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국회는 유족에게 규정을 들이밀었다 주하은 기자 2022년 12월25일 성탄절, 김원준씨의 큰누나 김선아씨(가명)는 오랜만에 녹사평역 인근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12월14일 합동분향소를 설치할 때 김원준씨의 영정 사진을 놓으러 온 이후 첫 방문이었다.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바쁜 일상에도 김씨의 머릿속에서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동생이 어떻게 죽었는지, 너무 고통스럽게 가진 않았는지, 언제까지 이 참사를 마음에 품고 살아야 할지…. 풀리지 않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래도 분향소에 오니 그나마 마음이 편하다고 그는 말했다 금리 계속 올리겠다는 연준, 인플레이션 꺾을까 이종태 선임기자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 12월14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다시 0.5%포인트 더 올렸다. 4.25~4.50%다. 인상 폭은 줄였다. 0.75%포인트씩 4차례 연속 인상한 것과 달리 이번엔 0.5%포인트 올리며 2022년을 마무리했다. 인플레이션이 진정 국면에 들어가기 시작했으니 금리인상 속도 역시 늦췄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같은 시기 대비)이 2022년 10월과 11월에 두 달 연속 하락했다.그러나 시장은 반가워하지 않았다. 더 큰 것을 갈망해왔 정치 혐오에 갇힌 당신에게 [기자의 추천 책] 전혜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이뤄내지 못한다면, 노동문제가 정쟁과 정치적 문제로 흘러버리게 되면, 정치도 망하고 경제도 망하게 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노동시장 개혁이라는 가장 ‘정치적’인 문제마저 ‘정치’와 분리해서 생각하는 사람이 우리의 대통령이다. 윤석열 정부의 덜컹거림은 다른 무엇보다도 정치 그 자체의 결여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정치가 도대체 뭐지?이 질문에 답하기 가장 좋은 입문서가 〈정치의 발견〉이다. 정치학 박사인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이 정치인과 정치인 지망생들에게 한 강의를 엮었다. 2011년 출간돼 201 신년 특별사면 명단 속 검사들 [기자들의 시선] 이종태 선임기자 이 주의 사면2022년 12월27일 발표된 ‘신년 특별사면·복권’ 대상 명단에, 각종 범죄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전직 검사가 다수 포함되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조작’ 수사를 방해한 장호중·이제영 전 검사, 불법 사찰 혐의로 징역 1년을 확정받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국정원 블랙리스트 사건에 관여한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출신), 국정원 특수활동비 불법 수수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서울남부지검장 출신) 등이 그 이름이다. 이 주의 좌표민주당이 이재명 시대에 맞선 30년의 노래, ‘만인보’가 되다 이오성 기자 12월에, ‘12월 이야기’를 들었다. 소설가 한강이랑 듀엣으로 부른 이 노래. 겨울이면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은 노래. 노랫말처럼 ‘모든 것이 흩어져도 가슴속에 남은 노래’. 그런데 이 노래 부른 사람이 누구더라.가수 이지상(58). 이름은 몰라도 그가 만들고 부른 노래는 안다. 양희은의 노래로도 잘 알려진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작업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 추모곡 ‘그 쇳물 쓰지 마라’, 1990년대 학생운동 진영의 인기곡 ‘내가 그대를 처음 만난 날’···.이지상은 2022년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1991년 전대협 통일노 ‘차린 건 쥐뿔도 없다‘는 이영지의 판, 언제까지 커질까 김영화 기자 스무 살이 된 래퍼 이영지가 꿈꿔온 삶은 이런 모습이었다. 헌팅 포차에서 우발적인 만남을 가져보고, 포차에서 어묵 꼬치 세다가 옆 테이블과 시비도 붙어보는 것, 또 길거리에서 누워 자다가 지갑 한 번쯤 뺏겨보는 경험. 하이퍼 리얼리즘처럼 디테일하게 펼쳐지는 그의 입담에 좌중이 폭소한다. 하지만 “역병이 터져버리는 바람에” 아무 로망도 실현할 수 없었단다. 10대에 데뷔한 연예인에겐 통과의례처럼 주어지는 질문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 “막상 성인이 되어보니 열리는 건 음원 사이트 19금 노래 듣는 것 정도?” 무대가 어디든 이영지의 왜 자꾸 일하다 죽는가, 영국 ‘로벤스 보고서’의 질문 전혜원 기자 ‘국가는 어디에 있었느냐’라는 이태원 참사 유족의 물음은 2023년 한국 사회에도 무겁게 울린다. 세월호 참사 8년 만에 일어난 국가적 비극 앞에서, 우리는 왜 넘어진 곳에서 또 넘어지는지 자문할 수밖에 없다.이런 ‘사회적 실패’가 만연한 곳이 있다. 바로 일터다. 한국에서 매년 800명 넘는 사람들이 일하다 죽는다. 그중 절반 이상이 ‘추락’이나 ‘끼임’ 같은 재래형 사고다. 한국 산업안전 수준은 OECD 38개국 중 34위. 어떻게 보아도 한국은 선진국이 아니다.한국도 다른 나라처럼 산업안전에 관한 법이 존재한다. 교육도 하고 다누리, 드디어 달에 도착했다 [기자들의 시선] 김연희 기자 이 주의 도착밤하늘에 달이 보이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다누리도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한국 첫 달 탐사선 다누리가 2022년 12월27일 목표했던 달궤도에 최종 진입했다. 같은 해 8월5일 지구를 떠난 다누리는 145일 동안 594만㎞를 비행해 달에 도착했다. 지구와 달 사이 거리는 약 38만㎞이지만 다누리는 태양과 지구, 달의 중력을 이용해 연료 소모를 줄이는 ‘탄도형 달 전이(BLT)’ 방식을 택해 먼 길을 돌아갔다. 12월17일 예정대로 달 중력에 포획된 다누리는 달 상공 약 100㎞에서 두 시간마다 달을 한 바퀴 도는 현재 ‘야마’가 센 대통령의 말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언론계 은어 중에 ‘야마’라고 있다. 산(山)을 뜻하는 일본어다. 일제강점기부터 사용된 업계 은어다. 달리 말하면 ‘기사의 핵심 주제’쯤 되겠다. 안 쓰려고 하다가도 무심코 “그래서 기사의 야마가 뭔데?”라고 되묻곤 한다. 왜 이런 용어가 생겼을까? 왜 ‘산’이 등장하지? 언론 비평 전문지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언론계에서 ‘신문 연재소설은 시시하지 않게 한 회분마다 야마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흡입력 있는 ‘산의 꼭대기’ 같은 클라이맥스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간혹 ‘기사의 야마’를 물으면서도, 언젠가부터 “골든타임이 지난 시각이었다. 제가 놀고 있었겠나?”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그 시간은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시각이었다. 제가 놀고 있었겠나?”이태원 참사 당시 사고를 안 지 85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는 지적을 받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반박하며 한 말. 2022년 12월27일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첫 기관보고 자리에 참석한 이 장관은 위기관리 대응에 총체적으로 실패했다는 윤건영 의원의 지적에 “나름대로 상황 파악을 하고 있었다”라며 억울한 듯 성토. 입만 열면 경신되는 장관의 막말 어록. 그럴 거면 ‘행정안전부’에서 ‘안전’은 떼는 게…. “(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한 점에 대해 노동자들의 절박함을 ‘쇼’로 전달한다고? 김다은 기자 단식농성장 한편에 생일파티 풍선이 매달려 있었다. 지난 12월11일은 유최안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거통고지회) 부지회장의 마흔한 번째 생일이었다. 단식 12일 차였다. 생일파티 풍선은 텐트 밖에서 찬바람이 불 때마다 가늘게 떨렸다.2022년 11월30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조와 제3조 개정안인 일명 ‘노란봉투법’ 통과를 요구하며 노동자 여섯 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노조법 제2조 개정안은 ‘근로자’ ‘사용자’ 개념과 노동쟁위 범위 확대를, 노조법 제3조 개정안은 직접 얼굴이 통째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2022 올해의 사진] 사진 김흥구·글 오은(시인) 고향 가는 길, 비전향 장기수들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고향으로 향하는 길에서 역설적으로 고향에 가지 못하는 심정을 헤아리는 것이다. 얼굴에 감정이 실리면 표정이 되고, 그 감정이 길어지면 표정은 굳은살이 된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얼굴이 통째로 이야기를 들려준다.형형한 눈빛을 통해 농밀한 사연을 짐작하고 구불구불한 주름을 통해 그들이 살아온 자취를 살핀다. 앙다문 입술 안에서는 가족에게 끝끝내 전하지 못한 말이 맴돌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말을 해도 귀를 닫아버리는 사회에서 그들의 심신 일부는 여전히 감옥신세를 지고 있다.여 닮았구나, 슬프도록 당연하게 [2022 올해의 사진] 사진 조남진·글 유희경(시인·서점지기) 지금 나는 장애인의 인권에 대해, 이 ‘당연함’을 두고 투쟁해야 하는 부조리함에 대해 분노하여 일갈해야 한다. 대체 언제쯤, 어떻게 해야 우리는 ‘우리’라는 단어에 담긴 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질문하고 그 가능성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데 한 부자(父子)간의 사진을 두고 상념에 빠져 있다. 닮았구나, 슬프도록 당연한 사실에 사로잡힌 채. 닮음이란 개개별 각기 다른 존재들이 서로를 확인하고 안심하여 살아가는 조건이다. 사람은 닮았기에 다르지 않다. 다르지 않기에 더불어 산다. 그것 외에 더 무엇이 필요한지 나는 모르겠다. 앞다투어 ‘모셔갔던’ 두 사람의 자리 [2022 올해의 사진] 사진 신선영·글 이은기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후보. 올해 대선 당시 유력 주자이던 두 후보 곁엔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유세 현장에서 두 대선주자는 메시지도, 지지층도 달랐던 두 젊은 정치인의 손을 각각 붙잡았다. 두 사람이 대변하려는 유권자층을 끌어안겠다는 의미였다.박지현과 이준석, 두 사람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견은 선명히 나뉜다. 하지만 대선과 지방선거 이후 두 젊은 정치인이 처한 상황은 비슷해 보인다. 대선 때 앞다투어 ‘모셔갔던’ 두 사람 한국에서 유독 해외 입양이 많았던 이유 [2022 올해의 사진] 사진 박찬호·글 조해진(소설가) 부모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아이가 해외로 입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미혼의 젊은 여성에게 그녀의 부모는 말한다. 너와 네 아이의 행복을 위한 선택이었노라고. 긴 세월 떨어져 사는 동안 엄마와 아이는 각자의 삶에서 슬픈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과연 이런 삶이 행복일까. 행복을 왜 타인이 결정하는가. 아이를 낳았지만 키우지 못했다는 죄책감, 부모에게조차 버림받았다는 외로움과 분노를 누가 감히 행복으로 치환했던가.그 자신도 입양인인 덴마크 감독 선희 엥겔스토프트(신선희)의 다큐멘터리 〈포겟 미 낫〉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한국에서 유독 여수 바다가 품은 기억 [2022 올해의 사진] 사진 노순택·글 서효인(시인) 지난 몇 년 사이 여수는 참 많이 변했다. 포장마차의 조명이 밤바다를 비추고 젊은 관광객이 그 바닷가를 채웠다. 수년 전 엑스포를 유치했던 오동도 인근은 잠시 잠깐 반짝였던 행사의 뒤끝을 조형물의 형태로 간직한 채 조금은 스산하다. 돌산도 해안은 원래의 투박한 바위에서 각종 숙박업소와 음식점과 카페로 바뀌었고, 바뀌고 있다. 여수 바다의 유려한 곡선은 이러한 변화를 맞이하며 지난 기억을, 아픈 상흔을 지우려 애쓰는 것처럼 보인다. 해안도로를 달리던 자동차에서 내려 바다와 살이 닿은 지반에 발바닥을 대고 시선을 멀리하면 거기에 애기섬 밥 한 공기는 얼마입니까 [2022 올해의 사진] 사진 조남진·글 정은정(작가) 공깃밥 한 그릇에 쌀 100그램이 들어간다. 밥 한 공기에 300원 정도는 쳐달라며 남녘의 농민이 논을 갈아엎었다. 낼모레면 햅쌀밥이 될 나락이다. 눈 딱 감고, 마음 굳게 먹고 갈아엎은 논. 쉬이 떠날 수가 없다. 진흙탕 밟던 장화를 벗어 가지런히 옆에 두고 마지막 큰절을 올린다.조상님께 귀한 쌀밥 한술 떠보시라 뚜껑 열고 고봉밥에 숟가락 곧게 꽂는 계반삽시(啓飯揷匙)의 시간조차 뭉개진 2022년 가을. 한 농민이 햅쌀밥 뚜껑 한번 열지 못하고 들판에 머리를 꽂고 울고 또 운다. 무너지고 녹아내리다 [2022 올해의 사진] 사진 조남진·글 윤성희(소설가) 애는 창자이고 쓸개다. 그건 몸 안에 있는 것이다. 단단한 것에 감싸여 있지만, 부드럽게 존재하는 것 같지만, 단단한 것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콘크리트 안의 철근처럼. 건물의 내장이 밖으로 드러났을 때 인간의 내장은 무너진다. 창자가 타는 것처럼. 속이 끓는 것처럼. 창자가 끊어지는 것처럼. 애타고, 애끓고, 애끊고. 한번 상한 속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은 쓸개처럼 쓰디쓴 눈물로 이미 녹아버렸으니까. 일터로 돌아가는 데 걸린 시간 [2022 올해의 사진] 사진 신선영·글 김혜진(소설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본적이고 당연한 요구가 싸움의 시작이 될 줄은, 그 싸움이 길고 긴 투쟁으로 번지게 될 줄은, 그 투쟁에 전부를 걸게 될 줄은,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37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줄은.누군가는 영웅이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어리석다고 손가락질하는 그의 투쟁이 마침내 끝이 났다. 그 투쟁에서 그는 지지 않았다. 한순간도 진 적이 없다. 그것이 이긴 것보다 더 값지게 느껴진다. ‘불타는 지구’는 비유가 아니다 [2022 올해의 사진] 사진 조남진·글 이문재(시인) 산불 예방 공익광고에 공공의 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성은 부, 이름은 주의. ‘부주의’씨.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주체가 인간이라는 설정인데,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부주의의 주체는 인간이자 인류다. 산업 문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인류.‘불타는 지구’는 비유가 아니다. 거대한 현실이다. 지구 곳곳에서 빈발하는 산불이 그 구체적 증거다. 지구를 우리가 사는 집으로 축소해보면 사정이 명확해진다. 우리는 지금 문을 다 닫아걸고 안방에 둘러앉아 연신 불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불타는 지구’는 부적절한 표현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