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과 비관 사이, 미국 경제학자들의 인플레이션 논쟁 이종태 선임기자 올해 1월 미국 인플레이션율(지난해 같은 달 대비)은 6.4%로 나타났다(2월14일 발표). 2022년 1월 물가가 100이었다면, 2023년 1월엔 106.4라는 의미다. 물가가 여전히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다만 ‘오르는 폭’이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다. 지난해 6월 9.1%에 달했던 인플레율이 7개월 동안 연속적으로 떨어져 6.4%에 이르게 되었다. 다만 지난해 12월 인플레율이 6.5%였던 것을 감안하면 ‘떨어지는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우려(6.4%로 고작 0.1%포인트 하락했다)가 나올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난달 대 글쓰기의 고단함 단 한 가지 처방은? [기자의 추천 책] 나경희 기자 여기 〈뉴요커〉에서 ‘대단한 청탁’을 받은 한 작가가 있다. 작가는 글을 쓰기 전부터 자신의 이야기가 실릴 지면을 떠올리며 벅찬 감동을 느낀다. “〈뉴요커〉 폰트로 보면 어떤 모습일까? 삽화가 있을까? 어떤 삽화일까? 아버지의 옛날 사진을 달라고 할지도 몰라.” 그러는 동안 단 한 글자도 쓰지 못한 그는 상상하는 데 싫증이 난 나머지 마침내 글을 써 내려간다. 몇 년이 지난 뒤 그가 〈뉴요커〉에 실렸던 자신의 글을 떠올릴 때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폰트도, 삽화도, 사진도 아니었다. “해가 뜨기 전 새벽, 침실 책상 아래쪽 브로드 목숨 끊은 ‘바다 위의 을’, 직장 내 괴롭힘 인정 받았다 글 김동인 기자·사진 이명익 기자 살아 있었다면 올해로 서른 살이었을 것이다. 2018년 3월16일, 페르시아만을 항해 중이던 화학물질 운반선(케미컬 선) ‘캠로드저니호’ 한편에서 스물다섯 살 구민회씨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승선근무예비역으로 병역을 치르던 구씨는 이 배에서 3등 기관사로 일하고 있었다.구씨가 남긴 유서에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함께 자신을 괴롭혀오던 상관에 대한 원망이 담겨 있었다. 폐쇄적인 배 안에서, 구씨는 수차례 가족과 지인들에게 괴롭힘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사망 전 구씨가 친구들과 나눈 카카오톡 메신저 기록에는 당시 구씨의 막막한 심경 ‘개혁 보수’로 뭉친 이준석계 ‘천아용인’, 이변 일으킬까 제주·부산 이은기 기자 3월8일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대진표가 확정됐다. 나경원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무난히 김기현 후보 대 안철수 후보 양강으로 흐를 것 같던 구도에 균열이 생겼다. 컷오프(예비 경선) 발표를 8일 앞둔 2월2일 뒤늦게 출마를 선언한 천하람 후보가 황교안 후보와 함께 최종 경선 명단에 올랐다. 현역 중진 의원인 윤상현(4선)·조경태(5선) 후보가 탈락했다.최고위원 예비 경선에선 ‘비윤(윤석열)’ 후보들이 약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해온 ‘친윤(윤석열)’ 현역 의원 5명 중 3명이 낙마했다. 박성중·이만희·이용 후보가 이재명 사법 리스크와 총선, 민주당이 받아든 두 가지 숙제 문상현 기자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투쟁의 깃발을 들어올렸다. 정부와 여당, 검찰을 향해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그동안 대치 전선을 사이에 두고 ‘말’의 포격전을 벌여왔다면, 최근에는 ‘행동’을 더했다. 총공세다.기점은 1월28일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조사가 불충분하다며 추가 소환조사를 요구했다. 그는 12시간 조사를 마치고 나와 “검찰이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다음 날 민주당 지도부가 분주하게 노란봉투법, 한 고비 넘겼지만… [기자들의 시선] 이은기 기자 이 주의 법안‘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2월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개념과 합법 파업 범위를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주도로 찬성 9표, 반대 0표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집단 퇴장했다. 이제 남은 절차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다. 노란봉투법이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인 법사위에서 60일 이상 계류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본회의 직회부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으로 온 아프간 아이들, 그 후 1년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편집국장 〈시사IN〉은 목요일 오전이나 금요일 낮에 편집국 기획회의를 한다. 취재·사진 기자들이 기사 아이템을 발제한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를 쓴 김영화 기자가 ‘울산에 온 아프간 특별기여자 아이들’을 취재해보고 싶다고 세 차례 발제를 한 듯하다.첫 발제는 2021년 8월 말이었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장악했고, 주아프간 한국 대사관, 한국 병원·직업훈련원 등에서 일했던 아프간 사람들과 그 가족의 신변이 위태로울 때였다. 정부는 공군 항공기를 투입해 아프간 직원과 가족 390여 명을 한국으로 데려왔다. 이 구출 작전 이름이 “아프리카도 이렇진 않다.” [말말말] 시사IN 편집국 “아프리카도 이렇진 않다.”2월19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건설업계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건설노조를 공격하며 한 말. 채용 강요, 금품 요구, 공사 방해 등 사례를 들며 “건설사가 공기에 쫓기다 보니 굴복해야 하는 현상이 심각하다”라며, 이를 “아프리카에도 없는 무법지대”로 표현. 윤석열 대통령은 이틀 뒤 국무회의에서 ‘건폭(건설 폭력)’이라는 줄임말까지 사용하며 건설노조를 비판.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공격, 아프리카도 이렇진 않아. 다단계 하청, 임금 체불, 산재 예방 의무 위반 같은 ‘건폭’은 누가 저지르고 있는지. “의사 카타르월드컵 한국 축구 최고의 성과, 오현규의 유럽행 [경기장의 안과 밖] 배진경 (전 ⟨포포투⟩ 편집장)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한국 축구가 만들어낸 ‘최대 아웃풋’은 무엇일까? 카타르에서 스타덤에 오른 조규성? 빅클럽 이적설이 있던 이강인? 답부터 말하자면 셀틱에 이적한 오현규다. 수원삼성 소속으로 벤투호에 합류했던 오현규가 월드컵이 끝나고 열린 겨울 이적시장에서 셀틱 FC(스코틀랜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예비 멤버로 월드컵을 경험했던 그의 경력을 생각하면 엄청난 도약이다. 이적료는 250만 유로(약 38억원). 스물두 번째 생일을 맞기도 전에(2001년 4월생) 친정 팀에 거액을 안겨주고 꿈을 좇아 유럽으로 떠나는 선수가 됐다 괜찮다는 말 대신, 안톤 체호프가 건네는 위로 [여여한 독서] 김이경 (작가) 아니 에르노의 〈세월〉을 펼쳤는데 맨 앞에 안톤 체호프의 문장이 있었다. “그렇다, 우리는 잊힐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며,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우리에게 중요해 보이고 심각해 보이며 버거운 결과로 보이는 것들, 바로 그것들이 잊히는, 더는 중요해지지 않는 순간이 올 것이다.”종소리가 울렸다. 뎅, 뎅. 오래된 절집의 묵은 종소리가 사위로 스미듯 마음속으로 퍼져갔다. 그 아침 해야 할 일의 무게에 짓눌렸던 마음이 비로소 떨치고 일어섰다. 에르노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다시 체호프에게 돌아갔다. 긴 가출 끝에 돌아온 아이처럼 닻 올린 ‘시민급여’, 독일 사회보장제도가 바뀐다 프랑크푸르트 김인건 통신원 2023년 독일의 사회보장제도에 큰 변화가 생겼다. 2005년 시행 이후 줄곧 논쟁의 대상이 되었던 ‘하르츠IV’가 18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올해부터 그 자리를 ‘시민급여(Bürgergeld)’가 대신한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녹색당 연립정부는 노동시장 유연화, 실업자에 대한 구직 압박 등의 내용을 담은 하르츠 개혁을 실시했다. 그중 실업급여 개혁을 내용으로 하는 하르츠IV는 독일 사회에 커다란 흔적을 남겼다.하르츠IV는 통상 13개월 이상의 장기 실업자에게 지급되는 실업급여I 해고 노동자들이 연락했다, 당신 언론사를 후원하겠다고 [미디어 리터러시] 김보현 (<뉴스민> 기자) 지난해 겨울, 경북 구미공단을 찾았다. 이곳에 있는 일본 기업 아사히글라스의 한국 자회사 하청업체에서 2015년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가 한 달 만에 해고된 사람들을 만났다. 아사히글라스 자회사가 해고된 노동자들을 불법 파견했으므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1·2심까지 나왔지만, 아직 복직되지 않고 있다. 선배는 공장 앞에서 9년째 농성 중인 해고 노동자 22명의 이야기를 취재했고, 나는 보조를 맡았다. 대구에서 구미로 가는 차 안에서 해고 당시와 소송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뉴스민〉 홈페이지에 ‘아사히글라스’를 검색했더 우리 그래미 어워드가 달라졌어요 [음란서생] 배순탁 (음악평론가) 제65회 그래미가 끝났다. 시상식 결과만 놓고 봤을 때 가장 균형 잡힌 시상식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한국에서는 BTS의 수상 여부가 가장 큰 화두였지만 후보에 오른 곡들 또한 쟁쟁했다. 3회 연속 노미네이트만으로도 대단한 기록이다.그래미 역사를 통틀어 노미네이트만 되고 수상하지 못한 뮤지션·밴드는 셀 수 없이 많다. 브라이언 맥나이트는 17회, 스눕 도그는 16회, 비요크 역시 16회, 마티나 맥브라이드는 14회, 케이티 페리는 13회, 니키 미나즈는 10회, 시아는 9회 노미네이트되었지만 단 한 차례도 그래미를 품에 안지 못 매운 돼지곱창에 찬 소주만 마셨다 [밥 먹다가 울컥] 박찬일 (셰프) 우리 때는 중3이 되면 연합고사 준비를 했다. 동아출판사에서 나온 〈15년 연속 기출문제집〉 같은 걸 사서 보곤 했다. 나는 그때부터 좀 이상한 애여서 영어며 수학 쪽보다는 ‘가사’와 ‘가정’ 편을 열심히 보았다. 당시엔 남학생은 상업이나 공업(또는 농업, 수산업, 광업 등 실용 학문) 중 하나가 연합고사 시험과목이었고 여기에 기술은 필수였다. 그러니까 여학생은 가사와 가정, 남학생은 기술과 상업, 공업을 공부했다. 나는 당연히 가사와 가정을 볼 필요가 없었는데 그 기출문제집은 남녀 구별이 없어서 함께 묶여 있었다.가사와 가정은 정 억울한 옥살이에 국가 책임 없다? [세상에 이런 법이] 최정규 (변호사·<얼굴 없는 검사들> 저자) 사람 심리는 참 변덕스럽다. 멋진 그림을 보면 사진 같다 하고, 멋진 사진을 보면 그림 같다고 한다. 맛난 집밥을 먹으면 맛집 음식 같다 하고, 맛집 음식을 먹으면 집밥 같다고 한다. 세상 참 기가 막히는 현실을 보면 드라마 같다 하고, 드라마에 기가 막힌 현실이 잘 담겨 있으면 현실 같다고 한다. 오늘은 드라마 같은 현실 이야기로 시작해보려고 한다.“제가 얼굴도 한번 본 적 없는 사람을 성폭행했다는 거예요. 경찰, 검사, 판사 이런 사람들이 누구 하나 걸러줄 것 같았어요. 그런데 뭐가 뭔지도 모르고 그렇게 징역 6년을 받았어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