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올해의 사진〉 경계에서 태어나는 것 사진 김전기·글 이상협(시인·아나운서) 강원도 고성군은 호젓한 바닷가 마을로 국경의 묘한 긴장감을 간직한 곳이다. 가장 오래된 감시초소 고성GP가 기능을 멈추면서, 65년여 분단의 긴장감으로 압축되었던 공간이 일순 평화의 상징으로 탈바꿈했다. 공간성이 극에서 극으로 전복되는 아이러니. 가장 경계(警戒)하던 경계(境界)의 일부가 지워졌다. 병력도 화기도 긴장도 사라졌다. 작은 초소가 있던 곳 주변을 군인 대신 관광객들이 느긋하게 산책한다.남북의 경계는 철책에 있지 않았다. 총부리를 겨누고 긴장을 품는 마음에 있었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는 함민복 시인의 시구를 가져오지 〈2020 올해의 사진〉 박원순. 2020년 7월9일 사망. 사진 신선영, 정병혁·글 천관율 기자 박원순. 1956~2020년. 인권변호사, 여성운동가, 한국 시민운동의 거목, 3선 서울시장. 그의 비서로 일하며 성적 괴롭힘을 당했다는 고발이 공개되기 직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20년 7월9일 사망.그에 대해 이 이상을 회고하여 기록하기에, 2020년 12월은 너무 이른 때다. 〈2020 올해의 사진〉 고기 될 생각 없었노라 사진 조남진·글 김한민(작가) 자동차 위에 올라가 연설을 한 학생 시위의 주동자로 한때 경찰에 쫓겨 다닌 아버지는 어느 날 고백하셨습니다. 처음엔 올라갈 생각이 없었노라고. 올라가지 말아야 할 곳에 올라간 이들의 사연은 모두 다르겠지만, 엉겁결에 시위가 ‘돼버린’ 경우도 있겠죠. 폭우에 휩쓸려 둥둥 떠다니다 어느 집 지붕에 안착한 소 떼. 희한한 구경거리에 행인들이 수군거리다 누군가 의미를 부여했죠. “이건 다름 아닌 기후변화의 상징이야.” 이상기후가 잦아지면서 생긴 일이니 무리한 해석은 아니었죠. 혹자는 온실가스의 주범 중 하나가 소고기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 〈2020 올해의 사진〉 어린 손들이 흰 국화를 들게 하지 말라 사진 조남진·글 허은실(시인) ‘다녀오다’는 ‘어디에 갔다가 돌아오다’란 뜻의 합성어. 한 단어다. ‘다니다’와 ‘돌아오다’라는 행동이 분리되지 않는, 동작의 완결성을 내포한다. 그러나 탐욕스러운 자본의 칼이 이 말을 가른다.‘떨어지다, 끼이다, 눌리다, 갇히다, 잠기다, 그을리다…’는 피동사. 노동 현장에서 을들은 피동으로 존재한다. 아니 죽임당한다. 그러므로 그것은 ‘살해되다’로 표현됨이 옳다. 혹은 ‘잡아먹히다’.“다녀올게” 하고 나선 이들이 떨어지고 부서지고 끼이고 눌리고 갇히고 잠기고 그을려, 다녀-‘오지’ 못하는 세계를 너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2020 올해의 사진〉 아무도 다치지 않게 사진 신선영·글 천선란(소설가) “천천히 달리는 게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라고 누군가 물었다. “땅을 쳐다보면서 걷는 거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왜 천천히 달려야 하나요?”라고 물어왔다. 그러게, 왜 천천히 달려야 할까. 빨리 달리면 빨리 도착할 수 있고, 어쩌면 빨리 도착한 만큼 더 쉬게 될 수도 있을 텐데. 세상이 빠르게 변해서 얻어지는 것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천천히 달리기를 원한다. 당장 멈춰야 할 때 넘어지지 않고 설 수 있도록. 그래야 아무도 다치지 않을 수 있으니까. 〈2020 올해의 사진〉 날마다 갱신되는 ‘노동자의 부고’ 사진 장진영·글 김애란(소설가) 우리 대부분 노동하며 사는 세상에서 노동하는 이들이 노동이란 말을 혐오한다. 노동이 비노동으로 전락해도, 노동인 채 노동으로 존재해도, 노동이 으깨져도, 노동이 주장해도, 노동이니까 하고, 노동인 주제에 하고, 훈계하고 모욕한다. 노동혐오 이전에 약자혐오고 기이한 자기부정이다. 내 자리와 저 자리는 다르다는 철석같은 믿음. 나 외에 다른 사람을 살피는 건 공정치 않다는 불만. 그사이 날마다 갱신되는 노동의 부고. 마치 ‘코로나 시대의 장례’처럼, 여기 누군가의 죽음을 수십 년간 제대로 애도하지 못한 사회가 있다. 어제도 또 방금 전 〈2020 올해의 인물〉 여성 택배 노동자로 사는 것 김영화 기자 컨베이어벨트 옆 언덕처럼 쌓여 있는 상자들에서 ‘신선한’이란 글자가 자주 눈에 띄었다. ‘오늘 수확한’ ‘신선한’ ‘갓 딴’ 쌈채소, 감귤, 사과 상자들이 ‘아침이면 문 앞에’ ‘깨지지 않게’ 도착하겠다는 약속을 제각각 하고 있었다.11월27일 오전 경북 김천시의 한 서브 터미널. 택배 기사 이금옥씨(43)의 손과 발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CJ대한통운 로고가 박힌 스타렉스 차량 뒷좌석에 택배 상자가 빼곡히 채워졌다. 지난해 대비 물량이 30% 늘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마스크와 휴지, 생수 등 생필품 수요가 많아졌다. 비대면 참신함과 예쁨, ‘시간의흐름’은 달라 이상원 기자 출판계 관행도, 흔한 마케팅 방식도, 1인 출판사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도 싫었다. 좋아하는 사람의 책을 좋아하는 방식으로 내고 싶어 회사를 차렸다. 시간의흐름 대표 최선혜씨는 ‘원래 호불호가 극명한 성격’이라고 했다.〈시사IN〉 설문에서 출판인 다수가 시간의흐름을 ‘올해의 루키 출판사’로 뽑았다. 2018년 문을 연 1인 출판사 시간의흐름은 올해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올해 나온 책 7권이 모두 좋은 호응을 얻었다. 1만 부 가까이 팔린 책도 있다. 침체된 출판 시장에 뛰어든 신진 1인 출판사로서 이례적 성과다. 최 대표는 “‘3년 10년 전 1인 출판사 여기까지 왔다 이상원 기자 오월의봄을 올해의 출판사로 꼽은 출판인들의 답변에는 비슷한 표현이 여러 차례 나왔다. ‘꾸준하다’ ‘지속적이다’ ‘일관됐다’ 등이었다. ‘가치 있는 책’ ‘인문학 도서’ ‘소수자 서사’를 계속 내는 데에 대한 평가이다. 가치는 있지만 계속 내기 어려운 책을 꾸준히 출간하는 곳. 오월의봄에 대한 출판인들의 평이다. 오월의봄이 출판인이 꼽은 올해의 출판사로 선정됐다.선정 소식을 들은 오월의봄 박재영 대표는 “저희가 선정된 게 맞나요? 다른 출판사들이 많은데…”라고 되물었다. 직원 6명 모두가 함께한다는 전제로 박 대표는 인터뷰를 수락했 독서 리더가 꼽은 2020 올해의 책 시사IN 편집국 남의 집에 놀러가면 책꽂이부터 보곤 했다. 당신도 그랬을 것이다. 내가 읽었던 책을 발견하면 기뻐했고, 몰랐지만 흥미로운 책을 집어 들며 말문을 열었다. 코로나19 세상에서 이제는 힘들어진 풍경이다. 대신 〈시사IN〉이 연결한 우리 시대의 독서 리더들이 자신의 책꽂이를 기꺼이 열어주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좋은 책이 만들어졌고, 눈 밝은 이들이 책의 진가를 알아주었다. 팬데믹 속에서 분투한 출판 노동자와 좋은 책을 소개해준 독서 리더에게 감사드린다. 〈시사IN〉이 선정한 올해의 책 - 2020 행복한 책꽂이 바로가기 고건혁(붕가붕가레 출판인이 꼽은 2020 올해의 책 시사IN 편집국 ‘회사가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일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몇몇 출판인들이 〈시사IN〉 설문에 응답할 수 없는 이유를 메일로 전했다. 코로나19라는 재앙적 변수를 탓하는 목소리는 현장에서 듣기 어렵다. 매해 위축을 거듭한 출판 시장이 올해라고 다르지 않았다는 평이 더 많다. 이어지는 지면은 출판인들의 고군분투를 기록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한 해를 버텨낸 동료들을 응원하기 위해 출판사 관계자 57명이 설문에 답해주었다. 〈시사IN〉이 선정한 올해의 책 - 2020 행복한 책꽂이 바로가기 출판인이 꼽은 올해의 책누군가의 용기에 〈시사IN〉 기자가 꼽은 2020 올해의 책 시사IN 편집국 기자들의 책상마다 책이 산을 이뤘다. 툭 건드리면 쏟아질 것 같고 실제로 가끔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어떤 기자는 단단하게 쌓아 그럴 염려가 덜하지만 그 안에 묻어둔 책을 찾지 못해 새로 주문하기도 한다. 그런 편집국의 풍경을 지켜보며 드는 질문은 하나다. 과연 다 읽는 걸까. 〈시사IN〉 기자들이 꼽은 올해의 책에는 각각의 관심사가 녹아 있다. 기사의 연장이기도 하고 개인 취향의 반영이기도 하다. 책 더미를 뚫고 꼽힌 책의 목록을 독자들에게도 소개한다. 송년회 없는 한 해를 보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시사IN 출판인들이 꼽은 올해의 책들은? 이상원 기자 “전문 작가가 아닌 글 잘 쓰는 전문 직업인에 의한 에세이 시장이 확고해졌다.” 2020년 올해의 책 설문에 응한 한 출판인이 이렇게 평했다. 직업 작가가 아닌 이들이 자신만의 특수한 경험과 사유를 풀어내 인기를 모았다.올해의 국내서로 뽑힌 〈김지은입니다〉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피해자 김지은씨의 에세이다. ‘안희정 성폭력 고발 554일간의 기록’이라는 부제처럼 책은 저자가 사건을 알리게 된 과정, 피해 상황, 재판 경과 등을 기록했다. 미투 이후에 받은 위협과 조력도 써내려갔다.〈김지은입니다〉는 지난 3월에 나왔는데, 출 〈2020 올해의 인물〉 “왜 사춘기를 갖다 붙이는 거지?” 변진경 기자 신발은 벗어놓은 모양새로 제 주인을 묘사한다. 뒤축이 가차 없이 접힌 신발, 앞코에 까맣게 때가 탄 신발, 뽀얀 흙먼지가 뒤덮인 신발들이 어지럽게 신발장에 엉켜 있을 때, 그곳은 필시 아이들의 공간이다. 분주히 신발을 신고 벗는 나이, 걷기보다 뛰기를 좋아하는 나이, 진흙탕을 보면 피하지 않고 일부러 골라 밟는 나이의 아이들이 만들어놓는 신발과 신발장 모습들이 있다. 지난 10월17일 인천 만석동 ‘기찻길옆작은학교’의 2층 현관 모습도 꼭 그러했다.신발들은 많은데 실내는 고요했다. 아이들은 숨죽이며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었다. “씬 〈2020 올해의 사진〉 보고 싶어서 눈을 감는다 사진 신선영·글 유병록(시인) 아침을 먹겠다고 밥상을 차리다가, 엘리베이터에서 화사한 교복과 나란히 서 있다가, 비 오는 밖으로 나가려 우산을 펼치다가, 횡단보도 앞에서 빨간불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보고 싶다.친구와 만나서 수다를 떨며 웃다가, 어두워지는 하늘을 쳐다보다가, 바람이 꽤 차가워졌다고 옷깃을 세우다가, 올해도 다 갔다며 11월 달력을 넘기다가, 12월에 크리스마스가 있다는 걸 새삼스러워하다가, 문득 보고 싶다.불을 끄고 눕다가, 아침에 깨어나서 눈을 뜨다가, 늘 보고 싶다. 더는 곁에 없는 네가 보고 싶다. 그래서 눈을 감는다. 〈2020 올해의 사진〉 산 자들의 윤리 사진 윤성희·글 김금희(소설가) 한 사람을 잃는다는 것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 큰비가 내리는 날 사람을 하천으로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쏟고 내리고 퍼붓는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일 수밖에 없는가를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렇듯 관성적인 지시로 사람을 내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사람을 잃고, 스스로가 사람일 수 있는 기회들을 잃어간다. 책임지고 싶지 않아서 눈 돌리고 내 일이 아니므로 방관하며 초당 1만 톤의 빗물이 쏟아지는 댐 속으로 사람을 보내는 세상. 한 존재의 죽음에는 산 자들의 윤리가 자명하게 드러난다. 2020년 〈2020 올해의 사진〉 “이 고독과 침묵이 좋아. 다만…” 사진 신웅재·글 김보라(영화감독) “피터, 뉴욕 상황이 안 좋다고 들었어. 너랑 가족들은 괜찮아?” “나랑 가족들은 다 괜찮아. 안토니오가 코로나 양성이 나왔는데 다행히 다 치료됐어.” 피터는 타임스퀘어에서 개와 함께 산책한 사진 몇 장을 보내왔다. 우린 평소에 타임스퀘어에 절대 가지 않았다. 너무 많았으니까. 사람도, 소음도, 들뜬 에너지도, 쓰레기도 그리고 만남조차도.피터는 문자를 이렇게 마쳤다. “나 사실 이 고독과 침묵이 정말 좋아. 많은 것들이 느려지는 게 좋아. 다만 사람들이 너무 고통받지 않길 바랄 뿐이야.” 사진 속에서 텅 빈 타임스퀘어를 본다. 기이 〈2020 올해의 사진〉 나의 어둠을 돌려달라 사진 이규철·글 장혜령(작가) 언젠가 (남영동 대공분실) 고문 피해자들의 증언을 읽은 적이 있다. 고문실이 어두울 거라 여겼던 내 짐작과 달리, 구금된 이들은 ‘빛’이 고통이었음을 말하고 있었다. 내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했던 건 빛과 어둠의 문제였다. 그들은 24시간 어디에도 숨을 곳 없는 빛 속에 낱낱이 피폭된 것이다. 빛, 소리, 색채…. 모든 것이 거기 있었다. 다만 없는 것은 어둠이었다.여기, 나이 든 두 남자가 카메라 너머를 응시하고 있다. 프레임 바깥의 우리도 뒤늦게 그들을 응시한다. 우리 사이에 칼 같은 어둠이 놓여 있다. 재심 청구를 통해 이 〈2020 올해의 사진〉 팬데믹 시대에 회상한 여행의 기억 사진 이명익·글 오지은(가수) 비행기에 타면 항상 창가 자리에 앉았다. 장거리 비행에 세 칸이 붙어 있는 좌석이어도 가능하면 창가에 앉았다. 세 칸짜리 좌석에서 화장실에 가려면 두 명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 좁은 이코노미 의자를 두 칸만큼 통과해야 한다.그래도 창가가 좋았던 이유는 구석에 파묻히는 좋은 느낌과 창밖의 풍경 때문이었다. 천사가 살 것 같은 구름, 신기한 일몰, 옆으로 보이는 별, 착륙할 때 비치는 도시의 불빛, 그걸 보다 잠이 들면 다른 세상에 도착해 있었다.내가 살면서 한 가장 사치스러운 행동 중 하나는 그런 비행기 창문을 질렸다는 듯 탁 하고 닫 비평의 시선으로 어린이의 얼굴과 마주하다! 기업 PR 연구, 창작, 평론 등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하며 아동문학을 탐색해 온 김유진의 첫 평론집 『언젠가는 어린이가 되겠지: 어린이, 소수자, 그리고 아동문학』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아동문학 작품을 매개로 해서 어른 독자와 어린이 독자가 서로 동등한 주체로 만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비평의 중심에 세우고 다채로운 논의를 펼친다. 최근 아동청소년문학이 발굴해 낸 여성 화자의 내면과 경험에 주목하고, ‘어린이 인식’에 관한 새로운 질문을 동시단에 던진다. 더불어 동화 및 청소년소설, 동시에 관한 단정하고도 정확한 비평으로 최근 우리 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