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원생들이여, 단결하라! 새창
- 480만원. 내가 수료한 대학원의 한 학기 등록금이다. 나는 일반대학원 인문계열 전공이라 그나마 저렴한 편이다. 이공 계열이나 예체능 계열, 그리고 교육대학원 같은 특수대학원의 경우는 한 학기 등록금이 5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매달 들어가는 책값·교통비·생활비까지 고려하면 대학원생들은 매년 준중형 승용차 가격에 준하는 비용을 지출하며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아직 BMW(Bus·Metro·Walking)를 타고 다닌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대학원은 학부의 시설과 인력을 공유하며 운영된다. 학부생들보다 더 열악...
- 홍덕구 (인문학협동조합 조합원) 2017-09-13
- 팔만대장경 지킨 ‘빨간 마후라’ 새창
- 한국 영화의 이른 절정기라 할 1950~1960년대를 빛낸 영화감독 가운데 신상옥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지. 이분은 2006년 여든의 나이로 세상을 떴는데 그 영결식장에 매우 절도 넘치는 손님들이 찾아왔어. 다름 아닌 공군 군악대였지. 그들은 숙연해 마땅한 영결식장의 분위기와 걸맞지 않은 신나고 힘찬 멜로디를 연주하기 시작했어. <빨간 마후라>라는 노래였어. 신상옥 감독이 1964년에 만든 영화 <빨간 마후라>의 주제가였어. 이 영화가 대히트를 치면서 공군 전투기 파일럿 하면 빨간 머플러(마후라)를 연상하게 됐고, 이 노래는 ...
- 김형민 (PD) 2017-09-13
- 임용고시 준비생과 기간제 교사는 서로 다른 사람일까? 새창
-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교사가 되고 싶었다. 내가 좋아했던 선생님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고3 생활’을 견뎠다. 시험을 망쳤다고 우는 친구 앞에서 표정관리를 하는 데도 익숙해졌다. 죄책감을 느꼈지만 경쟁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하며 내 안에 걸었던 주문은 하나였다. ‘다 내가 교사가 되기 위해서야!’ 대학에 와서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임용고시를 봐야 했던 나는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삶을 저당 잡혔던 ‘고3 생활’로 돌아가야 했다. 노량진 학원과 독서실만을 오갔다. 힘들 때면 내가 왜 교사가 되고 싶은...
- 조영선 (서울 영등포여고 교사) 2017-09-05
- 어느 ‘별’보다 빛났던 하사 신박균 새창
- 얼마 전 우리나라 합동참모본부 의장, 즉 군 최고위직을 지낸 이순진 대장이 42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전역했어. 그동안 45번 이사를 다녔고 동생들 결혼식에도 참여하지 못했다는 이 노장(老將)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비행기 표를 선물했지. “캐나다에 산다는 딸 집을 부부 동반 방문하시라”는 취지로. 육군 대장 부부가 공관병들을 종같이 부린 일이 폭로돼 구설에 오르고 군인들을 바라보는 눈이 곱지 않은 터에, 졸병들에게도 워낙 따뜻하게 대해 ‘순진이 형’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다는 진짜 군인의 퇴장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하더구나. 그런 뜻...
- 김형민 (PD) 2017-09-04
- 노는 감을 잃은 아이들의 공통점 새창
- 매미 소리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 아이가 말했다. “얼마나 짝짓기가 하고 싶으면 저렇게 울어대겠어. 딱 내 심정이야.” 여름방학 처음 며칠은 빈둥대며 학교 안 간다는 기쁨을 만끽하던 아이가 친구 타령을 시작했다. 베란다 창가에 ‘놀 친구 구함’ 깃발이라도 내걸고픈 표정이었다. 며칠 고독에 몸부림치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학원 앞에서 어슬렁거리기, 라면 끓여준다고 꼬시기, 자질구레한 창작품 선물하기, 급기야 친구네 부모에게 들이대 가족 여행길에 따라나서기 등 나름 놀 방안을 찾는 눈치이다. 방학인데도 혹은 방학이라 더 시간에 쫓...
- 김소희 (학부모·칼럼니스트) 2017-08-31
- 문장가 이규보 뺨치는 삼성 장충기 문자 속 언론인 새창
- 장수왕의 남하 정책에 시달리던 백제 개로왕이 오늘날 화북 지역을 지배하던 북위에 국서를 보낸 적이 있다. 동맹과 원병을 청하는 내용이었지. “만일 (북위 황제) 폐하의 인자하심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멀리까지 미친다면 속히 한 장수를 신의 나라에 보내 구해주십시오. 마땅히 저의 딸을 보내 후궁에서 모시게 하고 아울러 자제를 보내 바깥 외양간에서 말을 기르게 하며 (중략) 무릇 구구한 변방의 작은 나라들도 만대의 신의를 사모하는데 하물며 폐하께서는 천지의 기운과 합하고 위세가 산과 바다를 기울일 수 있으신데 어찌하여 꼬마 아이(...
- 김형민 (PD) 2017-08-31
- 서울 학원가에서 보내는 지방 학생들의 방학 새창
- 방학 특강 시즌이다. 특강을 듣기 위해 상경한 지방 학생들이 이번에도 몇몇 보인다. 학원이 지방에 분점을 내고 강사가 KTX를 타고 출장 강의를 가는 게 일반화되었다. 그런데도 굳이 서울 학원가로 직접 올라와 강의를 듣는 지방 수험생들이 더 많다. 이 학생들은 학원과 가까운 거리에 사는 친척집에 맡겨지거나 자취방에 거주하면서 여름방학을 보낸다. 인터넷 강의가 보편화한 시대에 서울까지 찾아올 필요가 있을까? 넌지시 물어보니 유명 학원가 수업에 대한 막연한 기대, 친척들의 권유, 인터넷 강의가 잘 맞지 않는 취향 등 학생들의 선택...
- 해달 (서울 대치동 입시학원 강사) 2017-08-24
- 현충원에, 망월동에 묻힌 푸른 눈의 목격자들 새창
- 고립된 1980년 광주에 잠입해서 광주의 참상을 세계에 알렸던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도운 택시 운전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택시운전사>가 화제다. 힌츠페터의 영상은 생매장된 광주의 아픔을 바깥세상으로 가늘게 그러나 끈질기게 흘려보냈던 숨구멍 같은 존재였어. 그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광주의 진실을 알게 되었고 전두환에 대한 분노를 불태워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었지. 그날 광주로부터 61년 전 4월의 봄날, 또 한 명의 서양인이 우리 피맺힌 역사의 정직한 목격자가 되었단다. 1919년 3월1일 파고다 공원에서...
- 김형민 (PD) 2017-08-24
- 폭탄 만들어 의열단에 전한 헝가리 청년 새창
- 중세 이후 유럽사에서 한 가문의 이름은 독보적으로 드높다. ‘합스부르크’ 가문이야. 16세기 카를 5세 시절에 유럽의 태반을 지배하는 전성기를 누렸고, 제1차 세계대전 때까지도 오스트리아와 중부 유럽을 지배했던 이 가문은 패전 후 왕위를 잃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단다. 뜬금없이 왜 유럽 가문 이야기를 꺼내느냐고? 합스부르크 왕가는 우리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본의 아니게 우리 독립운동사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기 때문이야. 어리둥절하지? 들어봐. 오늘날 유럽의 체코나 슬로바키아 역시 당시 합스부르크 왕가가 지배하는 오스트리아 ...
- 김형민 (PD) 2017-08-16
- 대학원 연구실은 교수의 ‘소왕국’ 새창
- 방학을 맞아 다소 한산해진 대학 캠퍼스를 바쁘게 오가는 이들이 있다. ‘학문 후속 세대’라 불리는 대학원 학생들이다. 취업을 미루고 대학원을 임시 정거장으로 삼은 석사 과정 1년차부터 갓 부임한 30대 조교수와 동년배인 박사 학위 예정자까지, 많게는 열 살 이상 차이 나는 청년들이 한 연구실에서 생활한다. 대학생 시절 조교실에서 마주친 대학원 선배들은 왠지 모를 아우라가 느껴졌는데, 세월이 흘러 교직원의 눈으로 바라본 대학원생들은 학생과 직장인 사이에 끼인 경계인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었다. 얼마 전 공대 대학원생 몇 명과 ...
- 이대진 (필명·대학교 교직원) 2017-08-14
- 교육을 빙자한 대학원생 노동 착취 새창
- ‘Y대학교에서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 스마트폰으로 기사들을 검색해본 동료가 말했다. “교수 연구실이라는데?” 순간 그 자리에 있던 다섯 명의 시선이 ‘오복성 패스’처럼 교차했다. 감히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지만,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대학원생이네.’ ‘대학원생이군.’ ‘대학원생이야.’ ‘대학원생일걸.’ ‘대학원생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예상대로 범인은 폭발로 화상을 입은 교수의 소속 학과 대학원생이었다. 범행 동기 또한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교수와...
- 홍덕구 (인문학협동조합 조합원) 2017-08-10
- 독립운동가를 변호한 어느 일본인에 대하여 새창
- 최근 개봉한 영화 <박열>은 일제강점기 일본 천황(일왕)을 암살하려 했다는 ‘대역죄인’ 조선인 박열과 그 연인 일본인 가네코 후미코의 드라마틱한 삶을 소재로 했지.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대개 이런 말을 했어. “영화 제목을 잘못 지었군. 이건 <박열>이 아니라 <가네코 후미코>라고 해야 맞을 것 같은데.” 가네코 후미코 역을 맡은 배우 최희서씨의 연기가 워낙 훌륭했기 때문이지만 영화 속에서 가네코의 무게는 주인공 박열을 여러모로 압도해. 조선인 박열의 시에 감동해 그를 찾아가서 동거를 제안하는 용감한 여성, 일본에서 덴노(천...
- 김형민 (PD) 2017-08-08
- 한 영국 언론인이 남긴 ‘의병’ 사진 새창
- <80일간의 세계일주>(쥘 베른, 1872)가 가능해진 19세기 말, 그리고 조선이 오랜 쇄국의 담을 허물고 문호를 개방한 이후 많은 나라의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 역사에 흔적을 남기게 됐다. 그 가운데에는 한국인이 무색할 만큼 이 땅을 사랑하고, 한국의 독립과 자유를 위해 애쓴 외국인도 있었어. 오늘부터 그분들의 이야기를 네게 들려주고자 해. 국사 시간에 <대한매일신보>와 영국인 어니스트 베델의 이름은 배웠을 거야. 19세기 말 영국은 일본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지. 당시 영국의 주적은 발칸 반도에서 인도를 거쳐 극동에...
- 김형민 (PD) 2017-08-03
- 자식 맡긴 부모의 처지 새창
- “공개수업 참관 신청서 다 냈죠?” 학기마다 한 번씩 있는 공개수업을 앞두고 학부모 참관 신청서를 받았다. 낯익은 이름들이 눈에 띄었다. 스카우트 선서식, 체육관 청소, 어린이날 체육대회…. 크고 작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들이었다. 달리 이야기하면 학교에는 늘 오는 학부모만 왔다. 공개수업 당일, 복도에는 수업 20분 전부터 기다린 엄마들이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부모의 존재를 확인한 아이들은 기세가 올랐다. 쉬는 시간에 몇몇 아이들이 와서 엄마가 근무 교대를 했다느니, 휴가를 썼다느니 하며 귀띔...
- 이준수 (삼척시 도계초등학교 교사) 2017-07-31
- 어린 ‘2등 시민’의 체념 새창
- 자사고·특목고 폐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처음 자사고가 생길 때 취지는 이랬다. ‘독립적인 재정으로 운영하며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극대화해 학교 다양화의 견인차 구실을 하기 위한 것.’ 이러한 취지가 무색하게, ‘독립적’인 재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계층의 자녀들끼리 ‘자율적’으로 입시 위주 과정에 ‘몰빵’하는 학교가 되어버렸다. 폐지를 반대하는 이들은 학교를 만들고 운영한 사람의 문제이지, 이런 학교(제도)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반발한다. 현재 자사고·특목고를 다니고 있거나 입시를 준비 중인 학생들은 ‘우리 학교를 제발 없애...
- 조영선 (서울 영등포여고 교사) 2017-07-28
- 연설 하나로 일본 내각을 사퇴시킨 독립운동가 새창
- 김대중 전 대통령은 명연설가로 유명했다. 1992년 그가 세 번째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을 때 유세를 구경한 적이 있어. 예의 그 명연설이 끝난 후 한 호호백발 할아버지가 열렬하게 박수를 치면서 이렇게 부르짖더구나. “몽양 이후 최고다.” ‘몽양(夢陽)’이란 지금부터 꼭 70년 전인 1947년 7월19일 혜화동로터리에서 차를 타고 가다가 괴한의 총에 맞아 숨진, 한 걸출한 독립운동가이자 노련한 정치인이었던 여운형 선생의 아호야. 또 대중 연설에 관한 한 20세기를 통틀어 으뜸으로 꼽히는 분이었다. 그 파란만장한 행적에 비해서는...
- 김형민 (PD) 2017-07-26
- ‘세상을 뒤늦게 본’ 문익환 목사의 열정 새창
- 1987년 7월9일, 최루탄에 맞아 중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다 사망한 연세대 이한열 학생의 장례식장에서 문익환 목사가 목이 터져라 불렀던 스물여섯 분.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그 소중한 목숨을 내던진 그분들의 이야기를 지금껏 들려주었지. 오늘은 그분들의 존재를 역사에서 건져 올려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문 목사 본인의 이야기를 전해보고 싶구나. 문익환 목사의 고향은 만주 용정이다. 문 목사에게는 어릴 적 둘도 없는 친구가 있었어. 그 친구는 오래 살지 못했지만 한국인들에게 영원히 ‘스타’로 남아 있는 사람이야. 바로 시인 윤동주...
- 김형민 (PD) 2017-07-18
- 부모들의 대리전, 그만하자 새창
- “외고까지 다녔는데 원하는 대학 못 갔다고 죽고 싶다 그런대.” “애가?” “아니, 애 말고 그 부모가.” 지인의 근황을 나누던 중 오간 얘기이다. 아이가 대학을 성에 안 차게 갔다고 벌써 2년째 그 부모가 ‘죽을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단다. 아이는 중간에 ‘반수’도 해보았으나 더 ‘레벨’ 좋은 대학에 갈 자신이 없다면서 로스쿨을 준비하겠다고 했단다. 대체 그 부모는 누구의 인생을 사는 것인가. 외고·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에 대해 교육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해당 학교 재학생과 학부모들이 불이익을 걱정한다는 보도가 많았다...
- 김소희 (학부모·칼럼니스트) 2017-07-17
- 수능 목적으로 가르쳐야 신뢰받는 현실 새창
- 시험문제 오류가 아닌, 시험의 의도 자체에 대해 학생들이 교무실로 찾아가 불만을 터뜨리는 일은 흔치 않다. 하지만 학원에서는 뒷담화가 가능하다. 학교의 평가가 끝날 때마다 이런 일을 거듭 경험한다. 학생들은 학원에 와서 학교 시험문제에 대해 온갖 하소연을 한다. 최근에는 한 학교의 수행평가 채점 결과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학생들의 수행평가를 위해 교사는 ‘잘 알려지지 않은 현대시 두 편에 대해 창의적으로 해석을 해오라’는 과제를 냈다. 인터넷 검색 금지, 다른 서적 참조도 금지였다. 오로지 학생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
- 해달 (서울 대치동 입시학원 강사) 2017-07-14
- 이름 모를 재소자들이 민주주의 유공자인 까닭 새창
- 1987년 7월 이한열 학생의 장례식에서 문익환 목사가 애타게 부른 스물여섯 명의 이름 가운데에는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민주화운동’에 기여한 공로자라거나 또는 ‘열사(烈士)’라는 엄숙한 단어에 걸맞다 하기에는 좀 어색한 분도 한 명 끼어 있어. 박영두라는 사람이야. 그는 ‘대학물’을 제대로 먹은 사람도 아니었고 공장에 다니며 노동조합 활동을 한 사람도 아니었어. 하지만 문익환 목사는 그를 ‘열사’의 대열에 합류시켰지. 박영두는 누구였을까. 신군부의 서슬이 시퍼렇던 1980년, 스물여섯 살로 경기도 이천에서 친척이 운영하는 체...
- 김형민 (PD) 2017-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