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의 시선 고재열 기자 이 주의 공간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는 ‘흙수저’ 출신이다. 다른 디자이너들처럼 가문의 후광을 얻지 못했다. 패션을 전공한 것도 아니다. 노팅엄에 열었던 첫 매장은 가로×세로 3m 정도의 정사각형 공간으로 매우 비좁았다. 자신을 둘러싼 사물들을 상상력의 원천으로 삼아 그는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를 구축했다. 재단사와 봉제사의 고장 노팅엄 출신의 폴 스미스가 역시 재단사와 봉제사들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 한복판에서 전시를 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6월6일부터 8월25일까지 자신이 작업하는 방식과 상상력의 원... 아름다움 너머 예술이 된 공예 고재열 기자 ‘좀비와 정말 멋진 모자들에 대한 드라마.’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드라마 〈킹덤〉에 대한 외국인들의 한 줄 요약이다. 외국인들이 단 댓글은 우리 전통 쓰개에 대한 감탄과 다양한 질문으로 채워졌다. 특히 양반들이 쓰는 챙 넓은 갓이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전통 쓰개에 대한 외국인들의 이런 반응은 낯설지 않다. 이미 한 세기 전에 조선을 방문한 서양인들도 가장 인상적인 조선의 풍물로 갓을 꼽았다. 전통 쓰개는 실용적인 목적도 있었지만 예를 표하기도 하고 신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통 쓰개 중 챙이 있는 것을 ‘입’ 또는 ‘갓... 유시민이 말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긴 과제 고재열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를 맞아 다양한 추모 행사를 진행하는 노무현재단은 올해 주제를 ‘새로운 노무현’으로 설정했다. 애도와 추모를 뛰어넘어 깨어 있는 시민들이 ‘사람 사는 세상’의 꿈을 가지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자는 의미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만나 노 전 대통령이 우리에게 갖는 의미와 그가 남긴 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람 사는 세상’ ‘정의’ ‘민주주의’ ‘서민 경제’ ‘한반도 평화’ ‘국민 대통합’ ‘정치 개혁’ ‘지역주의 타파’ ‘언론 개혁’ ‘청년 노무현’ 등 10개 키워드로 정리했다.1988년 부활하는 서커스 예술로 진화한다 고재열 기자 장면 하나, “잘하면 살 판 못하면 죽을 판, 죽기 살기로 보시라, 눈 깜빡하면 못 보는 재주가 있으니.” 솟대쟁이놀이 보존회 단원들이 무대 한가운데에 솟대를 높이 세우고 양쪽으로 두 가닥씩 줄을 늘여놓고 그 위에서 ‘쌍줄백이’ 놀이를 하고 있다. 막간에 광대가 나와 관객을 한 명 불러내서 달걀이 병아리로 바뀌는 마술을 함께 하며 시간을 번다. 그러고 다시 〈솟대쟁이놀이〉가 이어진다. 장면 둘, 2대째 서커스를 하는 서커스 곡예사 안재근씨가 하이라이트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가방에서 달걀과 사과 그리고 볼링공을 꺼낸다. 크기와 ... 역사를 품은 ‘검은 산’의 기억 고재열 기자 흑산도 동백나무 숲길을 걷다가 문득 소름이 돋았다. 어디서 많이 본 동백나무 숲 같아서 기억을 더듬어보니 강진 백련사에서 다산초당 가는 길에 본 숲과 많이 닮았다. 그랬다. 손암 정약전과 다산 정약용 형제는 같은 이유로 유배당했고 비슷한 풍경의 동백나무 숲길을 걸었을 것이다. 동백나무 숲길이 시작된 마을의 이름은 소사리였다. ‘바다가 보이지 않는 마을’이라는 설명이 달린 마을이다. 섬에서는 드문 풍경이다. 예전에 소사리마을 사람들은 항구 마을에 땔감을 가져가서 팔고 쌀과 생필품을 구입해 마을로 돌아왔다고 한다. 소사리마을을 가... 무주에 갈 때 꼭 챙기시라 고재열 기자 제주관광공사 사장이 제주도를 자랑할 때 언급하는 열 가지와 주말에 제주도에 가는 20대 초반 여성이 제주를 찾는 이유 열 가지를 비교한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몇 개나 겹칠까? 아마 하나도 겹치지 않을 것이다. 젊은 여성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가는 조그만 카페와 파도 소리를 듣기 좋은 해변 그리고 노을이 아름다운 언덕을 잘 알지 못할 것이다. 여행지는 여행자에 의해 재해석되고 재탄생한다. 우리의 관광정책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스토리텔링을 만든다며 관심도 없는 옛날 옛적 이야기를 꺼내들고 이상한 캐릭터... 서울시 예술 행정에 예술성 깃들기를 [프리스타일] 고재열 기자 두 달 전 ‘예술가들아 박원순 시장의 멱살을 잡아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예술성과 공공성에 대한 글이었다. 공공 예술기관은 예술성과 공공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런데 서울시의 예술 행정은 다분히 공공성에 치우쳐 있었다. ‘기승전-시민과 함께’로 끝나곤 했던 서울시의 문화예술 행사는 공공성을 최우선에 두었다. 이를 지적하고 예술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날 서울시 예술 행정 관계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박원순 시장이 이 글을 읽고 예술성 강화 대책을 수립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섬으로 떠나는 ‘자발적 유배’ 고재열 기자 전라남도는 섬이 가장 많은 지방자치단체다. 하지만 전남의 섬은 가장 낙후되었다. 수도권에서 가기에는 너무나 멀고 경남 통영의 섬처럼 관광지로 잘 개발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이 ‘자발적 유배’로 가볼 만한 섬이 많다. 아무것도 안 하는 순간을 즐기고 싶을 때,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을 때가 바로 남도의 섬을 갈 때다. 이 ‘남도 섬 밥상’은 크게 네 가지로 구성된다. 전채요리로는 섬연구소 소장인 강제윤 시인의 시와 사진이다. 천천히 음미하며 섬에 대한 로망을 품게 될 것이다. 첫 ... 부부는 길 안내를 멈추지 않는다 고재열 기자 대전시 둔산동에 자리 잡은 도심 속 문화공간 ‘여행문화학교 산책북카페’는 트레킹족의 베이스캠프다. 오지 탐험가 김성선(49·왼쪽) 대장과 여성 산악인 이상은(47·오른쪽) 대장 부부는 기가 막힌 트레킹 코스를 알아내서 대전 트레킹족들에게 소개해준다. 그렇게 매월 ‘달팽이 산행’을 기획해서 진행했는데 산책북카페가 베이스캠프였다. 2011년 문을 열고 8년 동안 산책북카페에서는 크고 작은 문화 행사가 100회 이상 열렸다. 청년 단체와 문화 단체의 독서모임과 낭독모임도 이곳에서 200회 가까이 개최되었다. 박범신 작가와 강제윤 시... 섬 전문가가 추천하는 섬 고재열 기자 김민수씨는 이름난 섬 여행가다. ‘아볼타’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그는 ‘섬 캠핑 1인자’로 꼽힌다. 그의 블로그는 섬에서 캠핑을 하려는 도시인들에게 성지로 꼽힌다. 120개 이상의 섬에서 200회 넘게 여행을 하고 자신의 경험을 묶어서 〈섬이라니, 좋잖아요〉를 출판하기도 했다. 수줍음 많은 도시인이 섬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릴 수 있는지에 대한 좋은 지표다. 보통 섬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섬이 가장 예쁠 때, 혹은 섬 주변 바다에 나는 것이 많을 때 간다. 그러나 김씨는 섬사람들마저 뭍으로 나와서 사는 겨울에도 섬에 간다. 2017... 여행 전문가가 추천하는 섬 고재열 기자 여행 전문 기자와 여행작가의 눈은 까다롭다. 세계 각지를 다니며 좋다는 곳은 다 보고 왔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이 반한 곳이라면 믿을 만하지 않을까? 한 번쯤 가볼 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섬 여행팀 ‘시벨리우스’에 속해 있으면서 많은 섬을 탐방한 여행 전문 기자와 여행작가들이 바쁜 도시인들에게 ‘처방전’이 될 만한 섬을 소개한다. 천소현 여행 매거진 〈트래비〉 팀장은 신안군 신도와 고흥군 연홍도를, 박찬은 〈매경 시티라이프〉 기자는 여수시 낭도와 사도 그리고 하화도를, 홍경찬 여행작가는 신안군 비금도와 도초도 그리고 완도군... 기자들의 시선 고재열 기자 이 주의 인물신스웨이브의 신정화 대표는 뮤지컬 한류의 개척자 중 한 명이다. 신 대표의 방식은 좋은 창작 뮤지컬을 일본 시장에서 키워 완성도를 높인 다음 국내 무대에 다시 올리는 것이다. 시장이 큰 일본에서 제작비를 많이 들여 완성도 있게 만든 다음 국내 무대에 올리면 관객들이 받아들인다. 〈어쩌면 해피엔딩〉 〈인터뷰〉를 이런 방식으로 키웠다. 2016년 ‘공연예술 창작 산실’에서 우수 신작으로 선정되고 2017년 ‘관객이 뽑은 가장 기대되는 창작 뮤지컬’ 1위를 기록한 〈광염소나타〉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 유료 관객 90%를 달성 무주에 갈 때 꼭 챙기시라 [새로 나온 책] 고재열 기자 제주관광공사 사장이 제주도를 자랑할 때 언급하는 열 가지와 주말에 제주도에 가는 20대 초반 여성이 제주를 찾는 이유 열 가지를 비교한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몇 개나 겹칠까? 아마 하나도 겹치지 않을 것이다. 젊은 여성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가는 조그만 카페와 파도 소리를 듣기 좋은 해변 그리고 노을이 아름다운 언덕을 잘 알지 못할 것이다. 여행지는 여행자에 의해 재해석되고 재탄생한다. 우리의 관광정책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스토리텔링을 만든다며 관심도 없는 옛날 옛적 이야기를 꺼내들고 이상한 캐릭터... 독자와의 수다 고재열 기자 독자 번호:113070072 이름:최창규(42) 주소: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6년째 구독 중인 최창규씨는 무척 성실한 독자다. 〈시사IN〉이 배달되면 1쪽부터 끝까지 정독한다. 관심 분야의 기사는 스크랩해서 바인더 파일에 정리해둔다. 〈시사IN〉을 구독한 계기는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이었다. 세상이 부조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참여하지는 못해도 문제를 제대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시사IN〉을 구독했다. 〈시사IN〉을 선택한 이유는 사회 이슈에 대한 접근 방식이 자신과 맞았기 때문이다. 꼼꼼하게 〈시사IN〉을 읽은... ‘대박’보다 ‘중박’이 한국 영화의 길이다 고재열 기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 극영화 〈생일〉의 제작과 개봉은 작은 기적이다. 개봉 2주차부터 ‘차트 역주행’을 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5주기, 아직 상처가 아물었다고 보기 어려운 시점임에도 상영이 가능했던 것은 이종언 감독의 진정성을 유가족들이 믿어주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때 안산시의 치유 공간 ‘이웃’에서 이 감독이 봉사활동을 했던 인연이 있다. 유가족들은 이 감독이 영화를 통해 자신들을 대변해줄 것으로 확신했다. 이 감독의 뒤에는 주목받는 영화 제작자인 이동하 레드피터 대표가 ... 무용 생태계의 ‘변종’이 나타나다 고재열 기자 한국의 무용 공연은 사흘이 마지노선이다. 보통 사흘 정도 제작할 수 있는 공연 지원금을 받기 때문이다. 간혹 내한 발레 공연이 이 한계를 뛰어넘기도 하지만 전통무용이나 현대무용 모두 사정은 마찬가지다. 사흘을 넘지 못한다. 장기 무용 공연은 없다.3일 동안 하는 공연도 좌석을 채우기 힘들다. 그래서 서로 품앗이를 한다. 무용 공연 뒤에는 무용수들이 로비에서 길게 수인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왔다 갔다는 걸 서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스승의 공연에 제자가 오고 그 제자의 제자들이 교복을 입고 따라온다. 일종의 예술 피라미드인 ‘어른이’에게 신나는 놀이터, 섬 여행의 모든 것 고재열 기자 섬 여행은 여행의 시작이자 끝이다. 여행의 시작인 이유는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다. 섬 여행을 여권 없는 해외여행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또 그만큼 일상과의 단절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여행을 통해 얻으려고 하는 것은 일상과 단절된 나만의 시간이다. 섬 여행은 짧은 여행으로도 이런 단절을 경험할 수 있다. 여행의 끝인 이유는 전남 고흥군의 연홍도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고 구본무 LG 회장이 1년에 한 번씩 다녀간다는 집에 묵은 적이 있었다. 그가 민박집도 아닌 평범한 가정집인 이곳에 묵으면서 산책을 ... 박원순 옭아맨 도시재생의 덫 고재열 기자 축구 경기에서 결정적인 득점 찬스에 골을 넣지 못하면 오히려 역습을 당해 실점하는 경우가 있다. 지금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런 상황이다. 도시재생이라는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공격당하고 있다. 손혜원 의원이 야기한 목포발 도시재생 이슈의 유탄을 맞는 형국이다. 도시재생의 대척점에는 전면 재개발이 있다. 전면 재개발의 정점에 있던 사람이 이명박 시장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추진했던 뉴타운 사업은 대표적인 전면 재개발이다. 뉴타운 사업은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다. 박 시장은 이명박 시장이 야기한 뉴... ‘미움받는 것’도 훈련이다 고재열 기자 ‘잘난 사람들 속 좁다.’ 기자 초년생 시절 지인으로부터 들었던 충고다. 돌이켜보니 맞는 말이었다. 점잖고 조용하던 유명인이 갑자기 말문이 터질 때가 있다. 누군가를 비난할 때다. 그렇게 정교하고 그렇게 신랄할 수가 없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단점에 통달해 있다. 녹음기가 꺼졌을 때 보는 유명인은 대부분 남을 비난하는 모습이다. 장폴 사르트르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에 대해 “그것은 나를 갉아먹고 나의 불안을 덮치는 것, 내가 지배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나를 일방적으로 지배하는 것, 나의 자유를 빼앗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열정과 도전 고재열 기자 흔히 메이저리그 프로야구팀 감독, 히말라야 원정대 대장, 그리고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가장 리더십이 필요한 자리로 꼽는다. 그만큼 조직을 이끌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하고 판단해야 할 사안도 복잡하다는 의미다. 양승열 열정악단 단장(45)은 그 어려운 걸 해낸 사람이다. 지난해 열정악단을 창단해 첫 공연을 올린 그는 올해 1주년 공연을 성황리에 마쳐 오케스트라를 안착시켰다. 1999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것이 지휘의 시작이었다. 본격적인 프로 지휘자로 활동한 지 올해로 16년째다. 수원 태생인 그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