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피스킨병이 덮친 가축전염병의 계절 [포토IN] 신선영 기자 10월31일 경기도의 한 한우 농장 앞. 소 울음소리가 멈추자 육중한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굴착기 끝에 달린 삽이 바닥에 누운 소의 몸을 들어 올리자, 도구를 든 방역 직원이 죽은 소의 몸에 구멍을 냈다. 소들은 차례대로 하늘색 FRP(섬유강화플라스틱) 통에 던져졌다. 사체로 가득 찬 통은 소들이 먹고 자던 농장 내 부지에 묻혔다.살처분 계절이 돌아왔다. 매년 농림축산식품부는 가축전염병이 자주 발생하는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가축전염병 특별방역대책 기간’으로 지정한다. 올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럼피스킨병(lumpy skin ‘전쟁 억제 기제’가 무너진 세상 [기자의 추천 책] 이종태 기자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시민들은 1980년대 중반 이후 대체로 인플레이션을 잊고 살았다. 크게 변동하지 않는 것이 물가의 본성처럼 여겨졌다. 연간 15~20%의 인플레이션은 1950년대와 1970년대에나 가능했던 옛날이야기다. 지난해 초 물가 급등 이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영원히 ‘당연’한 것은 없다. ‘당연하지 않은 일’이 간혹 불거지다가 점점 더 발생 빈도가 잦아지면서 어느새 새로운 질서로 자리 잡게 된다.국제질서도 마찬가지다. 1950년대의 한국전쟁 이후, 크고 작은 국지전쟁 및 대리전은 많았지만, 초강대국들이 자원과 분신 택시 노동자의 외침 “완전월급제 시행하라” 주하은 기자 “회사는 대법원 판결이 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를 받아들이는 건데… 별짓을 다 할 겁니다. 전쟁터로 들어가는 거죠.” 지난해 11월7일, 대법원으로부터 해고무효확인 승소를 확정받고 해성운수로 복직한 ‘이기고 돌아온 택시 노동자’ 방영환씨(55)는 이렇게 복직 소감을 말했다(〈한겨레 21〉, 2022년 11월27일).그로부터 채 1년이 지나지 않은 9월26일, 방영환씨는 회사 앞에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복직 축하 꽃다발을 받던 바로 그 자리였다. 방씨는 227일째 회사 사업장 앞에서 홀로 1인 시위를 하 두 달 사이, 증액에서 삭감으로 뒤바뀐 R&D 예산안 김연희 기자 8월 말, 정부가 발표한 2024년 예산안에 따르면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은 25조9000억으로 올해 31조1000억원에서 5조2000억원이 삭감되었다. 국가 R&D 예산이 줄어드는 것은 1991년 이후 처음인 데다 감소 폭이 16.6%에 달해 예산안 발표 후 과학기술계는 일대 혼란과 충격에 빠졌다.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당초 내년도 국가 R&D 예산은 확대 편성될 예정이었다고 알려진다. 그러나 6월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 베이스(원점)에서 ‘우리의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워’ [기자들의 시선] 김다은 기자 떠난 이의 빈자리‘친구’가 떠났다. 지난 10월28일, 미국 TV 시트콤 〈프렌즈(Friends)〉에서 ‘챈들러 빙’ 역을 맡았던 배우 매슈 페리(54)가 숨진 채 발견됐다. 페리가 연기한 챈들러 빙은 자조적인 블랙유머로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지만 다정하고 깊은 우정을 보여준 인물이다. 페리는 〈프렌즈〉의 성공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후에도 오랜 시간 알코올과 진통제 중독으로 고통받았다. 그는 수차례 중독치료 시설에 입소하고, 직접 중독재활센터를 만들 만큼 힘겹게 약물중독과 싸웠다. 〈프렌즈〉의 극 중 배경이었던 맨해튼 한 건물 앞 직장 다니며 실업인정 신청했다가…고용노동부, 실업급여 부정수급자 적발 이종태 기자 취업 중인데도 자신이 실업 상태라고 허위 신고하는 등의 방법으로 실업급여를 부정 수급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11월6일,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에서 7월 사이 시행한 ‘실업급여 부정수급 특별점검’으로 부정수급자 380명을 적발해 이 중 217명에 대해서는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의 명령에 따라, 이들은 부정 수급한 금액(모두 19억1000만원)의 약 2배에 달하는 36억2000만원(추가 징수 포함)을 반환해야 한다.부정수급자 380명에게 36억여 원 반환 명령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A씨는 일 감사원 신뢰 ‘다다다다다’ 갉아먹는 유병호의 무법초식 [8교시 정치탐구] 장일호 기자·최한솔 PD 윤석열 정부 등장 이후 눈에 띄게 뉴스 언급량이 많아진 국가기관이 있습니다. 바로 ‘감사원’입니다. 감사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태양광 사업 등 전 정권 추진 사업, 그리고 국민권익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겨냥한 대대적인 감사를 지휘했습니다. 대대적인 감사가 시작되자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 기구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뒤따랐습니다.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 의혹을 수사 중입니다. 공수처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에 네 번이나 소환조사를 요청했지만, 공매도 금지 첫날, 코스피와 코스닥 폭등...정치와 시장제도의 관계는? 이종태 기자 ‘공매도 전면 금지’의 시행 첫날인 11월6일, 예상대로(!) 증시가 폭등했다. 이날 코스피지수(종가 기준)는 ‘전장(11월6일 직전 증시거래일인 11월3일)’의 2368.34에서 5.66% 오른 2502.37로 마감되었다. 코스닥지수는 11월3일의 782.05에서 6일엔 839.45로 7.34%나 올랐다.금융 당국이 지난 11월5일 전격 발표한 ‘공매도 전면 금지안’이 증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방안에 따르면, 11월6일부터 내년 상반기(1~6월)까지 코스피, 코스닥 등 국내 증시의 전 종목에서 공매도가 금지된다.공매 YTN 매각이 한국 언론사에서 이례적 사건인 이유 김영화 기자 보도전문채널 YTN이 민영화에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10월23일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보유한 YTN 지분 30.95%의 인수자로 유진그룹이 최종 결정되면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심사를 통과하면, 공적 소유구조를 가진 방송사가 민간자본에 넘어간 첫 번째 사례가 생긴다.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자산효율화 계획이 발표된 지 1년 만의 일이다(〈시사IN〉 제795호 ‘‘매물’로 나온 준공영방송, YTN의 운명은?’ 기사 참조).기업이 언론사를 인수하는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YTN 매각이 한국 언론사에서 이례적 인요한 혁신위, ‘혁신 부진’ 우려 나오는 이유 이은기 기자 10월26일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국민의힘이 10월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지 보름 만이다. 패배 직후 당내에서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사퇴 요구가 나왔다. “대통령실만 쳐다보는(서병수 국민의힘 의원)” ‘김기현 체제’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국민의힘은 ‘김기현 체제 유지’로 결론 내렸다. 10월15일 열린 긴급 의원총회 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기현 대표를 중심으로 변화와 쇄신 방안을 마련하겠다”라며 혁신위원회(혁신위)·총선기획단·인재영입위원회 구성을 예고했다.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애도하고 추모하는 마음은 세계 어디서나 똑같다”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애도하고 추모하는 마음은 전국, 그리고 세계 어디서나 똑같다.”10월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유족의 초청에도 서울광장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은 데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렇게 말해. 이날 윤 대통령은 자신이 초·중학교 시절 다녔다는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추도사를 읽어. 44년 전 숨진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는 중동 순방 귀국 2시간 만에 참석하신 분이…. “(자영업자들이)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을 내국인과 동등하게 지불해야 한다는 국제노동기구(ILO) 조항에서 탈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비상 참사 1년, 시민들은 여전히 두렵다 [기자들의 시선] 이오성 기자 이 주의 여론조사이태원 참사 1년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리서치에 따르면, 우리 시민 10명 중 7명 이상(74%)은 여전히 ‘군중 속에서 발생하는 인파 사고’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거나(64%)’ ‘붐비는 곳에 가면 압사 사고가 발생할까 두렵다(63%)’는 인식도 절반이 넘었다. 47%는 ‘압사 사고 관련 사진이나 영상을 본 후, 큰 충격과 트라우마를 겪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응답자 64%는 ‘이태원 사고 발생 원인, 수습 과정, 후속 조치 등 진상규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김포 서울 편입론’을 말하기 전에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얼마 전 개인 용무로 충남의 한 도시에 1박2일 머물러야 했다. 숙소에 차를 대고 저녁을 먹으러 걸어 나왔다. 식당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대학 앞을 찾았다. 동행했던 큰애가 말했다. “서울하고 달리 여기 되게 한적하네요.” 인구 10만의 소도시. 제법 큰 상가에 불이 꺼져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어젯밤의 그 길을 다시 걸었다. 숙소에서 가까운 그 상가를 지나다 뒤늦게 알아차렸다. 불이 꺼져 있었던 게 아니라 폐건물이었다. 밤이라 몰랐다. 서울·수도권을 오가는 버스터미널 근처의 건물이 비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뜻밖의 아 “성장하는 자네의 드럼을 들으러 온다네”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꽤 오래 전에 드럼을 배웠다. 3년 정도,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씩. 훌륭한 선생 덕분이었을 것이다. 매주 실력이 조금씩 느는 게 느껴졌다. 내가 연주 가능했던 가장 어려운 곡은 뮤즈의 ‘타임 이즈 러닝 아웃(Time Is Running Out)’이었다. 물론 뮤즈 원곡에서 여러분이 들을 수 있는 드럼과 나의 연주 사이에는 엄청난 격차가 있다. 겨우 흉내만 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당연한 얘기다.그래서였을까. 〈블루 자이언트〉 원작 만화를 봤을 때도, 얼마 전 애니메이션을 봤을 때도 계속 눈길이 간 건 주인공 다이가 공익신고자 보호에 정말 진심이라면 [세상에 이런 법이] 이혜온 (변호사)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은 “권력형 비리를 폭로한 공익신고자”라는 점을 감안하여 사면되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김태우 전 구청장 사면과 관련하여 “내부고발원으로서 의미가 없었다고 보이지 않고, 사면은 그런 경우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라고 말했다고 한다.공익 신고를 활성화하고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한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2011년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김태우 전 구청장은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공익신고자는 아니었다. 제보의 내용이나 절차상의 문제는 아 자존감을 키우면 내 삶이 나아질까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자존감이 성공의 문을 열 수 있을까. 내게 닥친 어떤 일이든 더 낫게 설명하려는 긍정의 심리로 무장하면 내 삶이 개선될 수 있을까.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덤벼드는 ‘그릿(grit, 한국식으로는 ‘노오력’)’을 함양하면 학업 성적이 오를까. 자존심도 긍정적 사고방식도 그릿도 귀찮다면 ‘파워 포즈(power pose)’를 길러보는 것은 또 어떨까. 이 이론(보다는 상식)에 따르면, 구부정한 자세보다 척추를 세우고 어깨를 활짝 편 자세는 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열어준다. 제시 싱걸은 ‘자기계발 심리학은 왜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 동물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면? [반려인의 오후] 김영글 (미술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고양이를 1인칭 관찰자 시점의 화자로 내세운 작품이다. 고양이는 자신이 함께 살게 된 주인과 그 주변인들을 관찰하며 세상만사에 대해 끊임없는 불평과 한탄을 쏟아낸다. 이름도 없던 이 고양이는 지식인의 허위의식을 고발한 최고의 화자 중 하나가 되었다.문학사에는 개의 시점으로 쓴 이야기도 많다. 그중 단연 멋진 것은 존 버거의 〈킹〉이다. 거리의 개 ‘킹’은 유럽 어느 도시에서 자신이 겪은 노숙인들의 삶을 바라보며 당대 사회를 묘사한다. 이런 소설들이 그리려 시도하는 대상은 물론 동물이 아 정부지출은 모두 국민의 세금이라는 착각 [미디어 리터러시]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최근 일부 언론은 지난해와 올해 공공기관에 ‘세금 100조원’이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국민연금공단에 들어간 ‘혈세’만 37조원이 넘는단다. 물론 오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의 보도자료를 기사화했다고 하지만 잘못된 보도자료를 검증 없이 쓰는 언론도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국민연금공단에 국민의 세금 37조원이 들어간 것이 아니다. 국민연금공단이 국민연금 가입자를 위해 지출한 금액이 37조원이란 뜻이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현재 63세가 되면 노령연금을 수급할 수 있다. 노령연금을 지급하는 실무를 하는 곳은 국민연금공단이다. 국민연금공 조국과 국적과 고향이 하나가 아닌 사람들 [역사의 뒤 페이지] 조형근 (동네 사회학자)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의 문학 세계는 1890년의 사할린섬 기행을 전후로 나뉘곤 한다. 기행 이전에도 명성이 높았지만, 〈갈매기〉(1896), 〈바냐 아저씨〉(1899), 〈세 자매〉(1900), 〈벚꽃동산〉(1903) 등 그의 희곡 대표작이 모두 이 기행 후에 탄생했다. 사할린은 거대한 러시아제국의 동쪽 끝, 변방의 유형 식민지(Penal Colony·형벌 식민지)였다. 길이 끔찍하던 시절, 모스크바에서 1만㎞나 떨어진 변방을 찾는 것은 고난이었다.체호프는 1890년 4월21일 모스크바를 출발, 시베리아를 횡단하여 7월11일 사 ‘그 유명한 영화’ 이전에 소설이 있었다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엑소시스트윌리엄 피터 블래티 지음, 조영학 옮김, 문학동네 펴냄“악조차 어떤 방식으로든 결국은 선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네.”할리우드 배우 크리스 맥닐의 열한 살 딸 리건이 얼굴을 흉측하게 일그러뜨리며 성인 남성의 목소리로 가족들에게 해괴한 욕설을 퍼붓는 등 기행을 벌인다. 의사들은 일종의 신경질환으로 진단하지만 치료에는 실패한다. 크리스는, 정신의학을 전공한 예수회 사제 데이미언 캐러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모친의 죽음 이후 믿음에 회의를 느껴온 캐러스는 소녀 안에 ‘사악한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음을 깨닫고, 노신부 메린과 함께 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