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관행보다 중요한 헌법상 ‘합의제 기관’ [세상에 이런 법이] 이혜온 (변호사) 대한민국 감사원은 힘이 세다. 헌법은 감사원에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감찰 권한을 부여했다(제97조). 특히 직무감찰은 그 범위가 넓다. 정량적 성격이 강한 회계검사와 달리, ‘법령상, 제도상 또는 행정상의 모순과 문제점을 적출하여 시정, 개선하기 위한 행정사무 감찰’과 ‘공무원 등의 위법·부당행위를 적발하여 바로잡기 위한 대인 감찰’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공무원의 부패·비리와 같은 위법행위뿐 아니라 예산운용 실태 전반, 인력이나 조직 운영, 사업 및 정책의 추진 하나님이 죽었다고 떠벌리는 자들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정혜실의 〈우리 안의 인종주의〉(메멘토, 2023)에는 한국 정부와 사회가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정, 난민, 무슬림에게 행사하는 제도적 인종차별 사례가 가득하다. 가장 충격적인 사례는 아시아 곳곳에서 찾아온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사이의 ‘다문화 결혼’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문화 결혼을 한 부부는 똑같은 국제결혼이지만 ‘글로벌 패밀리’라고 불리는 백인과 한국인 부부가 당연히 누리는 법적·제도적 처우를 받지 못한다. 많은 제약을 뚫고 혼인신고를 마친 이주민 배우자는 영주나 귀화를 위해 국가에 또 한번 ‘결혼의 진정성’을 입증해야 한다. 딱 다섯 곡이지만 진심으로 환상적인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로열 앨버트 홀(The Royal Albert Hall)’이라는 공연장이 있다. 런던에 지어졌고, 원래 이름은 많이 달랐다. ‘더 센트럴 홀 오브 아츠 앤드 사이언시스(The Central Hall of Arts and Sciences)’였다. 1871년 빅토리아 여왕이 남편인 프린스 앨버트를 기리기 위해 재공사를 하면서 이름을 로열 앨버트 홀로 바꿨다고 전해진다.공연장이지만 가수만 무대에 오른 건 아니다. 사회 각 분야 인사들, 예를 들면 윈스턴 처칠이나 앨버트 아인슈타인 등이 이곳에서 연설했다. 영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복서였 17.7%까지 치솟은 프랑스의 생활물가 인플레 파리∙이유경 통신원 프랑스 국민들이 전례 없는 인플레이션으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농업으로 유명한 프랑스는 식료품 자급도가 높은 국가다. 식품 대외의존도가 20%에 그친다. 그러나 최근 유럽 주변국과 가격경쟁을 하면서 각종 과일과 채소 등의 수입률이 40~60% 올랐다. 지난해 7월 상원이 게재한 ‘경제주권 재건을 위한 5개안’에 따르면, 주요 소비 품목인 버터와 밀가루 반죽(생지) 등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밀과 쌀의 경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인도의 수출통제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1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되어온 전기요금 이 정도면 ‘K 공매도 금지’로 불러야 마땅하다 [자본시장 이야기]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그때’랑 똑같다. 아니, 더 나쁘다. 그때는 갑자기 닥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금융위기를 막아야겠다는 이유라도 있었다. 아니면 내가 견문이 좁아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총선이 금융위기급의 위험요인이라도 되었나 보다.‘그때’, 당시 여당(지금 야당)의 유력 대선주자와 전화 통화를 했다. 금지했던 공매도를 재개하느냐 마느냐로 한창 시끄러울 때였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달라고 했다. 나는 “공매도 금지는 풀어야 한다”라고 첫마디를 꺼냈다. 바로 반응이 왔다. “알고 있습니다. 당정에서도 고려 중입니다….” ‘당정’이라는 말을 듣고 요즘 빈대는 피보다 조회수를 빨아먹는다 [미디어 리터러시] 신혜림 (CBS 유튜브 채널 ‘씨리얼’ PD) 유튜브에 빈대가 그야말로 바글바글하다. 손톱에 붙어 있는 빈대. 매트리스를 기어오르는 빈대. 빈대에 물려서 얼룩덜룩해진 사람의 다리… 섬네일을 보기만 해도 벌써 온몸이 간지럽다. 방역 현장에 찾아간 한 유튜버는 빈대가 환기구를 타고 천장으로 넘어온 흔적을 섬네일로 달았다. 며칠 만에 조회수가 50만이다. 어떤 빈대 퇴치법은 조회수 200만에 육박한다. 요즘 빈대는 사람 피 이상으로 조회수를 빨아먹는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일 듯한데 왠지 또 클릭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관련 정보란 정보는 다 알아둬야 할 것 같다. 안 그러면 내 개가 그리울 때면 두오모 성당이 떠오른다 [반려인의 오후] 정우열 (만화가·일러스트레이터) 나에게 피렌체 두오모 성당은 폐소공포증의 다른 이름이다. 가본 건 꽤 오래 전의 일이다. 당시엔 아무렇지도 않았던 거 같은데, 언제부턴가 그때를 회상하면 이상하게 가슴이 갑갑해지고 온몸을 옴짝달싹할 수 없을 듯한 두려움에 사로잡히곤 한다. 쿠폴라(돔) 내부의 그림을 좀 자세히 보고 싶은데 그럴 겨를도 없이 인파에 떠밀려 어어어, 하면서 좁고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계단을 오른다. 두껍고 완고한 벽이 지나치게 가까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따금 나 있는 창문은 숨통을 틔워주기는커녕 이 벽이 얼마나 두꺼운지를 실감하게 할 뿐이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한 노란봉투법 ‘생애사’ 전혜원 기자 이번 21대 국회 들어 야당 단독으로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을 통과시켰다(이전에는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은 두 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오랫동안 ‘잠자던’ 노란봉투법은 어떻게 깨어나 국회를 통과했나. 그 과정에서 법의 방점은 어디로 이동했나. 그리고 어디에서 왜, 막혔나. 노란봉투법의 ‘생애사’를 들여다보면, 정치가 작동하는 메커니즘이 날것으로 드러난다.■ ‘노란봉투법’의 탄생노란봉투법은 같은 이름의 캠페인에서 시작한 법이다. 2013년 12월, 곧 세 아이의 엄마가 되는 배춘환씨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