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사건을 암장(暗葬)했다.” [편집국장의 편지] 이종태 편집국장 고제규 전 편집국장이 취재 현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두 달여 동안 A4 용지 1249장에 이르는 서류 더미를 끌어안고 바쁘게 뛰어다녔습니다. 서류를 읽는 데만 만만치 않은 시간이 들었을 겁니다. 그러다가 〈시사IN〉 지면으로 23쪽에 달하는 기사 패키지를 김은지 기자와 함께 툭 던지네요. 꽤 시원스러운 태도라서 그동안 ‘현장으로 돌아왔으니 빨리 기사 내놓으라’며 다그치던 것이 슬그머니 미안해졌습니다.그가 모시고 다닌 서류 더미는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2019년 5월에 작성 완료한 이른바 〈김학의 보고서〉입니다. ‘김학의 저유소 풍등 사건, 끝내 뒤집지 못한 ‘불량 판결문’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 스리랑카 노동자 디무두 누완 씨(30)가 6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는 2018년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됐다. 당시 경찰은 근처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그가 날린 풍등 때문에 화재가 일어났다고 봤다. 휘발유 탱크 옆 잔디에 떨어진 풍등 하나로만 17시간 동안 지속된 화재와 110억원 넘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변호사들이 나섰다. 1심에서 디무두 씨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2심도 같았다. 상고를 포기하고 출국하는 날 그를 배웅한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가 사건에 대한 소회를 전 지금 독일 정치의 중심에는 녹색당이 있다 프랑크푸르트·김인건 통신원 독일은 정당정치의 모범 국가로 여겨진다. 온건 보수와 진보를 각각 표방하는 기독민주당(기민당)과 사회민주당(사민당)이 양 날개로서 민주주의의 성숙과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기후위기, 난민 문제, 경제 양극화, 극우 세력의 약진 등 새로운 이슈들이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의회정치에 울리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독일 녹색당이 ‘등대 정당’을 넘어 집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지난 16년 동안 총리직을 이어온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퇴임할 예정인 오는 9월26일 총선에서 녹색당은 어떤 시사IN 제 723호 - 김학의 사건 진상조사 보고서 이종태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와의 수다·기사 후~폭풍·퀴즈 말말말 이 주의 그래픽 뉴스 기자들의 시선 - 이상원 기자들의 시선 - 이오성 포토 IN/ “죽었나? 살아 있나?”COVER STORY IN누가, 왜, 어떻게 김학의 사건을 덮었나검찰은 2013년, 2014년 두 차례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다. 〈김학의 보고서〉와 당시 수사를 잘 아는 관계자들을 취재해 ‘김학의 사건’을 재구성했다. ‘나’를 읽고 배심원이 되어주세요 성접대 무죄의 이유, 검찰의 ‘지각 기소’ 낮엔 김학의 수사하고 밤엔 술접대 받고 청 [포토IN]도살 직전, 철장 안 개와 눈이 마주쳤다 사진 신선영 기자·글 김다은 기자 뜬장 안의 개들은 발자국 소리가 없다. 적요한 가운데 개 짖는 소리만 오발탄처럼 간간이 터져 나왔다. 취재진의 조명이 개들의 얼굴을 비췄다. 어떤 개는 사체가 썩어가는 케이지 옆에 몸을 웅크렸다. 어떤 개는 감염돼 튀어나온 눈알로 허공을 쳐다봤다. 두려움을 숨기려 썩은 음식물이 담긴 밥통에 고개를 박았다. 오물 위에서 오물을 먹었다. 도살장은 비감스러운 악취를 풍겼다.지난 7월9일 새벽 3시, 동물권 단체 ‘동물해방물결(이하 동해물)’은 경찰 동행하에 경기 여주시에 위치한 개 도살장을 급습했다.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의 한 건강원에서 ‘4차 유행 언제 끝나지?’ 그보다 중요한 질문이 있다 김연희 기자 2021년 여름이 기대와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일일 확진자 수도, 거리두기 단계도 지금까지 겪어본 적 없는 가장 높은 수준에 들어섰다. 예방접종이 탄력을 받으면서 일상 회복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들뜬 분위기는 일순간 긴장감으로 바뀌었다. 왜 이처럼 코로나19 유행 국면이 돌변한 것일까. 백신접종자는 늘어났는데 어째서 3차 유행보다도 더 큰 파도가 밀려왔을까. 우리는 팬데믹의 어디쯤을 지나고 있을까. 여러모로 당혹스러운 4차 유행이다.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꼽는 4차 유행의 원인이 있다. ‘교묘한 균형’이 깨졌다는 점이다. 지난 몇 [기자들의 시선]‘여가부에 대한 오해, 사실은 이렇습니다’ 이오성 기자 이 주의 만남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만난 사실을 7월14일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이 “현 정부가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 하는데 어떤 민주주의를 바라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하자, 최 교수는 “자유주의가 없으면 민주주의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라고 답했다고. 최 교수는 “적폐 청산을 모토로 하는 과거 청산 방식은 사회분열을 초래했다”라고 지적했고, 윤 전 총장은 “정권교체를 하지 않으면 개악을 ‘개혁’이라 말하는 ‘개혁꾼’들이 판치는 나라가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라고 호응했다. 두 사 〈마인크래프트〉로 코딩 공부했는데, 성인용 게임이라니요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 최근 ‘게임 셧다운제(이하 셧다운제)’와 관련된 유튜브 동영상들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전직 게임 개발자 김성회씨가 운영하는 ‘김성회의 G식백과’라는 채널의 영상들이 각각 수십만 회를 웃도는 조회수를 얻었다. 평소에도 김성회의 G식백과는 단순한 게임 플레이를 넘어 관련 정책과 지식에 대한 콘텐츠를 올리곤 했다.셧다운제는 2011년에 생긴 제도로,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새벽까지 게임을 하지 못하게 법으로 제한함으로써 청소년들의 수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논거였다. 그러나 실효성이 있는지에 밥 한 끼 위해 코로나 검사를 열여덟 번이나 받았다 이은기 수습기자 서울역 부근에서 거리 노숙을 하는 이재남씨(가명·56)는 5월4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본인이 코로나19 백신접종 대상자라는 건 노숙인종합지원센터(노숙인 센터)에서 나온 거리 상담원을 통해 알게 됐다. 상담원은 서울역 광장의 노숙인 센터에서 접수하고, 접종도 그곳에서 받으면 된다고 했다. 이씨는 며칠 뒤 노숙인 센터에 가서 백신을 맞았다.대다수 시민들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기 위해 백신을 맞는다.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전파할 위험에서 벗어나려는 목적도 있다. 그가 서둘러 백신을 맞은 사연은 꽤 다르다. “내가 올해만 코로나 [단독] 낮엔 김학의 수사, 밤엔 ‘김봉현 술접대’ 받은 검사 고제규·김은지 기자 지난해 10월16일, 수감 중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2019년 7월 전관 출신 변호사를 통해 현직 검사 3명에게 1000만원 상당의 술접대를 했다”라고 폭로했다. 이른바 ‘라임 술접대 의혹’이다. 서울남부지검은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 지시로 검사 향응수수 사건 수사전담팀을 운영 중인 상태였다.김 전 회장의 폭로로 지난해 12월, 검찰은 특수부 검사 출신 이 아무개 변호사, 나 아무개 검사 등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2019년 7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룸살롱에서 총 536만원 상당의 술접 조국 사태의 핵심은 조국이 아니다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나는 〈조국의 시간〉(한길사, 2021)이 여러 인터넷 서점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아직 책을 읽지 않았다. 2019년 8월9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민정수석을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로 내정하면서 대한민국은 ‘조국 대전’에 돌입했다. 마치 전쟁이 벌어져서 국민 총동원령이 내려진 것 같았다. 서울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누어 세 싸움이 벌어진 중에 내가 아는 여자 친구가 서초동에 간 모양이다. “그곳 분위기가 어땠느냐”라고 물어보았다. “사람들이 ‘검찰개혁, 조국 수호’를 외쳤어. 그런데 나는 “윤석열, 지지율 Yuji 못하고 반기문 전철 밟을 것”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치욕을 무릅쓰고 피부과, 성형외과 전문가들이 검증을 했지 않나?”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가 7월14일 한 말.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배우와의 스캔들 의혹과 관련해 이렇게 말해. ‘몸에 신체적 특징이 있다는 게 완벽한 증거’라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2018년 대학병원에서 검증받은 일을 내세워. 이 일을 두고 그는 세 차례 “치욕”이라고 반복.“(코로나19) 4차 대확산을 두고 많은 분들이 ‘대통령의 저주’라고 한다.”7월12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당내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말. “대유행 직전에는 반드시 문 [기자들의 시선]경제력 세계 10위, 산업재해는 후진국? 이상원 기자 이 주의 발표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050년 탄소 순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핏 포 55(Fit For 55)’를 공개했다. 7월14일 발표된 이 계획에 따르면, EU 회원국 밖에서 수입되는 제품에도 탄소 배출 비용이 부과된다. 철강·시멘트·알루미늄·비료·전기 등이 검토되고 있다. 또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고 항공·선박 운송에 대한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 조치는 2026년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제안이 시행되려면 27개 회원국과 유럽의회의 승인이 필요한데, 탄소 감축 대 “제발 살려달라”...차량 집회 나온 ‘사장님’들의 사연 글 이은기·주하은 수습기자•영상 최한솔 PD 이른 열대야가 찾아온 7월14일 밤, 서울 여의도 일대에 ‘사장님’들이 모였다. 카페, 치킨집, 호프집, 스크린야구장, 볶음밥집, PC방, 코인노래방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영업자비대위)’는 이날 밤 11시 국회둔치주차장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차량 500여 대로 광화문과 서울시청을 오가며 심야 차량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경찰은 이들 시위를 미신고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대대적 단속을 벌였다. 둔치주차장 길목에만 30여 명의 경찰이 배치되고 지나는 사람과 차량들을 일일이 검문했다. 일본 건축 기술은 세계 최고? 다 옛날 이야기 박철현 (일본 데쓰야공무점 대표·작가) 아내가 타워맨션(한국의 고층아파트에 해당하지만 대규모 단지는 아닌 경우가 더 많다)에 관한 기사 링크를 스마트폰 메시지로 보냈다. 업무 시간에는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따라 유독 자꾸 ‘읽어봤냐’고 재촉했다. 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저러는가 싶어서 휴식 시간에 링크를 클릭했다. 엄청난 내용이 담겨 있었다.사전 설명을 잠깐 하자면, 내가 거주하는 고가네이(小金井)시에서는 지난 10여 년 동안 타워맨션 개발계획이 진행됐다. 흔히 디벨로퍼라 불리는 개발업자들이 개발하고자 하는 지역을 선정한 뒤, 원(原)거주자들의 땅과 건물· 종이신문은 왜 바로 계란판이 되는가 이상원 기자 MBC 〈나 혼자 산다〉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출연자의 일상과 그에 대한 다른 출연진의 반응을 보여준다. 출연자들의 특이한 물건이나 기이한 행동을 웃음거리로 삼는 장면이 많다. 지난해 추석특집 방송에 등장한 기벽은 ‘종이신문 구독’이었다. 출연자인 배우 김광규씨가 현관문을 열고 신문을 집어 들자, 다른 이들이 “종이신문을 구독하세요?”라며 깜짝 놀라는 장면이 나왔다. 뉴스는 당연히 인터넷으로 본다는 것이다. 김씨는 “휴대전화로 보니까 눈이 너무 아파서…(종이신문을 본다)”라고 ‘해명’했다. 방송 후 몇몇 신문사가 ‘종이신문 미국의 페미니즘은 ‘백인 페미니즘’인가? 양수연 (해외 언론인·<뉴스엠> 편집장)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진 것은 페미니즘의 패배인 양 간주되었다. 힐러리 클린턴은 선거기간에 스스로 ‘유리천장을 깨는 사람’이라고 부르며 여성이자 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을 부각했다. 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한 몸에 받은 것으로 조사된 그는 당선이 명백해 보였다.반면 부동산 거부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당시 여성과 성소수자, 이민자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선거 직전에는 여성 다섯 명이 트럼프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대통령은 고사하고 공직 진출 자체가 문제시됐다.그러나 개표 결과는 참담했다. 당시 클 일본 극우단체가 티베트 독립을 응원하는 이유 환타 (여행작가·<환타지 없는 여행> 저자)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의 작은 마을 맥그로드 간즈에는 한 일본 식당이 있다. 이 식당은 일본계 NGO가 운영하는 곳으로 식당의 수익은 전부 구추섬(Gu-Chu-Sum)이라는 티베트 정치범 운동단체에 기부한다.배낭여행자의 인적 구성이 주로 20대이다 보니 이 식당의 한쪽에는 일본의 라멘집을 연상케 하는 엄청난 숫자의 일본 코믹스와 문고판 서적이 가득하다. 소설까지는 몰라도 만화나 설명문 위주의 책은 읽을 수 있기 때문에 한때 나는 문지방이 닳도록 이 집을 들락거렸다.15년쯤 된 일이다. 그날도 이 식당의 서가를 둘러보며 무슨 책 ‘별 다섯 개’ 지옥에 갇힌 자영업자들 [프리스타일] 전혜원 기자 배달음식을 종종 시켜 먹는다. 어느 날은 요즘 유행하는, 흐물거리는 달걀이 들어 있는 토스트와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그런데 주문하지 않은 탄산음료가 딸려 왔다. 음료 뚜껑에는 큼지막한 별 모양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이런 문구와 함께. ‘리뷰는 별다섯 ☆☆☆☆☆ 부탁드리옵니다!’삼겹살을 시켰는데 역시 주문하지 않은 볶음김치가 ‘리뷰 이벤트’ 명목으로 딸려 왔다. 타코를 시켰더니 정성스러운 손글씨가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어느 신문에서는 나쁜 리뷰를 지워달라고 고객 집 앞까지 찾아온 자영업자의 이야기를 읽었다. 바야흐로 ‘리뷰 [PD의 생존일기]영상 PD의 종이책 인쇄소 방문기 최한솔 PD 2021년 7월1일 목요일〈시사IN〉 새내기 교육에는 전통이 있다. 교육의 대미는 늘 ‘인쇄소 견학’이 장식한다. 제720호 제작 마감 날이던 6월24일 밤, 〈시사IN〉의 새 식구가 된 수습기자와 경력기자, PD들은 인쇄소가 위치한 경기도 파주로 향했다. 막 들어온 따끈따끈한 원고와 사진이 종이책 〈시사IN〉으로 탈바꿈하는 그곳에는 대형 롤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굉음을 뿜어내는 커다란 기계들이 층층마다 가동 중이었고 쇠로 된 부품과 잉크에서 나는 날카로운 냄새가 코를 찔렀다.〈시사IN〉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대략 다음과 같다. 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