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호의 추억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시사IN〉 창간호를 제작하던 밤은 어수선했다. 전 직장에 ‘집단 사표’를 내고, 독립언론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144면 창간호’ 마감은 버거웠다. 직원 수도 지금보다 적었다. 기자 몇은 마감 전날 밤을 새웠다. 캐나다 토론토에 있던 성우제 편집위원이 당시 수많은 언론이 찾던 신정아씨를 미국 뉴욕에서 만나 ‘22시간 인터뷰’를 해왔다. 그 인터뷰 보도자료를 받기 위해 몇몇 언론사 기자들이 마감 저녁에 〈시사IN〉 편집국을 찾았다. 새벽 마감을 하고, 몇몇 선배는 인쇄소로 갔다. 그런데 아뿔싸, 편집 실수로 한 기사의 마지막 줄이 잘 금주 선포했더니 스윙의 황제 태어났네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겨울, 그것도 한 해의 끝자락에 어울리는 장르가 있다. 바로 빅밴드 재즈다. 먼저 빅밴드 재즈는 1910년대부터 1940년대 초까지 미국에서 유행한 음악으로 특정 스타일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었다. ‘빅밴드’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오케스트라에 버금가는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이런 태그가 붙었다고 보면 된다. 한국어로는 ‘악단’이라고 썼는데 스윙(Swing) 감을 지닌 곡을 주로 연주한다는 이유로 스윙 재즈라고도 불렸다.오케스트라와 유사한 포맷이었기에 빅밴드 재즈에는 지휘자가 있었다. 대표적 인물 두 명만 언급하자면 글렌 밀러와 그 겨울의 밍밍한 동태찌개가 생각나는 날 [밥 먹다가 울컥] 박찬일 (셰프) 아는 선배한테서 문자가 왔다.“○○반점 폐업. 아저씨 암 걸리심. ㅠㅠ”반점은 기름 볶는 요리다. 중국 음식이다. 덜컥, 가슴이 내려앉는 충격. ‘한국 식당은 김치’라며 매번 갓 담근 겉절이에 묵은지를 내는 집(중국집인데도 그렇다). 선배에게 이런 문자를 주절거리며 보냈다.“사라지는 노포, 마지막 날에는 모든 단골이 모여서 꽃다발도 좀 안기고, 추억의 음식도 실컷 먹고, 주인이 혼신의 힘으로 마지막 주문을 만들어내고 땀을 훔치면서 홀에 나설 때 손님들이 박수를 쳐줄 수 있는 그런 문화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폐업의 변이라도 써놓 그 일본인 경찰서장은 왜 ‘조센징’을 지켰을까 김형민(SBS Biz PD) 2023년은 매우 끔찍한 역사적 사건의 100주기다. 일본의 관동(간토) 대지진과 조선인 대학살이 벌어진 해가 1923년이었거든. 1923년 9월1일 오전 11시58분 일본의 관동 지역을 거대한 지진파가 휩쓸고 지나갔다. 마침 점심시간으로 가정집이나 식당에서 밥을 짓고 요리를 할 때였기에 건물이 무너지면서 거대한 불길이 타올랐다. 지진 전 상륙했던 태풍의 여파로 강풍마저 불어대는 바람에 대화재가 도쿄 시내를 비롯한 관동 지역을 삼켰다. 사망자 10만여 명 가운데 불타 죽은 사람이 태반이었다고 하니 그 참상을 짐작할 수 있을 거야.당 바람 타고 들어온 이름 모를 동반자 [반려인의 오후] 안희제 (작가) 코로나19가 터지기 몇 달 전부터 집에 식물을 들이기 시작했으니, 집에서 식물들과 함께 산 지 이제 3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이름과 성격을 분명히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꽤 유명한 아이들 위주로 데려왔다. 공기정화에 좋다는 파키라, 분재 가게 사장님이 좋아하는 마삭,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듯한 몬스테라, 생명력이 강해서 초보도 잘 기를 수 있다는 스파티필럼, 토마토와 잘 어울리는 바질 등등.화분이 늘어난다는 건 식물을 더 데려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건 기본적으로 흙이 늘어나는 것이고, 물이 늘어난다는 것이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