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울뿐인 대학 행사, 비용은 학교 예산으로? 새창
- 지난해 말 우리 대학에서 열린 한 토론회 행사장에서 학생 P를 우연히 만났다. “저 앞줄에 앉은 애들도 다 저희 과 학생들이에요.” P는 어떻게 오게 됐느냐는 질문에 겸연쩍게 웃으며 앞쪽 친구들을 가리켰다. 웃음의 의미가 토론회 자료집에 담겨 있었다. 자료집에 적힌 패널 4명 중 한 명이 P의 지도교수였다. 학생 예닐곱 명이 동원돼 왔지만 방청석은 여전히 듬성듬성했다. 토론회 말미, 사회를 맡은 다른 교수의 요청(이라 쓰고 강요라 읽는다)에 못 이겨 P의 친구 두 명이 없는 질문을 쥐어짜낸 뒤에야 행사가 마무리됐다. 대학에서는...
- 이대진 (필명·대학교 교직원) 2017-02-24
- 김영옥 대령이 트럼프를 만난다면 새창
- 미국의 역사는 곧 이민의 역사다. 1620년 신앙의 자유를 위해 고국인 영국 메이플라워 호에 몸을 실었던 청교도 102명은 물론이고 수백만명이 굶어죽은 대기근을 피해 조국을 탈출해야 했던 수백만명의 아일랜드 사람들, 유럽 기독교인들의 노골적인 차별에 시달려온 유대인, 영화 <대부>에서 보듯 피치 못할 사정으로 대서양을 건넜던 수많은 이탈리아인, 머릿수 하나는 세계 최강이고 전 세계 안 간 곳이 없다 할 중국인들, 그 외 오대양 육대주 곳곳에서 온 수많은 이민자들이 제2의 인생을 꿈꾸며 찾아왔고 그들의 인생과 개인사를 쌓아올린 ...
- 김형민 (PD) 2017-02-24
- 신라 골품제 사회도 공을 세우면 포상했다 새창
- 삼국 시대 신라는 본디 삼국 중에서 가장 취약한 나라였어. 고구려의 속국 비슷한 신세였고, 왕의 아들들이 고구려로 왜국으로 볼모로 가야 했던 약소국이었지. 그런데 그런 나라가 갑자기 급성장해서 한반도의 중심을 차지하고는 급기야 백제를 멸망시키고 고구려를 거꾸러뜨렸고, 한반도 전체를 장악하려던 당나라마저 끝내 몰아내는 저력을 발휘하게 됐단 말이지.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백제를 멸망시켰던 당나라 장군 소정방의 말을 빌려보자. “신라 왕은 어질고 백성을 사랑하며 신하들은 충성으로 나라를 섬기며 백성은 윗사람을 어버이와 형같이 섬...
- 김형민 (PD) 2017-02-16
- 자녀의 진로를 결정하는 과정에 부모란? 새창
- 지연(가명)이라는 학생과 상담을 했다. 친구 관계, 학업, 가족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오다가 진로로 흘러갔다. 지연이는 말했다. “딱히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 게 없어요.” 그런데 이야기를 더 해보니 지연이는 분명 관심 분야가 있었다. “뭘 그리거나 예쁘게 꾸미는 게 재미있긴 해요. 디자인 같은 거….” “어? 아까는 관심 진로가 없다고 했는데 사실 이쪽에 관심이 많구나?” “중학교 때 관심이 많았는데 부모님이 반대해서 접었어요.” 지연이 이야기를 듣고 군대에서 만났던 후임병이 떠올랐다. 언젠가 숙소에서 병사들이 모여 텔레비전...
- 차성준 (포천 일동고등학교 교사) 2017-02-15
- 학원이 좋아서 가는 아이는 절대 없다 새창
- 체험학습을 갔던 아이가 귀가할 시간이 한참 지났다. 전화를 해보니 친구 가 오후 5시 넘어 집에 가야 한다고 해서 몇 명이 놀고 있단다. 동네 앞에서 헤어졌다는 인솔자의 문자를 진즉에 받았다고 하자 수화기 너머 아이들이 놀라는 기색이 전해졌다. 5시가 넘어야 가 영어 학원을 ‘합법적으로’ 빠질 수 있다는 걸 알고 도와준 것인데, 보호자에게 도착 시간 단체 문자가 갈 거라고는 생각 못한 모양이다. 의리는 있다만 모자란 것은 어찌해야‘쓰까’. 하기 싫은 걸 자꾸 많이 하면 탈이 난다. 특히 방학 때 일과가 꽉 찬 아이들은 ...
- 김소희 (학부모·칼럼니스트) 2017-02-09
- 세상을 바꾸는 것은 미륵이 아니다 새창
- 지난해 봄 전라도 여행길에 들렀던 화순 운주사(雲住寺) 기억나지? 다른 곳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형식의 기묘한 탑들과 언제 누가 왜 만들었는지 제대로 기록조차 없는 불상들로 그득한 ‘천불천탑’의 절 말이야. 이 절은 황석영의 장편소설 <장길산>의 대미를 장식하는 무대이기도 해. 소설에서 천불천탑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일어서 싸우다가 화순 산골짝에 숨어든 노비들에 의해 지어지게 된단다. “그들은 협곡 속에 숨어 살면서 미륵님의 계시를 들었다. 이 골짜기에 천불천탑(千佛千塔)을 하룻밤 사이에 세우면 수도가 이곳으로 옮겨온다...
- 김형민 (PD) 2017-02-08
- 헌신하지 않는 부모는 유죄인가 새창
- 학부모들은 “일하는 엄마는 아이한테 늘 죄인이다”라며 미안함을 보였다. 가끔은 “잘 챙기지 못해 죄송하다”며 내게 할 필요가 없는 사과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퇴근 후 시간을 쪼개 학원 상담에 응하는 것만 해도 부모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아이가 일상의 반을 학교나 학원에서 보내기 때문에 아이에 대한 책임 역시 선생과 나누는 것이 자연스럽다. 나는 엄마들의 죄책감에 공감하지 못했고, 단지 아이에게 신경 좀 써달라는 의례적인 당부로 여기곤 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았다. 얼마 전 한 아이가 자신의 엄마가 ‘...
- 해달 (서울 대치동 입시학원 강사) 2017-01-20
- ‘영혼 있는’ 공무원은 상명하복하지 않는다 새창
- 네가 꼭 봐야 할 한국 소설 중에 <순이 삼촌>이라는 게 있어. 제주도 출신인 현기영 작가의 짧은 소설이야. 소설 속 순이 ‘삼촌’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야. 제주도에서는 촌수가 애매한 먼 친척을 남녀 구분 없이 삼촌이라고 부르는 풍습이 있다고 해. 이 순이 삼촌은 제주 4·3 사건 와중에 일어난 민간인 학살 사건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사람으로, 평생을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독약을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 그 죽음을 화제에 올리던 식구들 사이에서 당시 민간인 학살 사건의 진상을 캐야 한다고 누군가 열을 올리자 ...
- 김형민 (PD) 2017-01-20
- 거짓말하는 저들을 사하지 마옵소서 새창
- 달포 전에 미국에서 들려온 뉴스가 있었어. 미국 정부가 인디언(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지나는 송유관 노선 건설을 포기한다는 선언이었지. 노스다코타와 사우스다코타, 아이오와와 일리노이 등 미국 4개 주를 관통하고 길이만 1200마일(약 2000㎞)인 이 송유관 공사를, 인디언들은 9개월 동안 물대포를 맞고 경찰에 체포되면서 자신들의 성지이자 식수원을 오염시킨다는 이유로 저지해왔단다. 마침내 미국 정부와 미군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재검토하고 대체 경로를 탐색할 것”을 결정했어. 그런데 이 뉴스가 들린 며칠 뒤 아빠는...
- 김형민 (PD) 2017-01-18
- 로봇 시대에 교육은 무엇을 할까 새창
- 겨울방학식을 하는 날, 아이들에게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과 대화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보여줬다. 아이들은 호기심을 가지고 집중했다. 인공지능 로봇의 대화를 보여준 이유는 지금 아이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15년 혹은 20년 뒤의 삶의 모습을 그려보라는 뜻이었다. 또 아름다움을 느끼거나 사랑 혹은 연대감을 느끼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고, 그걸 위해 방학 중에 독서를 많이 하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인공지능 로봇과의 대화 맨 마지막은 로봇에게 ‘인류를 파괴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하는 걸로 끝났다. 영상을 다 보...
- 이중현 (남양주 조안초등학교 교장) 2017-01-18
- 이러려고 개화했나 백성은 자괴감 들고 새창
- 조선 시대 말기 1896년 병신년, 백성들은 2016년의 한국인들만큼이나 ‘자괴감’에 시달리고 있었단다. 나라의 최고 권력자인 국왕과 세자가 ‘신변에 위협을 느껴’ 자기 궁궐을 버리고 외국 공사관에 몸을 의탁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지속됐으니까. 이러려고 우리가 개화(開化)를 했나 탄식했을 것이고, 러시아를 비롯한 열강의 ‘국정농단’에 어금니를 악물었을 거야. 해가 바뀌어 1897년 정유년, 고종은 벌써 재위 35년째를 맞고 있었어. 개화의 소용돌이에다 봉건 체제에 대한 백성들의 저항, 외국의 탐욕스러운 침탈까지 겹친 격동의 세월...
- 김형민 (PD) 2017-01-11
- 학생은 교직원 탓, 교직원은 학생 탓 새창
- 몇 년 전, 한 학생이 총장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요지는 이랬다. ‘교내 전산망에 입력한 정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누락됐다. 이 때문에 관련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불편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담당 직원이 책임을 회피하고 고압적인 자세를 보였다.’ 해당 부서는 부랴부랴 그동안 주고받은 이메일과 통화 내용을 정리하고 경위서를 작성하느라 진땀을 뺐다. “학생의 실수”라는 실무 부서의 주장과 “분명히 입력을 완료했다”라는 학생 주장이 엇갈렸다. 현실적으로 진상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 총장까지 끌어들인 갈등은 감정만 소모한 채...
- 이대진 (필명·대학교 교직원) 2017-01-11
- 동네 아빠, 녹색어머니회에 뛰어들다 새창
- 남태일(부천 언덕위광장 도서관장) 도서관장, 목사, 시민운동가…. 그의 이력은 다채롭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녹색어머니회 회장’. 남자인 그는 어쩌다 어머니회에 뛰어들게 된 것일까. 일에 치여 가정에서 소외되고 있는 아빠들을 위한 새로운 교육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남태일 언덕위광장 도서관장의 얘기를 들어 본다. 이 강좌는 지난해 12월13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2016 부모 특강’ 세 번째 시리즈로 진행됐다.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스테이크 사진을 스크린에 띄우며) 보시다시피 스테이크다. 개인적으로 별로지만 두...
- 정리·김은남 기자 2017-01-04
- 아이보다 앞장서 ‘달리는’ 학부모 새창
- 기말고사를 앞둔 아이와의 대화이다. “교과서라도 읽어보는 게 어때?” “괜찮아. 대충 알아.” “정확히 알면 좋지 않아?” “뭐가 좋아?” “(시험에서) 안 틀릴 수 있잖아.” “음… 난 한 80점만 받으면 되는데?” 말문이 막혔다. 아이의 얼굴에서 ‘진심’이 읽혔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80점은 수업 시간에 딴짓 안 하면 그야말로 ‘대충은’ 나오는 점수이다. 더 높은 점수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없는데 어쩌겠는가. 시험 앞이라고 숙제도 없어서 아이는 더 잘 놀았다. 기가 막혔던 건 시험 뒤다. “나 시험 끝났으니까 마...
- 김소희 (학부모·칼럼니스트) 2016-12-29
- 6월 항쟁 열기 식자 ‘어둠의 세력’ 꿈틀 새창
- 29년 전, 전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1987년 6월 항쟁은 오늘의 6공화국의 모태였다. 네가 촛불시위에 나가서 어마어마한 인파에 놀랐던 것처럼, 1987년 6월의 한국 사람들은 불의와 독재에 맞서서 용감하게 일어섰고, 싸웠고, 마침내 독재 정권의 항복을 받아냈단다. 이번 촛불시위를 두고 ‘명예혁명’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29년 전에도 비슷한 찬사가 쏟아졌어. 당시 시사 잡지 <월간 조선> 8월호의 6월 항쟁을 취재한 특집에는 ‘6월 평화 혁명의 대(大)드라마’라는 제목이 붙어 있으니까. 그 항쟁의 끝에 체육관에서 독재자 전두환으...
- 김형민 (PD) 2016-12-28
- 왕을 죽게 한 비선 나라를 망친 애국심 새창
- <브레이브 하트>라는 영화 봤니? 멜 깁슨이라는 배우가 주연에 감독에 혼자 북 치고 장구 친 영화인데 스코틀랜드의 독립 영웅 윌리엄 월리스가 잉글랜드에 맞서 투쟁했던 역사를 얼개로 하고 있어. 당시 스코틀랜드는 왕가의 혈통이 끊기고 귀족들이 분열한 가운데 남쪽에서 침략해온 잉글랜드의 지배에 신음하고 있었거든. 참고로 말해두면 이 영화는 영화적 상상력으로도 용서하기 어려운 과장과 왜곡을 함유하고 있어. 이를테면 영국의 잔인한 침략자 에드워드 1세의 며느리인 프랑스 공주가 바보 같은 남편 대신 용맹하고 신사적인 윌리엄 월리스에게 ...
- 김형민 (PD) 2016-12-20
- 세 딸 키우기? 바람 잘 날 없더라 새창
- 김경아 (반편견 입양교육 강사)·김종호(한국기독학생회 대표) 김경아씨는 입양교육 강사 겸 입양 경험자다. 이미 두 딸이 있는 상태에서 생후 3주된 셋째 딸을 입양해 키웠기 때문이다. 남편 김종호씨는 덕분에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산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모교육 특강-길을 찾다 길이 된 사람들’ 두 번째 강사는 김경아·김종호 부부다. 개성 강한 세 딸을 사교육 없이 키우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12월6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noworry.kr) 강의실에서 진행된 강좌를 지상 중계한다. 김경아:사회자께서 소개하신 대로 세 딸의 ...
- 정리·김은남 기자 2016-12-15
- ‘왜?’라는 질문이 피어나는 교실 새창
- 4차 촛불집회 이후 어느 날, 우리 지역 선생님에게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벌어진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수업을 마치고 알림장을 쓰는데 한 아이가 “알림장은 왜 써요?”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담임은 그 아이가 알림장을 쓰기 싫은 속셈에서 하는 말로 생각하고 애써 달랬다. 그 아이는 알림장을 억지로 쓰면서 “선생님, 수행평가는 왜 해요?”라며 또 투덜거렸다. 그 아이는 아마 평가가 무척 귀찮고 힘들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때 옆에 있던 한 아이가 느닷없이 “박근혜 퇴진!”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담임이 깜짝 놀란 것은 말할 것도...
- 이중현 (남양주시 조안초등학교 교장) 2016-12-15
- 극단의 시대를 산 최후의 20세기 인물 새창
- 아빠가 존경하는 영국의 역사가 에릭 홉스봄은 20세기 역사를 서술한 그의 책에 이런 제목을 붙였어. ‘The Age of Extremes’, 즉 ‘극단의 시대’. 이 책이 다루는 시기는 1914년에서 1991년까지야. 1914년이라면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진 해이고 1991년은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던 때다. 이 시기 인류는 가장 많은 인류의 목숨을 바친 파국적인 전쟁을 겪었고 지구를 완전히 멸망시킬 수 있는 무기들을 손에 쥔 반면, 가장 눈부신 과학의 발전과 경제성장을 경험했으니 ‘극단의 시대’라고 명명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 김형민 (PD) 2016-12-15
- 한국전쟁 때도 7시간이 문제였다 새창
- 모든 일의 풀림과 헝클어짐은 그 일의 시작점에서 비롯되게 마련이야. 하물며 전쟁 또는 그에 준하는 대재앙을 만났을 때 초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하게 되지. 1941년 6월22일 독일의 침공을 맞은 옛 소련이 그랬어. 당시 소련은 공산주의와는 상극이라 할 나치 독일과 불가침조약을 맺고 있었어.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은 나치 독일 총통 히틀러의 약속을 굳게 믿고 독일군이 소련을 공격할 것이라는 일체의 정보를 물리쳤어. 독일 탈영병이 소련군에게로 넘어와 공격 준비가 끝났다고 전해줘도 마이동풍이었고, 공...
- 김형민 (PD) 2016-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