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무대에 오르는 88세 명인의 꿈, 여성국극 맥 잇기 김다은 기자 “볼펜을 서른 자루는 썼지.” 분장실에서 만난 발탈 인간문화재 조영숙 명인(88)은 녹색 두루마기를 벗으며 말했다. 최근 출간된 책 〈여성국극의 뒤안길〉에 대한 소회였다. “내가 컴퓨터로 원고를 쓰겠어요, 누가 대필을 해주겠어요? 빨간 펜, 까만 펜을 한 무더기씩 몇 번을 사와서 쓰고 고치고 했지. 그게 3년이 걸렸네.” 그는 웃으며 손바닥을 활짝 펼쳐 보였다. 손마디가 굽고 휘어 있었다. 펜을 오래 쥐기 힘든 손이었다.10월22일, 국가무형문화재(제79호) ‘발탈’ 종목 예능 보유자 조영숙 명인의 기념 공연이 열렸다. 발탈꾼이 포 ‘기후 침묵’ 깨기위해 경쟁 대신 협업 택한 언론사들 샌프란시스코·이은기 기자 2018년 10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 195개 회원국은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시기 이전보다 1.5℃ 이상 상승하는 것을 억제하겠다는 합의다.〈더 네이션〉의 마크 허츠가드 환경 전문기자도 그해 ‘1.5℃ 보고서’를 취재하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재정·건설·운송·농업 영역 등 각 분야에서 전례 없는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시 ‘언론’을 언급하는 과학자는 없었다.그때 허츠가드 기자의 머릿 [기자들의 시선] 17명 사상 광주 학동 참사, 현대산업개발 ‘안전 철거’ 어떻게? 나경희 기자 이 주의 논란‘노동자’는 ‘근로자’로,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로, ‘성평등’은 ‘성차별의 윤리적 문제’로,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는 ‘성·생식 건강과 권리’로. 11월9일 교육부가 공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행정예고안에 따르면 2025년부터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쓰이는 표현이 바뀐다. 2015년 이후 7년 만에 전면 개정된 교과서에서는 ‘성소수자’라는 단어도 삭제된다. 이번 변화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국민 의견’을 핑계 삼아 정권의 의도를 교육과정에 반영하기 위한 행보”라며 반발했다. 이 주의 공간20 [포토IN] “그 비행기는 대통령의 것이 아닙니다.” 신선영 기자 11월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6개 언론단체(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여성기자협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11월11일 시작되는 아세안·G20 정상회의 순방을 이틀 앞둔 11월9일 저녁 대통령실이 MBC 취재진을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시키지 않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이번 결정이 ‘지난 방미 일정에서 불거졌던 막말 논란을 보도한 MBC의 왜곡·편파 방송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알렸다.이날 기자회견에서 윤창현 이태원 참사 사진 정말 독자가 제공했을까? [미디어 리터러시] 조선희 (민주언론시민연합 미디어감시팀 활동가) “[속보] ‘핼러윈’ 이태원, 대규모 압사 사고 발생.” 10월29일 자정에 가까운 시각. 제목뿐인 뉴스 속보를 보고 놀란 나는 SNS를 열어보고 더욱 놀랐다. 옮겨 적을 수 없는 ‘이태원 참사’ 현장 상황 사진·영상이 모자이크 처리도 되지 않은 채 업로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팔로나 구독을 하지 않아도 내 관심사와 위치, 최근 인기 게시물 등을 기반으로 여러 콘텐츠를 보여주는 인스타그램 탐색 탭, 유튜브 쇼츠 탭을 통해 보게 됐다. 문제라고 여겨 여기저기 검색해보니 트위터·페이스북 등 여러 SNS를 통해 사고 사진·영상을 볼 수 애도의 시간을 보내며 국가의 책임을 묻는다 김동인 기자 참사로 희생된 내국인의 장례가 모두 마무리됐다.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도 11월5일로 종료되었다.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해서 애도하는 마음과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잦아든 것은 아니다. 서울시청 앞에 놓인 정부 공식 분향소는 철거되었지만,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찾는 추모객은 여전하다. 국가의 책임을 따져 묻는 공간은 정치권으로 옮겨갔다. 이제 참사가 남긴 숙제는 정치의 몫이 됐다.정치권은 11월1일을 이번 참사의 분기점으로 여긴다. 참사 발생 약 4시간 전부터 현장의 위험 징후를 알리는 시민들의 신고가 112 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되었 기후위기 시대, 언론의 역할을 묻다 시애틀·이은기 기자 201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언론은 기후위기를 주요 의제로 다루지 않았다. 기후위기를 보도할 때면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는 기후 부정론자의 주장을 ‘기계적으로’ 함께 내보냈다. 주류 언론의 공백을 메운 건 디지털 기반 신생 매체다. 기후위기를 심층 취재하고 적극 보도해 그 심각성을 알렸다. 이러한 움직임에 힘입어 기후위기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오랫동안 뒤처진 미국 주류 언론의 태도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시사IN〉은 미국의 비영리 환경 전문 독립언론 〈그리스트(Grist)〉와 뉴스룸을 네트워킹하고 지원하는 ‘커버링 클라이밋 나우(C [기자들의 시선] 올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왜 시끄러울까 김다은 기자 이 주의 회의11월6일,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개막했다. 개발도상국이 의장국 지위로 COP27을 개최하는 것은 처음. 기후위기 ‘손실과 피해’를 공식 의제로 채택한 것도 처음. 하지만 세계 양대 탄소배출국인 중국과 미국 정상은 불참 혹은 지각 참석을 예정한 상태다. 이집트의 인권탄압 실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아랍의 봄’을 이끈 알라 압델팟타흐는 220여 일이 넘도록 감옥에서 단식 중이다. 이집트 정부가 일부 인권단체와 언론사 홈페이지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한 사실까지 드러나 비판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트럼프가 보인다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정치 입문 전부터 언론 홍보에 집착했다. 기자들이 좋아할 만한 보도거리를 쏟아냈다. 생일파티 때 대형 우주선을 띄우는 것은 애교 수준이다. 사실이든 아니든 가리지 않았다. 가령 자신이 만든 트럼프 타워의 펜트하우스를 당시 영국 찰스 왕세자 부부에게 팔겠다며 마치 계약이 이루어진 것처럼 홍보했다. 믿거나 말거나 자신만 뜨면 된다는 식이다. 그는 타블로이드 신문 1면의 ‘단골’이었다.그러던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서는 ‘가짜뉴스’를 입에 달고 살았다. 자신에 대한 비판 언론은 ‘가짜뉴스’로 몰았다. 법정으로까지 “웃기고 있네.”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웃기고 있네.”11월8일 국회 운영위원회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이데일리〉가 포착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메모지 속 문구.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실 참모진에게 이태원 참사 관련 질의를 하던 도중 포착돼. 김은혜 홍보수석은 해당 문구를 적었다고 밝히며 “의원들 질의와 무관한 사적인 대화”라고 해명했지만, 강 수석과 함께 국감장에서 강제 퇴장당해. 다음 날 김 수석은 브리핑 중 여러 차례 울먹이며 브리핑 말미, “부적절한 처신을 한 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제가 운영위에 집중을 못했다. 반성한다”라고 말했는데. 앞 하얗게 생명을 불태운 성냥 공장 이야기 김형민(SBS Biz PD) 요즘은 거의 구경하기 힘든 물건이 됐지만 한때 성냥은 불을 피우기 위해 꼭 필요한 도구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성냥은 붉은 꼭지가 달린 ‘적린(赤燐)’이야. 이 적린이 개발되기 전 세상의 성냥 공장 노동자들은 ‘백린(白燐)’ 성냥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 백린 성냥은 그야말로 노동자들에게 악마 같은 존재였어. “백린 성냥은 제조 과정에서 독가스를 내뿜는 데다 피부에도 심각한 손상을 입히는 등 인체에 치명적인 위험을 지닌 것이었다(〈한겨레〉 ‘최우성의 동화경제사’).” 오늘 들려줄 이야기의 주인공은 백린에 맞선, 정확히 말하면 사 왜 앙겔라 메르켈은 다른가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앙겔라 메르켈우르줄라 바이덴펠트 지음, 박종대 옮김, 사람의집 펴냄“나는 옳기 때문에 하는 걸까요, 아니면 그게 지금 가능하기 때문에 하는 걸까요?”앙겔라 메르켈은 왜 강한가. 16년 동안 총리를 지내며 ‘유럽의 병자’였던 독일을 유럽연합의 리더 국가로 변모시켰다. 캐릭터가 센 독일의 선배 남성 정치인만이 아니라 트럼프·푸틴과 같은 전 세계 ‘스트롱맨’도 상대해야 했다. 이 모든 걸 메르켈은 조용히 처리해냈다. 그래서인지 메르켈 리더십은 그의 역할과 재임 기간 및 성과에 비해 덜 알려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독일 저널리스트인 저자 우리 생애 처음 만나는 중동·겨울 월드컵 [경기장의 안과 밖] 배진경 (전 ⟨포포투⟩ 편집장) 2022 카타르월드컵 개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본선에 참가하는 세계 각국 대표팀은 마무리 점검에 한창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출할 본선 최종 엔트리도 속속 공개될 예정이다. 한국 대표팀은 11월11일 아이슬란드를 상대로 출정식을 겸한 최종 평가전을 치른 뒤 11월12일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다. 지구촌이 서서히 월드컵 무드로 무르익어가는 시간, 이번 월드컵을 좀 더 특별하게 즐길 수 있도록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이번 월드컵은 여러모로 색다르다. 우선 월드컵으로 연상할 수 있는 시공간의 이미지가 달라진다. 중동에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