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초 만의 성범죄, 딥페이크가 ‘엔데믹’이 된 이유 [평범한 이웃, 유럽] 취리히·김진경 (자유기고가) 학교에서 돌아온 6학년 딸이 “오늘 큰일이 있었다”라고 말을 꺼냈다. 같은 반 아이 A와 옆 반 아이 B 사이에 싸움이 있었다. 두 아이가 온라인 단체 채팅방에서 대화하던 중 다퉜고, 학교에서 만나 얘기하기로 했다고 한다. 처음엔 말싸움었지만 곧 몸싸움으로 번졌다. 옆 반 아이들 여럿이 나와 B의 편을 들면서 A를 때리고 밀쳤다. 일부는 핸드폰을 꺼내 A가 맞아서 바닥에 쓰러지는 장면을 비디오로 찍은 뒤 그것을 스냅챗에 올렸다. 맞아 쓰러지는 장면이 퍼지면 몸만 다치는 게 아니라 마음도 다친다. 딸은 A와 가까운 친구는 아니지만 이 시사IN 제849호 - 2023 올해의 인물·사진·책 차형석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 리뷰 퀴즈올해의 인물박정훈 대령의 겨울, 한국 군대의 봄〈시사IN〉 ‘2023 올해의 인물’은 박정훈 대령이다. ‘정의’와 ‘진실’을 중히 여기는 공직자가 2023년을 기억하기에 가장 적합한 상징이라는 사실은, 거꾸로 두 가치가 빛바래진 시대라는 방증이다. ‘채 상병 사건’은 어떻게 흘러왔나 한눈에 본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 관계자들올해의 사진 하루하루, 날마다 기다려 ‘건폭’이라 불린 어느 노동자의 죽음 예쁘고 귀한 곳 어느 누구에게든 학교는 왜 늘 아픈가 ‘세로’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2023 올해의 사진 참여 작가 [2023 올해의 사진] 신선영 기자 김민사진가, 병역거부자, 전직 활동가, 시위대의 일부. 가끔 소소한 활동을 하고 대개 어두운 사진을 찍는다. 그 무엇도 전공하거나 졸업하지 않았다. 2018년 병역을 거부했고 현재는 교도소에서 대체복무를 수행하고 있다.김흥구다큐멘터리 사진가. 대표작으로는 제주 4·3을 다룬 ‘트멍’ 연작과 ‘좀녜(해녀)’ 연작이 있다. KT&G SKOPF 올해의 작가, 〈GEO〉 올림푸스 포토그래피 어워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책 〈사진, 강을 기억하다〉 〈웅크린 말들〉 공저자로 참여했다.도요다 나오미이라크·팔레스타인 등 분쟁지역을 누비다 20 도덕적 주체가 사라진 세계에서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러시아어와 영어로 작품을 쓴 이중언어 작가다. 그가 두 개 언어로 작품을 쓰게 된 이유는 1917년 러시아혁명이 일어나면서 부모를 따라 망명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콘스탄티노플, 런던, 베를린, 파리를 떠돌아다녔던 그는 ‘V. 시린’이라는 필명으로 시, 희곡, 소설, 평론을 발표하면서 ‘러시아 에미그레 사회’(러시아 망명객 사회)에서 유명해졌다. 파리 생활을 끝으로 1940년 5월 미국에 정착한 그는 여러 유명 대학에서 러시아·유럽 문학을 강의하면서 영어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58년 간신히 출간된 〈롤리타 악인에게 악의가 없다면 괴물은 누구인가 [비장의 무비]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신호가 바뀌었는데 앞의 트럭이 움직이지 않았다. 운전자가 딴짓을 하는 게 분명했다. 빠앙. 경적을 울렸다. 한 번 더. 다시 한 번 더. 그래도 꿈쩍하지 않는 앞차 때문에 슬슬 짜증이 났다. 얼마 뒤 트럭이 출발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휠체어 탄 사람이 길을 건너고 있었다는 것을.“그때 울린 경적을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내가 피해자가 되는 일에는 민감하지만, 내가 가해자일 수 있다는 생각은 하기 어렵다는 걸 그때 알았다. 이 문제를 10년 넘게 고민해왔다. 가해자를 어떻게 그려야 할까? 피해자는 어떻게 생겨날까? 누가 가해자이고 KBS 사장의 사과에서 ‘답정너 비평’을 보다 [미디어 리터러시] 조선희 (민주언론시민연합 미디어감시팀 활동가) 언론 보도 모니터링을 하다 머리에서 김이 나는 순간이 있다. 내가 세운 가설이 틀린 걸 알게 될 때가 그중 하나다. 언론을 비평하는 우리도 인간에 불과하고 언론 문제는 반복되다 보니 고정관념을 갖고 접근할 때가 있다. ‘요즘 A 주제의 선정적 기사가 많은 것 같은데 주류 언론도 썼겠지?’ 살펴보면 막상 아닌 경우가 있다. ‘정권 비판하는 B 주제의 기사는 이런 언론사에선 안 쓰지 않았을까?’ 웬걸, 쓰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블랙스완’을 발견하면 나는 하려던 비평 주제를 엎어버린다. 수집해놓은 데이터들도 삭제해버린다. 김이 나지만 교육부의 ‘맞춤형’ 디지털 교과서가 놓치고 있는 것 [테크 너머] 조경숙 (테크-페미 활동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은 데이터로 기록되고 저장되고 활용된다. 내가 어떤 웹사이트에 접속했는지 또 무엇을 클릭했는지 온라인에 남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오프라인에서의 활동도 늘 손에 쥐고 있는 휴대전화를 통해 통신사의 데이터로 기록된다. 간혹 기술과 관련한 강의를 나가면, 청중에게 구글에서 ‘내 광고 센터’ 메뉴를 검색해 들어가 보라고 권한다. 그러면 대다수는 깜짝 놀란다. 그 페이지에는 내가 지금까지 웹사이트를 방문하거나 검색했던 기록을 토대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할 것인지 키워드가 나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광고 센터 독자 리뷰 시사IN 편집국 강현아 (2022년부터 전자책 구독, 서울)〈시사IN〉 제847호 ‘정원이 늘어나면 누가 의대에 가야 할까?’ 기사를 보면서 ‘일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간 고령인구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만큼 당연히 의사 수도 늘어야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수준으로만 의사 정원 확대 문제를 바라보았다. 기사에서는 대한민국의 의대 입시와 계급 재생산 통로를 지적하고 있다.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는 평생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질문인데, 결정에 앞서 일의 본질보다 연봉과 명예를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이과에서 공부를 잘하는 [단독] 박상우 장관 후보자, LH 사장 퇴임 후 연구 용역 수주 문상현 기자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퇴임 이후 설립한 부동산 컨설팅 회사를 통해, LH가 발주한 2억원 규모 연구 용역 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국토부는 LH 혁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전관예우 특혜 등 이권 카르텔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에도 회사 사내이사직을 유지하고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해 이해충돌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시사IN〉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인사청문안과 LH 전자조달 시스템, 미술관으로 숨어들어 만난 사람들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위대한 그림을 닮은 삶일까, 아니면 삶을 닮은 위대한 그림일까.”형이 세상을 떠나자 잘나가던 직장을 그만두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경비원으로 취직한 저자는 하루 여덟 시간 동안 조용히 서서 고대의 조각품을 바라본다. 아침마다 500명 넘는 경비원들의 이름을 모두 아는 밥이라는 남자가 “브링리, A(중세)구역!” 혹은 “R(근대)!” “K1(그리스·로마)!” “F(아시아)!” “I(19세기)!” “G(아메리카)!” 하고 순찰 구역을 전두환 때보다 못한 윤석열의 대북 정책 김창수 (전 코리아연구원 원장) ‘남북 간 합의를 한국이 먼저 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향신문〉 11월23일자 기사에 등장하는 문구다. 이 기사에 대해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강도를 옹호하는 전형적인 스톡홀름 신드롬에 입각한 편향된 기사”라고 했다. 이 기사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12·12 군사반란으로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 정권도 말로는 남북 합의를 추구했다. 역대 정부는 북한이 수시로 정전협정을 위반해도 우리가 먼저 정전협정을 파기하겠다고 하지는 않았다. 정전협정을 위반한 북한을 비판하고 정전협정 준수를 촉구했다.사실에 입각한 기사를 스톡홀름 신드롬이라고 마약수사대 반장이 ‘마약 초범’에게 하는 말 부산·김다은 기자 부산항만공사 앞바다에 드리운 낚시찌가 크게 흔들렸다. 묵직한 손맛에 낚시꾼은 문어가 잡혔으리라 기대하며 빠르게 릴을 감았다. 정작 낚싯바늘에 딸려 나온 것은 비닐봉지였다. 그 안에 핏자국이 묻은 주삿바늘 60여 개와 돌덩이가 있었다. 범죄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한 낚시꾼은 해경에 신고했다. 2021년 11월, 부산 앞바다에서 건진 ‘비닐봉지 마약 사건’의 시작이다.부산·울산·통영·창원·사천 등 남해 해역을 관할하는 남해지방해양경찰청(남해해경청) 마약수사대가 지난 11월까지, 2년간 해당 사건의 수사를 맡았다. 단순 투약자를 넘어 부산 ‘구하라법’ 통과할 수 있을까 [박성철의 ‘새 법 다오’] 박성철 (변호사) 이른바 ‘구하라법’은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2020년 3월16일 국회 게시판에 국민 청원이 올라오면서 공론화됐다. 청원 제목이 길었다.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에 대한 부양의무를 현저히 해태한 경우도 상속결격 사유로 추가하고 기여분 인정 요건을 완화하는 민법 개정에 관한 청원.’무슨 내용일까. 구하라씨는 아홉 살이었다. 친모는 집을 떠났다. 자식을 돌보지 않았다. 친모는, 자식이 세상을 등지고 나서야 비로소 나타났다. 장례식장에서 상복을 입겠다고 했다. 동생을 잃은 오빠는 반대했다. 어린 남매를 외면했던 친모를 거부했다. ‘젊치인’과 정치 스타트업 뉴웨이즈의 ‘드래프트 2024’ [사람IN] 김은지 기자 ‘젊치인’은 정치 스타트업 뉴웨이즈가 만든 신조어다. 젊은 정치인을 줄인 말이다. 뉴웨이즈는 39세 이하 정치인을 발굴하고 성장시킨다는 목표로 2021년 만들어진 초당파적 비영리단체다. 선거 때만 바짝 ‘청년’을 동원해왔던 기성 정치권의 문법으로 이해하기엔 난해한 조직인 셈이다.그래서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30)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도 크게 두 가지였다. ‘본인이 출마하려는 거냐’와 ‘진짜 초당파적이냐’. 배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을 다양한 버전으로 돌려서 물어보는 사람도 많았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그러한 질문은 제법 미국 연준, ‘내년부터 금리 인하 돌입’ 시사… 시기는 불확실 이종태 기자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내년(2024년)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인하 폭은 0.75%포인트로 예측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기준금리를 내릴지는 밝히지 않았다. 연준은 12월13일(현지 시각), 올해 마지막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를 마친 직후 미국의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한다고 밝혔다.금융시장이 환호한 이유금융시장이 일제히 축제 분위기로 들떴다. S&P500 등 미국 3대 주가지수와 미국 국채 가격이 모두 급등 기록을 남기며 12월13일의 장을 마감했다.연준은 지 XXXX [굽시니스트 시사 만화] 굽시니스트 온스테이지에 건네는 마지막 인사 [K콘텐츠의 순간들]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온스테이지’가 끝났다. 2010년 11월 네이버 문화재단이 인디 뮤지션 창작 지원사업으로 시작한 지 꼬박 13년 만의 일이다. 온스테이지의 마지막은 2인조 밴드 페퍼톤스가 장식했다. 313번째 출연자로 등장한 이들은 ‘뉴 히피 제너레이션(New Hippie Generation)’ ‘21세기의 어떤 날’ ‘행운을 빌어요’를 불렀다. 페퍼톤스가 20년 넘게 활동하며 쌓은 레퍼토리 가운데 가장 희망차면서도 애틋한 노래들이었다. 마지막 곡 ‘행운을 빌어요’의 가사를 곱씹으며 몇 번이나 마음이 울렁였다. ‘빛나기 시작한 별/ 세차게 부는 〈시사IN〉 독자들이 만든 ‘노란봉투법’ [취재 뒷담화] 장일호 기자 11월9일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10년 만에 어렵게 한 걸음을 뗐다. 전혜원 기자가 노란봉투법 ‘생애사’를 정리했다.오랫동안 국회에서 잠자던 법이 드디어 통과됐다.쌍용차 노조에 47억원 손해배상 판결이 났다는 기사를 보고 배춘환씨가 4만7000원을 〈시사IN〉에 보내면서 2014년 노란봉투 캠페인이 시작됐고 법 개정 논의로 이어졌다. 노란봉투법이 만들어진 계기를 제공한 언론사로서 이 사안만은 누구보다 성실하고 날카롭게 기록하고 싶었다. 〈시사IN〉 독자들이기에 가능했던 캠페인이라는 자부심도 크다.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오해 [단독 입수] 생전에 키신저는 한반도 문제에 이렇게 조언했다 김은지 기자 고령의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오른쪽 귀가 잘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문정인 당시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연세대 명예교수)는 그의 왼편에 앉았다. 2018년 5월3일 미국 뉴욕의 키신저 사무실에서 이들의 만남이 성사됐다. 엿새 전 치러진 4월27일 판문점 선언의 후속 조치를 고민하는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키신저 전 장관과 의견 교환을 했다. 공공외교의 일환이었다.당시 95세였던 지략가는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없었다. 자신의 의견을 두루 제시했다. 당시 한반도 정세에 대한 키신저 전 장관의 분석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와 의대 정원 늘어나면 ‘누가 의대에 가야 할까?’ 김연희 기자 의과대학의 문이 넓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18년째 3058명으로 동결돼 있던 의대 신입생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고2 학생들이 대학교에 진학하는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시점을 못 박았다. 2025년 대입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내년 4월까지는 정원이 확정돼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12월 말이나 1월 초에는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적으면 300명에서 많으면 3000명까지 증원 규모가 점쳐진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정원 확대를 저지해냈던 2020년처럼 이번에도 반대 목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