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생명을 불태운 성냥 공장 이야기 김형민(SBS Biz PD) 요즘은 거의 구경하기 힘든 물건이 됐지만 한때 성냥은 불을 피우기 위해 꼭 필요한 도구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성냥은 붉은 꼭지가 달린 ‘적린(赤燐)’이야. 이 적린이 개발되기 전 세상의 성냥 공장 노동자들은 ‘백린(白燐)’ 성냥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 백린 성냥은 그야말로 노동자들에게 악마 같은 존재였어. “백린 성냥은 제조 과정에서 독가스를 내뿜는 데다 피부에도 심각한 손상을 입히는 등 인체에 치명적인 위험을 지닌 것이었다(〈한겨레〉 ‘최우성의 동화경제사’).” 오늘 들려줄 이야기의 주인공은 백린에 맞선, 정확히 말하면 사 왜 앙겔라 메르켈은 다른가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앙겔라 메르켈우르줄라 바이덴펠트 지음, 박종대 옮김, 사람의집 펴냄“나는 옳기 때문에 하는 걸까요, 아니면 그게 지금 가능하기 때문에 하는 걸까요?”앙겔라 메르켈은 왜 강한가. 16년 동안 총리를 지내며 ‘유럽의 병자’였던 독일을 유럽연합의 리더 국가로 변모시켰다. 캐릭터가 센 독일의 선배 남성 정치인만이 아니라 트럼프·푸틴과 같은 전 세계 ‘스트롱맨’도 상대해야 했다. 이 모든 걸 메르켈은 조용히 처리해냈다. 그래서인지 메르켈 리더십은 그의 역할과 재임 기간 및 성과에 비해 덜 알려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독일 저널리스트인 저자 우리 생애 처음 만나는 중동·겨울 월드컵 [경기장의 안과 밖] 배진경 (전 ⟨포포투⟩ 편집장) 2022 카타르월드컵 개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본선에 참가하는 세계 각국 대표팀은 마무리 점검에 한창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출할 본선 최종 엔트리도 속속 공개될 예정이다. 한국 대표팀은 11월11일 아이슬란드를 상대로 출정식을 겸한 최종 평가전을 치른 뒤 11월12일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다. 지구촌이 서서히 월드컵 무드로 무르익어가는 시간, 이번 월드컵을 좀 더 특별하게 즐길 수 있도록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이번 월드컵은 여러모로 색다르다. 우선 월드컵으로 연상할 수 있는 시공간의 이미지가 달라진다. 중동에서 어느날 AI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프리스타일] 변진경 기자 지난 4월, 코로나19 재택치료 중 관할 보건소로부터 안부 전화 두 통을 받았다. 한 통은 사람, 한 통은 AI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먼저 걸려온 전화의 발신자는 관할 보건소 공무원이었다. “변진경님 몸은 좀 어떠세요?” 아마도 수백 번째 묻는 ‘할당’ 재택치료자의 안부였을 것이다. “열은 나세요?” “식사는 잘 하시나요?” 문장은 매우 따뜻한 텍스트인데, 묻는 목소리에는 꽤 많은 피로함과 약간의 짜증스러움이 배어 있었다.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그 형식적인 전화를 받고도 울컥 감정이 동요된 것이다. 왜, 아프면 괜히 서럽지 않 [비장의 무비] 그의 여름 덕에 나의 가을이 풍성해졌다 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에이즈였다. 엄마 아빠가 돌아가신 까닭은. 어른들이 쉬쉬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 없는 일이었다. 돌아가신 ‘이유’가 문제는 아니었으니까. 돌아가신 ‘이후’가 문제였지. 늘 곁에 있던 엄마 아빠가 이젠 없다는 것. 외삼촌과 외숙모가 아빠와 엄마의 자리를 대신한다는 것. 분명 혼자가 아닌데도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 여섯 살 카를라의 1993년 여름은 그래서, 여느 여름과 같을 수가 없었다.고마운 친척이지만 그래도 엄마 아빠는 아닌 어른들과, 귀여운 아이지만 그래도 친동생은 아닌 사촌동생과, 놀기 좋은 시골이지만 그래도 나고 자란 [기자의 추천 책] 목숨과 이름을 모두 빼앗긴 다섯 명의 여자 나경희 기자 책 제목 아래에 작은 글씨로 적혀 있다. ‘잭 더 리퍼에게 희생된 다섯 여자 이야기.’ 영국의 연쇄살인마 잭 더 리퍼의 이름은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그에게 살해당한 피해자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1845년생 매리 앤 폴리 니컬스, 1841년생 애니 채프먼, 1843년생 엘리자베스 스트라이드, 1842년생 캐서린 에도스, 1863년생(추정) 메리 제인 켈리.저자 핼리 루벤홀드는 가해자에게 전혀 관심 없다. 18~19세기 영국 여성사를 연구하는 그가 집요하게 뒤쫓는 건 피해자들의 생애다. 하지만 130여 년 전에 이미 살 두 이란인이 말하는 히잡과 ‘부르카 금지법’ [평범한 이웃, 유럽] 취리히·김진경 (자유기고가) 9월16일, 이란 테헤란에서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본명 지나 아미니)가 히잡(머리카락을 가리는 이슬람 베일)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 체포된 뒤 사망했다. 아미니가 경찰에게 구타당하는 것을 보았다는 목격자들의 진술, 사망 원인으로 타격에 의한 두개골 파열 가능성을 제시한 의사들, 그리고 위험을 무릅쓰고 이를 알린 여성 기자 닐루파 하메디의 보도 덕분에 이 일은 묻히지 않고 세상에 알려졌다. 분노한 이란 여성들이 거리로 나왔다. 남성들도 합세했다. 소셜미디어는 시위 열기를 이란 밖으로 증폭시켰다. 유럽 주요 도시 Wastlegoland [굽시니스트 시사만화] 굽시니스트 독자 리뷰 시사IN 편집국 임선희 (2022년부터 종이책 구독, 서울)〈시사IN〉 제790호(사진)를 읽다가 장정일 작가가 난생처음 스마트폰을 장만했다는 데서 눈길이 멈췄다. 그동안 스마트폰이 없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 이유가 흥미로웠다. 특정일을 기준으로 다음(Daum) 아이디 로그인이 불가능해지면서다. 카카오 계정으로 통합하려면 자신의 이름으로 된 스마트폰이 필요했다. 다른 이유로 다음 아이디와 카카오 계정의 통합에 어려움을 겪는 나로서는 그가 지금까지의 고집을 꺾느라 발생한 ‘화’를 독서와 글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다시 한번 놀랐다. 그가 말한 것처럼 카메라로 담은 한국계 정치인 ‘초선’ 분투기 임지영 기자 영화의 시작, 누군가 호통 치듯 말한다. 옛날 신문을 손에 들고 쩌렁쩌렁 말을 이어가다가 울컥하는 남자. “3만명의 재미 한인이 평화행진을 했어.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행진이었지. 빌어먹을 영어 한마디 못하는 너희 부모님들이 말이지. 너희들이 그들을 대변한 거야. 나는 그 순간 다시 태어났다. 그때 재미 한인이 되었다.” 그가 손에 쥔 신문에는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당시의 기사가 실려 있었다. 4월29일 벌어져 재미 한인 사이에서는 ‘사이구(4·29)’로 불린다. 17년 전, 당시 대학생이던 전후석 감독은 캠코더로 [영상] 이태원 참사가 드러낸 공직자의 미숙함, 언제까지 견뎌야 하나요? [정치왜그래?] 최한솔 PD·김진주 PD 국가애도기간 종료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의 시간’도 본격화됐습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8월 당시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대책을 비판하면서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존재 의의가 있는 것인데 이 정부는 정부가 존재할 이유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바로 그 ‘정부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것이 출범 6개월을 앞둔 윤석열 정부의 최대 과제입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애도기간 동안 여섯 번 조문했습니다. 대통령의 조문이 진심 어린 사과를 드러내는 행동이라는 시각도 있는 한편, 국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