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우보이’가 기록한 우리의 큰 별 권정생 새창
- 2007년 어느 날 이충렬씨(64)가 홀연히 찾아왔다. 자신을 멕시코 국경도시에서 잡화상을 하는 ‘애리조나 카우보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원 <시사저널> 파업 기자들의 신매체 창간을 돕겠다며 후원 전시회를 열어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고는 자신이 그동안 수집한 작품 몇 점을 내놓고 주변 지인들의 기증도 이끌어냈다. 윤정모 소설가 집에 가서 기증 작품을 함께 실어오기도 했다. 류연복 판화가에게도 전시회를 위한 작품을 부탁했다. 작품 경매로 전시회를 마무리하고 며칠이 지나 그가 다시 찾아왔다. 장부를 들여다보더니 계산이 안 맞는 것...
- 고재열 기자 2018-06-14
- 글과 강연으로 전한 ‘불편할 준비’ 새창
- 연재 기획에 적극적인 편이다. 내 글 쓰는 일은 괴롭지만 잘 쓴 남의 글을 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기획안을 만들고 사람을 찾기보다는, 사람을 두고 기획을 굴려본다. ‘저 사람이랑은 어떤 글을 섞어보면 좋을까.’ 지난해 2월 시작된 ‘불편할 준비’는 좀 달랐다. 페미니즘 이슈만을 다루는 지면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기획이 앞섰다. 필자를 구성하는 일도, 편집국을 설득하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8년차 커리어를 걸고 만들었다’는 말이 아주 우스갯소리는 아니었다. 첫 필자 모임에서 ‘매주 쓸 게 있을까요?’라던 우리의 질문은 처음부...
- 장일호 기자 2018-06-14
- 원조 스타 PD, 서울 문화를 ‘재배’하다 새창
- 10년 만에 만났는데도 여전했다.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치 동안을 유지하고 있었고, 조잘조잘 수다쟁이였으며, 대화 중간중간 반짝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63)는 원조 스타 PD다. MBC에서 <퀴즈 아카데미> <우정의 무대> <일요일 일요일 밤에> <TV 청년내각> 등 재미와 의미를 겸비한 프로그램을 잇달아 히트시켰다. 예능 PD로서는 처음으로 프로듀서 이름 자체가 흥행의 보증수표 구실을 하는 시대를 열었다. 이후 대학으로 옮겨 교수를 하다 OBS 경인방송 대표이사, JTBC 제작본부장 등을 거쳐 2...
- 이숙이 기자 2018-06-13
- ‘이명박 재판’ 기사 기대해보시죠 새창
- 어디? 현장. 보궐선거 취재 중. 선거 끝나면 ‘이명박 재판’ 전담인데, 재판 취재는 풀단이 구성? 상시적인 법조 출입기자를 두지 않는 <미디어오늘> 등 7개 언론사와 풀단 구성. 저는 100% 출석해 취재할 계획. 이번 호 법정 중계 기사가 없는데? 월요일·목요일 공판 때 이 피고인이 건강상 이유로 출석 거부. 계속 출석 거부 의사 밝히자 재판부가 경고. 목요일 재판 연기 요청했고 나오겠다고. 박근혜 피고인과 달리 이명박 피고인은 검찰 증거에 모두 동의했는데? 통상 검찰 증거에 부동의하고, 증인 불러 법정에서 다투죠. 의외로...
- 고제규 편집국장 2018-06-11
- 재벌 개혁에서 북한 경제까지 새창
-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이종태 기자의 365일 인사말. 이번엔 제가 선수. “현대차 기사 쓰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았습니까?” 결과적으로 현대차그룹이 스스로 지배구조 개편안을 포기했는데? 엘리엇이 먼저 문제 제기를 하고 국내외 의결 자문사들도 현대차그룹의 개편안에 문제 제기.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사례로 비판받은 적 있어서 어떻게 할지 모르는 상황. 결국 현대차 스스로 개편안을 거둬들였죠. 그러면 이른바 엘리엇 개편안으로 가는 건가? 지켜봐야죠. 다만 엘리엇 개편안을 좀 따져봐야 합니다....
- 고제규 편집국장 2018-06-11
- 낙하산 구별법 좀 알려주시라 새창
- 레저 산업을 이끄는 한국관광공사 사장에 안영배 전 국정홍보처 차장이 5월 중순 취임했다. 안영배 사장은 <월간 말>과 <미디어오늘> 등에서 일한 언론인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을 지냈고, 이후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19대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 실무팀으로 불린 ‘광흥창팀’에서 일하는 등 ‘친문’ 진영 핵심으로 꼽힌다. 관광산업 경력이 없다는 점에서 낙하산 인사, 맞다. 언론은, 응당 비판했다. 낙하산 인사가 공공기관장에 앉았다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도 “관광 분야 경력이 전무한 광흥창팀 친문...
- 이오성 기자 2018-06-08
- 그 판결 이후 해고 노동자가 목숨을 끊었다 새창
- 취재원과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 원칙이라지만 예외도 있다. 3년 가까이 취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신선영 사진기자와 KTX 여승무원들 이야기다. 2015년 2월26일 대법원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판결 직후부터다. 신 기자는 KTX 여승무원들이 있는 곳이라면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취재 지시가 없어도, 주말이어도, 부산까지 내려가야 할 때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3월 어느 날, 신 기자는 여승무원들과 문자를 주고받다가 “같이 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카메라를 챙겼다. 지방의 한 추모공원에 묻힌 박 아무개씨...
- 고제규 편집국장 2018-06-08
-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는 왜 탈원전을 결심했나 새창
-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가 후쿠시마 제1원전을 덮쳤다. 원자로 냉각장치가 멈췄다. 핵연료가 녹아내렸다. 사상 초유의 비상사태에서 초기 대응을 지휘한 것은 총리 관저였다. 그러나 민간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을 통제하기란 쉽지 않았고, 관저는 정보 부족에 시달렸다. 영화 <태양의 덮개>(사토 후토시 감독)는 사고 당시 관저와 도쿄전력이 어떻게 단절되어 있었고 얼마나 속수무책이었는지, 그 안에서 원전 노동자와 피난민, 신문기자, 도쿄의 아이 키우는 여성이 어떤 시간을 보내야 했는지 생생히 복원해냈다. 환경재단과 ...
- 전혜원 기자 2018-06-04
- 덮을 수 없다 새창
- 187쪽 조사 보고서를 정독했다. 확정적인 표현은 거의 없었다. ‘집안일’이라 조심스럽게 접근한 듯 보였다. 행간을 읽어나갔다.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특별조사단)’ 조사 보고서를 보니 별개의 사건처럼 여겼던 게 하나로 연결되었다. <시사IN>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것만 추렸다. 차성안 판사는 2015년 9월부터 여섯 차례 <시사IN>에 기고했다. 하급심을 강화해 ‘5분 재판’을 줄이자는 내용이었다. 원고를 받으면 원고료를 지급해야 한다. 차 판사는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제목과 사진 설명까지 인쇄 전...
- 고제규 편집국장 2018-06-04
- ‘트럼프 쇼크’, 아직 희망은 있다 새창
- 잘나가던 한반도 정세가 한바탕 덜컹거렸다. 일단 북·미 관계에서 적신호가 켜졌다. 5월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미국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김 부상은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서로 존중할 것을 요구하며 ‘선 핵폐기, 후 보상’이라는 일방적 항복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른바 ‘리비아 모델’ 논의에도 쐐기를 박았다. 같은 날 새벽 북측은 남북 고위급회담의 무기한 연기를 발표했고, 5월17일에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맥스선더 한·미 공중연합훈...
-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2018-06-04
- 항공기 울렁증에도 대한항공 기사는 쭉 새창
- 새로운 팩트 있나? 대한항공 기사 그동안 많이 썼잖아? 뭘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증거는 없습니다. 새 팩트 없으면 2쪽 쓰라는 건가요? 아직 쓸 게 많은데. ‘야마(기사 주제)’가 뭔데? 항공운송사업이 필수공익사업장에 어떻게 포함됐고 파업 기간에도 국제선 80% 운항률을 유지해야 한다는 결정이 어떻게 나왔는지. 대한항공 취재 계기? 조현민 ‘물컵 갑질’ 사건 이후 어떻게 접근할지 고민. 왜 ‘땅콩 회항’ 사건 일어난 뒤에도 바뀌지 않았을까? 내부 견제장치가 없나? 노조가 3개나 있는데? 이런 의문에서 시작했죠. 4주 연속...
- 고제규 편집국장 2018-06-01
- 적폐 청산은 박근혜 정부처럼만 새창
- 얼마 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조사’를 받았다. 피해자 조사나 피의자 조사가 아니라 일종의 참고인 조사였다. 나를 부른 곳은 수사기관은 아니었다. 조사를 맡은 담당자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공무원이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썼던 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고 했다. 당연히 성심성의껏 답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답변만 하고 말 수는 없었다. 관련 조사가 어떻게 되고 있고 어디까지 되었는지 물었다. 답변을 듣고 나서 고구마 10개를 삼킨 듯한 답답함을 느꼈다. 그때 취재가 막혔던 부분에서 조사 담당자도 막혀 있었...
- 고재열 기자 2018-06-01
- 대통령에 맞선 최초 여성 대법원장 새창
- 5월11일 오후,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대법원 주변에 1800여 명의 시위대가 한 중년 여성을 에워싸고 모였다. 그 여성은 시위대에게 “오늘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크고 강고한 적과 맞서기 위해 뭉쳐야 한다”라고 연설했다. 그녀는 이 연설 직전 필리핀 대법원장 자리에서 쫓겨난 마리아 루르데스 세레노(57). 세레노가 필리핀 최초의 여성 대법원장으로 임명된 것은 2012년이다. 세레노가 파면된 것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끊임없는 불화 때문이었다. 2016년 6월 대통령에 취임한 두테르테는 선거운동 당시 “모든 범죄자를 ...
- 이종태 기자 2018-05-31
- “올해도 ‘퀴퍼’에서 러쉬와 만나요” 새창
- 2002년 스물아홉 살 여성이 알록달록한 색과 맛있는 냄새에 반해 영국으로 날아갔다. 수제 비누와 입욕제로 유명한 영국 코스메틱 브랜드 ‘러쉬’는 알면 알수록 재밌는 기업이었다. 천연 재료로 만든 비누는 유통기한이 14개월 정도로 짧았다. 포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누를 덩어리째 놓고 치즈처럼 즉석에서 썰어 판매하는 모습은 신선했다. 광고나 마케팅 대신 비영리단체에 버금가는 환경·인권·동물보호 캠페인으로 브랜드를 알리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한국에 러쉬를 론칭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우미령씨만이 아니었다. 당시 국내 대형...
- 장일호 기자 2018-05-30
- 피 묻은 축구공과 대한항공 새창
- 20년도 더 된 일이다. 1996년 <라이프>라는 유명한 잡지에 한 소년이 축구공을 바느질하는 사진이 실린다. 세계적 스포츠용품 회사인 나이키의 수제 축구공 광고였다. 광고가 나가자마자 전 세계에서 나이키에 맹비난이 쏟아졌다. 비난의 요지는 ‘코 묻은 손으로 만든 피 묻은 축구공’이라는 것. 광고에 나온 소년은 수제 축구공 생산지로 유명한 파키스탄의 열두 살 아동이었다. 소년은 공 하나를 만들기 위해 5각형 가죽 조각 12개와 6각형 가죽 조각 20개를 무려 1620번이나 바느질해야 했다. 이렇게 공 하나를 만들어서 받는 돈은...
- 문경란 (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 2018-05-28
- 편집국을 흔든 서한 새창
- 마감 중이었다. 마감을 일찍 한 전혜원 기자가 메시지를 보냈다. 밤 10시51분. ‘트럼프 지금은 북·미 정상회담 부적절.’ 마감 중에는 메시지를 눈여겨보지 못한다. 감이 좋지 않았지만 그냥 흘렸다. 잇달아 받은 메시지. ‘ㅠㅠ.’ 이모티콘이 모든 상황을 말해주었다. 속보를 확인했다. CNN도 클릭했다. 한·미 정상회담 기사를 마감한 남문희 선임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남 기자는 탄식했다. 천관율 기자는 심야 청와대 움직임을 스크린했다. 이종태 기자에겐 워싱턴에 있는 정재민 편집위원에게 급히 연락해보라고 했다. 문정...
- 고제규 편집국장 2018-05-25
- 북한은 동아시아의 ‘막내’ 새창
- 필자가 가르치는 중국과 베트남의 관료 출신 유학생들은 과연 언제 남북한 사이에 평화가 정착되고 북한이 자신들을 따라올 것인지 궁금해한다.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것이라 대답하지만, 현실은 전쟁 위기까지 이야기되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최근의 급속한 변화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 대한 희망을 부풀어오르게 만들고 있다. 북한이 대결에서 협상으로 돌아선 내부적 요인은 역시 경제다. 이미 북한의 시장경제는 상당히 발전되었는데, 경제제재가 계속되어 경제가 악화되면 정권에 ...
-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 2018-05-20
- 우리의 소원은 평화와 실리 새창
- 중학교 2학년 때, 첫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선생님이 수업 대신 텔레비전을 틀어주었다. 지금 내 나이쯤이었던 담임 선생님은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손을 맞잡을 때,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아, 좋은 일인가 보다.” 역사적인 가치를 그 자리에서 체감하지는 못했지만, 그때 우리는 막연히, 어쨌든 좋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어렴풋이 느꼈다. ‘민족 대통합’ 같은 거창한 이유에서만은 아니었다. 어쨌든 대화는 좋은 거니까. 저기 저 감격에 찬 선생님도 몽둥이를 들 때보다 애들이랑 웃으며 얘기할 때가 더 좋았으니까. 새삼스...
- 김동인 기자 2018-05-20
- 정상회담 <시사IN> 표지 제작기 새창
-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잡지 판매 부문 주간 1위. 남북 정상회담을 표지로 담은 제555호 화제 만발. SNS에는 표지 속 표지, 판문점 선언이 담긴 액자 표지에 ‘#소장각’ 해시태그가 달리기도. 표지 디자인의 일등 공신 이정현 미술팀장입니다. 액자 표지, 시행착오 있었다. 여러 버전 고민. 한쪽만 열게 하거나, 양쪽을 열거나. 결국 인쇄소 제작 가능성 따져 제작. 두 정상의 판문점 선언의 사인은 마감을 하루 늦춰서 액자 표지에 담을 수 있었죠. 문재인·김정은 악수 표지 사진 직접 골랐는데? 기준은 하나. 일간지 1면 사진에 ...
- 고제규 편집국장 2018-05-20
- 책으로 만든 일상의 미술관 새창
- 인쇄는 대량생산 시스템이다. 한 장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0.2초. 버튼 한 번 누르면 잠깐 사이 수천 장을 쏟아낸다. 그 시스템 안에서도 장인 정신을 발휘할 수 있을까? 사진작가들은 이제 사진집을 기획할 때면 제일 먼저 ‘프린트 디렉터’ 유화씨(45)를 떠올린다. 김홍희의 <선류>, 김흥구의 <좀녜>, 성남훈의 <패>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유화씨에게는 사진가별 잉크 배합이 따로 있다. 2012년에는 흑백사진 전용 잉크를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 인쇄는 사용하는 컬러 수가 많아질수록 결과물이 좋다. 당연히 인쇄 단가가...
- 장일호 기자 2018-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