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교과서라는 수천억 원짜리 ‘혁명’ 이상원 기자 2022년 11월7일 취임사에서 이주호 신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세 차례 ‘혁명’을 입에 올렸다. “코로나19로 가속화된 디지털 대전환”과 “반토막 난 학생 인구”를 이야기하며, “우리 교육의 틀을 과감하게 바꾸지 않으면 미래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 부총리가 지난해 “혁명적 변화의 촉발제”라며 소개한 정책이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다. 천문학적 예산과 막대한 인력이 들어간다. 도입 시기는 내년이다.AI 디지털 교과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교육용 소프트웨어다. 단순히 종이 교과서를 스캔해 디지털 기기로 옮긴 것을 공무원 죽음으로 내모는 무한 악성 민원의 시대 김다은 기자 3월5일 경기도 김포시청 9급 공무원 ㄱ씨가 자동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ㄱ씨는 자신이 맡은 도로관리 및 보수업무로 이른바 ‘좌표 찍기’를 당한 뒤 목숨을 끊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고인의 자택 컴퓨터에는 ‘악성 민원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이 담긴 메모장 글이 다수 발견됐다.ㄱ씨는 2월29일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김포한강로 강화 방면에서 포트홀(땅꺼짐) 긴급보수 현장에서 일했다. 김포시에 따르면, 지난 1월 말부터 이어지던 포트홀 보수 요청과 차량 파손 민원이 평소보다 급증했다. ㄱ씨는 욕설과 비난이 섞 조회수 40만보다 더 눈에 띈 것은 신혜림 (CBS 유튜브 채널 ‘씨리얼’ PD) “아버지는 ‘나처럼 살지 않으려면 네가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나이가 들수록 부담감이 컸던 거 같아요. 장학금 이런 거 남들은 다 받는데 나는 게으르고 나태해서 그것도 못 받고 자책감이 컸고, 스트레스성 폭식을 반복했고 그러면서 악순환이 시작된 거 같습니다(〈씨리얼〉, ‘1인분의 삶을 살고 있나요?’ 인터뷰 중).”2021년 즈음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안에서 계속 언급되는 ‘요즘 20대의 일생’이란 짧은 웹툰이 있다(원작은 가바나 작가가 2014년 그린 단편 〈완벽한 백수의 일생〉이지만 누군가가 ‘불펌’하며 퍼져 나갔다. 작 상식과 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임자운 (변호사) 노동 사건을 하다 보면 ‘회사가 참 너무했다’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 특히 오랜 시간 제 몸 상해가며 헌신적으로 일해온 노동자를 회사가 함부로 대할 때, 회사의 그러한 태도가 ‘부당하다’를 넘어 ‘불법’이라는 판단을 받아내는 것에 어떤 사명감을 느낀다. 수의사 A 사건도 그랬다.A는 어느 지역 축협에 전문 계약직으로 고용되었다. 축협이 운영하는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며 조합원 농가에 출장도 다녀야 했다. 특히 출장 업무가 힘들었다고 한다. 1400여 곳 축사에서 키우는 소 5200여 마리를 살폈다. 거세 시술이나 임신 진단을 할 때는 스위스 뒤흔든 유대인 살인미수 사건 취리히·김진경 (자유기고가) 지난 3월2일 토요일 밤, 스위스 취리히 시내 젤나우 지역. 사거리 모퉁이에 자리잡은 ‘츠바이테 악트(2. Akt)’, 즉 ‘제2막’이라는 이름의 음식점은 여느 때처럼 손님들로 붐볐다. 벽에 걸린 커다란 스크린 7개에서 스포츠 경기가 중계되고 있었다. 맥주잔을 손에 든 이들이 저마다 자기 팀을 응원했다. 넓은 창문이 건물을 둘러싸고 있었지만, 스크린에 눈을 고정한 사람들은 닫힌 창문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밤 9시35분을 막 지나던 시각, 음식점 안에서 창문 쪽으로 고개만 돌리면 훤히 보이는 인도에서 15세 ‘분리수거 후진국’ 이제야 첫발 떼다 뉴욕·양호경 (자유기고가) 한국에서 재활용품 분리배출은 정기적으로 열리는 동네 행사에 가깝다. 아파트의 경우 일주일간 모은 재활용품을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함께 쏟아낸다. 비닐, 스티로폼, 유리, 캔·고철, 종이(일반, 상자류), 플라스틱, 투명 페트병까지 적게는 여섯 종류, 많게는 아홉 종류까지 구분해서 분리배출한다. 종이상자의 비닐 테이프를 제거한다거나, 플라스틱 내부에 이물질이 묻어 있지 않아야 하는 등 세부 기준으로 들어가면 더욱 복잡하다.한국의 분리배출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미국의 쓰레기 제도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플라스틱, 유리, 캔·고철 등을 ‘척결’과 ‘보호’ 위한 독일의 대마초 허용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2월23일 독일 연방의회가 대마초 부분적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찬성 407표, 반대 226표, 기권 4표였다. 2021년 출범한 사민당·녹색당·자민당 연립정부는 연정 합의서에 대마초 합법화를 명시했으며, 2022년 가을, 연방 보건장관 카를 라우터바흐가 법안의 초안을 발표했다. 그는 표결 직전 의회 연설에서 새로운 법안의 가장 중요한 두 가지 목표로 암시장 척결과 청소년 보호를 들었다.라우터바흐 장관은 독일의 대마 소비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대마 흡연이 뇌에 영구적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청소년과 18~25세 Horizon 굽시니스트 사람 대 사람으로 여전히 웃기고 싶다 이상원 기자 김제동씨(50)가 신간 〈내 말이 그 말이에요〉를 펴냈다. 개그맨·방송인인 그는 책 여섯 권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김제동씨는 사회참여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만나고, 경북 성주에서 사드 배치를 논했다. 2016년 촛불집회 때는 연단에 올라 헌법을 이야기했다. 전작인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2018)는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그의 이런 행보에 반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었다.3월13일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 후 여러 보도가 나왔다. 김제동씨가 ‘사회적 발언을 하지 않 ‘밴드 붐은 온다’ 서동요를 부르자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지난해부터 한국 음악계에 유행처럼 도는 말이 있다. ‘밴드 붐은 온다.’ ‘왔다’도 ‘올 것이다’도 아닌, ‘온다’는 시제 사용이 제법 재미있다. 현재형이면서도 어쩐지 아직 발바닥이 채 땅에 닿지는 않은 미묘한 상태. ‘서동요 기법’이라고도 불리는 문장 속성에는 사실 마침표나 느낌표보다는 물음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밴드 붐이, 왔나? 오고 있나? 온 건가?’ 조짐은 있으나 아직 완전히 오지는 않은 것 같은 느낌, 동시에 꼭 와주었으면 하는 은근한 바람 같은 것들이 포함된 말이다.듣다 보니 어쩐지 더 애가 타는 ‘밴드 붐은 왔 OTT는 왜 스포츠에 눈독 들이게 됐나 주하은 기자 3월20일 오후 5시, 평일 낮임에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앞은 야구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소속 구단인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2024 시즌 개막 경기를 보러 온 인파였다. 주한미군부터 일본인 관광객까지 관람객의 국적도 다양했다. 최소 12만원이라는 높은 티켓 가격에도 불구하고 예매 시작과 동시에 전석이 매진될 정도로 크게 주목을 끈 경기였다.‘한국에서 열린 최초의 MLB 정규 시즌 경기’라는 상징적 이벤트를 주관한 곳은 쿠팡의 OTT인 쿠팡플레이였다. 쿠팡플레이는 2022년 토 로봇 심판이 온다 투·타 누구에게 유리? 최민규 (한국야구학회 이사) 2024년 프로야구는 많은 것이 바뀐다. 베이스 크기가 커진다. 수비 시프트는 제한된다. 투수가 정해진 시간 동안 투구를 하지 않으면 스트라이크가 선언되는 ‘피치클락’이 전반기 시범 도입을 거쳐 도입된다. 그리고 로봇이 스트라이크, 볼 판정을 한다.앞의 세 가지는 메이저리그가 이미 지난해부터 시행했다. 하지만 ABS(Automated Ball-strike System)로 약칭되는 자동 투구판정 시스템은 한국 프로야구가 미국이나 일본보다 앞서 채택한다. 지금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메이저리그가 바꾼 규칙이나 규정을 일정 기간이 국보법을 없애자고 할 때마다 나오는 말 장정일 (소설가) 2004년 9월5일 노무현 대통령은 MBC 〈시사매거진 2580〉 방송을 통해 국가보안법(국보법) 폐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탄핵 소추에 대한 여론의 반발로 국회 의석의 과반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은 그해 10월, 100명이 넘는 의원의 이름으로 국보법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여기에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정당 한나라당도 2005년 4월 개정안을 내놓았다. 문제가 된 조항은 ‘찬양 및 고무’ 등에 관한 제7조와 ‘불고지’를 다룬 제10조였다.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열린우리당 내 강경파와 일부 조항만 개정하자는 한나라당의 견해가 맞선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불로소득 자본주의 시대브렛 크리스토퍼스 지음, 이병천 외 옮김, 여문책 펴냄“불로소득주의는 신자유주의 정체성의 핵심이다.”경제학에서 ‘지대(rent)’는, 정상적 경쟁 조건에서라면 예컨대 10만원을 받을 사람이 실제로는 100만원을 벌 때 그 초과분인 90만원을 일컫는 용어다. ‘불로소득’이라 표현할 수도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불로소득(지대)의 공간을 토지, 금융, 자연자원, 지식재산, 플랫폼, 외주화 계약, 인프라 등 일곱 부문으로 나눠 설명하며 현대 자본주의의 본질로 육박해 들어간다. 그에 따르면, 불로소득 자본주의의 핵심적 그 의사는 왜 배관공을 찾아갔을까 김연희 기자 ‘코드블루.’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지만 병원에서 쓰는 말인지는 잘 몰랐던 이 단어가 심정지를 뜻하고, 병원 내에서 유일하게 안내 방송으로 알리는 진단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보고 알았다. 다른 장기는 기능이 멈추면 몇 분, 몇 시간 또는 며칠 후에 죽음이 찾아온다. 뇌사의 경우는 수년 동안 생존하기도 한다. 그러나 심장이 멈추면 불과 몇 초 차이로 생사를 오간다.심장박동에 이상이 생기는 심정지가 “전기적인 문제”라면 심근경색은 “배관의 문제”다. 심장으로 가는 혈관 중 하나에 연필심처럼 아주 작은 혈전(피떡)이 생기면서 산소와 영양 내 옆에 없는 그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외로웠다. 밥을 먹어도 외로웠고 TV를 봐도 외로웠고 게임을 해도 외로웠다. 하품은 전염된다는데 덩달아 하품하는 친구가 곁에 없는 것도 참 외로웠다. 소파에 혼자 앉은 자기 모습이 텅 빈 화면에 반사되는 게 싫어서 얼른 다시 TV를 켰다. “외로우신가요?” 자막과 함께 나오는 반려로봇 광고. 바로 주문. 택배 도착.즐거웠다. 같이 밥을 먹어서 즐겁고 TV를 혼자 보지 않아서 즐겁고 2인용 게임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즐거운 추억을 더 쌓고 싶어 바다에 갔다. 물놀이가 끝난 뒤 나란히 해변에 누워 기분 좋게 낮잠도 잤다. 집에 가 세월호 10주기 나와 우리의 몫 김은지 기자 10년이다. 감히 그 앞에 수식어를 붙일 수가 없다. ‘벌써’ ‘아직’과 같은 부사 그 어느 것도 2014년 4월16일을 지나온 우리의 시간을 형언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그날이 기어코 오고 있다. 2024년 4월16일, 세월호 10주기를 앞두고 있다.〈시사IN〉 사진팀 조남진·이명익·신선영·박미소 기자가 지난 1월7일부터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 시리즈 온라인 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4월16일을 역산해 그날까지 ‘세월호 사람들’ 100명을 만나는 기획이다. 단원고 희생자 가족만이 아니라, 일반인 희생자·생존 차라리 경제 전권을 기재부에 넘겨라 장일호 기자 감세, 긴축재정, 그린벨트 해제 등 윤석열 정부가 연일 내놓는 경제정책을 이종태 기자는 ‘순진무구하다’라고 혹평한다. 이 기자에게 한국 경제의 앞날을 물었다.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는 민생토론회가 21차례 진행됐다(3월20일 기준). 민생토론회는 정말 ‘민생’에 도움이 되나?민생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총선엔 도움이 되리라 기대하며 다니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으면 가는 곳마다 그 지역 시민들이 반길 만한 정책을 제시하긴 어렵다. 정책이란 그것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이 있으면 손해 보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정부와 정치가 필요한 이유 책을 지팡이 삼아 뉴스레터 보내다 전혜원 기자 김지원 기자(37)는 2013년 〈경향신문〉에 입사해 사회부·문화부 등을 거쳤다. 2016~2017년에는 뉴콘텐츠팀 소속으로 회사 기사를 SNS에 유통했다. 기사를 읽고 쓸 때마다 갈증을 느꼈다. 독자에게 가닿을 수 있도록 좀 더 읽을 맛과 읽을 가치가 있는, 읽을 수 있는 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2021년 8월 뉴콘텐츠팀에 자원해 기획·발행하고 있는 뉴스레터 ‘인스피아’는 2년 반 만에 ‘아는 사람은 아는’, 어디서도 보기 힘든 오리지널 콘텐츠가 됐다. 김지원 기자는 뉴스레터 기획과 제작 과정의 고민을 담은 책 〈지금도 ‘폐국만은 막아달라’는 TBS,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김영화 기자 제작비 삭감으로 외부 진행자가 대거 하차하고 시사 프로그램들이 연이어 폐지되었다. 지난해 10월 희망퇴직이 실시되었고 5개월 만에 직원 10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전체 인원 360명의 27%에 해당하는 규모다. 조직 쇄신을 약속한 대표이사는 올 2월 사직서를 제출했다. 남은 구성원들은 서울시의회 앞에서 ‘폐국만은 막아달라’ ‘삶의 터전을 지켜달라’는 피켓을 들었다. 지난 1년간 수도권 공영방송 TBS에서 일어났고 여전히 벌어진 일이다. TBS가 존폐 기로에 놓였다. 5월31일을 기점으로 서울시 출연기관이라는 지위가 해제된다. 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