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기억, 4·3 제주·이명익 기자 “4·3 때 희생된 오빠 둘을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 그동안 못하다가 이렇게 발굴 사업을 해준다고 하니 고맙고 오빠들을 꼭 찾았으면 좋겠다.” 양유길 할머니(83)의 주름진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4·3 사건 당시 ‘정뜨르 비행장’으로 불린 제주국제공항 자리에서 수많은 이들이 학살당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1차 발굴 사업 때 무려 388구의 유해가 이곳에서 나왔다. 지난 7월10일 ‘4·3 행방불명 희생자 유해 발굴 개토제’가 열렸다. 삽들이 꽂힌 저 땅 아래에는 얼마나 많은 희생자들이 묻혀 있을까? 4·3은 아직 ... 아들의 손 놓고 울음 삼킨 38년 이명익 기자 영정 사진이 되어버린 중학교 졸업 사진을 김길자씨(79)는 조심스럽게 꺼내놓았다. 흑백 증명사진 속 주인공은 문재학군(당시 16세). 2남1녀 중 막내였던 그는 당시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문군은 ‘여자와 고등학생은 빠져나가라’는 시민군 대책위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1980년 5월27일 도청에 끝까지 남았다. 부모는 그해 5월25일 막내를 만나 도청에서 나오라고 설득했다. “엄마, 내 국민학교 동창 양창근 알제? 걔가 죽었어. 나라도 지켜야제.” 막내는 울면서 말했다. 부모는 재학군의 손을 놓아주었다. 5월27일 계엄군이 재진입... 아이들아, 분단의 선을 넘자꾸나 이명익 기자 철길은 끊어졌고 그 뒤로 아름드리나무가 무성했다. 유치원 아이들이 철길을 바라보았다. 경원선의 간이역이었던 월정리역. 아이들은 인솔 교사가 말하는 ‘분단’이나 ‘한국전쟁’이라는 단어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그 뜻을 이해하기 전에 철길이 이어진다면…. 평화가 입항하다 이명익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사흘 앞둔 2월6일 오후 북한 예술단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에 입항했다. 만경봉호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16년 만에 동해 해상경계선을 넘었다. 남북의 바다를 이으며 입항하는 그 순간을 담았다. 지켜봐 주시라요 이명익 기자 2월1일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이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 입촌했다. 취재진에 둘러싸인 검색대를 지난 뒤 북한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렴대옥 선수(19)가 건너편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남쪽의 한 자원봉사 대학생도 스마트폰에 그녀의 미소를 담았다. 남북 청년 사이 어색함이 사라지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만사형통’ 시절이 그립나? 이명익 기자 1월26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이 검찰에 출석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억대의 특수활동비를 직접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출석을 이틀 앞두고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이 전 의원은 이날도 구급차에서 내려 휠체어에 올라 검찰청으로 향했다. 기자들이 “다스가 누구 것이냐?” “돈(특수활동비)을 받았나?” 따위 질문을 했지만 눈을 질끈 감은 채 침묵했다. 들을 지키는 노병들 사진 이명익·글 김수상(시인) 엄동설한에 누가 할매들을 길가로 불러내는가. 봄동 뜯고 감자 찌고 따뜻한 아랫목에서 화투나 치고 있어야 할 할매들을 누가 자꾸 불러내는가. 이 마을엔 법이 없어진 지 오래라며 이장님이 마을 방송을 했다. 경찰에게 맞은 부녀회장님의 앞니는 아직도 낫지 않았다. 할매들에겐 유모차가 탱크다. 할매들이 길을 막고 전열을 가다듬었다. 이곳이 전쟁터다. 소야(韶野), 아름다운 들이라는 소성리의 옛 이름이다. 할매들이 옛날을 돌려달라고 길을 막고 주먹을 말아 쥐었다. 평화를 빼앗기면 봄조차 빼앗긴다. 사드는 가고 평화는 오라! 저 웃음의 의미는? 사진 이명익·글 배명훈(소설가) 12월 달력을 펼치는 순간 12월20일이 빨간 날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새삼 놀란다. 연말마다 ‘올해는 한 일도 없이 참 빨리도 지나갔구나’ 하는 감상뿐인데, 돌이켜보니 올해는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달력이 거짓말을 하게 만든 해였다.차창 안의 그는, 방심하고 있으면 언제든 다시 돌아오겠노라는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다. ‘스스로 민주주의를 달성한 국민의 격’을 지니고 있던 사람들은, 이제 ‘몇 번이고’ 스스로 민주주의를 되찾아낸 국민의 격을 나이테처럼 한 겹 더 쌓는 데 성공했다. 너무나 아슬아슬해서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지만, 간절히 빌어봅니다 이명익 기자 ‘예쁘고 착한 다애야. 하늘나라에서 못 이룬 꿈 맘껏 펼치길.’ ‘여보 그동안 고생 많이 했어. 편안한 곳에서 근심 걱정 덜고 편히 쉬고 있어. 따라갈게. 여보, 사랑해 미안해.’ ‘할머니 사랑해요.’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제천실내체육관에 누군가 추모 쪽지를 붙이기 시작했다. 딸을, 아내를,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내용을 카메라에 담다가 나도 모르게 렌즈가 뿌예졌다. 지난 12월21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부모는, 남편은, 손자는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싶어 했다. 시민들은 더 이상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 자발적 ‘하늘 감옥’ 재수감 이명익 기자 2014년 5월 차광호 스타케미칼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대표가 45m 높이의 굴뚝에 올라 고공 농성에 돌입했다. 408일간 고공 농성. 그는 세계 최장기 ‘하늘 감옥’ 수감 기록을 남겼다. 노사는 새로운 법인 설립과 고용·노동조합·단체협약 3승계 합의서를 작성했다. 파인텍이라는 새로운 법인이 설립됐다. 하지만 고용 보장, 노동조합 및 단체협약 보장, 생계 및 생활 보장 등의 합의 내용은 지켜지지 않았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의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이 또다시 하늘 감옥에 갇혔다. 서울시 목동 서울에너지공사 열병... 평화 가득한 들판을 기다리며 이명익 기자 사드가 배치되었으니 이제 싸움은 끝난 거 아니냐고 묻는다. 경북 성주군 소성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말한다. 어차피 변한 건 없다고. 나락이 노랗게 익어가는 들녘에서 어르신들이 환하게 웃으며 외친다. “사드 가고 평화 오라.” 저 하늘의 구름처럼 민주주의가… 이명익 기자 블랙리스트, 댓글 공작, 사이버 여론 조작…. 요즘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다룬 기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다. 적지 않은 이들에게 지난 9년은 ‘암흑’이었다. 9월18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은 소풍을 나온 학생들로 북적였다. 이 학생들이 주역이 될 미래의 민주주의는 저 흰 구름처럼 풍성할 수 있을까. 땅이 흔들려도 정말 안전한가요? 이명익 기자 2016년 9월12일 경북 경주시 일대가 흔들렸다. 규모 5.8로 1978년 기상청이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대 크기의 지진이었다. 여진만 634차례. 시민들의 공포를 키운 건 경주 인근에 밀집해 있는 월성과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단지였다. 그리고 1년 뒤인 9월12일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안전하지 않은 핵발전소’ 건설을 중단하자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마지막 배가 떠나고 나면… 이명익 기자 조선업 불황과 일감 부족의 파고를 넘지 못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7월1일 가동을 멈췄다. 군산 경제의 4분의 1을 지탱해왔고 5000여 노동자의 일터였던 군산조선소의 폐쇄는 지역 경제를 흔들었다. 4700여 노동자가 직장을 잃고 협력사 56곳이 잇달아 문을 닫았다. 요식업계, 서비스업 등이 2차 쓰나미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군산조선소에서 마지막으로 건조된 유조선 ‘이글라이언’이 짙은 안개 속에서 출항을 기다리고 있다. 이명박의 위태로운 유산, 영주댐 이명익 기자 경북 봉화군과 예천군을 흐르는 내성천은 1급수를 자랑했다. 영주댐은 내성천의 맑은 물을 가둬 낙동강 수질이 악화될 때 흘려보냄으로써 오염을 완화하기 위해 건설됐다. 이명박 정권의 마지막 4대강 사업으로 박근혜 정권을 거쳐 지난해 완공됐다. 영주댐에 막힌 내성천은 1년 전만 해도 보이던 본류의 모습(위 사진)은 사라진 채 탁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녹조마저 생겼다. 모래가 흐르던 맑은 강이 그렇게 죽어가고 있다. 바람난 산에 풍력발전기가 춤추네 이명익 기자 “4대강이 산으로 올라가고 있다.” 4대강 사업과 관련된 행정소송을 네 번이나 진행했던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이 경북 영양풍력발전단지를 보고 한 말이다. 신재생 에너지인 풍력발전이 되레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풍력발전 건립 가능 지역도 규제가 완화되었다. 생태자연도 2급지에서 1급지로, 산지 전용 허가는 3만㎡에서 10만㎡로 확대했다. 그러면서 경북 영양군을 중심으로 풍력발전 시설 개발 붐이 일었다. 영양군 석보면 홍계리 마을 뒷산에도 풍력발전기가 대거 들어서며 주민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 4... 161번째 금요일에 다윤이가 돌아왔다 이명익 기자 금요일에 다윤이가 돌아왔다. 세월호현장수습본부는 지난 5월19일, DNA 결과를 유가족에게 통보하고, 수습한 유골이 허다윤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어머니 박은미씨는 지인의 품에 안겨 한참 울었다. 아버지 허흥환씨는 속울음을 삼켰다. 허씨는 스마트폰으로 딸 기사만 읽었다. 다가오는 금요일에 남은 미수습자 모두 돌아오기를 유가족도 시민들도 간절히 기도한다. 2017, 노동의 자리 이명익 기자 올라가야 보일 수 있다. 곡기를 끊어야 알릴 수 있다. 잘렸거나, 비정규직이거나, 회사 자체가 위장폐업을 한, 하나같이 힘없고 백 없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하늘 감옥’에 올랐다. 김경래(동양시멘트지부 부지부장), 고진수(세종호텔노조 조합원), 오수일(아사히 비정규직지회 대의원), 이인근(콜텍지회 지회장), 김혜진(하이텍알씨디코리아 민주노조사수투쟁위원회 대표), 장재영씨(현대차 울산비정규직지회 조합원) 등 6명은 하늘 감옥에서 단식 농성 중이다. 이들이 오른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 광고탑에 ‘노동 3권 완전 쟁취’라는 플래카드가 ... 그 손, 한 번만… 이명익 기자 고등학생(김세담·박찬범)이 디자인한 세월호 추모 조형물 ‘~를 위해’가 경기도교육청에 설치되었다.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고창석, 양승진, 권재근, 권혁규, 이영숙. 이번에는 꼭 미수습자 9명의 손을 잡을 수 있기를… 셔터를 누르며 기원했다. 흐트러진 머리, 흔들리는 눈빛 이명익 기자 3월31일 새벽 4시30분 서울중앙지검 주차장 출입구에서 출차 알람이 울렸다.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두 번째 차량을 향해 본능적으로 셔터를 눌렀다. 그 찰나의 순간, 대통령에서 피의자로 몰락한 이의 흔들리는 눈빛을 보았다. 전날 삼성동 자택을 나서며 보았던 눈빛과는 확연히 달랐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