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풀어보는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 고재열 기자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는 독특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상인의 현실감각과 선비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학자다. ‘메이지유신 기행’과 ‘말라카 기행’을 함께했는데, 여행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여행의 질은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상대를 대할 때 그는 탁월한 협상가이지만, 유물과 유적 앞에서는 누구보다 진지한 학자다. 주 교수의 매력은 관심의 폭이 넓으면서도 이해가 깊다는 점이다. 우리 문화의 연원을 깊이 있게 파고들지만, 한편으로는 세계를 누비며 우리 문화와의 상관관계를 탐구한다. 그보다 자료를 더 많이... 여행을 통한 이런 예술복지 어때요? 고재열 기자 장면 하나. 볕 좋은 어느 봄날 남원 광한루원 완월정에서 가야금 연주자 하소라씨가 창작곡 ‘춘설’을 연주하자 청년 예술가들이 귀를 기울인다.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던 시민들도 난데없는 국악 버스킹 공연에 하나둘 모여든다. 시민들의 호응에 하씨는 앙코르 곡으로 ‘꽃빛’을 연주한다. 연주가 끝나자 동양화가 신은미씨가 전지 두 장을 이어 붙인 큰 도화지를 완월정에 걸고 해금 반주에 맞춰 사군자를 그려나간다. 중심에는 매화를 그린다. 완월정이 선사한 감흥이 신씨에게 춘향전을 떠올리게 했다. 춘향의 지조가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우는 매화... 욕망을 따르는 인문학의 힘 고재열 기자 이 책을 다시 꺼내게 된 것은 저자의 ‘사소한’ 실천 때문이었다. 사설 무료 학교인 건명원 원장을 맡은 저자는 얼마 전 서강대학교 교수직을 그만두었다. 건명원에서 수업 전, 학생들에게 ‘아직은 이름 붙지 않은 모호한 곳을 향해 부단히 나아간다’라고 강조해왔는데, 이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다시 책을 펴보니 구절구절이 달리 보였다. 마치 출사표를 읽는 기분이었다. 저자는 양현석 YG 대표와 가수 싸이의 성공 비결을 이렇게 꼽았다. ‘자신만의 욕망에 집중한다. 자기 내면에 비밀스럽게 웅크리고 있으면서 불현듯 일어나는... 투명한 그녀를 채색해준 친구 고재열 기자 그녀는 투명인간이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 존재. 튀는 행동도 하지 않고 내성적이고 평범해서, 졸업 앨범에서 보면 ‘아 맞다, 얘도 우리 반이었지’ 하고 겨우 기억하게 하는, 그런 존재였다. 그런 그녀를 선명하게 만들어준 이는 친구들이었다. 뚜렷한 근거도 없이 별명을 붙여주고(그녀의 별명은 ‘설사’다), 충동적인 장난에 끼워줘 함께 벌을 받게 했다. 말려야 할 것 같은 일을 오히려 응원해서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주는 친구들 덕분에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존재가 되었다. 남들이 입시에 찌들어 ... ‘훔볼트’라는 지명이 왜 이리 많을까? 고재열 기자 박사 타이틀을 달고 있는 전문가와 대화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느끼는 답답함이 있다. 세부적인 이야기로 들어가면 “그 부분은 내 전공이 아니라서 내가 이야기하는 게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라며 꽁무니를 빼는 식이다. 그때마다 묻고 싶은 질문을 삼켰다. “아니, 그걸 전공했으면 당연히 이런 부분도 궁금하지 않은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왜 알아보지 않았나?” 학위는 학문적 소심함의 핑계처럼 보였다. ‘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이 이어지지 않는 것일까?’ ‘왜 학문적 관심이 확장되지 않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지녔을 무렵 만난 이름... 몽골이 제주올레를 만났을 때 울란바토르/글 고재열·사진 이명익 기자 ‘칭기즈퀸.’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의 새로운 별명이다. 새로 개장한 몽골올레를 걸어본 올레꾼들은 세계를 정복한 칭기즈칸의 고향에 평화의 길을 놓았다는 의미로 이런 별명을 지어주었다. 몽골올레 개장식이 6월18일과 19일 몽골올레 현장에서 열렸다. 제주올레 이름을 붙인 트레일 코스는 규슈올레(2012년 개장)에 이어 몽골올레가 두 번째다. 200명이 넘는 올레꾼이 ‘칭기즈퀸’과 함께했다.몽골에 트레일 코스가 없어 그동안 많은 여행자들이 아쉬워했다. 안은주 제주올레재단 이사는 “몽골올레 탐사팀이 길을 답사하는 과정에서 길을 잃은 콜드브루가 커피 본래 맛을 살린다고? 고재열 기자 ‘식탐(食貪)’은 먹는 걸 몹시 탐낸다는 의미다. 미식이라는 이름으로 식탐이 횡행하는 시대에 저자는 ‘식탐(食探)’한다. 먹는 것을 몹시 ‘탐구’한다. 음식의 맛을 탐하고 음식의 기능을 탐하면서 근거 없는 소리를 하는 것이 탐탁지 않기 때문이다. 음식을 탐구하기 위해 저자는 주로 연구 논문을 분석했다. 자신이 직접 구입해 먹고 마시며 몸의 변화와 반응도 살폈다. 지난해 유행한 ‘콜드브루(Cold brew)’ 커피를 분석하기 위해 시중의 콜드브루 커피를 두루 구입했다. 자료 분석과 직접 마셔보니 콜드브루 커피의 카페인 함량이 뜨... 행복을 탐하지 않은 60년 전 인스타그램 고재열 기자 사람들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담은 사진이 모여 있는 곳이 있다. 납골당이다. 지상의 시간은 가장 행복한 순간에서 정지한다. 사람들이 가장 행복한 순간을 담은 사진을 모아두는 곳이 있다. 인스타그램이다. 어떤 의미에서 인스타그램은 계정 주인의 행복한 모습을 남겨주는 미래의 ‘사이버 납골당’일 수도 있다. 인스타그램의 본인 사진은 대부분 ‘셀카(셀프 카메라)’다. 셀카를 찍으며 사람들은 행복을 연출한다. 그리고 그 행복의 증거물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차곡차곡 쌓아둔다. 팔로어들이 눌러주는 ‘좋아요’는 행복을 가늠하는 수치가 된다. ... 어머니의 저승을 취재하다 고재열 기자 사람들은 섬에 가면 대부분 비슷한 감상을 얘기한다. ‘여기서는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섬의 시간은 멈춰 있지 않다. 오히려 육지보다 빨리 흐른다. 섬의 시계는 두 번 흐르기 때문이다. 밝아지고 어두워지는 해의 시계가 한 번, 물이 차고 빠지는 달의 시계가 한 번. 그래서 섬에 사는 사람은 두 배로 부지런해야 한다. 물때를 놓치면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 바다는 고요한 듯 분주하다. 해녀 배의 출항 역시 물때가 결정한다. 해녀 배는 물이 빠질 때 띄운다. 수면이 낮아야 작업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흔히... 여덟 작품으로 미술사를 정리하다 고재열 기자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비견할 만한 명저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도판을 보면서 가볍게 읽으려다 공부하듯 꼼꼼히 읽었다. 미술 이론서 여러 권을 한 번에 읽은 기분이다. 미술이란 무엇인지, 미술작품을 어떻게 감상할지, 위대한 작품이 위대한 까닭은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책을 읽고 처음 떠올린 것은 2012년 5월 종영된 〈명작 스캔들〉(KBS 1TV)이라는 예술 감상 프로그램이었다. 하나의 예술작품을 놓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감상을 나누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이 책 역시 미술작품에 입... “디자인은 스토리다 이유가 있어야 한다” 고재열 기자 ‘인테리어’는 점점 사람들 관심이 커지고 있는 분야다. 집을 사거나 전세를 구할 때 쓰는 돈 다음으로 큰돈을 지불하는 추세다.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자동차 구입비용 수준을 인테리어에 쓴다고 한다. 인테리어보다 더 정확한 용어는 ‘실내 건축’이다. 실내 건축은 단순히 치장이 아니라 공간 디자인이다. 예전에는 건물의 가치가 규모와 외형에서 결정되었지만 요즘은 실내 건축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관건이다. 그래서 코엑스몰, 파르나스몰, 파미에스테이션, 스타필드 같은 대형 쇼핑몰은 실내 건축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다. 도시인은 실내생활자이... 아버지와 남자친구에게 권한다 고재열 기자 〈말해봐 나한테 왜 그랬어〉는 카카오톡(카톡) 소설이다. 두 여성이 카톡 문자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헤어진 남자친구의 휴대전화 번호가 바뀐 줄도 모르고 수미는 계속 카톡을 보낸다. 바뀐 번호의 새로운 주인인 민정은 그런 수미의 카톡 문자를 무시하지 못하고 답신을 보낸다. 그렇게 둘의 소통이 시작된다. 수미와 민정은, 통상적인 의미의 ‘정상적인 사랑’을 하지 못하는 여성이다. 수미의 남자친구는 다른 여성과 연애를 하지 않는 ‘비시즌’에만 수미를 만난다. 그것도 섹스를 위해서만. 그녀와 섹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 동지는 간데없고 유령만 날아다니네 고재열 기자 2월24일 서울 광화문광장 한복판에서 유령 시민들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외쳤다. 시민이지만 시민이 아닌 이들이, 시위지만 시위가 아닌 퍼포먼스를 했다. 실제 시민이 아닌 홀로그램 속의 유령 시민들이 “평화 시위 보장하라” “집회의 자유는 불법이 아니다”라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허공을 행진했다.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주최한 이 홀로그램 시위는 세계에서 두 번째였다(그 전 시위는 스페인에서 있었던 ‘홀로그램 포 프리덤’). 21세기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집회와 시위의 권리를 20세기, 아니 19세기로 후퇴시키자 시민 “거시기가 오지게 거시기 하구먼” 고재열 기자 “밥은 묵었는가?” “어무이 아부지는 잘 기시제?” 전라도식 안부 인사는 ‘나는 당신의 근심 걱정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을 전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전라도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거시기’라는 표현은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인식의 공유를 보여준다. “거시기가 오늘 거시기 흔단디, 나가 오늘 쪼깨 거시기 흔께, 자네가 먼저 거시기 잘 해주소”라고 말해도 서로 의미가 통한다. 서울에 사는 전라도 사람과 경상도 사람의 차이 중 하나는 사투리를 얼마나 사용하느냐 여부다. 경상도 사람들이 대부분 사투리를 그대로 사용하... 신화집은 여행 가이드북 고재열 기자 일본 닌텐도 사의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가 화제다. 1996년 비디오 게임으로 처음 출시되었던 〈포켓몬 고〉는 증강현실(AR) 기반 게임으로 거듭난 뒤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중국에서 이와 유사한 방식의 모바일 게임 〈산해경 고〉가 출시되어 짝퉁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중국 처지에서는 좀 억울한 측면이 있다. 〈포켓몬 고〉에 나오는 요괴 중 상당수가 중 섬이라니, 좋잖아요 고재열 기자 섬 초보인 내가 섬기는 섬 선생들이 있다. 강제윤 섬연구소 소장, 김준 전남발전연구원 연구위원, 노형래 갯티연구소 소장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보다 훨씬 많은 섬에 가보았기 때문이다. 섬은 경험치의 세계다. 많이 가본 사람이 많이 안다. 이들은 미지의 섬으로 나를 안내하는 등대와 같은 존재다. 여기에 한 명을 더하자면 섬캠핑 블로거 ‘아 음식·문화 싣고 달려 달려 고재열 기자 문화음식·문화 싣고 달려 달려리우 올림픽 가는 ‘김치버스’ 청년들이 서울 곳곳에서 희망을 짓는다. 이 ‘농사’가 흉년일지 풍년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헬조선’에서 버티기 위해 청년과 청년이, 청년과 지자체가 손을 잡았다. 활동도 성과도 아직까지는 모호하고 막연하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지금도 묵묵히 판을 깔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낸 ‘청년 성지’ 네 곳 리우 올림픽 가는 ‘김치버스’ 고재열 기자 문화음식·문화 싣고 달려 달려리우 올림픽 가는 ‘김치버스’ 푸드트럭의 가장 큰 특징은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푸드트럭 창업자들은 자신의 이동 레스토랑을 이끌고 여기저기 다니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꿈은 국경을 넘어 세계로 향한다. 자신의 푸드트럭을 끌고 세계를 유랑하겠다는 꿈을 실현한 사람이 있다. 바로 김치버스의 류시형 셰프다.류 셰프의 ‘김 차에는 귀천이 없다 고재열 기자 문화 전파의 특징 중 하나는 변방에 가면 더 고집스러워진다는 점이다. 종주국에서는 이미 버린 스타일을 변방에서는 여전히 고수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차 문화가 그렇다. 그중 하나가 일본인들이 마시는 말차. 녹차를 분말로 만들어서 물에 타 마시는 방식은 중국에서는 당·송 시대에 마시던 방식이었다. 이후 중국에서는 그렇게 마시는 건 차를 제대로 즐기는 것 검열당한 예술가들 ‘검열 연극’으로 돌아오다 고재열 기자 권력에 의해 검열당하는 예술인들이 어떻게 권력에 복수할까? 검열을 예술작품으로 승화해 기억시키는 것이다. 〈권리장전(權利長戰) 2016_검열각하〉(이하 ‘검열각하’)는 그렇게 기획된 연극이다. 5개월 동안 검열에 대한 연극 21편을 상연한다.6월9일, ‘검열각하’의 첫 작품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이 서울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처음 막을 올렸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