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봉합 한미그룹 남은 숙제는 문상현 기자 올해 초부터 재계 관심을 받은 한미약품그룹(한미그룹) 일가의 갈등은 ‘경영권 분쟁 역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였다. 별세한 회사 창업주의 배우자-장녀(모녀 측), 장남-차남(형제 측) 연합전선이 꾸려져 대립했다.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주력 사업(바이오)과 거리가 먼 전략적 투자자(OCI그룹)와 손잡고 회사 지배구조 개편, 경영권 장악을 시도한 것도 전례 없는 일이었다(〈시사IN〉 제861호 ‘모자의 난 부른 한 지붕 두 가족 전략’ 기사 참조).한미그룹 분쟁의 승자는 형제 측이 되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 결과다. 지분 대결 ‘중립금리’ 상승이 미국 금리인하 미룰까 이종태 기자 미국의 일자리가 자꾸 늘어나는 바람에 전 세계 투자자들이 시름에 잠겼다.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하에 제동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연준이 내리지 않으면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내리기 어렵다.지난 4월5일, 미국 노동부는 3월의 ‘농업 이외 일자리’가 전월(2월)보다 30만3000건이나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실업률은 2월의 3.9%에서 3.8%로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연준의 정책위원들은 기준금리(4월 초 현재 5.25~5.5%)가 “2024년에 0.7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그렇게 하겠다는 소리다 대파는 왜 중요한가? 저널리즘으로 따져보면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이번 총선의 주인공 중 하나는 대파였다. 3월18일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 물가 점검차 하나로마트 서울 양재점에 방문한 당시 할인 행사 중인 대파를 두고 “대파 한 단 875원이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는 보도 이후 대통령이 현실 물가를 모른다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총선 판도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대파 보도의 여파는 영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민원이 제기됐고, 위원회가 선거방송 특별규정 제12조(사실 보도), 포괄규정 제8조(객관성) 등을 적용해 이 건을 심의할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연합뉴스〉 3월26일)가 플라스틱 오염 없애는 ‘위대한 여정’의 시작 이오성 기자 우리는 할 만큼 했다. 날마다 쌓이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며 죄책감에 시달렸고, 배달 음식 용기는 박박 설거지를 해서 내놓고는 했다. 웬만한 전자제품 설명서보다도 난해한 분리수거 매뉴얼을 붙들고, 하나라도 더 살려보겠다고 골머리를 앓았다. 텀블러와 장바구니는 필수, 가급적 새 옷도 사지 않으려 했다. 평범한 소비생활 속에서도 지구와 환경을 지켜보겠다는 선한 몸부림이었다.현실은 우리의 선의를 받쳐주지 못했다. 아무리 애써봐야 결국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20%대에 머물렀다(세계적으로는 9%에 불과하다). 우리가 분류를 잘못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 죄책감에 시달리지 말자” 이오성 기자 BFFP(Break Free From Plastic)는 우리에게 낯선 단체다. 이름 그대로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운동을 펼치기 위해 2016년 결성된 글로벌 환경단체다.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의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을 비롯해 전 세계 3000여 개 단체가 소속돼 있다. 이 단체 국제 정책 고문을 맡고 있는 이세미 변호사를 만났다.플라스틱 국제협약의 목표가 뭔가.플라스틱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플라스틱 오염을 없애자는 것이다. 지금 플라스틱 완제품에 1만6000개 이상의 제주 세월호 생존자들이 국가에 던지는 질문 최정규 (변호사·⟨얼굴 없는 검사들⟩ 저자) ‘파란 바지’의 의인, 세월호 생존자 김동수씨는 10년 전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국가 구조 기능이 마비됐던 마지막 순간까지 사람들을 구해 우리 사회 의인으로 등극했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건 4년 전이다. 김씨는 국회 앞 시위 도중 자해로 이송된 병원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렸다는 이유로 응급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되었다. 6년 만에 그는 의인에서 피고인이 되었고, 나는 그의 변호인이 되었다.의인이 마땅히 누려야 할 자부심과 행복은 고사하고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던 그를 변호하기 위해 제주를 오가며 나는 제주 세월호 생존자 23명의 여론조사 공표 금지 이의 있습니다 박성철 (변호사)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금하는 조항이 선거법에 있다. 선거일 6일 전부터 선거일 투표 마감 시각까지 금지한다. 언론인만 지켜야 하는 법은 아니다. 누구든지 적용 대상이 된다. 위반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선거일을 앞두고 이른바 ‘블랙아웃 기간’을 둔 까닭은 무엇일까. 흔히 밴드왜건 효과를 이유로 든다. 여론조사가 공정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졌더라도 결과가 알려지면 투표자들이 승산 높은 쪽으로 더 쏠리게 된다는 뜻이다. 반대로 언더독 효과를 말하기도 한다. 불리한 편을 동정해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아니다”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지난해 10월 하순 우여곡절 끝에 극적으로 하원의장에 선출된 마이크 존슨 공화당 의원(52)이 전임 케빈 매카시 의장(59)처럼 축출될 위기에 몰렸다. 지난 3월22일 존슨 의장이 민주당·백악관과 협조해 세출 예산안을 통과시키자 극우파 정치인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49)이 의장 해임안을 발의한 것이다. 그린 의원은 “마이크 존슨은 의장을 해선 안 된다. 당의 의견은 물론이고 공화당 유권자들의 가치·도덕·윤리를 배반했기 때문이다. 우린 지금 선장이 버리고 떠나 표류 중인 배와 같다. 그는 우리를 포기하고 친민주당 의장으 따뜻한 봄이 오면 프랑스 세입자는 떤다 파리·이유경 통신원 3월31일, 지난 5개월 동안 프랑스 세입자(임차인)에게 적용된 ‘동계 퇴거 중지 기한’이 종료됐다. 프랑스의 독특한 임차인 보호법인 동계 퇴거 중지 기한법은 1954년에 처음 시행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톨릭 신부이자 빈민 구제 운동가로 유명한 ‘사제 피에르(Abbé Pierre)’의 주창에 따라 제정된 이 법은 최소한 동절기만은 강제 퇴거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기본권을 보장하는 제도다. 이 법은 2014년, 3월15일까지였던 기한을 2주 늘리며 매년 11월1일부터 이듬해 3월31일 자정까지 적용되고 있다.이 법에 은이 솟구치는 산에서 중남미 사회의학으로 김명희 (노동건강연대 운영위원장·예방의학 전문의) 입춘, 경칩, 춘분이 지나도록 쌀쌀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드디어 봄의 전령사가 도착했다. 백련사 동백도, 산동마을 산수유도, 화엄사 홍매화도 그 주인공이 아니었다. 고비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바람. 황사와 미세먼지야말로 한반도에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진정한 전령사다.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세계 1등이었다는 그날, 거리에는 다시금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넘쳐났다. 나도 오랜만에 서랍 속에서 KF 94 마스크를 하나 꺼냈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열린 한 행사에서 기념품으로 받은 것이었다.포장지에는 커다랗게 ‘은나노’ ‘ 반토막까지 34년 굽시니스트 반백 년 이어진 시선집 “독자 있어 가능했다” 임지영 기자 1975년, 신경림의 〈농무〉가 창작과비평사에서 출간되었다. 계간지 〈창작과비평〉 여름호가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판매 금지된 해이기도 하다. 그해 12월, 문학과지성사가 출범했다. 계간지 〈문학과지성〉 동인인 김병익 문학평론가가 언론 탄압으로 해직된 이후였다. 3년 뒤인 1978년 문학과지성사는 황동규의 〈나는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어진다〉를 첫 번째 시집으로 냈다. 그렇게 창비시선, 문학과지성(문지) 시인선이 시작되었다. 약 50년이 지났고 최근 각각 500호, 600호를 발간했다.좀 더 늦게 시작했지만 문지 시인선이 600 아카이브 전문가들이 파업을 벌이면? 임윤희 (도서출판 나무연필 대표, <도서관 여행하는 법> 저자) 17년 전, 캐나다 밴쿠버를 여행하다가 도서관 파업을 목격한 적이 있다. 구체적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돌아온 게 오래도록 마음에 걸렸는데, 이번에 다시 밴쿠버에 방문할 기회가 있어서 그 시절 파업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밴쿠버 공공도서관 7층의 스페셜 컬렉션실. 이곳은 도서관에서 갈무리한 가장 귀한 자료들을 별도로 관리하며 이용자에게 서비스하는 공간이다. 여기에 ‘밴쿠버 공공도서관: CUPE 391 파업 아카이브’라는 자료가 있었다. 사서에게 자료명과 청구기호를 제출했더니, 10㎝ 정도 두께의 검정색 파일 다섯 개가 카트에 실려 왔 ‘사상검증구역’에서 얼굴 보고 대화할까? 복길 (자유기고가) 내가 휴대전화 화면에 집중할 때마다 친구는 단속하듯이 말한다. “트위터 좀 관둬.” 꽤 오래 전부터 들어왔던 말이지만 말투에서 느껴지는 뾰족한 가시 때문에 나는 번번이 “왜?” 하고 반문한다. 친구가 생각하는 트위터는 ‘나와 비슷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로만 클러스터를 형성할 수 있는 편협한 SNS’다. 올해로 트위터 계정을 운영한 지 9년째인 나는 친구의 이런 해석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늘 작은 변명을 한다. ‘사람에겐 때때로 편협함이 필요해!’나는 편협하다. 그건 오늘의 뉴스를 다른 커뮤니티의 필터로 보고 싶지 않다는 17년 차 MVP의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자신감” 김다은 기자 김단비 선수(아산 우리은행 우리WON)는 올해 은퇴할 생각이었다. 서른네 살. 2007년 프로 데뷔 후 지금까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에서 뛰고 있다. “계속 농구를 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도 욕심 아닐까, 후배들이 더 잘할 수 있게 판을 깔아주고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은퇴 시기를 저울질해왔다. 그게 올해였다.‘오래 뛴’ 선수인 건 맞다. 한국 여자 농구의 새로운 장을 연 WKBL은 1998년 7월 여름에 개막했다. 올해로 리그가 26년이 됐으니 17년 차인 그는 한국 여자 프로농구 역사의 ‘저연령 유럽파’라는 한국 축구의 딜레마 배진경 (<온사이드> 편집장) 한국 축구에서 ‘유럽파’라는 타이틀은 성공한 선수와 동의어로 통했다. 축구의 본류인 유럽에서 뛰는 선수가 되는 것이 태극마크를 다는 일보다 훨씬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실제 1990년대 전까지 유럽 무대를 장기간 누빈 한국 선수는 차범근이 유일했다. 차범근은 독일에서 최정상급 공격수로 우뚝 섰다.2002 한·일 월드컵의 대성공으로 한국 축구의 가능성이 확장했고, 젊은 선수들에 대한 유럽 축구계의 관심도 커졌다. 박지성·이영표·송종국·이천수·차두리·김남일 등이 유럽으로 건너갔다. 차범근의 뒤를 이었다고 할 만한 선수는 박지성과 꿈꾸는 사람은 봄꽃처럼 아름답다 김이경 (작가) 봄 맞은 산에 오른다. 가쁜 숨이 닿는 곳마다 보랏빛 꽃들이 피었다. 제비꽃이다. 톡톡 벌어진 꽃송이가 밥 달라 조르는 새끼 제비들의 앙증맞은 입을 닮았다. 이래서 제비꽃인가 했더니 제비 올 때 핀대서 제비꽃이란다. 어쨌거나 작지만 어엿한 봄, 생명의 전령사다. 조심스레 걸음을 옮기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내가 너를 처음 만났을 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조동진의 ‘제비꽃’이 인기를 끌 때 나는 그 노래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머리에 꽃을 꽂은 소녀라니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컬트맥스 커틀러·케빈 콘리 지음, 박중서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내 느낌에는 그가 조만간 거물이 되려는 시도를 할 것만 같다.”한국 사이비 종교의 민낯을 다룬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의 배경을 미국으로 옮겨온 책이다. 인생의 절반을 교도소에서 보낸 찰스 맨슨은 심리적 조작을 통해 자신을 따르게 된 ‘패밀리(추종자)’와 함께 살인·강도 등 각종 기행을 벌였다. 놀랍게도 이들의 강력한 결속력은 오직 맨슨의 말과 행동, 그릇된 믿음에서 자라났다. 마셜 허프 애플화이트는 신생 종교인 ‘천국문’을 만들었는데, 신도들은 전용 숙소에서 기거하 어긋나고 구멍 나서 아름다운 식물처럼 문상현 기자 다른 사건을 취재하다가 우연히 접한 일이었다. 아동학대 혐의로 부부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그들은 밥 먹듯이 가출하는 중학생 딸과 다투다 생긴 일이라고 했다. 오히려 딸이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는 탓에 다친 적도 있다고 했다. 속상하고 서럽다고 했다.아이의 눈은 날카롭고 말은 거칠었다. 한여름인데도 긴팔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소매를 계속 당겨 내렸다. 소매를 걷어볼 수 있냐고 물었다. 머뭇거리다 보여준 손목에는 길게 그어진 흉터가 가득했다.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과 같이 있고 싶지 않 밥 말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레게’ 배순탁 (음악평론가) 밥 말리 전기 영화 〈밥 말리: 원 러브〉를 봤다. 글쎄. 기대가 너무 커서인지 별 감흥은 없었다.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수렁에 빠질 뻔한 영화를 위대한 밥 말리의 음악이 겨우 건져내준 작품이라고. 나는 영화평론가가 아니다. 따라서 개인 감상에 불과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약은 약사에게, 영화는 김세윤 작가에게.밥 말리가 누군가. 레게 하면 영순위로 떠오르는 이름이다. 과연 그렇다. 장르의 대표를 넘어 장르 그 자체가 된 음악인은 그리 많지 않다. 이걸 부정할 순 없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된다. 자메이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