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IN] 운전석 떠나 망루에서 300일 동안 외치는 것은 이명익 기자 오래된 문제는 ‘사납금’이었다. 택시 노동자들은 하루 동안 번 돈 중에서 예컨대 15만원을 회사에 납부하고 남은 수익만 가져갈 수 있었다. 사납금을 낸 뒤 가족들을 부양할 돈을 남기려면, 장시간 노동은 기본이었다. 실적을 높이기 위한 과속·난폭 운전은 관행처럼 굳어졌다. 승객과 택시 노동자 모두를 위험으로 내몰았다.그래서 사납금 제도는 노예제도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 8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하며 사납금이 폐지되었다. 2020년 1월1일부로 시행된 택시운송사업발전법(이하 택시발전법)에 따르면, 택시 노동자의 노동시 [포토IN] 승패와 상관없는, 대선 후보들의 순간 이명익 기자 선거 개표 상황실에선 사진기자들만이 느끼는 암전 같은 때가 있다. 바로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이다. 사진기자들은 선거 결과를 방송 화면이 아니라 렌즈 너머 얼굴들의 표정으로 감지한다. 확연한 환호나 실망의 표정이 포착되지 않을 때, 사진기자들 역시 승패를 가늠할 수 없다.이번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출구조사 결과 발표가 그랬다. 승리를 자신했던 국민의힘 지도부는 3월9일 저녁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그 순간, 박수를 치되 환호하진 않았다. 찰나를 잡고 싶었던 사진기자들에게도 몹시 고민스러운 순간이었다.3월10일 새벽, 윤석열 [포토IN] 어퍼컷 날린 ‘정권 심판’의 윤석열 이명익 기자 “여러분이 지켜낸 대한민국, 여러분이 키워낸 이 나라가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세력에 계속 무너지고 있다. 저 역시 정치는 신인이지만 도저히 이런 꼴을 볼 수가 없어 절실한 마음으로 여러분 앞에 서 있는 것.”군중 속에서 등장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한껏 상기된 표정이었다. 2월15일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열린 첫 대선 유세에서 윤 후보는 연설 내내 ‘무능’과 ‘부패’ ‘정권 심판’을 외쳤다. 가덕도 신공항의 비행기를 날리는 퍼포먼스와 ‘어퍼컷’ 세리머니를 마지막으로 서울, 대전, 대구, 부산으로 이어진 경부선 ‘하행선’ 유 [포토IN] 낮아진 합천보 수위, 4대강 자연으로 돌아가다 이명익 기자 경남 합천창녕보(이하 합천보)의 수문이 수면 위로 완전히 떠올랐다. 지난해 12월1일 수문 개방을 시작한 합천보의 수위는 4.8m. 4대강 시절의 관리 수위인 10.5m보다 5.7m나 낮아진 수치다. 낮아진 수위는 ‘관리의 강’이 아닌 ‘자연의 강’을 의미한다.지난 1월10일 찾은 합천보 상류의 박석진교는 4대강 사업 이전 수준까지 수위가 내려가며 재자연화가 이뤄지고 있었다. 모래톱이 돌아왔고 백로가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하지만 2월이 되면 수문은 다시 내려간다. 수막농법(온도가 일정한 지하수를 이용해 비닐하우스 온도를 유지 [포토IN] 친환경 전환, 그리고 비정규직으로의 전환 이명익 기자 국내 최고령석탄화력발전소인 호남화력발전소(사진 위) 1, 2호기가 지난해 12월31일 밤 12시를 기해 가동을 중단했다. 호남화력발전소는 1973년 유류발전소로 준공되었으나 1985년에 석탄발전소로 전환되어 시민들에게 지난해까지 전력을 공급해왔다. 이 발전소는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가 세계 최대의 석유화학단지로 발전해온 지난 반세기의 상징이기도 했다.하지만 이 고도성장의 상징도 탄소배출 감축과 미세먼지 저감이라는 시대의 흐름 앞에서 멈춰 섰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충남 서천 1, 2호기를 시작으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를 폐 [포토IN] 수만 년 살아온 구상나무, 고사하는 데 고작 20년 이명익 기자 “하얗게 고사된 나무가 구상나무인데 지리산에선 대부분 고사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예요. 수만 년 동안 한반도에서 살아왔던 침엽수들인데 불과 10~20년 사이의 기후변화가 생존 환경을 변화시켰고 집단 고사로 이어지고 있어요.”10월30일 오후 그린백패커와 함께 지리산 반야봉(1732m)에 오른 녹색연합의 서재철 전문위원은 백두대간 기후위기 모니터링 프로그램 시작에 앞서 어두운 표정으로 인사말을 건넸다. 구상나무는 한반도 고산지역의 대표적인 깃대종(특정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할 수 있는 주요 동식물)이다. 고산의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포토IN] 이슬람 혐오 현수막, 무슬림 아이는 읽는다 이명익 기자 “여기서 태어나고 학교 다니는 아이도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글자를 모르니까 괜찮지만 아이들은 다 알아요. 자기 종교와 부모에 대해 테러리스트라며 이야기한 글자(피켓)에 마음의 상처가 깊어요.” 무슬림인 A씨가 가족과 함께 대구 북구 대현동으로 이사 온 건 7년 전인 2014년이다. 경북대가 무슬림 유학생을 받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린다. A씨와 유학생들이 기도를 올리던 작은 집은 이슬람 사원이 되었다. 유학생이 늘며 사원은 상대적으로 좁아졌다.사원을 신축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2월, 대구 북구청이 주민들의 민원에 따라 현장조 [포토IN] 해외 입국자 나르는 공항버스, 기사님은 괜찮을까 이명익 기자 지난해 3월28일부터 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의 KTX 공항 리무진 6770번 버스는 인천공항에서 광명역까지 해외 입국자 운송을 전담하고 있다. 이 버스의 운전원 김수근씨(53)는 승객 중 확진자가 있었다는 통보만 세 번을 받았다. “많이 걱정스럽죠. 새벽 첫차 땐 27석인 버스가 만석인 채로 가요. 해외 입국자랑 1시간 넘게 3밀(밀폐·밀집·밀접)로 가면서 거리두기는 사치죠.”이미 시내버스 운전원에게까지 백신 우선접종을 마쳤다는 경기도 소식은 다른 나라 이야기였다. 8월 중순 50대 접종 시기가 와서야 동료들에게 미안해 [포토IN]“기자님은 이런 곳에서 살 수 있나요?” 이명익 기자 “농촌 같은 곳에서는 비닐하우스나 검은 차양막 같은 걸로 덮어놨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은 전혀 모르죠. 이주노동자가 사는 집이라는 것을. 그냥 창고 정도로만 알고 있는데 이곳 기숙사는 대부분 불법 가건물이에요. 불법이라는 말은 사람이 살아서는 안 되고, 사람이 살 수 없는 주거시설이라는 거잖아요.” 6월14일 오후 김달성 목사(포천 이주노동자센터)와 함께 찾은 경기도의 한 이주노동자 숙소가 딱 그랬다. 비죽 튀어나온 위성 안테나가 아니면 지나치기 쉬운, 창고 같은 비닐하우스 속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지난겨울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포토IN]팔레스타인, 거대한 지옥이 되다 이명익 기자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면적은 365㎢로 한국의 세종시(465.23㎢)보다 작지만 인구는 6배가량인 200만명이다. 삼면이 8m 높이의 콘크리트 벽과 철제 장벽, 센서 달린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다. 서쪽의 지중해는 6해리(약 11㎞) 밖 조업 금지로 출로가 막혀 있다. 사면이 막힌 땅 가자의 다른 지명은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감옥’이다.5월10일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교전은 이 출구 없는 거대한 감옥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유엔 대피소는 물론 AP·AFP 통신 등의 외신 건물도 모두 공습 대상이 됐다. 5월20일 현재 최소 “끝까지 해야 써. 근디… 너무 희생자가 많이 나오잖아요” 이명익 기자 “미얀마가 처음에 시작할 때 광주같이 했잖아요. 그란디 그렇게 희생자가 늘어나고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저것을 워쩌케 해야 쓸까? 계속하란 소리도 못하겄고 하지 마란 소리도 못하겄고. 그래도 도청에서 끝까지 싸우고 나왔기 땀시 5·18이라는 존재가 있지 그렇게 안 했으믄 없어. 저 사람들도 끝까지 해야 써. 근디 이것이 끝까지 하믄 너무 희생자가 많이 나오잖아요, 잉. 그 걱정일 뿐이여, 그 걱정일 뿐이여….”김길자씨(82)는 요즘 다시 41년 전 광주로 돌아간 느낌이다. 전남도청에서 끝까지 싸운 아들이 주검으로 발견된 이후 어머니 이제 ‘김용균’이 지켜본다 태안/사진 이명익 기자·글 나경희 기자 스물네 살 비정규직 노동자가 끝내 퇴근하지 못한 길 위에 다시 섰다. 4월28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정문 앞에 고 김용균 노동자를 추모하는 조형물이 세워졌다. 김용균씨가 석탄을 실어 나르는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은 지 2년4개월 만이다. ‘용균이 엄마’ 김미숙씨(김용균재단 이사장)는 아들의 얼굴을 닮았으면서도 아들과 함께 일한 동료들의 모습이 녹아 있는 동상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렸다.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 통과를 위해 29일 동안 단식을 했던 그는 한쪽 팔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단지 넘어졌을 뿐인데 팔이 부러졌어요. 지옥 같은 시설에서 23년… “나오니까 더 좋고 자유가 있어” 이명익 기자 “아빠가 어느 날 저에게 ‘너 학교 가자’고 했는데 느낌이 이상했어요. 저는 학교에 다닌 적 없이 맨날 집에만 있었어요 그래서 안 가겠다고 했지만 엄마 아빠가 가라고 해서 별수 없이 가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곳은 학교가 아니었어요.”뇌병변 장애를 가진 김희선씨는 스무 살이 될 때까지 집에만 있었다. 그러다 학교를 가라는 부모의 말에 이끌려 간 곳은 경기도 남양주의 한 장애인 거주 시설이었다. 그에게 그곳은 지옥과 다름없었다. 큰 거실을 칸막이 하나 쳐서 남자 방 하나와 여자 방 하나로 갈랐다. 55명이 지냈다. 한글도 모르는 그에게 군부독재 저항에 미얀마와 한국의 경계는 없다 이명익 기자 “저희는 지난 60여 년간 미얀마 군부의 발아래에서 살았어요. 그러다 아웅산 수치 여사가 올라오면서 5년 동안 민주화를 경험했지요. 민주주의를 체감한 국민들이 다시 군부의 발아래로 들어갈 수는 없어요.”미얀마 출신 유학생인 수라 피아 아웅 씨(25)는 요즘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2년여 전에 한국으로 들어온 그녀는 숭실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에 거주 중인 가족 때문에 최근엔 잠을 이루기가 힘들다. 지난 2월1일 미얀마 쿠데타에 저항한 시민들은 군경의 실탄사격 등 노골적인 폭력에 노출됐다.군 아들을 잃은 지 1년, 아버지는 걷는다 이명익 기자 지난해 3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당시 의료 공백으로 사망한 정유엽군(당시 17세)의 아버지 정성재씨(54)가 도보 행진에 나섰다.경북 경산에 살던 정 군은 40℃가 넘는 고열에도 ‘코로나 의심환자’로 분류되어 제대로 된 치료 한번 받지 못하고 코로나 검사만 열세 번 받다가 사망했다. 그 후 1년, 정성재씨는 K방역 뒤에 숨은 의료 공백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왔다.“할 수 있는 게 더는 없었습니다. 목숨을 던지는 것 외에는 이렇게 온몸으로 호소하는 게 마지막 방법이라는 절박한 심정입니다.”‘정유엽과 내딛는 공공의 방역 자구책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 글·사진 이명익 기자 지난해 4월15일 국회의원 선거는 다소 생경했다. 일회용 비닐장갑을 껴야 가능했던 ‘미끌한’ 투표의 경험은, 동시에 5800만 장이라는, 63빌딩 4개 높이에 해당하는 비닐장갑 사용 기록을 남겼다. 코로나19 시대는 일회용품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택근무와 영업제한 그리고 방역 사이에서 아찔한 속도와 규모로 일회용품이 쌓여간다. 추석과 설이라는 두 번의 명절은 그 정점이었다. 코로나 시대 그리고 일회용품의 시대, 우리의 슬픈 자화상을 4컷에 담아보았다. 굽히지 말고, 날아라 펜 이명익 기자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앞마당에 있는 ‘굽히지 않는 펜’은 언론 자유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 세워진 상징물이다. 2007년 ‘〈시사저널〉 삼성 기사 삭제’ 사건으로 촉발된 기자들의 파업 당시 〈시사IN〉을 탄생시킨 거리편집국의 ‘날아라 펜’과도 닮았다.펜을 창처럼 들고 과녁을 노리던 사람들을 상징했던 ‘날아라 펜’의 〈시사IN〉이 제700호 발행을 맞이했다. 700호라는 걸어온 길보다 나아갈 길을 고민하는 〈시사IN〉 앞에 ‘굽히지 않는 펜’은 독자들에게 보여줄 우리의 또 다른 ‘날아라 펜’이다. 언제까지 같은 요구를 되풀이해야 하는가 글·사진 이명익 기자 서울의료원 코로나19 병동 담당 간호사인 김석찬씨(28)는 요즘에서야 안정을 되찾았다. 지난해 2월 서울의료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며 시작된 혼란은 1차, 2차 대유행을 지나 3차 대유행 때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 병원은 자체 매뉴얼을 만들어 간호인력 공급을 늘리는 식으로 3차 대유행의 파고를 비교적 순조롭게 넘어가고 있다. 그러나 당초부터 인력난에 시달렸던 서울시 산하의 서울보라매병원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지난해 대구의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을 때부터 간호인력 증원을 요구했던 보라매병원 측의 의견은 묵살되었다. 감염 2021년 어느 아침에는 북적이고 있을 것이다 이명익 기자 2020년 12월21일 오전 9시. 서울 세종대로사거리에 북적이던 출근 인파가 보이지 않는다. 하루 1000명을 오르내리는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방역 단계의 사실상 격상은 출근 인파를 감춘 대신 선별진료소 앞만 불안한 표정의 사람들로 가득 채워놓았다.2021년의 어느 아침엔 기필코 다시 북적이는 출근길의 그곳으로 향할 것이다. 잃어버렸던 일상이 다시 돌아온 그 광경을 촬영할 것이다. 작은 학교 두륜중학교의 행복한 ‘특권’ 이명익 기자 전남 해남의 작은 학교인 두륜중학교에서는 수학 문제를 푸는 데 정해진 방법이 없다. 인터넷 동영상을 봐도 괜찮고 친구에게 질문해도 좋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선생님한테 슬쩍 물어보면 된다. 아이들은 그렇게 떠들썩한 교실 안에서 하나둘씩 답을 찾아간다. 2020년 10월 중순 현재의 이야기다.두륜중학교는 한국의 대다수 학교와 마찬가지로 올해 1학기를 온라인 비대면 수업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새로운 수업 방식에 대한 호기심은 얼마 못 가 사라지고 말았다. 학생도 교사도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전남교육청이 지난 5월 중순부터 두륜중학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