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기 때문에 좁아지는 시야 [기자의 추천 책] 문상현 기자 책 곳곳에 그림과 작품이 배치되어 있다. 그렇다고 예술을 말하며 고상한 척은 하지 않는다. 장애인이 주인공이다. 그러나 장애인의 입장이 되어보자며 얄팍하게 폼잡는 이야기는 없다. 책 속의 예술과 장애는 도구다. 책장을 넘기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여러 줄기로 뻗어 나가는 탈선의 길이 보인다.시라토리 겐지는 선천적 전맹이다. 눈이 보이지 않아 색깔도 구분할 수 없지만 매년 수십 번씩 미술관에 다닌다. 대학 시절, 비장애인이자 관심 있는 여성 동기가 미술관에 데려가 작품을 말로 설명해줬다. 이후 시라토리는 여러 미술관에 전화를 걸었다 오늘도 죽음을 생각하는 여성들에게 김다은 기자 자살을 생각하는 20대 여성과 연구자가 컴퓨터 화면 너머에 있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한 번에 세 시간, 길게는 다섯 시간을 온라인으로 만났다. ‘연구 인터뷰’였지만 어떤 참가자는 ‘비용이 부담스러워 해보지 못했던 심리상담을 받는다는 마음으로’ 인터뷰에 참여하기도 했다.이야기를 하다 눈물이 너무 많이 흐르면 참여자들은 카메라와 마이크를 끄고 한참 동안 출렁거리는 감정을 추슬렀다. 그 시간 동안 이소진 작가는 까맣게 바뀐 모니터 화면을 쳐다보며, 자살을 시도하고 생각해온 이들의 ‘증발하고 싶은 마음’을 바라보았다. 그에게도 익숙하고 마음으로 운영하는 식당 ‘청년 밥상 문간’ [포토IN] 이명익 기자 “저희 식당은 맛집으로 알려졌으면 해요. 가성비 좋은 맛집이요. 가난하고 어려운 청년을 위한 식당으로만 알려지면 청년들이 오는 걸 부담스러워하거든요. 그냥 그들이 편하고 맛있게 먹고 갈 수 있는 문턱 낮은 식당이었으면 해요.”식탁을 닦는 이문수 신부 어깨 너머로 구수한 밥 냄새가 넘어온다. 주방에서는 솥째 김치를 볶는 냄새가 매콤하게 풍겨왔다. 오전 11시, 식당 문을 열자 어느새 자리는 만석. 각자 취향에 맞게 라면 사리를 추가하거나 고기 사리를 추가할 수 있다. 메뉴는 김치찌개 하나이지만 밥과 반찬은 무제한이다. 3000원짜리 이낙연 탈당, 민주당 분열 불러올까 [기자들의 시선] 이은기 기자 이 주의 법안결국 합의는 불발됐다.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1월9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되 국민의힘이 반대한 '특별검사에 수사를 요청하는' 조항은 빠졌다. 정쟁 소지를 줄이도록 총선일인 오는 4월10일부터 법이 시행된다. 여야 합의는 결렬됐지만 김진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토대로 일부 여당 입장을 수용한 법이다.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진상규명의 첫발을 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특별법 표결을 거부하고 ‘빅텐트’ 말고 ‘큰 집’? 이낙연과 이준석, 제3지대 주도권 누가 쥘까? [김은지의 뉴스IN] 김은지·장일호 기자·최한솔 PD 마침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이 만났습니다. 이 위원장이 국민의힘을 탈당한 데 이어 지난 11일 이 전 대표가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에서 나오면서, ‘탈당한 거대 양당 전 대표’ 간 만남은 정치권의 큰 관심을 불러 모았습니다.지난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연합(민주당 탈당 그룹) 창당준비위원회에 참석한 이 전 대표는 축사를 통해 “한국 정치사에서 오늘은 우리 국민들이 양자택일의 속박에서 벗어나 비로소 정부와 정당을 선택하는 권리를 회복하는, 국민 복권의 날로 기록될 ‘적’ 아니면 ‘동지’밖에 없다… 2024 대한민국 ‘심리적 내전’ 중? [정치하는 인간] 장일호 기자 김만권(정치철학자)"‘적대 정치’는 가치와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적’과 ‘동지’로 명확하게 나누게 만듭니다. 민주주의 사회의 필연적 가치인 다양성이 제거되는 거죠. 가장 대표적인 개념이 나치의 법철학자 카를 슈미트가 〈정치적인 것의 개념〉에서 설명한 것입니다. 정치적이라는 것, 모든 정치적 행위의 근본적인 원인이 적과 동지의 구분에 따라 이뤄진다고 이야기합니다.각자의 지지층에 매몰될수록 정치 양극화가 일어나요. 우리가 정치인 피습이라고 하지만 테러죠. 정치 테러는 선거가 고조되는 시기에 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2학년 8반 안주현 학생 엄마 김정해씨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9] 신선영 기자 김정해씨(53)는 10년이 지나고 20년이 되어도 아이를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인생의 ‘동아줄’ 같을 거라고 말한다. 다만 10년 전보다 몸이 쇠약해진 유가족들을 보는 것이 가장 걱정이다. 남아 있는 이들에게 세월호 10주기가 다시 힘있게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10년 동안 잊지 못할 일들이 참 많았는데 국민들과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기억이 지금도 잊히지 않아요.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두 가지는 끝까지 하겠다고, 그 각오 하나로 왔어요. 우리 생각대로 다 되진 않았지만, 한동훈 비대위 체제 전반전, 보수의 새 리더 인큐베이팅 문상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는 새로운 리더를 찾아 헤맸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잠깐 떠올랐지만 곧 사라졌다. 홍준표 전 대표와 황교안 전 대표 체제도 오래가지 못했다. 그사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분열했다. 태극기 부대와 극우 유튜버 논란이 거세졌다.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을 모두 졌다. 지지 기반이 붕괴하니 마니 하는 수준까지 내몰렸다.새로운 인물이 급부상했다. 정치 신인 윤석열 대통령이다. 대세론은 정치 참여 선언 전부터 형성돼 있었다. 정치적 빚도 없었다. 검찰총장 시절 쌓은 이 심화수학 빠지면 사교육비 줄어들까 이상원 기자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학생들부터는 제2외국어 과목만 제외하고 모두 같은 시험지로 수능을 치르게 된다. 국어·수학 선택과목은 없어진다. 사회·과학 17개 과목 중 최대 두 개를 택하는 현행 제도가 문·이과 구분 없는 ‘공통사회’와 ‘공통과학’ 응시로 바뀐다. 2023년 12월27일 교육부가 확정 발표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의 골자다.가장 주목받는 과목은 수학이다. 지난해 10월10일 대입 개편안 시안에서 언급된 ‘심화수학’이 최종안에서는 빠졌다. 심화수학은 미적분II와 기하 과목을 뜻한다. 시안 발표 때 교육부는 ‘절대평 “60년대생 이상 꿀빨러들은 이해할 생각도 없다.”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60년대생 이상 꿀빨러들은 이해할 생각도 없다.”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영입인재 1호’인 박상수 변호사가 지난해 11월 자신의 SNS에 쓴 글. ‘꿀빨러’란 안락하고 쉽게 산 사람을 뜻하는 유행어다. 2040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들 ‘60년대생 이상’ 세대가 관심이 없다는 비판이었다. 논란이 번지자 1월10일 박 변호사는 SNS에 “전후 세대인 50년대생, 일제시대와 6·25를 겪은 40년대생” 등 윗세대는 ‘꿀빨러’가 아니라고 덧붙여. “민주화의 공이 있는 60년대생 모두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었고 민 “미투 이후 우리 사회 무엇이 달라졌나” [기자들의 시선] 김은지 기자 이 주의 인물제21대 국회 종료 4개월 앞두고 새 국회의원이 입성했다. ‘개혁신당’행을 택한 허은아 의원이 국민의힘 비례대표 자리를 내려놓으면서, 김은희 의원이 승계했다. 1991년생인 그는 2020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청년 인재 1호로 영입돼 비례대표 23번을 받았다. 테니스 선수 출신이자 ‘체육계 미투 1호’다. 1월9일 국회 본회의장에 선 김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5년 전 미투 운동 이후 우리 사회에 무엇이 달라졌나. 미투 운동 당시 국민의 분노는 엄청났지만 일부 가해자 처벌 이외에 나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 미국과 한국에서 언론 압수수색 이후에 벌어진 일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검찰의 언론사·언론인 압수수색 문제를 다룬 이번 호 커버스토리를 읽다가 지난해 8월 미국에서 일어난 한 사건이 떠올랐다. 캔자스주의 매리언 카운티에서 벌어진 일이다. 매리언 카운티 경찰이 지역언론 〈더 매리언 카운티 레코드〉 사무실과 편집·발행인 집을 압수수색했다. 직원 7명이 근무하고 4000부가량 발행하는 작은 언론사다. 이 매체가 한 식당 주인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취득했다는 게 압수수색의 이유였다. 이 식당에서 열린 정치 행사 취재를 두고 업주와 매체가 갈등을 겪어 사이가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경찰은 이 매체가 한 시의원으 세월호 생존자 장애진씨 아빠 장동원씨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8] 신선영 기자 장동원씨(54)는 세월호 참사 이후 회사를 그만두고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활동에 뛰어들었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현재 가족협의회 총괄팀장을 맡아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저희는 어렵게 살아 돌아온 아이의 부모이지만, 유가족들은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잖아요. 역사상 이렇게 비참하게 아이들이 희생당한 국가에서 또 아이들이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선 안 된다, 딱 그거 하나였어요. 삶이 다 망가진 거죠. 세월호 참사 이후 회사를 그 2023년에 들은 최고의 다섯 곡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2023년이 마무리됐다. 이 세상에는 뭔가 뻔하고, 관습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럼에도 하지 않으면 상쾌하지 못한 일들이 있다. 연말 결산이 그중 하나다. 어쩔 수 없다. 2023년을 수놓은 음악 중 몇 개를 골라봤다. 내 취향과 음악적인 평가를 모두 고려한 리스트임을 밝힌다. 국내로 한정했고, 이 지면을 통해 이미 소개한 뮤지션·밴드는 제외했다.Tik Tak Tok / 실리카겔(Feat. So!YoON!)‘틱 택 톡(Tik Tak Tok)’은 의심할 여지 없는 2023년 최고의 록 싱글이다. 인디에서 출발했지만 페스티벌 메인 스테이 아픈 역사가 주는 교훈, “용감하게 직시하라” [여여한 독서] 김이경 (작가) 서점에 갔다가 고대하던 책을 만났다. 정병준의 〈1945년 해방 직후사〉. 보자마자 머리말도 읽지 않고 바로 샀다. 현대사 연구자 정병준의 역량을 알기 때문이다. 내용이 궁금해 근처 빵집에서 빵으로 점심을 때우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서문과 프롤로그를 읽는 데 한 시간여가 걸렸다. 천천히 오래 걸어 집으로 돌아왔다. 해방의 감격이 분단의 비극으로 귀결되는 아픈 역사를 대면하는 괴로움과 이런 연구자가 있어 다행이라는 고마움이 걸음마다 엇갈렸다.책은 해방 직후에 일어났으나 이제껏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비사(祕史)’로 가득하다. 숨겨진 2학년 7반 정동수 학생 아빠 정성욱씨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7] 신선영 기자 정성욱씨(54)는 세월호가 인양되기 전후로 목포 신항에서 2년 넘게 지냈다. 현재 그는 (사)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에서 진상규명부서장을 맡고 있다. 10년 동안 모은 방대한 자료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저는 딱 한 가지 마음이었어요. 죽어서 아들을 만날지도 모르는데, 떳떳한 아빠로 남고 싶다는 거.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고 싶다. 그거 하나만 생각하며 왔어요. 요즘 저는 매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실로 출근합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요. 첫 번째는 저희가 10년 동안 모은 자료가 있어요. ‘짧은 머리’ 미스 프랑스, 프랑스 사회를 흔들다 파리∙이유경 통신원 2023년 12월16일, 제94회 미스 프랑스 대회에서 북부 노르파드칼레 지역 대표인 에브 질이 '우승'했다. 2003년생인 그는 프랑스 북부 릴 대학에서 수학 및 정보과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다. 에브 질의 우승은 프랑스 사회에서 여러모로 화제였다. 그의 어머니는 인도양 남쪽 마다가스카르 인근에 있는 프랑스령 레위니옹섬 출신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프랑스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곳이다. 본선 대회 직전 레위니옹 지역 라디오 '앙텐 레위니옹(Antenne Réunion)'과의 인터뷰에서 에브 질은 “제가 우승한다면 레위니옹의 일부도 우 언더독의 반란, 격변하는 유럽 축구 [경기장의 안과 밖] 배진경 (<온사이드> 편집장) 유럽 축구가 자본이 지배하는 체제로 돌아가는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21세기 들어 이 경향은 한층 강화됐다. 빅클럽은 대규모 스폰서를 통해 자금력을 확보한다. 그 힘으로 슈퍼스타를 사 모은다. 스타는 관중을 불러 모은다. 팀의 재정 규모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순환구조다. 자금력을 확보한 클럽이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이는 없다. 가진 자들이 더 많은 것을 갖고 누린다. 중하위권 팀들과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리그 우승 경쟁은 그들만의 꽃놀이다. 유럽 빅5로 분류되는 리그(EPL·라리 무엇이 기자를 자기검열하게 만드는가 [미디어 리터러시]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기자의 자기검열은 모순적인 말이다. 외부의 힘이 두려워 기자가 자기검열을 한다면 언론에 부여된 주요 규범적 역할인 '권력 감시'를 수행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이유 역시 자기검열 없이 권력을 비판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 유명한 ‘펜타곤 페이퍼 사건’ 판결문(New York Times vs. United States, 1971)은 “언론은 정부의 비밀을 드러내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보호된다. 오직 자유롭고, 속박받지 않는 언론만이 정부 안에 있는 속임수를 폭로할 수 있다”라고 명시했 전쟁같은 정치? 이재명 습격 사건으로 본 ‘정치 테러’ 막는 법 [정치하는 인간] 장일호 기자·최한솔 PD 지난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브리핑에 참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흉기로 습격당했습니다. 제1야당 대표가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한 순간이 실시간으로 언론과 SNS를 통해 퍼지면서 대한민국 전체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현장에서 체포된 피의자 김 아무개 씨의 당적·범행 동기 등을 다룬 뉴스는 연일 뉴스를 통해 보도되었습니다.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전문가들은 피의자 개인의 일탈을 초점으로 이번 사건을 들여다보는 것이 범죄의 심각성을 축소할 우려가 있다고 말합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