부(재판장 김양호)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추진해온 소송을 ‘각하(1심 판결)’한 것에 대한 불복이다.각하는 패소 판결이라는 점에서는 기각과 같지만, 원고의 주장·입증이 불충분해서가 아니라 소송요건을 구비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가령 제소기간이 지났거나 중복제소를 한 경우 ‘부적법한 소 제기’로 각하된다. 1심 재판부는 2021 학교폭력, 더 치밀해지고 더 복잡해진다 김은지 기자 지난 2월 배구선수 이재영·다영 자매의 학교폭력 가해에 대한 폭로가 시발점이 되었다. 또 다른 유명 인사들의 학교폭력 가해에 대한 고발이 잇따랐다. 학교폭력은 한동안 미디어를 뜨겁게 달궜다. 6월 중순 현재 ‘학교폭력’은 뉴스의 중심에서 비켜 있지만, 여전히 벌어지는 이슈다.〈시사IN〉이 학교폭력 관련 연속 보도를 기획한 이유다. 이번 호에서는 2020년 2학기(2020년 9월~2021년 2월) 서울시 11개 교육지원청(동부·서부·남부·북부·중부·강동송파·강서양천·강남서초·동작관악·성동광진·성북강북)에서 심의한 학교폭력 사건을 전수 [기자들의 시선]조국 부녀가 왜 거기서 나와 이상원 기자 이 주의 사과〈조선일보〉가 한 범죄 기사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딸 조민씨의 모습이 묘사된 그림을 사용해 논란이 일자, 관리감독 소홀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6월21일 보도된 “‘먼저 씻으세요’ 성매매 유인해 지갑 털어” 제하의 기사는 3인조 혼성 절도단이 성매매를 원하는 50대 남성을 모텔로 유인한 뒤 금품을 훔친 사건을 다뤘다. 이 기사에 실린 이미지가 조 전 장관 부녀의 사진을 연상케 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사과문을 게재하고 “(이미 제작된) 일러스트 목록 가운데 여성 1명 남성 3명이 등장하는 이미지만 보고 이를 실 요리사 임지호, 밥그릇 말고 마음을 채워준 이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임지호는 자신이 요리한 음식을 먹지 않았다. 손님이 먹을 음식으로 요리를 한 것이니 자신이 먹을 수는 없다고 했다. 요리사라는 직업인이 갖추어야 할 정신 자세를 내게 말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식당 밖에서도 그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지 않았다. 1996년 그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그랬다. 식당에 손님이 없어 나만을 위해 놀이 삼아 별스러운 요리를 했는데 그는 그 음식을 한 점도 입에 넣지 않았다. 별난 요리사라고 여겼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고 있다. 그는 요리사가 아니었다. 할머니이고 어머니였다. 우리를 먹이던 그이들이었다.“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작성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 보고서의 제목. 6월16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해당 보고서를 발표한 헤더 바 휴먼라이츠워치 여성권리국 임시 공동디렉터는 “불행히도 한국은 해당 분야(디지털 성범죄)의 선두 자리에 있다. 다른 국가나 유엔 같은 국제기구는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해.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인가.“무시무시한 화마 속에서 대장님을 바로 구해드리지 못하고 홀로 남겨둘 수밖에 없었던 1분 1초가 두려웠습니다.” [사진세상]그냥 카메라를 들고 어딘가 나가서 ‘서성거리라’ 김성민 (경주대학교 교수) 사회학자 찰스 라이트 밀스는 익숙한 사회적 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낯설게 보는 것을 가리켜 ‘사회학적 상상력’이라고 정의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려는 노력은 사진가에게도 꼭 필요한 덕목이다. 일상 속에서 쉽게 포착되지 않는, 이면에 잠재된 아름다움이나 관계를 발견하는 것은 사진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이를 ‘사진적 상상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많은 사람이 촬영을 위해 집을 나서서 몇 블록 걷다가는 곧바로 ‘이런, 아무것도 찍을 게 없네!’ 하며 낙심하고 발길을 돌린다. 어느 정도 인내심을 갖고 여기저기 두 남자 배우의 입맞춤에 웃음을 터트린 이유 [프리스타일] 이상원 기자 몇 달 전 연극을 보다가 기이한 경험을 했다. 기대만큼 재미있는 공연은 아니었다. 취재를 위한 최소한의 긴장 상태만 유지하던 도중, 남자 주인공들이 입을 맞추는 장면이 나오자 일순 정신이 번쩍 들었다. 관객들이 일시에 “어우!” 하는 야유 소리를 내며 웃음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관객 참여형으로 기획된 연극이라 객석이 마주보는 형태였다. 맞은편 관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새된 야유 소리와 비틀린 몸짓에서 표정도 읽을 수 있었다. 이날 연극의 주제는 ‘동성애자도 이성애자와 다를 바 없다’는 명제였다. 현장의 반응은 좀 역설적 [책 읽는 독앤독]그는 현대판 쇼펜하우어가 될 수 있을까? - 〈고독한 산책자의 등장〉 윤성근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대표)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사람들이 독창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무척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와 함께 대학 강단에 섰던 헤겔에게조차 참신함이 없다며 독설을 퍼부었던 쇼펜하우어다. 그는 평생 이미 있던 누구의 이론에도 기대지 않는 독창적인 철학을 찾고자 노력했던 사람이다.내가 시작부터 이런 말을 하는 건 다름이 아니라 독창성에 집착하는 현대의 쇼펜하우어를 만난 일이 있기 때문이다. 60대 나이로 보이는 이 쇼펜하우어 선생(그를 S씨라고 부르겠다)은 최근에 승적을 정리한 ‘전직 승려’다. S씨가 내게 찾아달라고 부탁한 책은 루소 [기자의 추천 책] 일하는게 세상에서 제일 싫은 당신에게 이상원 기자 ‘워라밸’은 최근 생긴 신조어다. 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을 줄인 말이다. ‘워라밸을 추구한다’는 말은 ‘일을 덜 (열심히) 한다’는 뜻으로 통한다. 일을 등한시하고 취미 생활만 즐기던 사람이 제 업무에 충실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일과 삶의 균형’을 꾀한다고 표현하지는 않는다.일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문제라는 게 워라밸의 문제의식이다. 덴마크 철학자이자 경영자인 모르텐 알베크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노동시간과 무관하게 일 자체가 문제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 2015년 한 연구에 따르면, 인생에서 행 경쟁만 하는 MZ 세대? 연대도 할 줄 안다고요 고동민 (제주시 중앙여고 교사) 지난 6월3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6월 모의고사가 끝났다. 종례를 하러 교실에 들어가니 기대 이상으로 시험을 잘 본 것 같아 기쁜 표정을 짓고 있는 학생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문제가 어려워 풀이 죽은 학생도 있었다. 매달 치르는 모의고사이지만 그때마다 원하는 점수를 받지 못해 낙담하는 학생을 보면 고3 담임을 맡고 있는 처지에서도 마음이 아프다.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상대평가 체제에서 누구는 1등급을 받고 누구는 9등급을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고3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해 “그러니 당신도 살아 있으라.”-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산만언니 지음, 푸른숲 펴냄“그러니 당신도 살아 있으라.”1995년 스무 살 나이에 슈퍼마켓 물품보관대에서 일당 3만원짜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겪었다. 일터가 삼풍백화점이었다. 갑자기 바람이 불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얼굴이 피투성이였다. 어찌어찌 살아남았고, 사건 이후로도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 일을 잊고 살기 위해 노력했다.어느 순간 ‘세상은 생존자가 침묵하는 딱 그만큼 불행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딴지일보에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의 생존자가 말한다’라는 글을 썼 VR 대중화의 걸림돌이 고작 멀미 때문이라고? 이효석 (뉴스페퍼민트 대표) 최근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메타버스는 초월이란 뜻의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가상현실이 확장되어 실제 현실과 상호작용하며 그 안에서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다. 혹자는 메타버스를 인터넷과 모바일의 뒤를 잇는 새로운 플랫폼 혁명이라 말할 정도로, 이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변화를 예견하기도 한다. VR은 이러한 메타버스로 가는 대표적 접속 기술이다.〈시사IN〉 제703호에 필자의 VR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기사(‘파퓰레이션:원’ VR 보급의 기폭제 될까?) [그림의 영토]내비게이션을 끄고 길을 떠나보는 용기 - 〈두 갈래 길〉 김지혜 (그림책 서점 ‘소소밀밀’ 대표) 가끔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설정해놓고도 다른 길을 갈 때가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엔 한적한 길을 찾아 달리기도 하고, 아차 싶은 순간에는 엉뚱한 길로 빠지기도 했다. 괜히 조바심이 나는 날에는 좀 더 빠른 길을 찾아 헤매다 애초에 설정해둔 목적지로 가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로 인해 조금씩 달라지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모두 감당할 수 있는 일상의 일이었으며 삶의 기쁨과 슬픔, 우연과 필연의 조각들이었다.스페인 작가 라울 니에토 구리디가 쓰고 그린 〈두 갈래 길〉은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두 사람의 발걸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기사 후~폭풍 나경희 기자 무려 34명이 등장한 표지였다. 각자 서 있는 자리에서 묵묵히 땀 흘리며 ‘1년 반 동안 K방역이라는 수레바퀴를 직접 굴려온’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보건소 직원들의 모습이 담긴 〈시사IN〉 제718호 커버 사진에 독자들의 호응이 이어졌다.김연희 기자와 이명익 사진기자가 취재한 커버스토리 ‘코로나19 전쟁의 최전선, 상록수보건소에서 보낸 4박5일’에는 “감사하다”라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시사IN〉 유튜브(youtube.com/sisaineditor)에 공개된 영상(“12월에는 딱 하루 쉬었어요” 코로나19가 바꿔놓은 보건소 사람들의 [영상]“12월에는 딱 하루 쉬었어요” 코로나19가 바꿔놓은 보건소 사람들의 일상을 함께해봤다(ft. k방역) 최한솔 PD 코로나19 2년 차, 오늘도 전국 256개 보건소에서 K방역이라는 수레가 굴러간다. 그 수레를 직접 굴리는 건 1인n역을 해내며 바쁘게 뛰어다니는 전국 각지의 보건소와 지자체 공무원들이다.확진자 검사와 역학조사, 환자이송과 소독업무에 이어 최근 더해진 백신접종까지. 이 모든 일을 소화하는 보건소 사람들은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을까? 안산 상록수보건소에서 보낸 4박5일 동안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을 통과한 보건소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를 담았다. [비장의 무비]살고 싶다면, 찍소리도 내지 마라 - 〈콰이어트 플레이스 2〉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래서 산 자를 찾아온다. 일본의 〈링〉, 한국의 〈여고괴담〉, 타이의 〈디 아이〉 같은 ‘아시아 괴담 영화’가 으레 그러했다.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넌지시 일러주는 망자가 대부분이지만 더러 성격 급한 이는 직접 산 자의 몸에 빙의해 격정을 토로하기도 했다.죽은 자는 힘이 없다. 두려운 건 그래서 늘 살아 있는 존재다. 영미권 공포영화가 대개 그러했다. 외딴집이나 외딴 숲속에서 사이코나 살인마에게 쫓겼다. 좀비에게 시달리는 이야기도 더러 있었지만 아직은 주류의 서사가 아니었다.그러다 21세기를 맞이했다. 세상 [PD의 생존일기]이 맛에 라이브 방송을 하는구나 김진주 PD 6월10일 저녁, 마지막 라이브 방송을 앞두고 있다. 〈시사IN〉은 3월부터 전국의 동네책방과 손잡고 ‘읽는 당신×북클럽’을 진행 중이다. 한 달에 한 번, 북클럽의 하이라이트인 라이브 방송이 열린다. 사회자와 강연자가 동네책방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전국의 북클럽 회원들이 줌(Zoom)에 접속해 실시간 질의응답을 하는 식이다. PD들은 〈시사IN〉 미디어랩 안희태 선배의 지휘 아래 라이브 방송 시스템을 구현하는 스태프로 참여해왔다.“라이브 그거 스마트폰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온종일 라이브 방송 예행연습을 하다가 진이 ‘조금만 기다리면 새 집을 살 수 있다’는 기대를 주자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 최근 모처에서 열린 회의에서 참석했다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는 분을 만났다. “부동산시장의 과열이 심하다. 따라서 금리인상을 서둘러 단행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건설투자 비중이 과도한 상황이고, 더 시급한 곳이 많기에 건설 관련 정부투자는 늘리는 데 신중해야 한다.”물론 일부 주장에는 동의한다. 아래 〈그림 1〉에 잘 나타난 바와 같이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주택구입부담지수란 각 지역의 중위(median) 아파트를 구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 부담을 지표로 만든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의 소득 기준 ‘사랑하라’ 교리 따라 병역 거부한 젊은이가 받은 가혹한 형벌 김형민(SBS Biz PD) 헌법 제37조 2항은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이 원칙이 처참하게 깨진 역사는 일일이 세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오늘은 자신이 한 행동 이상으로 처벌받고 고통받고 인생이 망가진 사람들 중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해.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병역을 거부하는 사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전쟁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