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사회서비스 시장화 발언에 숨겨진 것들 전혜원 기자 “사회보장 서비스 자체를 시장화·산업화하고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31일 ‘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한 말이다. 보수 정부이니 시장과 경쟁을 강조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윤 대통령의 발언은 어딘가 의미심장한 데가 있다.이날 논의된 안건 중 하나가 ‘사회서비스 고도화 추진 방향’이다. 사회서비스란 시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지원하는 각종 제도를 말한다(사회보장기본법). 사회서비스를 고도화한다는 것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시민 모두가 사회서비스를 누릴 수 가사노동의 기쁨과 슬픔 [프리스타일] 임지영 기자 알고 지내는 한 어르신은 10대부터 집안의 농사일을 거들다가 20대에 결혼해 아이 둘을 낳아 키웠다. 서울로 상경한 조카들까지 한집에서 돌보는 동안 50대가 되었다. 시어머니를 모시느라 60대까지도 집 안은 늘 붐볐다. 10여 년 전부터는 손주들을 돌보고 있다.60여 년간 청소, 요리, 돌봄, 간호 등 가사노동을 쉼 없이 했으나 대체로 무급이었고 그걸 본인도 당연히 여겨 ‘집에서 논다’는 말을 종종 근황으로 전했다. 70대인 지금 무릎에 인공관절을 넣고도 재래시장을 오가며 아침마다 급식을 꺼려하는 아이들의 도시락을 싸고 다른 식구들 독자는 기자가 “좀 더” 하길 바란다 [시사IN 독자위원회] 김은지 기자 ‘좀 더’라는 말이 약 90분 동안 모두 열일곱 번 나왔다. 5분에 한 번꼴로 언급된 셈이다. “좀 더 폭넓게 다뤘으면” “좀 더 이해가 될 수 있게” “좀 더 살펴야”와 같은 말이 이어졌다. 6월26일 제15기 독자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제820~823호 〈시사IN〉을 살펴보며 주로 언급한 단어다. 국회 보좌관 권오재씨(44), 전직 교사 변영애씨(56), 대학원생 이재정씨(29), 대학병원 의사 이준희씨(35)는 각각 준비해온 형광펜을 칠한 〈시사IN〉 종이 잡지나, 메모장 그리고 전자책을 펼쳐두고 꼼꼼하게 기사 리뷰를 시작했다 ‘킹더랜드’, ‘서비스직 천재’ 신데렐라가 나타났다 [K콘텐츠의 순간들] 김선영 (칼럼니스트) 올해 상반기 드라마 결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경향을 꼽자면 ‘올드스쿨의 재창조’라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여성 복수극에 신계급사회의 모순을 결합한 〈더 글로리〉(넷플릭스), 현대판 여성 성공 서사의 대명사 ‘칙릿(Chick Lit·일과 사랑을 다루는 젊은 여성을 위한 장르 문학)’에서 여성의 야망은 한껏 키우고 로맨스는 완전히 제거한 〈대행사〉(JTBC), 줌마렐라 서사를 각각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일타 스캔들〉(tvN)과 〈닥터 차정숙〉(JTBC) 등이 대표 사례다.6월17일 방영을 시작한 JTBC 금토 드라마 〈킹더랜드〉도 이 김건희와 원희룡이 키운 양평 고속도로 게이트? [정치왜그래?] 장일호 기자, 최한솔·김진주 PD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안을 놓고 정부·여당과 야당 간 대립이 격화하고 있습니다.‘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를 주기 위해 정부가 노선을 임의대로 바꿨다’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의혹 제기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업 백지화로 맞대응하자 논란이 커진 겁니다.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국토교통부에서 다루고, 여야가 논의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수조 원대 국책사업을 장관이 파기 선언한 것인데, 대통령실은 침묵하는 모양새입니다. 적절한 대응일까요? 이 논란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7월11일 화 ‘엔저 위기’에도 일본은 인플레이션을 원한다 주하은 기자 지난 6월19일, 8년 만에 기록적인 엔저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 4월 말 100엔당 1000원 이상을 기록하던 엔화 환율이 6월19일 100엔당 897.49원으로 떨어졌다. (서울외국환중개 고시 기준) 원·엔 환율이 90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5년 6월 이후 8년 만의 일이다.엔화 환율 하락 소식에 사람들은 기민하게 반응했다. 외환도 일종의 상품이기에, ‘엔화’라는 상품의 가격이 하락하자 자연스레 수요가 늘었다. 일본 여행을 앞둔 사람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엔화를 미리 비축할 수 있었다. 투자 목적으로 엔화를 매입하는 사람도 동자동 쪽방촌 주민운동 활동가의 부고 [기자의 추천 책] 이은기 기자 동네의 자부심이던 주민운동 활동가가 세상을 떠났다. 6월10일 김정호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전 이사장(63)이 투병 끝에 생을 마감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주민에게는 한결같은 이웃이자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사업 등 주거권 보장에 앞장선 동료이기도 했다. 그는 무연고 사망 ‘처리’되었지만 그를 기억하는 주민 100여 명과 동료들이 6월26일 진행된 추모식에 모여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김 전 이사장이 처음 동자동 쪽방촌에 정착한 건 2012년이다. 14세부터 시작해 30여 년간 이어진 선원 생활을 마치고 서울역 인근에서 노숙하 양지에 노출된 음지의 국정원 인사 파동 문상현 기자 지난 6월 초, 대통령실이 국가정보원(국정원) 김남우 기획조정실장(기조실장)을 불렀다. 예정에 없던 호출이었다. 대통령실은 이 자리에서 국정원 부서장급 1급 간부 8명에 대해 직무 대기발령 조치를 요구했다. 기조실장으로부터 대통령실 메시지를 보고받은 김규현 국정원장이 용산을 찾아갔다. 윤석열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고 ‘상황’을 설명했다.김규현 원장과 김남우 기조실장이 대통령실을 방문하기 일주일 전, 윤 대통령은 국정원 1급 간부 17~18명의 승진·보직 인사를 재가했다. 나중에 대통령실이 대기발령 조치를 요구한 8명이 여기에 포함돼 KBS 앞에 놓인 보수 단체의 ‘근조 화환’, 흔들리는 공영방송 [포토IN] 조남진 기자 “너희들도 이제 시청료 구걸하러 다녀봐라!” 지난 6월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 ‘민주노총이 장악한 KBS 때려잡자’고 쓰인 손팻말을 든 보수 단체 회원들이 KBS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극우 성향 유튜버들은 그를 향해 카메라를 고정했다.KBS 주변에선 보수 단체 회원들과 극우 성향 유튜버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보수 단체인 ‘KBS정상화범국민투쟁본부’가 벌이는 ‘공영방송 정상화 조화 투쟁’ 때문에 KBS 주변에는 근조 화환 수백 개가 들어섰다. 이 화환에는 ‘김의철 사장 사퇴’ ‘언론노조 또 부실공사, 지하 주차장이 무너졌다 [기자들의 시선] 주하은 기자 이 주의 통계소득 전부를 사용해도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대출자가 17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7월2일 한국은행이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100%를 넘는 차주(대출받은 사람)가 전체 차주의 8.9%인 175만명으로 파악됐다.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의 비율인 DSR이 100%를 넘어섰다는 것은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을 상회했다는 의미다. DSR이 100%를 넘는 차주 숫자는 꾸준히 증가해 2021년 1분기 150만명에서 올해 1분기 175만명으로 늘었다. 전체 대출 IAEA 검증결과 부정하면 다 야권? [언주유골] 장일호 기자, 최한솔·김진주 PD 지난주 화요일(7월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방류 계획이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입니다. 정부와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IAEA가 낸 결론을 존중한다고 밝혔고, 야당인 민주당과 정의당은 오염수 안전 검증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최종 검토 보고서를 발행한 IAEA는 어떤 자격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보고서 공개 뒤 나온 우리 정부의 발표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여론이 85%에 달하는 상황에 야당은 제대로 대응하고 “국회에 더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하다”, 김예지 의원의 3년 이은기 기자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초선 비례대표 의원이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으로 지난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비례위성정당이던 미래한국당 11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3년간 법안 151건과 결의안 1건을 발의했지만 대부분 초선 비례대표 의원이 그렇듯 화제가 된 적은 없다.김예지 의원에게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건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과 다른 목소리를 냈을 때다. 지난해 3월28일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의 입장과 달리 장애인의 지하철 이동권 시위 현장을 찾았을 때 그랬다. 4월27일 간호법 반대 당론에 찬성표를 던졌 아동의 살 권리는 어떻게 보장하나 수원·김다은 기자 주말 한낮에도 경기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ㅌ아파트 단지는 한적했다. 2동짜리 아파트 단지 내 하나뿐인 놀이터는 텅 비어 있었다. 다섯 가족이 살던 빈집 복도에는 작은 킥보드 3대가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우편함에는 국민연금공단에서 보낸 ‘독촉 고지서’가 부부 이름으로 하나씩 꽂혀 있었다. 아파트 관리인은 “어린아이 셋을 키우는 집이었지만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조용했던 가족”으로 이들을 기억했다. 콜센터 직원으로 근무했던 부부에게는 열두 살, 열 살, 여덟 살인 세 자녀가 있었다.지난 6월21일, 이들의 아파트 냉동실에서 영아 시신 “오늘 의결은 헌법 위반.”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오늘 의결은 헌법 위반.”방송통신위원회가 텔레비전 방송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떼어 따로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한 7월5일, 김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한 말. 김 상임위원은 “방통위원 2인 결원 상태에서 KBS의 가장 중요한 재원 조달 방법을 변경하는 안건을 심의할 수 없다”라며 이같이 말해. 이날 여권 추천위원인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상임위원이 개정안에 찬성했으며, 야당 추천위원인 김현 상임위원은 표결에 불참하고 퇴장했다. 수신료가 분리 징수되는 건 29년 만에 처음이고, 대통령실 권고 한 달 국민의힘이 민주유공자법 반대하는 이유 [기자들의 시선] 이상원 기자 이 주의 인물‘MB 정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돌아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7월6일 문화체육특별보좌관에 유인촌 전 문체부 장관을 임명했다. 문화특보는 신설된 직책으로 장관급이다. 배우 출신인 유 특보는 2002년 이명박 서울특별시장 당선인 인수위 위원으로 위촉됐고, 2007년 대선 때도 이명박 후보 캠프에 몸을 담았다. 김대기 현 대통령 비서실장은 유인촌 특보가 장관으로 재직하던 때 문체부 제2차관이었다. 재직 시절 유인촌 장관은 일부 문화·예술 단체로부터 "예산 편파 집행" 등 비판을 받았다. 2008년에는 국정감사 도중 기자들에 ‘위기의 극장가’에 동병상련을 느낀 까닭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예전에 경제팀으로 발령이 났을 때 팀장이 이종태 기자였다. 경제의 ABC도 모르는데, ‘환율’ 관련 기사를 써야 했다. 관련 도서 서너 권을 읽고, 닥치는 대로 보고서를 읽었다.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은 취재원들에게 ‘맨땅에 헤딩’하듯이 물었다. 경제팀으로 가고 얼마 뒤, 이종태 팀장과 술 한잔하며 ‘경제 수업’을 들었다. 그때 들은 말. “영어 공부에 매진하라.” 영어 자료를 부지런히 읽으라는 말을 듣고서, 기사 쓰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외국 사이트를 소개받고, 몇 번 구경하듯이 접속 정도만 했다.그 이종태 기자가 요즘 외신을 밤낮 “바질이 사실 칼 갈고 있는 거 아냐? 너한테 복수하려고” [반려인의 오후] 안희제 (작가) 유튜브에서 한 동영상을 봤다. 공학도들이 모여서 특이한 발명품들을 만드는 ‘긱블’이라는 채널인데, 식물이 로봇팔을 장착하고 칼을 들고 있는 섬네일이 너무 강렬해서 재생할 수밖에 없었다. 영상은 식물의 기억력과 전기반응에 관한 실험이었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영상에 등장한 식물은 자신을 쓰다듬은 사람과 잎을 뜯은 사람을 기억하는 듯이 다르게 반응했다. 식물이 생성하는 전기신호가 로봇팔로 이어지도록 장치를 만들고 그 로봇팔에 칼을 쥐여주자, 식물은 잎을 뜯은 사람을 향해 칼을 마구 휘둘렀다. 복수라도 하듯이.물론 식물이 인간과 똑같 유럽연합 AI 규제법만으로는 위험을 막을 수 없다 [평범한 이웃, 유럽] 김진경 (자유기고가) 지난해 이사를 하면서 가구를 몇 가지 바꾸고 싶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새집의 크기와 구조에 맞으면서도 마음에 드는 가구를 찾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이케아 해킹(IKEA hacks)’이다. 이케아는 조립식 가구를 대량생산하는 브랜드다. 소비자가 주어진 매뉴얼에 따라 단계적으로 조립을 하면 카탈로그에 등장하는 가구가 완성된다. 그런데 이케아 완제품에 만족하지 못했던 소비자들이 일부 부품을 교체하는 일탈, 즉 해킹을 시작했다. 서랍장 다리 길이나 책장의 폭을 자신의 필요와 취향에 맞게 바꿔 카탈로그에 없던 〈녹색평론〉은 반드시 필요하다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2021년 창간 30주년 기념호인 181호를 내고 잠정 휴간에 들어갔던 격월간 〈녹색평론〉이 계간지로 발행 형식을 바꾸어 2023년 여름호를 냈다. 휴간 도중인 2022년 한 해 동안 작고한 김종철 발행인의 유고 원고를 모은 〈발언 Ⅲ〉, 이보 모슬리의 〈민중의 이름으로-가짜 민주주의, 세계를 망쳐놓다〉, 김명수 시집 〈77편, 이 시들은〉 등이 나왔지만 단행본만으로는 급변하는 생태환경과 생태주의 실천에 필요한 목소리를 모두 담아낼 수 없다.복간호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직접 거론한 글 세 편과 반전·평화주의 변호사도 출산하면 해고당하는 현실 [세상에 이런 법이] 이혜온 (변호사) 나는 육아계의 금수저다. 아이를 낳고 출근한 이래 초등학생 학부모가 된 지금까지, 양가 어머니들이 번갈아 아이를 전담하여 봐주신다. 남편의 육아 분담 비율은 대한민국 남성 상위권이다. 급할 때 도움을 청할 여동생과 시누이도 있다. 모두 부러워할 만한 조건이다. 내 노력과 무관하게 주어진 ‘타고난’ 육아 조건이 아니었다면, 나 역시 회사를 진작 그만둘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사실 사표를 고민하는 것도 사치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육아휴직을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자에게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못 박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