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런 것을 읽고 싶어 했구나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저자) 나는 단번에 시작되는 이야기가 좋다. 바로 사건 한복판으로 데려가는 이야기. 그런 동화를 만나면 횡재를 한 것 같다. 〈5번 레인〉을 읽을 때도 그랬다. 책을 펼치자마자 나는 수영 대회 결승전 관중이 되어 있었다. 나루는 그간 열심히 훈련했고 경기에 진지하게 임했으며, 수영부 친구들의 전폭적인 응원을 받았고 최선을 다했지만 라이벌 초희에게 큰 차이로 졌다. 30초 안에 시합의 승자가 가려진 것처럼, 단 두 페이지만으로 분명해졌다. ‘나는 이 책이 좋다.’나루는 승리에 대한 강렬한 욕망을 가진 어린이다. 추진력도 대단하다. 경기에 진 아내를 보내고서야 책을 완독한 사연 윤성근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대표) 사연을 들려주면 그에 얽힌 책을 찾아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책방에 방문한 J씨는 아내 ‘영자’씨 이야기를 불쑥 꺼냈다. 하지만 영자씨는 지금 J씨의 아내가 아니다. 영자씨는 2년 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꽤 촌스러운 이름이죠? 저도 처음엔 그랬는데 자꾸 부르니까 정이 들더라고요. 우리는 1982년 겨울에 맞선을 보고 다음 해 여름 결혼했습니다. 그해 겨울은 이상하게 눈보다 비가 많았어요. 선을 보기로 한 날도 비가 왔어요. 우리는 평창동에 있는 호텔 로비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J씨는 소개해주시는 분으로부터 영자씨 사진 열등감 ‘국뽕’ 넘어선 ‘해외 반응’ 콘텐츠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 “두유노(Do you know) 한국?”유튜브에는 ‘해외 반응’이라는 장르가 있다. 한국의 ‘무언가’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을 소개하는 영상들. 예전에는 주로 케이팝 같은 문화 콘텐츠를 외국인들에게 보여주고 그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요즘엔 소재가 다양해졌다. 가령 ‘시동이 걸린 채 주차된 자동차’ 같은 거다. 잠깐 자리를 비울 때 자동차의 시동을 끄지 않는 것이 한국인에겐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한국의 치안 상태가 우수한 덕분’이라며 감탄한다는 것. 이 영상의 조회수가 무려 40만 회에 육박한다.불과 몇 년 전만 20세기 여성 화가가 21세기 여성 화가에게 무루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저자) 스웨덴의 한 초등학교 미술 시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종이와 크레파스를 나눠주며 당근을 그려보라고 했다. 아이들 앞에 놓인 종이에는 모두 똑같이 당근 모양 점선이 그려져 있고 크레파스는 빨간색 한 가지뿐이다. 한 여자아이가 손을 들고 우리 집 당근은 이렇게 생기지 않았으니 점선과 다르게 그려도 되냐고 묻자 선생님이 엄하게 말했다. “내가 시키는 대로 그려라.” 요즘 같으면 이런 억압적이고 획일화된 수업 방식이 환영받기 어렵겠지만 한 세기 전만 해도 흔한 교실 풍경이었다. 당근을 그리는 일만 그랬을까. 20세기 초에는 지금보다 더 과로란 무엇인가 기준을 다시 세울 때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서른 몇 살의 어느 새벽,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죽을 것 같아서 하던 일을 멈추었다. 사나흘을 거의 못 잔 상태에서 박사 논문을 쓰고 있었다. 어린아이 둘을 기르며 병원 일에 학업까지 병행하려 했던 자신을 자책했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논문을 완료하고 대학병원 교수로 일하게 되었다. 시간에 쫓기기는 매한가지였다. 물에 젖은 솜 같은 몸으로 퇴근하면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눈을 붙였다가 꼭두새벽에 일어나는 일상의 반복. 마흔 살이 되기 전에 과로 관련 질환으로 몇 번인가 병원 신세를 졌다. 과로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결투에 나서지 말라 김형민(SBS Biz PD) 한때 할리우드 영화에서 ‘서부극’은 엄청난 인기를 빨아들이던 아이템이었다. 흐루쇼프의 회고에 따르면 악명 높은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도 서부극을 즐겼다고 하니 그 팬 층의 저변(?)을 짐작할 수 있겠지. 서부영화의 클라이맥스로 빠질 수 없는 게 ‘결투’였어. 서부극 배우 중 누가 가장 빨리 권총을 뽑는 속사(速射)의 명수인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십 년 동안 논쟁거리였다.비단 미국 서부뿐 아니라 서양 역사에서 어떤 명분이나 목표를 두고 두 사람이 정정당당한 결투를 벌이고 그 승자가 권리를 획득하는 방식은 장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지. “코로나19는 백신학 교과서를 다시 쓰는 사건이었다” 김연희 기자 칭기즈칸도, 나폴레옹도 해내지 못한 일이었다. 작디 작은 바이러스 하나가 1년 만에 전 지구를 점령했다. 전 세계 그 누구도 이 존재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많은 이들이 세상을 떠났고, 더 많은 이들의 삶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훗날 역사책을 펼친다면 2020년은 어두운 페이지로 기록될 것이다.그러나 2020년은 암흑 속에서 쉴 새 없이 빛을 찾아나간 해이기도 했다. 코로나19를 따라잡기 위해 과학자들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규모와 속도로 연구하고 개발했다. ‘원인 미상’이었던 폐렴의 정체를 밝혀냈고, 이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윤홍근 제너시스 BBQ 그룹 회장, 신년메시지를 통해 “2021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고도화로 기하급수 성장” 강조 ADVERTORIAL 국내 최대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 비비큐그룹의 윤홍근 회장은 1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제너시스 치킨대학에서 창사 이후 처음으로 유투브와 줌을 통한 비대면 신년회를 갖고 “새해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Digital Transformation) 고도화로 기하급수 성장”을 다짐했다.이날 윤회장은 온라인을 통해 전국의 패밀리(가맹점) 사장들과 임직원들에게 전달된 신년 메시지를 통해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하는 2021년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혁신(Innovation), 언택트 (Unta 현대모비스, ESG 경영 앞세워 지속가능한 미래 만들어간다! ADVERTORIAL 현대모비스는 비재무적 요소들을 뜻하는 ESG는 회사를 평가하는 주요 지표로, 최근에는 회사의 매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만큼 그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부품사의 ESG 지표를 구매 결정의 주요 요소로 평가하기 시작했고, 글로벌 투자회사들은 해당 기업의 ESG를 평가해 투자를 결정하고 있다.실제로 현대모비스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협력사들과의 상생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협력사들의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보유한 최신 특허를 개방하고, 지적재산권 공개와 무상 이전을 실시하고 있다. 지 한세실업, 패션브랜드 ‘갭(Gap)’ 주최 2020 P.A.C.E. 어워드 수상 기업 PR 로벌 패션 전문 기업 한세실업(대표이사 김익환, 조희선) 니카라과법인이 글로벌 패션 브랜드 갭(Gap Inc.)이 주최한 ‘제 1회 P.A.C.E.(Personal Advancement &Career Enhancement, 이하 P.A.C.E.) 비디오 어워드’ 2개 부문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한세니카라과는 현지 직원들이 법인 내 체력단련실에서 체중 감량을 위한 계획을 수립, 능동적인 실천으로 목표 감량에 성공한다는 내용의 영상을 제작해, ‘베스트 퍼포먼스’와 ‘베스트 픽처’ 등 총 2개 부문의 수상자로 선정됐다.한편, 한세실업 세계인의 존경 받으려 애쓰는 ‘중화우월주의’ 이상원 기자 〈환구시보〉는 1993년 창간된 중국 신문이다. 중국의 국수주의적 주장을 대변하는 매체로 악명 높다. ‘보수적’ ‘친정부적’이라는 말로는 이 신문의 성격을 온전히 수식하기 어렵다. ‘한국 가수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뱉은 말에 중국을 모독하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라거나, ‘세계기구가 중국을 김치 종주국으로 공인했다’는 등 불가해한 이야기를 기사화하곤 한다.2020년 하반기 들어 〈환구시보〉는 한국 연예인과 TV 프로그램을 공격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난 8월 이 신문은 ‘가수 이효리씨가 마오쩌둥을 비하했다’고 보도했다. 예능 프로그 서울에 둥지 튼 외신의 눈 변진경 기자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의 한 건물에 작은 뉴스룸 하나가 열렸다. 아직 택배 상자가 쌓여 있고 전선들이 얼기설기 늘어져 있다. 이 신생 사무실의 문에는 그러나 아주 유서 깊은 언론사의 제호가 찍혀 있다. ‘The New York Times.’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7월 홍콩지사의 디지털부문 일부 사업을 서울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뉴욕, 런던, 홍콩 등에 주재하던 기자들이 〈뉴욕타임스〉 서울지사에 속속 모여들고 있다. 로레타 찰튼(36) 기자도 지난해 연말 뉴욕 브루클린에서 서울로 거처를 옮겼다.찰튼은 미국 주간지 〈뉴요 ‘부캐’를 키웠더니 살 만해졌습니다 임지영 기자 정신을 차려보니 30대였다. 잦은 이직으로 토막 난 이력서와 텅 빈 통장만 남아 있었다. 최재원씨는 대학 졸업 뒤 광고회사와 음반기획사 등을 다녔다. 온 마음을 다해 일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다짐했다. 앞으론 가고 싶은 길이 생겨도 모든 걸 걸고 ‘유턴’하지 않겠다고. ‘지금의 길을 묵묵히 가면서 다른 방식으로 어려움을 돌파하겠다’는 결심이었다. 작게, 부담 없이, 좋아하는 걸 시작했다. 숙소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를 통해 외국인 여행객을 만났다. 그에게 ‘숙소 호스트(숙소 제공자)’ 우리는 ‘재활용 지옥’에 떨어지고 말았구나 송지혜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에 육박한 2020년 12월14일,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컴퓨터와 책, 각종 문서가 좁은 방 안에 널부러졌다. 재택근무 중이던 배우자도 떡이 진 머리를 하고 옆방으로 출근했다. ‘집콕’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생존’이다. 일주일 동안 아침 식사는 거르고 점심과 저녁은 최대한 간단하게 해결하기로 했다. 집에서 밥을 먹으면 쓰레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배달음식을 삼가고, 되도록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 무엇보다 재활용을 ‘정확하게’ 하기로 약속했다.아침에는 커피를 마셨다. 카페에 텀블러를 가져 우리가 착각하는 쓰레기의 정체 송지혜 기자 플라스틱인 척하는 쓰레기종이인 척하는 쓰레기스티로폼인 척하는 쓰레기유리인 척하는 쓰레기자료 :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홍수열 지음, 슬로비 펴냄 2021 당신이 알아야할 모든 것… ‘코로나19 백신 A to Z’ 글 김연희 기자·인포그래픽 최예린 기자 “최고의 시간이었고, 최악의 시간이었다. 지혜의 시대였고,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였고, 불신의 세기였다. 빛의 계절이었고,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었고, 절망의 겨울이었다.” 찰스 디킨스가 160년 전 〈두 도시 이야기〉에 쓴 첫머리는 꼭 2020년과 2021년이 교차하는 지금을 가리키는 것 같다. 1년 내내 인류를 괴롭혔던 역병은 한 해가 저물어가는 동안 더욱 악랄해졌다. 확진자가 쏟아지고, 사망자가 속출한다. 썰렁한 거리와 얼어붙은 매출을 견디던 가게들이 하나둘 문을 닫았다. 병상은 포화상태고, 의료진은 탈진 계속 달리기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요행만 바라다 겨울이 왔다 [프리스타일] 변진경 기자 불과 1년 전, 중국 우한을 보며 ‘설마’ 했다. 신종 감염병의 위력을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때였다. 체육관에 임시병원이 급조되고 거리는 텅 비고 생필품을 사러 나가는 주민들이 마스크와 실리콘 장갑으로 무장하는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지켜보며 떡하니 입만 벌릴 뿐 조만간 우리도 겪을 일이라는 생각은 쉽게 하지 못했다.마스크 대란이 한창이던 때, “마스크는 시작일 수 있다. 앞으로 병상, 의료인력, 장비 같은 의료자원이 얼마나 부족해질지 미리 살펴봐야 한다”라는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그에 따른 취재를 하면서도 속으로는 ‘설마’ 했다. 〈샤이닝니키〉, ‘공정 게임’의 시작일까 길용찬 (<게임인사이트> 기자) 게임 하나가 중국 ‘문화 공정’의 상징물이 됐다. 〈샤이닝니키〉는 단순한 옷 입히기 게임을 넘어선 기대작이었다. 3D로 표현된 의상 모델링은 입체적이고, 아무리 확대해도 무늬가 다 보일 만큼 섬세했다. 중국 개발사 페이퍼게임즈는 스타일링 장르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이다. 중화권 외 처음으로 진출하는 국가인 만큼, 첫 행보는 공격적이면서도 정성이 가득했다. 오직 한국 지역 서비스만을 위해 지사를 따로 차렸고, 최고급 성우진과 홍보 모델을 캐스팅했다.모든 것이 무너지는 시간은 한 주도 채 걸리지 않았다. 오픈 직후인 11월2일, 페이 ‘강아지똥’이 ‘개똥’으로, 눈이 부신 아이들 이준수 (삼척시 정라초등학교 교사)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어떻게 연극 수업을 하라는 거지? 나는 국어 지도서를 읽다 말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차마 연극은 온라인 수업으로 돌릴 수 없어 귀한 등교 수업 주간에 넣었는데, 코로나 벽에 부딪혔다. 등장인물 간 접촉 최소화, 마스크 쓴 채 대사 말하기, 거리 확보. 흐음, 이걸 연극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쩔 수 없이 나는 접촉을 최소화한 언택트 연극을 하기로 결정했다.“여러분, 올해 연극 수업은 대사가 중심입니다.” “말도 안 돼요!” 아이들은 언택트라는 조건을 듣고선 기운이 쑥 빠졌다. 몸이 닿지 않는 범위에서 동작을 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