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보다 사진이 더 마음을 건드리는 순간 [취재 뒷담화] 김연희 기자 2021년에도 어김없이 ‘올해의 사진’으로 송년호(제745호)가 꾸려졌습니다. 〈시사IN〉 기자들을 포함해서 사진가 16명·필자 29명이 참여했는데요, 신선영 사진기자와 함께 기획을 담당한 취재기자의 바이라인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또다른 ‘숨은 제작자’는 바로 김다은 기자입니다.송년호는 언제부터 준비했나?2021년 9월쯤 시작했다. 우선 신선영 사진기자가 기획 의도에 맞는 사진들을 찾아다녔다. 작품성이 있으면서도 한 해를 돌아볼 수 있는 사진이어야 했다. 차별화할 수 있는 게 뭘까 궁리하다 신 기자와 논의를 거쳐 ‘기후위기’와 ‘ 사법농단, 아직 잊지 않으셨죠? [프리스타일] 김연희 기자 본래 그 주에는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기사를 쓰기로 되어 있었다. 2021년 10월 미국 제약사 머크에서 개발 중인 치료제의 효능이 썩 괜찮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불러 모았다. 화이자가 개발한 또 다른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의 임상 3상 시험 결과도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그 주 목요일이었던 2021년 10월28일 다른 아이템으로 기사를 틀었다.이날 오후 2시 헌법재판소는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각하’였다. 각하란 피청구인(임성근)의 행위가 헌법과 코로나19에 걸렸다,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 김연희 기자 새해에는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 마련이다. 2022년이라면 썩 달갑지 않은 각오가 필요할 수도 있다. 확진자 수가 껑충 뛰어오른 상황에서 누구든 언제나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자신과 이웃을 지키기 위해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동시에 내가 혹은 내 가족이 코로나19에 확진될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2021년 11월 말, 정부는 시설 입소 우선이던 기존 코로나19 대응 지침을 “모든 확진자는 재택치료를 기본으로 한다”라고 변경했다. 같은 해 12월의 경우, 코로나19 확진자들은 재 [기자의 추천 책] ‘비건도’ 맛있는 게 아니라 ‘비건이라서’ 맛있는 거에요 김연희 기자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두께에 가볍고, 표지마저 귀여운 이 책을 펴는 일이 조금 두려웠다.저자는 2020년 2월 고기를 끊었다. 채식 생활의 범위는 점점 넓어져 생선과 유제품도 웬만해서는 먹지 않는다. ‘비건’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독서가 그 계기였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혹여나 이 책을 읽다가 나의 육식 생활에 회의감이나 죄책감이 들면 어쩌지. 치킨을 끊은 삶이란 맥주 없는 삶만큼이나 상상하고 싶지 않은데.기우였다. 이 책은 죄책감이 아니라 식욕을 자극했다. 고기가 들어간 육개장 대신, 채소로 국물을 내서 토란 줄기와 취나물의 식감 [기자들의 시선] 지난 해 소상공인, 몇 명이나 줄었을까? 김연희 기자 이 주의 보도자료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소상공인 수가 약 87만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통계청은 지난 12월28일, 2020년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0년 소상공인 사업체 수는 290만2000개로, 전년 대비 4.7% 늘었으나 종사자 수는 557만3000명으로 87만1000명(13.5%) 감소했다. 특히 예술·스포츠·여가업의 타격이 컸는데 이 업종에서는 일자리 5개 가운데 1개가 사라졌다.이 주의 어떤 것지난 12월25일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수명은 최소 5년, 최대 1 [기자들의 시선] 성탄절, 산타의 썰매만 하늘을 나는 게 아니다 김연희 기자 이 주의 우주크리스마스에 하늘을 나는 것은 산타클로스의 썰매만이 아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21년 12월25일 프랑스령 기아나 유럽우주센터에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실은 로켓을 발사했다. 1990년 임무를 시작한 허블보다 약 3배 더 크고 빛을 모으는 능력은 7배 더 뛰어난 제임스 웹은 지구로부터 150만㎞ 떨어진 곳에서 초기 우주의 모습을 관측할 예정이다. 제임스 웹은 허블이 감지하지 못하는 영역의 ‘적외선’을 잡아낼 수 있다. 130억 년 전 우주 초기에 생긴 별들에서 나온 빛은 지구에 도달할 때쯤에는 파장이 긴 [2021 올해의 사진] 염치 있는 이를 지키지 못한 자리 사진 신선영·글 김연희 기자 염치에 대해 생각한다. 서울 마포구에서 1999년부터 맥줏집을 운영했던 50대 자영업자가 2021년 9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게 유리창엔 6월23일부로 도시가스 공급이 중단된다는 통보문이 붙어 있었다. 체납된 전기요금 85만원을 청구하는 고지서도 발견됐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 직원들에게 밀린 월급을 주기 위해 살던 원룸을 빼고 지인들에게 돈을 빌린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로, 아니 코로나19로부터 모두의 안전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가게 영업을 제한당했기에 사장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그는 자신을 허물어야 했다. 그는 입구로는 밀려오는데 병실 출구는 막혀 있다 김연희 기자 홍석경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중환자 외상외과에서 근무한다. 1차 유행이 닥쳤던 2020년 3월 대구동산병원에 파견돼 코로나19 중환자들을 치료했고, 3차 유행 시기이던 12월에는 경기 남양주 현대병원에 코로나19 중환자실을 세팅하는 작업을 도왔다. 지금은 외과계열 중환자를 진료하고 있지만, 정부의 행정명령에 따라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전체 병상의 4%까지 늘리게 되면 다시금 코로나19 중환자 병동에 투입될 예정이다.홍 교수가 근무하는 서울아산병원은 코로나19 중환자 49명을 치료하고 있다(12월8일 기준). 아산병원은 1차-2차- 올해 요양시설의 겨울은 2020년 겨울과 다를까 김연희 기자 11월29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사망자는 3580명이다. 이 중 감염경로가 요양병원 및 요양원과 연관된 사망자는 1010명이다. 코로나19 사망자 3명 가운데 대략 1명이 요양시설과 관련해 나왔다.특히 겨울철 피해가 컸다. 3차 유행 파도 시기인 지난해 12월 170명, 올해 1월 206명이 요양시설과 관련해 코로나19에 걸린 후 사망했다. 확진자들이 감염병 전담병원이나 상급 종합병원에 병상이 부족해 들어가지 못하면서 요양시설에 ‘코호트 격리’된 채로 남겨졌다. 요양시설에선 필요한 의료적 처치를 받지 못했고 그 안에서 다시 감염 오미크론에 대해 아는 것과 모르는 것 김연희 기자 세계보건기구(WHO)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보고한 코로나19 돌연변이 ‘오미크론’을 11월26일 ‘우려 변이(Variant of Concern·VOC)’로 지정했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에 이어 WHO가 ‘우려 변이’로 분류한 다섯 번째 돌연변이이다. WHO는 오미크론이 바이러스의 여러 부위에 변이를 획득했으며 이 가운데 몇 가지는 우려스럽다고 밝혔다.오미크론은 약 50개의 변이가 생겼으며 이 중 30여 개는 ‘스파이크 단백질’ 부위에 몰려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왕관 모양으로 돋아 있는 ‘위드 코로나 하고 싶지만 하고 싶지 않은’ 당신을 위한 안내서 김연희 기자 유예되었던 자유가 하나둘 돌아오고 있다. 이제 밤 10시 이후에도 식당에서 여유 있게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인원 제한에 걸려 미뤄뒀던 모임을 잡아 반가운 얼굴들을 마주할 수 있다. 야구장에서 ‘치맥’을 즐기는 즐거움도 오랜만에 누릴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안이 어른거린다. 신규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 숫자에, 돌파 감염 뉴스에, ‘긴급 멈춤’을 선포할지도 모른다는 방역 당국의 메시지에 일상회복의 계단을 밟아 올라가던 시민들의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우리, 정말 코로나19와 함께 살 수 있을까?’위드 코로나의 앞날을 정확 코로나19 확진자와 중환자, 언제까지 얼마나 늘까? 김연희 기자 11월1일,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가 시작되었다. 이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무엇보다 중환자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도 400명대 후반에서 500명대 후반을 오가는데 코로나19 유행 이후 국내에서는 가장 많은 숫자이다.‘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 코로나19 유행이 더 확산되리라는 것은 이미 예상된 결과다. 정부 역시 하루 신규 확진자가 1만명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수차례에 걸쳐 밝혀왔다. 하루 확진자 5000명까지 감당할 수 있는 ‘치료 인프라’를 갖춰두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11월 셋 헌재는 ‘외면’했고, 사법농단 관여 판사는 탄핵을 모면했다 김연희 기자 2021년 10월28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법관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내렸다. 대상은 임성근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박근혜 정부 당시 양승태 대법원에서 벌어진 사법농단에 관여한 행위로 탄핵심판을 받았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각하’였다. ‘각하’란 피청구인의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지 자체를 판단하지 않고 심판을 끝내는 것이다.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6명은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이미 퇴임해 법관 신분이 아니기에 파면할 수 없고, 그러니 위헌 여부도 판단할 필요가 없다”라는 의견을 냈다. 단계적 일상회복, 정말 ‘위드 코로나’ 해도 괜찮은 걸까? 김연희 기자 정부는 백신 2차 접종률이 70%를 넘어서는 11월 초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의 기점으로 잡았다. 이제 코로나19와 함께 살아도 안전한 것인가?백신접종으로 시민들이 더욱 안전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10월12일 정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의 중증화율은 올해 1월 3.2%였으나 7월 이후에는 2%로 낮아졌다. 치명률은 1.4%에서 0.3%까지 떨어졌다(〈그림 1〉 참조). 올해 6월까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을 맡았던 윤태호 부산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백신의 보호 효과는 분명히 확인되고 있다. “인정하자, 한국은 ‘위드 코로나’ 준비가 늦었다” 김연희 기자 10월4일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경기도 수원시 ‘코로나19 단기진료센터’에 있었다. 재택 치료 중인 코로나19 확진자들은 이곳에 들러 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상황실 모니터에 비친 모듈형 병동 안에서 평상복 차림의 입소자들이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루 정도 입원하며 검사와 치료를 받고 증상이 회복되면 집으로 돌아간다. 이날 입소자 10명은 귀가해 재택 치료를 이어갔다. 나머지 한 명은 폐렴 증상이 있어 산소 공급 등의 처치를 하고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이송됐다.‘몸이 아플 때는 집에서 컨디션을 살피다 증상 팬데믹 2년차, 한국 정부는 어떻게 작동했나 양산·김연희 기자 윤태호 전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사진)을 만났다. 많은 국민에게 이름보다 얼굴이 더 친숙한 인물이다. 지난해 1월27일 감염병 위기 단계가 ‘경계’로 상향되며 보건복지부에 중수본이 구성된 이후 올해 6월까지 오전 11시 브리핑을 맡았다. 본래는 예방의학을 전공하고 건강 불평등을 연구하는 소장 학자였다. 2018년 3월 개방직인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에 임용되며 공직 사회에 발을 디뎠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방역총괄반장을 겸임하게 됐다. 지난 6월30일 3년3개월 임기를 마치고 부산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로 돌아왔다 [기자의 추천 책] 50명이 만드는 하나의 이야기 김연희 기자 병원에 이송 기사라는 직군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환자들의 침대를 밀어 검사실로 데려다주고, 검사가 끝나면 병실로 돌려놓는 일을 주로 맡는다. 건축학부 학생인 서연모에게 이 아르바이트를 소개한 이는 “헬스 같은 것은 필요 없다. 두 달만 해보면 팔근육이 바로 붙는다”라고 설명한다. 미끄러운 병원 복도로 ‘베드’를 운전할 때마다 서연모는 자신이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혈액세포가 된 기분에 빠지곤 한다.〈피프티 피플〉은 서울 근교의 한 중소도시에 위치한 대학병원이 배경이지만 의학 소설은 전혀 아니다. 책 제목 그대로 등장인물 50명이 ‘K방역’, 정권 신뢰도 떠받치는 단 하나의 기둥 김연희 기자 2021 〈시사IN〉 신뢰도 조사는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한국 시민들의 인식을 알아봤다. 각 항목에 대해 응답자들은 전혀 신뢰하지 않으면 0점, 매우 신뢰하면 10점을 주었다. 5점이 넘으면 신뢰와 불신 사이에서 신뢰 쪽으로 무게 추가 기울었다고 볼 수 있다.질병관리청은 6.69점을 받아 2021년 신뢰도를 조사한 모든 공적제도 가운데 가장 높은 신뢰도를 기록했다(〈그림 1〉 참조). 지난해 7.39점과 비교하면 떨어졌지만 질병관리청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강력했다. 대통령, 정당, 국가기관, 정부 정책에 걸쳐 신뢰도를 물었는데 6 그 볼링장 사장님은 왜 헌법소원을 제기했을까 김연희 기자 지난해 겨울 내내 ‘라이노 볼링장’의 레인 24개는 멈춰있었다.실내체육시설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는 기간, ‘영업제한’보다 한 단계 높은 ‘집합금지’ 대상이 됐다. 이에 따라 수도권 소재 실내체육시설인 ‘라이노 볼링센터’는 2차 유행 시기였던 지난해 9월에 2주 동안, 그리고 3차 대유행이 찾아왔던 지난해 12월 초부터 올해 1월 중순까지 6주 동안 문을 열지 못했다. 이 사장은 3차 대유행 당시를 회상하며 “진짜 죽을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휘발유 통을 짊어지고 국회 앞에 가서 불이라도 지르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길어지는 거리두기, 호프집 한 사장님의 ‘잔인했던 여름’ 김연희 기자 호프집 ‘마노비어’를 운영하는 한문태씨(63)는 1976년 서울에 왔다. 권투가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시절이었다. 체구는 작지만 몸이 날쌔고 주먹이 야무졌던 소년은 “홍수환이 챔피언 되는 것을 보고” 고향인 충북 증평을 떠났다. 꿈을 찾아온 도시에서 그가 안착한 곳은 권투 도장이 아니라 음식점이었다. 먹고 잘 곳이 필요해 중국집에 취직했고, 요리를 배웠고, 그대로 평생의 업이 됐다.서울시 동대문구 신설동에 차렸던 중국음식점 ‘남화루’를 시작으로 여의도, 마포, 서대문 등지로 가게를 옮기며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중국집 10곳을 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