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삼나무들이 베어졌다 제주·이명익 기자 지난해 8월 삼나무 900여 그루가 잘려나갔다. 한라산 중산간 도로인 비자림로 2.94㎞(대천-송당) 구간을 2차로에서 4차로로 확장하는 공사였다. 난개발과 경관 훼손 논란이 일었고 공사가 잠정 중단되었다. 3월20일 다시 삼나무들이 베어졌다. 비자림로는 수십 년 이곳을 지켜온 삼나무 군락 덕에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히기도 했다.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을 만든 이들은 텐트를 치고 손팻말을 드는 등 직접 행동에 나섰다. ‘하늘 감옥’에서 석방되던 날 이명익 기자 소방관이 몸을 한껏 뒤로 젖혀 하늘을 보았다. 1월11일 ‘하늘 감옥 수감자’,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박준호씨가 426일 만에 내려왔다. 2014년 5월 당시 차광호 스타케미칼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 대표가 45m 높이 공장 굴뚝에 올라 408일간 농성을 벌였다. 이 농성으로 노사는 새로운 법인 설립(파인텍)과 고용·노동조합·단체협약 3승계 합의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또다시 파업과 공장 폐쇄가 이어지자 결국 두 노동자는 세계 최장기 고공 농성을 벌였다. 하늘 감옥에서 석방된 이들은, 공장 재가동·3년간 고용보장 등을 담은 노... 쌍용차, 10년의 기록 이명익 기자 “30명이라는 소중한 목숨들이 세상을 등졌지만 공장 앞에서, 대한문 앞에서, 길거리에서 우리 이야기를 들어줬던 국민과 연대해준 사람들 덕분에 해고자들이 공장으로 돌아갈 길을 만들었습니다.” 지난 12월31일, 해고 10년 만에 복직 출근길에 나선 김정우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만감이 교차한 듯 이렇게 말했다. 2009년 2646명 정리해고, 그리고 이어진 77일간 ‘옥쇄파업’, 64명 구속, 47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가압류…. 전방위 압박에 세상을 떠난 해고자와 가족만 30명. 해고 노동자들은 하늘 감... 저 희한한 공간의 값 사진 이명익·글 배명훈(소설가) 항공모함에서 초급장교에게 배정되는 방은 핵잠수함의 함장실보다 넓을 수도 있다. 몸 하나 겨우 누일 수 있는 공간을 여객기로 옮기면 권력이나 부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징그럽게 포개져 있는 아파트의 시각적인 이미지는 ‘개성 없고 삭막한 현대 문명’을 자동으로 떠올리게 하지만, 막상 그 안에서 사는 삶은 겉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편안하다.그래도 괴물 같은 아파트 사진을 볼 때면 다시 한번 삶을 되돌아보곤 한다. 우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출발해 어디로 가는 우주선을 타고 있기에, 이렇게 희한하게 생긴 공간을 동경해서 그 어마어마한 티켓 값 얼어붙은 흐느낌 사진 이명익·글 최은미(소설가) 가슴이 부서져 내린 흔적 같은 저 결빙들 틈 사이로 지금 무엇이 보이는가? 이름 세 글자가 새겨진 작업복. 육개장 사발면. 홈런볼 과자. 홀로 사망한 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유품엔 이 외에도 사비로 산 손전등이 있었다. 자신의 안전을 지켜줄 어떤 물품도 충분히 지급받지 못한 채 그는 분진과 소음과 어둠 속에 혼자 있었다. “원청 애들은 잘 안 죽어.” 언젠가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했던 이 말이 2018년 겨울, 죽지만 않게 해달라는 흐느낌으로 반복되는 걸 듣는다. 망도 펜스도 없는 컨베이어벨트처럼, 안전과 생명을 비용이란 말로 돌린 맞잡은 손의 시간 사진 이명익·글 김현(시인) 만 24세의 비정규직 발전 노동자 김용균씨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데 긴 시간이 걸렸다. 컨베이어벨트에 말려 들어가 머리와 몸이 분리되었다는 처참한 얘기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무릎이 꺾였다. 노동자의 신체를 분리할 수 있는 권리를 자본은 언제 얻은 걸까. 노동의 가치가 아니라 노동자의 값어치를 계산하는 일을 자본은 누구에게 허락받았는가. 김용균씨의 생전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았다. 합이 ‘21년’이라는 투쟁의 시간은 노동자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한 생의 시간이었을까, 죽음의 시간이었을까. 두 사람이 맞잡은 손과 연결된 눈빛과 가슴에 꼭 붙 아들의 동료들은 안전하게 늙기를… 사진 이명익·나경희 기자 빈소는 2교대로 돌아갔다. 주간 근무가 끝난 사람들이 돌아오면 야간 근무를 하러 가는 사람들이 일어섰다. 컨베이어벨트에 삽이 휘말려 들어갈 뻔했던 순간을 이야기하다가, 용균씨가 컨베이어벨트 아래로 고개를 넣어야만 했던 이유를 말해주다가, 그들은 그곳으로 출근하기 위해 일어섰다. 하청업체 이름이 박힌 일회용 그릇에 담은 쌀밥과 육개장은 먹어도 허기가 졌다. 어머니 김미숙씨의 바람은 아들의 동료들이 안전하게 늙어가는 것이다. 환하고 평평한 세계로 사진 이명익·글 박서련(소설가) 가끔 코아리빙텔 317호를 생각한다. 2평 남짓, 기본 옵션 침대, 책상, 옷장. 317호의 문은 복도 끝의 비상구 문과 직각으로 만났다. 비상구 문 밖에는 딱 한 사람이 설 수 있는 간이 베란다가 있었다. 거기에 선 채로 위치에너지라는 단어를 떠올리곤 했다. 발판 하나를 경계로 공중에 서 있자면 세상에서 가장 강한 동시에 가장 약한 존재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 방을 떠나 여러 해가 지나서도 여전히, ‘위치’와 ‘에너지’의 관계는 물리학보다는 마법이나 주술에 가깝게 느껴진다. 사회적인 위치를 대신해 물리적인 위치를 변경할 수밖에 두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 사진 이명익·글 한승태(작가) 지금이야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나는 수능 시험에서 수학은 당시 내 나이에도 못 미치는 점수를 받았다. 한국 정치권력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두 사람의 모습은 내 수학 점수를 확인한 부모를 떠올리게 한다. 심지어 엄마 아빠가 텔레파시로 주고받던 대화마저도 닮은 것 같다. “당신이 설레발을 쳐대서 이렇게 된 거 아냐?” “내가 그렇게 했으니까 그나마 이거라도 받은 거야!” 위기의 순간, 우리 가족의 평화를 지켜준 조언을 사진 속 두 분에게도 전해드리고 싶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담임선생님 말씀이다. “목표를 낮추면 모두가 행복해 결국 감옥에 갔습니다 사진 이명익·글 주진우 기자 이명박은 갔습니다.아아, 이명박 전 대통령은 3월22일 감옥에 갔습니다. 시민들의 환호와 가족의 눈물을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4대강, 자원 외교, 방산 비리 등 빛나던 혐의는 방어하고,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미풍에 날아갔습니다(그 바람은 〈시사IN〉 제519호 ‘MB 프로젝트’에서 시작됐습니다).구치소로 향하기 직전, 그는 페이스북에 이렇게 남겼습니다. “누굴 원망하기보다는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10월5일, 1심 공판에서 징역 15년에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으니 마음이 달라졌는지 2심에서는 자 전태일의 뜻 잇다 이명익 기자 봉제 노동자들의 삶은 흔히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으로 정의된다. 이런 노동환경을 바꾸기 위해 청계피복노조 출신 곽미순(59·오른쪽)과 최현미(60) 전태일재단 봉제사업단장이 주축이 되어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서울봉제인지회’를 만들었다. 두 노동자가 일하는 작업장에는 전태일 열사를 다룬 애니메이션 〈태일이〉(2020년 개봉 예정) 제작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포스터가 붙어 있다. 나무가 살았던 자리 이명익 기자 강원도는 ‘천년의 숲’ 가리왕산에 동계올림픽 스키장을 만들며 산림 복원을 약속했다. ‘복원을 전제로 한 개발.’ 하지만 강원도는 전면 복원 대신 관광자원 활용안을 구상하고 있다. 경기장 81㏊ 중 77.6㏊만 복원하고 곤돌라 등 일부 시설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것. 지금도 수만 그루 나무가 베어진 자리가 선명하다. 끝나지 않은 기억, 4·3 제주·이명익 기자 “4·3 때 희생된 오빠 둘을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 그동안 못하다가 이렇게 발굴 사업을 해준다고 하니 고맙고 오빠들을 꼭 찾았으면 좋겠다.” 양유길 할머니(83)의 주름진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4·3 사건 당시 ‘정뜨르 비행장’으로 불린 제주국제공항 자리에서 수많은 이들이 학살당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1차 발굴 사업 때 무려 388구의 유해가 이곳에서 나왔다. 지난 7월10일 ‘4·3 행방불명 희생자 유해 발굴 개토제’가 열렸다. 삽들이 꽂힌 저 땅 아래에는 얼마나 많은 희생자들이 묻혀 있을까? 4·3은 아직 ... 아들의 손 놓고 울음 삼킨 38년 이명익 기자 영정 사진이 되어버린 중학교 졸업 사진을 김길자씨(79)는 조심스럽게 꺼내놓았다. 흑백 증명사진 속 주인공은 문재학군(당시 16세). 2남1녀 중 막내였던 그는 당시 광주상고 1학년이었다. 문군은 ‘여자와 고등학생은 빠져나가라’는 시민군 대책위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1980년 5월27일 도청에 끝까지 남았다. 부모는 그해 5월25일 막내를 만나 도청에서 나오라고 설득했다. “엄마, 내 국민학교 동창 양창근 알제? 걔가 죽었어. 나라도 지켜야제.” 막내는 울면서 말했다. 부모는 재학군의 손을 놓아주었다. 5월27일 계엄군이 재진입... 아이들아, 분단의 선을 넘자꾸나 이명익 기자 철길은 끊어졌고 그 뒤로 아름드리나무가 무성했다. 유치원 아이들이 철길을 바라보았다. 경원선의 간이역이었던 월정리역. 아이들은 인솔 교사가 말하는 ‘분단’이나 ‘한국전쟁’이라는 단어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들이 그 뜻을 이해하기 전에 철길이 이어진다면…. 평화가 입항하다 이명익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사흘 앞둔 2월6일 오후 북한 예술단을 태운 만경봉 92호가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에 입항했다. 만경봉호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16년 만에 동해 해상경계선을 넘었다. 남북의 바다를 이으며 입항하는 그 순간을 담았다. 지켜봐 주시라요 이명익 기자 2월1일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이 강릉 올림픽 선수촌에 입촌했다. 취재진에 둘러싸인 검색대를 지난 뒤 북한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렴대옥 선수(19)가 건너편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남쪽의 한 자원봉사 대학생도 스마트폰에 그녀의 미소를 담았다. 남북 청년 사이 어색함이 사라지는 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만사형통’ 시절이 그립나? 이명익 기자 1월26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이 검찰에 출석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억대의 특수활동비를 직접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출석을 이틀 앞두고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이 전 의원은 이날도 구급차에서 내려 휠체어에 올라 검찰청으로 향했다. 기자들이 “다스가 누구 것이냐?” “돈(특수활동비)을 받았나?” 따위 질문을 했지만 눈을 질끈 감은 채 침묵했다. 들을 지키는 노병들 사진 이명익·글 김수상(시인) 엄동설한에 누가 할매들을 길가로 불러내는가. 봄동 뜯고 감자 찌고 따뜻한 아랫목에서 화투나 치고 있어야 할 할매들을 누가 자꾸 불러내는가. 이 마을엔 법이 없어진 지 오래라며 이장님이 마을 방송을 했다. 경찰에게 맞은 부녀회장님의 앞니는 아직도 낫지 않았다. 할매들에겐 유모차가 탱크다. 할매들이 길을 막고 전열을 가다듬었다. 이곳이 전쟁터다. 소야(韶野), 아름다운 들이라는 소성리의 옛 이름이다. 할매들이 옛날을 돌려달라고 길을 막고 주먹을 말아 쥐었다. 평화를 빼앗기면 봄조차 빼앗긴다. 사드는 가고 평화는 오라! 저 웃음의 의미는? 사진 이명익·글 배명훈(소설가) 12월 달력을 펼치는 순간 12월20일이 빨간 날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새삼 놀란다. 연말마다 ‘올해는 한 일도 없이 참 빨리도 지나갔구나’ 하는 감상뿐인데, 돌이켜보니 올해는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달력이 거짓말을 하게 만든 해였다.차창 안의 그는, 방심하고 있으면 언제든 다시 돌아오겠노라는 얼굴로 손을 흔들고 있다. ‘스스로 민주주의를 달성한 국민의 격’을 지니고 있던 사람들은, 이제 ‘몇 번이고’ 스스로 민주주의를 되찾아낸 국민의 격을 나이테처럼 한 겹 더 쌓는 데 성공했다. 너무나 아슬아슬해서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지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