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집이란 무엇인가 [독서일기] 장정일 (소설가) 인간은 세계에 내던져진 존재라고 실존주의자는 말한다. 하지만 인간은 웬만해서는 세계에 함부로 내던져지지 않는다. 가스통 바슐라르는 〈공간의 시학〉(민음사, 1990)에서 그들의 성급한 형이상학을 이렇게 공박한다. “인간은 ‘세계에 내던져’지기에 앞서, 집이라는 요람에 놓여지는 것이다. 삶은 잘 시작된다. 삶은 집의 품속에 포근하게 숨겨지고 보호되어 시작되는 것이다.” 인간이 언젠가는 요람 밖으로 내쳐진다는 사실을 바슐라르 또한 모르지 않는다. 다만 실존주의는 인간이 안락한 상태에 놓였던 시원의 단계를 그냥 지나쳤다. 그래서 바슐라르 과몰입과 무관심 사이, 선거보도 영역 넓히려면 [미디어 리터러시] 김보현 (<뉴스민> 기자)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꼭 물어본다. “선거 시즌인데, 뭐 재미난 거 없어?” 보수정당이 대구에 내리꽂기 공천을 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진보정당의 위기를 어떻게 보는지 물어봤다간 ‘갑분싸’ 될 가능성이 있으니 내 딴에는 돌려 돌려 물어본 셈이다. ‘우리 동네 후보는 하이디라오 춤 춘 릴스(인스타그램 숏폼) 대박 났던데 봤어?’ ‘우리는 현역 국회의원이 이번에 또 나오더라’ ‘부모님이랑 선거 얘기 하다가 싸웠어’ 같은 이야기가 나왔으나 대화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는 않았다.선거 보도 탓도 있다. 유권자 중심, 정책 중심이어야 하는 포지션인덱스로 본 2024 프로야구 10개 구단 [경기장의 안과 밖] 최민규 (한국야구학회 이사) 프로야구 KBO리그가 3월23일 개막했다. 2022년부터 개막 시점에 포지션 인덱스(PI)라는 지표로 10개 구단 타선이 어느 정도 균형이 잡혀 있는지를 살펴봤다. 올해가 세 번째다. 지난해까지는 OPS(출루율+장타율)를 기본 지표로 했지만 2024년 버전은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가 산정한 WAR(대체선수 대비 승수)로 대체했다. WAR은 공격뿐 아니라 수비까지 포함한다. 그래서 ‘타선’이 아닌 ‘야수진’으로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 공격 면에서도 주루 능력과 구장 효과를 포함했다는 점에서 OPS보다 나은 지표다. 9개 포지션 제목은 좀 그렇지만, 그런 작품 아니에요 [K콘텐츠의 순간들] 조경숙 (만화 평론가) “제목은 좀 그렇지만, 그런 작품 아니에요.”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홍보하는 사람들은 으레 이런 말을 한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웹툰들의 제목이 웹소설 문법에 맞게 문장형 등으로 지어진 제목이 많다 보니, 독자들도 왠지 낯선지 이런 말을 꼭 덧붙이곤 하는 것이다. 예컨대 〈언니, 이번 생엔 내가 왕비야〉라거나 〈무림세가 천대받는 손녀딸이 되었다〉 등. 글자로만 읽는 건 아무 무리가 없지만, 입으로 작품 제목을 말하는 순간엔 나도 때때로 쑥스러워지곤 한다.이런 방식으로 제목이 지어지는 데에는 웹소설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장르의 시사IN 제867호 - 진보 정당 20년 차형석 편집국장 편집국장의 편지REVIEW IN 독자와의 대화 퀴즈 말말말 기자들의 시선/김영화 기자 기자들의 시선/김은지 기자 포토IN/열 번째 봄, 다시 기억을 다짐하다COVER STORY IN‘성공했기에 실패한’ 진보 정당 20년사민주노동당 후신인 녹색정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0석을 얻었다. 민주당과 연대하지 않은 진보 정당은 국회 진출에 실패했다. 2004년 처음 원내에 진출한 진보 정당의 20년사를 짚었다.ISSUE IN 여론조사 읽으려면 이념 성향 비율부터 ‘관권 선거’ 불사한 고집, 공수표 된 민생토론회 초3부터 직장인까지 의사가 되려 독자와의 대화 시사IN 편집국 3월30일 〈시사IN〉 유튜브 첫 공개방송을 앞두고 편집국에 개나리, 벚꽃, 갯무꽃, 유채꽃 등 갖가지 야생화로 꾸며진 꽃바구니가 하나 도착했다. “그 자체로는 존재하지 못하는 사실을 끈기 있게 발굴하여 성실하게 조명하는 〈시사IN〉과 〈시사IN〉 유튜브 제작팀 첫 공개방송을 이 봄날 축하하고 응원합니다.” 독자 양 아무개씨(유튜브 닉네임 ‘sj양’)가 꽃바구니와 함께 보낸 메시지였다. 쿰쿰하던 편집국 공기가 한동안 꽃향기로 상큼해졌다.양씨는 〈시사IN〉 종이책 구독자이기도, 〈시사IN〉 유튜브 채널 구독자이기도, 〈시사IN〉 기자 ‘성공했기에 실패한’ 진보 정당 20년사 전혜원 기자 녹색정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0석을 얻었다.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2.14%를 받아 최소 득표율 3%를 넘지 못했다. 당을 대표하는 정치인 심상정은 경기 고양갑에서 3위로 낙선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선거를 앞두고 연합한 두 당(녹색당과 정의당)은 다시 분리될 예정이다. 지난 제21대 국회에서 의원 6명이 있던 제3당 정의당은, 이제 소속 의원이 없는 원외정당이 된다.정의당의 뿌리는 민주노동당이라는 정당이다. 2000년 창당해 2004년에는 10석을 얻기도 했다. 당시 같은 민주노동당에 속했다가 이후 정의당과 갈라선 세력인 진보 여론조사 읽으려면 이념 성향 비율부터 나경희 기자 4월10일 치러진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 건수만 1990건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통신사별 여론조사 전화 차단법’이 온라인에 공유될 정도로 ‘여론’이 넘쳐난 선거였다. 72억8000만원을 들인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는 국민의힘의 개헌 저지선(101석)마저 무너질 수 있다고 내다봤지만, 실제 결과는 예측치를 벗어나 효용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여론조사부터 출구조사까지, 논점과 궁금한 점을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여론조사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이루어지는 여론조사 결과는 정확하 ‘관권 선거’ 불사한 고집 공수표 된 민생토론회 김동인 기자 “제가 3개월 동안 이동한 거리가 서울-부산 왕복 10배가 넘는 5570㎞다.” 4월4일 윤석열 대통령은 1월4일부터 24차례 개최한 ‘민생토론회’를 자평하며 이렇게 말했다. 3개월 동안 전국을 열심히 돌아다니며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만나 민심을 경청했다는 뜻이었다.4월10일 제22대 총선 직전까지, 대통령실은 민생토론회라는 형식에 집착했다. 각 회차마다 굵직한 정책 발표가 잇따랐다. 총 24차례 가운데 20번은 서울이 아닌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민생토론회가 끝난 이후에는, 4월2일부터 총선 전날인 4월9일까지 각종 후속조치 점검 초3부터 직장인까지 의사가 되려 한다 이상원 기자 수요일 낮 3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는 기이한 침묵이 흘렀다. 거리에 사람은 많았다. 노란색 밴에 탄 초등학생부터 시내버스를 채운 고등학생까지 학생들이 계속해서 대로로 쏟아져 나왔다. 일부는 길가의 큰 학원 건물로 들어가고 나머지는 골목에 입간판을 세운 상가로 향했다. 대부분 말없이 발걸음을 재촉할 뿐 10대 학생 특유의 떠들썩한 소리를 내는 이는 드물었다. 탕후루를 먹으며 걷는 학생조차 얼굴은 굳어 있었다. ‘DFLHS’라고 적힌 체육복이 특히 많이 보였다. 올해 서울대 합격자를 전국 두 번째로 많이 배출한 한 외국어고등학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