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맞아서 ‘사람’이 됐을까 [프리스타일] 변진경 기자 학교에서 많이 맞고 자랐다. 꽤 ‘범생이’였는데도 그랬다. 까부는 학생은 더 맞았고 얌전한 학생은 조금 덜 맞았다. 떠들어도 맞고 지각해도 맞고 졸아도 맞고 말대꾸해도 맞았다. 머리카락이 귀밑 아래 3㎝를 넘으면 가위로 잘렸고 눈썹을 다듬은 학생은 목장갑을 낀 ‘학주(학생 주임 교사)’의 손에 눈썹이 뽑혔다. 치마 길이가 길거나 짧거나 규정에 맞는 흰 양말을 신지 않은 학생은 교무실로 불려가 ‘캠코더 촬영’을 당했다. 그걸 당한 친구는 “캠코더가 아래위 몸을 훑는데 이상하게 몸에 소름이 돋더라”고 말했다.옆 학교 친구는 담임에게 뺨 곡소리 자리 너머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식물은 홀로 어른이 된다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게으른 식물은 없다오병훈 지음, 마음의숲 펴냄“모든 식물은 죽을 때까지 최선을 다한다.”코로나로 격리 생활을 했던 친구에게 지인들이 보내준 위로 선물 중 ‘꽃’이 가장 좋았다는 말을 들었다. 집 앞에 배송된 화사한 꽃을 보는 순간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졌다는 거다. 꽃은 아름답다. 하지만 여린 식물이 어엿하게 자라난 모습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느낀다.저자는 전국을 누비며 잊혀가는 식물들의 생장과 역사를 기록했다. “금낭화는 다른 식물과 경쟁하는 것을 싫어해 돌 틈이나 개활지에서 자란다.” “추사는 수선화를 해탈한 신선으로 묘사한 한국 영화가 쓰는 ‘새로운 보편’의 길 이상원 기자 칸 영화제는 ‘세계 3대 영화제’라고 알려져 있다. 베니스 국제영화제, 베를린 국제영화제와 묶는다. 일부 영화평론가들은 이 분류법에 동의하지 않는다. 칸 영화제의 위상이 나머지 둘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월등하다는 것이다. 세계 수위로 인정받는 칸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다시 상을 받았다. 5월17일 개막한 제75회 칸 영화제는 〈헤어질 결심〉(박찬욱 감독)에 감독상, 〈브로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남우주연상(송강호)을 수여했다. 2019년 〈기생충〉(봉준호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3년 만이다. 한국은 칸 영화제 경 42년 만에 5·18 피해자 가족 만나 머리 숙인 ‘김 하사’ 나경희 기자 소심한 성격을 바꾸고 싶었다. 1975년 6월, 스물두 살이던 김귀삼씨(69)가 특전사에 지원한 이유는 그게 전부였다. 특전사 대원들이 베레모를 쓰고 다니는 모습도 부러웠다. “멋있잖아, 젊은 시절에.” 김씨가 베레모를 쓰듯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그의 옆머리는 여전히 군인처럼 바짝 짧았다.제3공수특전여단(3공수여단)으로 배치된 김씨가 처음 참여한 작전은 1976년 8월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이었다. 1공수여단이 결사대를 꾸려 판문점에 들어가고 그가 속한 3공수여단은 후방에서 대기했다. “손톱이랑 머리카락을 잘라서 봉투에 ‘벤투호’가 만들어야 할 오답노트 [경기장의 안과 밖] 배진경 (전 ⟨포포투⟩ 편집장) 월드컵 본선행 조기 확정, 손흥민의 막판 스퍼트로 몰입했던 EPL 득점왕 레이스, 레알 마드리드의 극적인 빅이어(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컵) 탈환기…. 릴레이처럼 이어진 축구 열기가 고스란히 6월로 넘어왔다. 6월2일부터 6월14일까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연달아 빅매치를 갖는다. 공식 대회가 아닌 A매치 기간에 축구대표팀이 네 경기를 치르는 것은 처음이다. 상대 면면도 화려하다. 브라질(2일), 칠레(6일), 파라과이(10일) 등 남미 전통 강호들과 이집트(14일)를 차례로 만난다. 빅매치 4연전에서 100만명이 머리 맞댄 교육 보고서 변진경 기자 유네스코(UNESCO)는 인류가 두 차례 큰 전쟁을 겪고 난 뒤 1945년에 만든 국제기구다. 한국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유네스코의 창설과 활동 취지는 전 세계 인류의 교육·과학·문화의 발전과 국제협력 모두를 아우른다. 유네스코 헌장 서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정부의 정치적·경제적 조정에만 기초를 둔 평화는 세계 국민의 일치되고 영속적이며 성실한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평화가 아니다. 평화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인류의 지적·도덕적 연대 위에 평화를 건설하지 않으면 안 된다.”한경구(66) 발달장애인 딸의 죽음 그 뒤에 ‘등급 조사’ 있다 인천·김다은 기자 ‘젊은 여자’는 늘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주로 아파트 단지를 오가는 정도로 짧은 산책을 하곤 했다. 그 모습을 본 적 있는 주민은 그와 함께 다니던 중년의 여성이 활동지원사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나중에 뉴스 나온 걸 보고서야 ‘그 사람이 엄마였구나’ 하고 알았지. 말도 없고 표정도 없고. 두 사람 다 그랬어요. 그래서 내가 못 알아봤나 봐.”2년 전,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로 이사 온 모녀에겐 마음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이웃도, 친구도 없었다. 모녀가 살던 곳은 전용면적 59.76㎡(약 18평)의 1층 집이었다. 주민 대부분 낙선했지만 전국적으로 가장 유명해진 임미애 구미·김영화 기자 노점에 앉아 상추를 다듬던 백발노인이 명함을 건네받고는 눈을 빤히 쳐다봤다. 명함에는 짙은 파란색 글자로 ‘경북, 새로운 시작 그래! 임미애’와 숫자 ‘1’이 적혀 있다. 마주 앉은 임미애 더불어민주당(민주당) 경북도지사 후보가 이내 마스크를 내렸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제가 이번에 경북도지사에 출마했어요. 사전투표 안 하셨으면 저 좀 꼭 뽑아주세요. 여성이 27년 만에 처음 나왔는데 너무 안 나오면 기죽지 않겠어요?”노인은 명함과 얼굴을 번갈아 보다가 말없이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뽑겠다는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받자마자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이 던지는 질문 전혜원 기자 임금피크제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 어떤 나이에 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깎기 때문이다. 연령차별이라고 해서 무조건 불법인 것은 아니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한 경우에만 위법한 차별이 되어 무효다. 그렇다면 어떤 임금피크제가 위법한 연령차별인가?이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 5월26일 나왔다. 공공연구기관인 전자부품연구원(현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의 행정직 ㄱ씨(67)가 제기한 소송에서다. 이곳은 2009년 1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고, ㄱ씨는 만 55세가 된 다음 해인 2011년 4월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았다. 윤석열 후배 행안부 장관의 경찰 통제 논란 문상현 기자 정부의 경찰 통제 방안 마련 작업이 본격화됐다. 수사권 확대로 권한이 늘어난 만큼 확실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최측근 장관이 경찰을 직접 통제하는 방향으로 논의되면서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다는 우려가 나온다.행정안전부(행안부) 장관 산하 정책자문위원회 분과인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자문위)’는 최근 두 차례 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행안부도 관련 내용을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시사IN〉 취재 결과 ‘법무부-검찰 모델’을 활용해 행안부 장관이 경찰을 직접 통제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시사IN〉 15년 산증인 윤무영 팀장이 남긴 말 [취재 뒷담화] 변진경 기자 지난 5월26일 〈시사IN〉 편집국 회의실에서 작은 송별식이 열렸습니다. 서로 웃다가 울다가 작별의 말을 나누었습니다. 떠나는 사람은 윤무영 전 사진팀장입니다. 1995년 ‘원 〈시사저널〉’에 입사한 뒤 2006년 〈시사저널〉 파업과 2007년 〈시사IN〉 창간을 지나 지금까지 우리 매체의 보도 사진을 책임져왔습니다. 정년퇴임 전 안식 휴가에 들어가는 윤 전 팀장에게 물었습니다.언제가 가장 기억에 남나?〈시사저널〉 파업 때. 파업문화제 무대에 올라 당시 중학생이던 딸에게 쓴 편지를 읽었다.잊지 못할 취재는?1999년 동티모르 내전 당대표 출마 vs 불출마, 이재명 앞에 놓인 난제 인천·이은기 기자 이재명이 돌아왔다. 역대 대선 최다 득표 낙선자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인천 계양을 재보궐선거 후보가 국회의원이 되어 정치권에 복귀했다. “투표하면 이깁니다. 투표해야 이깁니다.” 이재명 의원은 선거유세 내내 이렇게 외쳤다. 이재명 의원의 출마에 계양구 유권자들이 반응했다. 인천 계양구 투표율은 56.1%. 전국 평균 투표율(50.9%)보다 5.2%포인트, 인천 평균 투표율(48.9%)보다 7.2%포인트 높았다.대선 패배 이후 2개월 만의 선거 도전이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비대위원은 이재 [포토IN] 산불 피해지, 야생동물은 괜찮은가요? 이명익 기자 올해 들어 산불과 관련된 모든 기록이 바뀌고 있다. 지난 3월4일부터 9일간 산림 2만여㏊를 태우고 213시간43분 만에 진화된 울진·삼척 산불은 최대·최장 산불 기록을 갈아치웠다. 6월3일 진화된 밀양 산불은 산불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초로 6월에 발생한 대형 산불이었다. 기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6월3일부터 6월4일까지 녹색연합은 시민들로 구성된 야생동물탐사단을 꾸려 울진·삼척 산불 피해지 내 야생동물 서식지 조사에 나섰다. 산양이나 고라니같이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불에 탄 야생동물의 흔적을 찾는 것이 이번 탐사단의 목적이었다. [기자들의 시선] 117번 인명 구조 나선 구조견 전진 김영화 기자 이 주의 어떤 것국민의집, 국민청사, 민음청사, 바른누리, 이태원로22. 이 중 하나가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한 새 대통령실 현판에 걸린다. 6월3일 대통령실은 대국민 선호도 조사와 심사위원 배점을 바탕으로 이달 중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민음청사는 국민의 소리를 경청한다는 뜻을, 이태원로22는 도로명 주소를 사용해 탈권위를 지향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한편 이 홍보 게시물이 6월7일 문화재청, 여성가족부, 병무청 심지어 식품의약품안전처까지 모든 정부 부처 SNS에 일제히 게재되면서 기이한 풍경을 만들어냈다.이 주의 동물6 경기중앙교육도서관, 13일부터 ‘구독형 전자책과 오디오북 서비스’ 신청 접수 ADVERTORIAL 경기중앙교육도서관(관장 신창승)이 13일부터 경기교육통합도서관 정회원을 대상으로 ‘구독형 전자책과 오디오북 서비스’ 신청을 받는다. 이 서비스는 독서플랫폼 ‘밀리의 서재’와 ‘윌라오디오북’을 통해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휴대 전화나 컴퓨터로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전자도서관 서비스다.서비스를 희망하는 사람은 13일부터 경기교육통합전자도서관 누리집(lib.goe.go.kr/elib/)을 통해 신청하면 되고, 전자책과 오디오북 중복 신청도 가능하며, 이용 기간은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다. 또 도내 10개 교육도서관과 경기평생교육학 경기도교육청, 2022년 제2회 검정고시 8월 11일 시행 ADVERTORIAL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이재정)이 ‘2022년도 제2회 초졸·중졸·고졸 검정고시 시행 계획’을 10일 공고했다. 이번 검정고시는 8월 11일 시행하며, 합격자는 8월 30일 도교육청 누리집(www.goe.go.kr)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응시원서 접수는 이달 20일부터 실시하며 현장 접수와 온라인 접수로 나눠 진행한다.현장 접수는 20일부터 24일까지 25개 교육지원청에서 진행한다. 다만, 코로나19 유증상자, 자가격리자, 확진자는 온라인 접수 또는 대리 접수를 권장한다. 온라인 접수는 20일부터 23일 오후 6시까지 ‘나이스 검정 야권 차기 대통령감 2위 김동연 입지 다지나 김동인 기자 지방선거 투표는 두 단계로 나누어 진행된다. 첫 기표소에서 유권자는 광역자치단체장과 기초자치단체장 투표용지를 받아든다. 유권자가 두 투표용지에 서로 다른 정당 후보자를 선택한다는 것은 그만큼 적극적인 의사를 표출했다는 의미다.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가장 접전이었던 경기도지사 선거는 이런 유권자의 ‘적극성’이 당락을 갈랐다.더불어민주당(민주당) 김동연 당선자와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의 표차는 8913표, 득표율 차이는 0.15%포인트다. 전체 선거인 수는 1149만여 명, 투표자 수만 해도 582만여 명에 달하는 거대 선거구에서 미 민주당 비대위가 주목해야 할 세 가지 숫자 김은지 기자 대선 1년 전 치러진 선거에서 패했다. 대선도 졌다. 연이은 지방선거(지선)에서는 대패했다. 3연패였다. 2022년의 시점으로 바라보면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얘기 같지만, 국민의힘이 앞서 겪은 일이기도 하다.개헌선(200석)까지 차지한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던 2016년 총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치러진 2017년 대선, 남북정상회담 직후 치러진 2018년 지선까지 국민의힘(당시 새누리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당명 변경)은 계속 졌다. 2017년 자유한국당 대선주자로 뛰고 낙선했던 홍준표 후보가 2018년 지선을 진두지휘했다. 당시 송해, 무엇을 더 보여줄지 고민한 사람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6월8일, 〈전국노래자랑〉의 MC 송해씨가 별세했다. 그는 34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다큐멘터리 〈송해 1927〉(2020)과 제작진이 쓴 같은 이름의 책, 그리고 지난해 11월의 〈씨네21〉 인터뷰를 살펴보았다. 영화와 글에서 인상적이었던 대목을 소개한다.다큐 제작진과의 저녁 자리에서였다. “그런데 선생님, 왜 영화를 찍겠다고 결심하셨어요? 4~5개월 정도 고민하셨다면서요?” 그의 답은 이랬다. “응, 내가 뭘 더 보여줄 게 있는가, 하는 생각을 했어.” 그 대답에 제작진 모두 놀랐다. 구순을 훌쩍 넘긴 방송인이 여전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