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농성장의 밤, 어떤 탄식 이명익 기자 “축구는 안 보세요?” “아… 축구야 결과만 보면 되죠. 그런데 화물노동자 파업이 북핵 위협하고 같다네요.” 12월6일 새벽, 2022 카타르월드컵 한국-브라질전이 열리던 시각. 경기도 의왕의 화물연대 농성장에 있던 김재민씨(53)는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다. 어차피 일하던 시간대이기도 했지만 ‘북핵’과 ‘불법’으로 도배된 기사를 읽고 있자니 근심만 깊어졌다. 그러던 사이 농성장 밖에서 작은 탄식이 들려왔다. 브라질이 또 골을 넣었다.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이 13일째(12월6 [포토IN] 수영 선수 10명이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고성·이명익 기자 “오늘 물 안 마실 거 같은데요, 보통 저렇게 경쟁이 심할 땐 물 안 마시고 10㎞를 가요.”출발 신호음이 울리자 선수 10명이 일제히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경기 초반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선수들 뒤로 작은 파도가 만들어졌다. 10월16일 오후 경남 고성군 당항포 앞바다에서 ‘물속의 마라톤’이라 불리는 오픈워터스위밍 국가대표 선발전이 시작됐다. 오픈워터스위밍은 실내 수영장이 아닌 강이나 바다에서 진행되는 수영경기로 세계선수권은 5㎞·10㎞·25㎞를, 올림픽은 10㎞를 완주하는 경기다. 한국은 오픈워터스위밍의 불모지임에도 불구하고 [포토IN] “저희는 이제 시작입니다” 이명익 기자 “우리는 당신이 이란 국민과 함께 마흐사 아미니를 외쳐줄 것을 요청합니다. 이란 정권의 야만적인 행동을 규탄하고 모든 거리에서 ‘여성, 삶, 자유’를 외치는 이란 국민의 편에 서주십시오.” 10월8일 오후, 서울 강남 테헤란로는 마흐사 아미니(본명 지나 아미니)를 외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9월16일 스물두 살의 여성 마흐사 아미니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으로 머리를 제대로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잡혀간 지 3일 만에 의문사했다. 이후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격화되었다. 한국에서도 이란인과 외국인들을 중 [포토IN] 여의도의 총성 없는 가을 전쟁 이명익 기자 윤석열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매년 가을의 초입에 20여 일간 진행되는 국정감사는 해당 부처 공무원들과 국회 보좌진 모두에게 피 말리는 시간이다. 짧게는 5분, 길어도 7분을 넘지 않는 질의시간을 준비하고 답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 ‘정쟁’ 또는 ‘파행’이라는 이름으로 국감 일정이 잠깐 멈추어도, 국감을 준비하는 이들의 ‘총성 없는 전쟁’은 계속된다. [포토IN] “강이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 이명익 기자 “녹조가 창궐한 이곳 영주댐이 낙동강의 시작입니다.”8월6일 오후 낙동강 상류 경북 영주댐을 찾은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짙은 녹색 호수로 변한 댐의 모습을 보고 이 말을 한 후에 침묵했다. 낙동강 수질 개선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주댐마저 거대한 녹조 배양장으로 변해버린 것이다.8월4일부터 2박3일간 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 공동주최로 ‘낙동강 국민체감 녹조현장 조사’가 실시되었다. 이는 7월21일 대구환경운동연합과 대구MBC,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가 대구의 주요 정수 [포토IN] 지지 않고 예쁘게 피는 공단의 들꽃처럼 구미·이명익 기자 6월30일은 문자로 해고 통보를 받은 지 딱 7년 되는 날이다. 이날 오후 경북 구미에 있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지회 농성장에 꽃이 피어올랐다. ‘파견미술팀’ 이윤엽 판화가의 그림 위로 해고 노동자들이 색을 입힌 작품 ‘공단에 핀 들꽃 다 이쁘다 다 괜찮다’다. 차헌호 지회장이 직접 붓을 들었다. 그러면서 회사 다닐 때 이야기를 했다.“점심시간이 20분인데 그보다 악독했던 건 잘못을 하면 입히는 붉은 ‘징벌조끼’였어요. 비정규직에게만 씌우는 낙인 같았죠.”2015년 6월30일 차헌호 지회장과 조합원들은 문자로 해고 [포토IN] 산불 피해지, 야생동물은 괜찮은가요? 이명익 기자 올해 들어 산불과 관련된 모든 기록이 바뀌고 있다. 지난 3월4일부터 9일간 산림 2만여㏊를 태우고 213시간43분 만에 진화된 울진·삼척 산불은 최대·최장 산불 기록을 갈아치웠다. 6월3일 진화된 밀양 산불은 산불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초로 6월에 발생한 대형 산불이었다. 기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6월3일부터 6월4일까지 녹색연합은 시민들로 구성된 야생동물탐사단을 꾸려 울진·삼척 산불 피해지 내 야생동물 서식지 조사에 나섰다. 산양이나 고라니같이 삶의 터전이 송두리째 불에 탄 야생동물의 흔적을 찾는 것이 이번 탐사단의 목적이었다. [포토IN] 윤석열 정부 첫 가석방, 남재준·이병기 꽃다발을 받다 이명익 기자 “아 누가 나오길래 이렇게 기자들이 온 거예요?” 온몸에 문신을 한 건장한 남자들과 온 그는 서울구치소 앞 풍경이 낯설었나 보다. 전직 국정원장들이 나온다는 말에 “이야, 대한민국의 법이 살아 있긴 하나 보네. 국정원장이 빵에 다 갔다 오고.” 담배를 비벼 끈 그가 두부 한 모를 들고 사라지기까지 아무 말도 건넬 수가 없었다.국가정보원장 재직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오른쪽부터 두 번째·세 번째)이 5월30일 오전 가석방되었다. 두 전 국정원장은 경기도 의왕시 [포토IN] 운전석 떠나 망루에서 300일 동안 외치는 것은 이명익 기자 오래된 문제는 ‘사납금’이었다. 택시 노동자들은 하루 동안 번 돈 중에서 예컨대 15만원을 회사에 납부하고 남은 수익만 가져갈 수 있었다. 사납금을 낸 뒤 가족들을 부양할 돈을 남기려면, 장시간 노동은 기본이었다. 실적을 높이기 위한 과속·난폭 운전은 관행처럼 굳어졌다. 승객과 택시 노동자 모두를 위험으로 내몰았다.그래서 사납금 제도는 노예제도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 8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하며 사납금이 폐지되었다. 2020년 1월1일부로 시행된 택시운송사업발전법(이하 택시발전법)에 따르면, 택시 노동자의 노동시 [포토IN] 승패와 상관없는, 대선 후보들의 순간 이명익 기자 선거 개표 상황실에선 사진기자들만이 느끼는 암전 같은 때가 있다. 바로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이다. 사진기자들은 선거 결과를 방송 화면이 아니라 렌즈 너머 얼굴들의 표정으로 감지한다. 확연한 환호나 실망의 표정이 포착되지 않을 때, 사진기자들 역시 승패를 가늠할 수 없다.이번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출구조사 결과 발표가 그랬다. 승리를 자신했던 국민의힘 지도부는 3월9일 저녁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그 순간, 박수를 치되 환호하진 않았다. 찰나를 잡고 싶었던 사진기자들에게도 몹시 고민스러운 순간이었다.3월10일 새벽, 윤석열 [포토IN] 어퍼컷 날린 ‘정권 심판’의 윤석열 이명익 기자 “여러분이 지켜낸 대한민국, 여러분이 키워낸 이 나라가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세력에 계속 무너지고 있다. 저 역시 정치는 신인이지만 도저히 이런 꼴을 볼 수가 없어 절실한 마음으로 여러분 앞에 서 있는 것.”군중 속에서 등장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한껏 상기된 표정이었다. 2월15일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열린 첫 대선 유세에서 윤 후보는 연설 내내 ‘무능’과 ‘부패’ ‘정권 심판’을 외쳤다. 가덕도 신공항의 비행기를 날리는 퍼포먼스와 ‘어퍼컷’ 세리머니를 마지막으로 서울, 대전, 대구, 부산으로 이어진 경부선 ‘하행선’ 유 [포토IN] 낮아진 합천보 수위, 4대강 자연으로 돌아가다 이명익 기자 경남 합천창녕보(이하 합천보)의 수문이 수면 위로 완전히 떠올랐다. 지난해 12월1일 수문 개방을 시작한 합천보의 수위는 4.8m. 4대강 시절의 관리 수위인 10.5m보다 5.7m나 낮아진 수치다. 낮아진 수위는 ‘관리의 강’이 아닌 ‘자연의 강’을 의미한다.지난 1월10일 찾은 합천보 상류의 박석진교는 4대강 사업 이전 수준까지 수위가 내려가며 재자연화가 이뤄지고 있었다. 모래톱이 돌아왔고 백로가 강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하지만 2월이 되면 수문은 다시 내려간다. 수막농법(온도가 일정한 지하수를 이용해 비닐하우스 온도를 유지 [포토IN] 친환경 전환, 그리고 비정규직으로의 전환 이명익 기자 국내 최고령석탄화력발전소인 호남화력발전소(사진 위) 1, 2호기가 지난해 12월31일 밤 12시를 기해 가동을 중단했다. 호남화력발전소는 1973년 유류발전소로 준공되었으나 1985년에 석탄발전소로 전환되어 시민들에게 지난해까지 전력을 공급해왔다. 이 발전소는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가 세계 최대의 석유화학단지로 발전해온 지난 반세기의 상징이기도 했다.하지만 이 고도성장의 상징도 탄소배출 감축과 미세먼지 저감이라는 시대의 흐름 앞에서 멈춰 섰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충남 서천 1, 2호기를 시작으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를 폐 [포토IN] 수만 년 살아온 구상나무, 고사하는 데 고작 20년 이명익 기자 “하얗게 고사된 나무가 구상나무인데 지리산에선 대부분 고사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예요. 수만 년 동안 한반도에서 살아왔던 침엽수들인데 불과 10~20년 사이의 기후변화가 생존 환경을 변화시켰고 집단 고사로 이어지고 있어요.”10월30일 오후 그린백패커와 함께 지리산 반야봉(1732m)에 오른 녹색연합의 서재철 전문위원은 백두대간 기후위기 모니터링 프로그램 시작에 앞서 어두운 표정으로 인사말을 건넸다. 구상나무는 한반도 고산지역의 대표적인 깃대종(특정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할 수 있는 주요 동식물)이다. 고산의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포토IN] 이슬람 혐오 현수막, 무슬림 아이는 읽는다 이명익 기자 “여기서 태어나고 학교 다니는 아이도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글자를 모르니까 괜찮지만 아이들은 다 알아요. 자기 종교와 부모에 대해 테러리스트라며 이야기한 글자(피켓)에 마음의 상처가 깊어요.” 무슬림인 A씨가 가족과 함께 대구 북구 대현동으로 이사 온 건 7년 전인 2014년이다. 경북대가 무슬림 유학생을 받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린다. A씨와 유학생들이 기도를 올리던 작은 집은 이슬람 사원이 되었다. 유학생이 늘며 사원은 상대적으로 좁아졌다.사원을 신축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2월, 대구 북구청이 주민들의 민원에 따라 현장조 [포토IN] 해외 입국자 나르는 공항버스, 기사님은 괜찮을까 이명익 기자 지난해 3월28일부터 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의 KTX 공항 리무진 6770번 버스는 인천공항에서 광명역까지 해외 입국자 운송을 전담하고 있다. 이 버스의 운전원 김수근씨(53)는 승객 중 확진자가 있었다는 통보만 세 번을 받았다. “많이 걱정스럽죠. 새벽 첫차 땐 27석인 버스가 만석인 채로 가요. 해외 입국자랑 1시간 넘게 3밀(밀폐·밀집·밀접)로 가면서 거리두기는 사치죠.”이미 시내버스 운전원에게까지 백신 우선접종을 마쳤다는 경기도 소식은 다른 나라 이야기였다. 8월 중순 50대 접종 시기가 와서야 동료들에게 미안해 [포토IN]“기자님은 이런 곳에서 살 수 있나요?” 이명익 기자 “농촌 같은 곳에서는 비닐하우스나 검은 차양막 같은 걸로 덮어놨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은 전혀 모르죠. 이주노동자가 사는 집이라는 것을. 그냥 창고 정도로만 알고 있는데 이곳 기숙사는 대부분 불법 가건물이에요. 불법이라는 말은 사람이 살아서는 안 되고, 사람이 살 수 없는 주거시설이라는 거잖아요.” 6월14일 오후 김달성 목사(포천 이주노동자센터)와 함께 찾은 경기도의 한 이주노동자 숙소가 딱 그랬다. 비죽 튀어나온 위성 안테나가 아니면 지나치기 쉬운, 창고 같은 비닐하우스 속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지난겨울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포토IN]팔레스타인, 거대한 지옥이 되다 이명익 기자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면적은 365㎢로 한국의 세종시(465.23㎢)보다 작지만 인구는 6배가량인 200만명이다. 삼면이 8m 높이의 콘크리트 벽과 철제 장벽, 센서 달린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다. 서쪽의 지중해는 6해리(약 11㎞) 밖 조업 금지로 출로가 막혀 있다. 사면이 막힌 땅 가자의 다른 지명은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감옥’이다.5월10일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교전은 이 출구 없는 거대한 감옥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유엔 대피소는 물론 AP·AFP 통신 등의 외신 건물도 모두 공습 대상이 됐다. 5월20일 현재 최소 “끝까지 해야 써. 근디… 너무 희생자가 많이 나오잖아요” 이명익 기자 “미얀마가 처음에 시작할 때 광주같이 했잖아요. 그란디 그렇게 희생자가 늘어나고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저것을 워쩌케 해야 쓸까? 계속하란 소리도 못하겄고 하지 마란 소리도 못하겄고. 그래도 도청에서 끝까지 싸우고 나왔기 땀시 5·18이라는 존재가 있지 그렇게 안 했으믄 없어. 저 사람들도 끝까지 해야 써. 근디 이것이 끝까지 하믄 너무 희생자가 많이 나오잖아요, 잉. 그 걱정일 뿐이여, 그 걱정일 뿐이여….”김길자씨(82)는 요즘 다시 41년 전 광주로 돌아간 느낌이다. 전남도청에서 끝까지 싸운 아들이 주검으로 발견된 이후 어머니 이제 ‘김용균’이 지켜본다 태안/사진 이명익 기자·글 나경희 기자 스물네 살 비정규직 노동자가 끝내 퇴근하지 못한 길 위에 다시 섰다. 4월28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정문 앞에 고 김용균 노동자를 추모하는 조형물이 세워졌다. 김용균씨가 석탄을 실어 나르는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은 지 2년4개월 만이다. ‘용균이 엄마’ 김미숙씨(김용균재단 이사장)는 아들의 얼굴을 닮았으면서도 아들과 함께 일한 동료들의 모습이 녹아 있는 동상을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렸다. 지난 1월 중대재해처벌법 통과를 위해 29일 동안 단식을 했던 그는 한쪽 팔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단지 넘어졌을 뿐인데 팔이 부러졌어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