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김건희 ‘대표’가 아니라 김건희 ‘여사’인가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김어준씨가 자신이 진행하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현 대통령의 배우자를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씨’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시민단체인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문재인·노무현 전 대통령의 배우자에게는 ‘여사’라는 존칭을 쓰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에게는 ‘씨’를 사용한 것이 인격권 침해라는 것이다.대통령의 배우자에게 왜 ‘여사’가 아니라 ‘씨’를 쓰느냐는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겨레〉의 ‘씨’ 표기를 두고 이미 세 번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1999년에는 ‘ 인간들이 이 고충을 알 리가 없지, 고양이들의 합사 적응기 [반려인의 오후] 김영글(미술작가) 둘 이상의 고양이가 한집에 산다는 건 생각보다 꽤 어려운 일이다. 사람이 그렇듯 고양이도 성격이 천차만별이다. 도도한 고양이도 애교 많은 ‘개냥이’도 하고많은 개체들 중 일부의 특성일 따름이다. 게다가 고양이는 타 존재와의 애착 관계보다 안정적인 터전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영역 동물 아닌가.우리 집 세 고양이 중 둘째 모래와 셋째 녹두는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다. 엄밀히 말하자면 모래가 녹두를 시기하고 얄미워한다. 모래 입장에서는 그럴 만도 하다. 거리 생활 탈출 후 처음 와본 아늑한 집에서 먼저 살고 있던 조용한 오빠 고양이 대본에 쓰고야 만 “내가 스파르타쿠스다” 김형민(SBS Biz PD) 카를 마르크스는 언젠가 미국 언론의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마르크스는 19세기 사람이지만 21세기에도 그 천재성과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인류 역사를 통틀어도 몇 손가락 안에는 능히 들어갈 학자이자 사상가이지. 이때 그의 대답은 매우 명료했다. “스파르타쿠스.” 인류 역사 최고의 ‘머리’로부터 최대의 경의를 받은 스파르타쿠스는 알다시피 로마 공화정 시대에 일어난 노예 반란의 지도자야.트라키아 출신 검투사 스파르타쿠스는 검투사들에 대한 잔혹한 처우에 반발해 기원전 73년 여름, 동료 7 “우리 모두 ‘뉴스 안식일’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미디어 리터러시] 오세욱(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 지난 주말, 원고 마감을 해야 한다는 점도 까먹고 미친 듯이 게임을 했다. 한때 나를 지배했던 〈디아블로〉가 모바일 버전으로 나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고, 예상대로 주말은 그대로 사라졌다. 체력이 안 되기 때문에 중간중간 게임을 쉬면서 그동안 못 챙긴 드라마들도 몰아서 봤다.정신을 차려보니 월요일 새벽이었다. 그때 문득 지난 주말 내내 뉴스 한 꼭지도 보지 않았다는 점이 생각났다.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언론 전공으로 학위까지 받은 연구자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한 글자의 뉴스도 보지 않고 며칠을 보냈다 작가가 되고 싶은 당신에게 하고싶은 이야기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엘렌 식수의 〈글쓰기 사다리의 세 칸〉(풍월당, 2022)은 글쓰기 책처럼 보이지만 글쓰기에 필요한 실용적인 조언은 없다. 어쩌다 글쓰기에는 “오랜 수습 기간이 수반”된다는 하나 마나 한 말도 있지만 그런 친절조차 희귀하다. 독자는 이런 불가해한 문장과 마주쳐야 하죠. “글쓰기를 시작하려면 죽음이 있어야 합니다.” 알제리에서 태어난 유대계 프랑스인 엘렌 식수는 그와 똑같이 알제리에서 태어난 또 한 사람의 유대계 프랑스인 자크 데리다와 함께 탈구조주의 비평을 구상했고, 평생 동안 그와 교유하며 공동으로 글을 쓰기도 했다. 페미니스트 한국 축구 두 차례의 모멘텀, 2002년 유상철과 2022년 손흥민 [경기장의 안과 밖] 배진경 (전 ⟨포포투⟩ 편집장) 6월6일 대전월드컵경기장. 오후 8시6분이 되자 관중석에서 대형 카드섹션이 펼쳐졌다. 한쪽 골대 뒤를 가득 채운 붉은색 물결 위로 ‘기억해 YOU’라는 하얀색 글자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유상철”을 연호하는 함성이 관중석을 돌고 돌았다. 하루 뒤인 6월7일은 유상철이 췌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지 1년 되는 날이었다. 6번은 유상철의 현역 시절 등번호, YOU는 유상철을 지칭했다.6월 친선경기 4연전을 기획한 대한축구협회는 6월2일 브라질전을 시작으로 네 차례 A매치에서 2002 한·일 월드컵 20주년을 기념하는 카드섹션을 진행 미국의 총기 규제 법안이 '그림의 떡'인 까닭 워싱턴∙정재민 편집위원 “미흡하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첫걸음이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법안에 총기 규제 내용을 담으려는 어떤 노력도 계속 반대하겠다(전미총기협회).”미국 연방 상원의 민주·공화 양당 의원 20명이 6월12일 총기 규제 법안에 극적으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직후 나온 상반된 반응이다. 이들 의원은 5월24일 텍사스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이 살해된 뒤 총기 규제를 외치는 여론이 빗발치자 총기 규제안을 내놓았다. 21세 이하 총기 구매자의 신원조회를 강화하고, 법원이 잠재적 위험인물에 어차피 아무도 안 믿을 군산 ‘홍집’ 이야기 [밥 먹다가 울컥] 박찬일(셰프) 두괄식으로 써야 한다. 이런 설화는. 어차피 아무도 안 믿을 것이니까. 아, 요즘 유행하는 기묘한 이야기다. 군산 앞바다 째보선창(죽성포)에 항공모함이 들어온다는 건 믿어도 이 말을 누가 믿겠는가.“그러니까, 지금까지 그 각시를 기다리고 있는 건가요?”“그런 것이제.”“그럼 각시가 돌아온다면 이 가게를 돌려준다는 말씀인가요?”“그런 것이제.”“장사는 아주머니가 지금까지 하셨잖아요. 권리관계를 따져볼 때 가게를 넘겨줘야 할 의무가 있을까 모르겠습니다만.”“오면 줘야제.”그러고 끝이다. 마치 가게를 잠시 맡게 된 40년 전 어느 날 같 가까이 다가온 '보통 일베들', 어떻게 혐오를 만드나 김동인 기자 ‘여성가족부 폐지’ 한 줄 공약, 성별 갈라치기, 문자 ‘총공’, 팬덤 정치. 2022년 두 차례 선거 국면에서 한국 정치는 온라인에서 파생된 정치 문법에 휘둘렸다. 주류 정치인들이 인터넷 여론에 감응하면서 소수자와 여성에 대한 혐오와 배제가 제도권 정치의 틈새에 스며들기도 했다.독립 연구자 김학준씨는 이 변화의 근간에 2010년대 ‘일베(일간베스트) 현상’이 있다고 본다. 김씨는 2014년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저장소에서 나타나는 혐오와 열광의 감정동학’이라는 석사논문을 발표하며 주목받았다. 김씨는 논문에서 일베에 모인 이들이 단 내리막길 걷던 마이크로소프트를 일으킨 하나의 철학 정리·이오성 기자 마이크로소프트에는 ‘잃어버린 10년’이 있다. 전 세계 컴퓨터의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를 독점하며 승승장구하던 이 회사는 2000년 들어 내리막길을 걸었다. 애플, 구글 등 후발 주자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모바일 시대에 ‘지는 해’ 취급을 받았다. 그랬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 2014년 사티아 나델라가 CEO로 취임하면서부터다. 하버드 대학 출신이 주름잡았던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학벌도 스펙도 변변치 않았던 이 인도 출신 공학자는 빌 게이츠도 하지 못한 변화를 이끌어냄으로써 위기에 빠졌던 회사를 되살렸다고 평가받는다 고장난 범죄 감시 시스템, 막지 못한 두 아이 엄마의 죽음 [세상에 이런 법이] 박성철 (변호사) 범인은 전자발찌를 차고 있었다. 강도상해, 특수강도강간과 같은 흉악범죄를 다섯 번이나 저질렀다. 징역형을 네 번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성인이 되고 주로 교도소에 있었다. 마지막 7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면서 전자발찌가 발목에 부착됐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다. 감옥으로 돌아가려 했다. 발찌를 찬 채로 강간 범행을 저질렀다. 집으로 돌아와 체포되기를 기다렸으나 경찰은 오지 않았다. 1차 범죄 13일 후 다시 집 근처에서 2차 범죄를 저질렀다. 강간을 시도하다 격렬히 저항하는 피해자를 끔찍하게 살해했다. 피해자는 네 살, 다섯 살 두 "어떻게 죄는 있는데 범인이 없어요" 엄마는 수방사로 향했다 김영화 기자 강경화씨는 서울 관악구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앞에서 1년째 시위 중이다. 아들의 죽음을 수사했던 수방사 소속 헌병 수사관이 사건을 은폐·축소했다고 주장한다. 수방사 입구에는 강씨가 마련한 근조 화환 10단이 놓여 있다. 매일 담장으로 치워진 근조 화환을 옮기는 것으로 그의 ‘싸움’이 시작된다. 6월13일 오후 5시, “수도방위사령관 김규하는 ○○○(해당 수사관 이름)을 파면하라”는 목소리가 확성기로 쩌렁쩌렁 울려 퍼지자, 보초를 서던 헌병이 무전으로 서둘러 보고했다. 지난 1년간 이곳에서 경찰, 군인과 여러 차례 충돌을 빚었다. 이제 둘째딸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차녀 힙합이진송 지음, 문학동네 펴냄“차녀들이여, 이제 우리가 MIC를 쥘 차례다. 소외된 차녀들 왼발을 한 보 앞으로.”가족을 심적으로 책임진다는 ‘K-장녀’ 서사가 나왔을 때 주변의 K-장녀들이 은근 부러웠다. 사람을 두루 챙기는 리더십을 볼 때 ‘역시 장녀의 자질인가!’ 싶었다. 그에 비해 차녀 서사는 서러움 덩어리다. 백일 사진이 없는, 언니가 입었던 옷을 물려받는, 엄마가 다른 아이 엄마로 불리는 그 미묘한 서러움. 자전적 이야기를 시작한 저자는 울분과 인정욕구를 동력 삼아 집 밖의 세계를 일궈나가는 둘째 딸들의 이야기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