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게 무엇을 주고 있나 [프리스타일] 천관율 기자 자기가 책을 사서 읽고 자기 시간을 써서 독서토론을 한다. 그러고는 회사에다 돈을 낸다. 넉 달 동안 네 번 모이는데 싼 상품은 19만원, 비싼 상품은 29만원이다. 그 돈을 낸 고객도 정해진 시간까지 독후감을 내지 않으면 토론에 못 들어가게 막는다. 요즘 승승장구하는 독서토론 스타트업 ‘트레바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현대판 봉이 김선달 스토리처럼 들린다. 현란한 신기술의 경연장인 스타트업 세계에서, 트레바리는 ‘책과 모임’이라는 고색창연한 아이템으로 성공 모델을 개척하는 중이다. 1년에 20만원짜리 읽을거리를 파는 회사에 있다... 정치가의 책상에 붙일 만한 충고 천관율 기자 인지 과학자이자 미국 민주당의 유력 조언자인 레이코프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와 〈프레임 전쟁〉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프레임’이라는 용어를 미국과 한국 정치권에 정착하게 한 슈퍼스타다. 레이코프는 분명 정치적 논쟁에서 디테일 싸움보다는 논쟁의 틀(프레임)을 유리하게 재구성해야 이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그 재구성을 통해 자유·평등·공정·책임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점령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국에서는 뒤의 이 대목이 거의 주목받지 않았다. 그 탓인지 한국에서 프레임 이론은 일종의 ‘말싸움 기술’로 변질됐다. ... 말이 많으면 말빚도 많다 천관율 기자 박찬호의 전성기를 본 팬들은 그 시원시원한 투구 폼과 156㎞ 강속구를 기억한다. 하지만 요즘 인터넷에서 메이저리그 124승의 이 대투수는 ‘투머치 토커(too much talker)’라는 별명으로 더 자주 등장한다. 한 번 열면 멈출 수 없는 입담을 자랑하는 박찬호는 열성팬마저 질리게 만든 일화를 여럿 남겼다. 김인식 감독, 이대호 선수 등 야구계 선후배들이 박찬호 옆에서 넋이 나가 있는 장면도 유명하다. 한동안 야구팬들 사이에서만 회자되던 이 별명은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지더니 이제는 대표적인 인터넷 밈(문화적 유전자)이 되었... 보수는 촛불 시대를 잘못 읽고 있다 천관율 기자 바른정당 의원 9명이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간다. 김무성 의원 등 8명은 11월9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바른정당 대표권한대행인 주호영 원내대표만 11월13일 바른정당 전당대회까지 업무를 보고 탈당한다. 이로써 자유한국당은 116석으로 덩치를 키우게 된다.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121석과 불과 5석 차이여서,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원내 1당 탈환도 노려볼 수 있다. 20석이던 바른정당은 11석으로 쪼그라들면서 교섭단체 지위도 잃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분열했던 보수의 주도권 경쟁이 일단 자유한국당... ‘한·중 관계 개선 양국 간 협의 결과’ 완전 분석 천관율 기자 한국과 중국은 10월31일 ‘한·중 관계 개선 양국 간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잔뜩 꼬여 있던 한·중 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됐다. 〈시사IN〉이 공식 발표 문건을 해부해보았다. 국제정치 전문가인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서울대 국제협력본부장·왼쪽 사진)와의 90분 인터뷰 및 〈시사IN〉 취재 결과를 문건 해설 형태로 재구성했다. ① “한국 측은 중국 측의 사드 문제 관련 입장과 우려를 인식하고” “중국 측은 한국 측이 표명한 입장에 유의하였으며” 이 협의는 어떤 규칙을 서로에게 강제한다기보다는 상호간에 인식을 공유하는 데 ... 우상호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탄핵안 가결 막전막후’ 천관율 기자 광장의 촛불집회가 의회의 대통령 탄핵안 의결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한국 현대사에도 손에 꼽힐 드라마였다. 촛불 1주년을 맞이해 〈시사IN〉은 우상호 의원을 만났다. 박근혜 게이트가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해 8월께부터 12월9일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숨 가쁘게 달려갔던 시절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였다.이 인터뷰는 탄핵 드라마의 한 주인공이 내놓은 ‘주관적 재구성’이다. 정치적 편향이나 자신에 유리한 해석이 섞였을 수 있다. 그래도 가감 없이 기록했다. 탄핵을 주도한 여러 주인공들의 주관이 기록으로 축적될수록, 우리는 이미 ‘촛불 체제’를 살고 있다 천관율 기자 우리는 이미 ‘촛불 체제’를 살고 있는지 모른다. 2016년 가을과 겨울을 달궜던 촛불집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이뤄냈다. 이것만으로도 불가능해 보이던 과업이었지만, 촛불은 그보다도 멀리 나아갔다. 촛불집회 이후 한국 정치는 근본적인 재구성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오래 묵고 철옹성 같던 정치의 문법이 이제는 더 이상 견고해 보이지 않는다. 촛불이 한국 정치의 근본적 재구성까지 도달한다면, 우리 시대는 ‘촛불 체제’로 불려야 할 수도 있다.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의 풍경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와 달랐다. 토 좌파적 가치들이 극우의 논거로 돌변하다 천관율 기자 기자는 ‘나라 잃은 표정이란 게 딱 저런 건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9월21일 독일 베를린. 독일노동조합연합(DGB) 본부에서 만난 프랑크 자흐 씨는 콧수염과 유머가 인상적인 DGB 국제협력 담당 부서장이다. DGB는 독일 노동조합원의 4분의 3 이상이 속한 최대 노동단체이다. 간담회 내내 여유를 잃지 않던 그는 간단한 질문 하나를 듣자마자 극적으로 표정이 바뀌며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간단한 질문이란 이랬다. “9월24일 총선에서 노조 조합원들은 AfD(독일을 위한 대안)를 얼마나 지지할까?” “적잖이 뽑는다”라고 독일 노총이 사회민주당과 결별한 사연 천관율 기자 32세 청년 크리스티안 크라이저 씨는 청년 기민당(집권 기민당 청년조직이다) 국제관계 담당자다. 그는 한국에서도 종종 보던, 자신감 넘치는 청년 보수 정치인의 느낌을 풍겼다. 그래서 기자의 질문에 돌아온 답은 더 뜻밖이었다. “한국에서는 대학생들이 노조를 싫어하는 정서가 있다. 노조 때문에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독일에서는 어떤가?” 그는 처음에 질문의 의미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두어 번 통역이 더 오가고 나서야, 크라이저 씨는 별 질문을 다 본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독일은 다르다. 젊은 사람들도 노조에 많 독자와의 수다 천관율 기자 독자 번호:217040043이름:조경식(33)주소:서울 성동구 금호동조경식씨는 해운회사에서 일하면서 카이스트 MBA에 재학 중인 독자다. 재미있게 본 기사가 온라인에 풀리면 ‘단톡방’마다 링크를 뿌리는 열혈 전도사다. 최근에 인상 깊었던 기사로는 정치적 선택을 과학으로 풀어낸 ‘당신의 정치 성향, 이미 결정되어 있다?’(제519호)와, 파업에 나선 MBC·KBS 기자들이 직접 쓴 수기(제521호)를 꼽았다. “앞의 기사로 술자리에서 신나게 ‘썰’을 풀었다. 누구나 궁금할 문제를 다른 접근법으로 납득되게 풀어준 기사였다. 방송사 기자 김이수 부결에서 진정 읽어야할 대목 천관율 기자 293명이 출석했다. 과반 기준선은 147명. 결과는 찬성 145표, 반대 145표, 무효 2표, 기권 1표였다. 2표가 모자랐다. 9월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헌재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헌정 사상 최초다. 문재인 정부가 받아들기로 되어 있던 핵심 질문이 이날 드디어 등장했다. 20대 국회는 20석 이상 교섭단체가 네 개 있는 다당제 의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제1당이기는 하지만 121석으로 의회 지배력에는 못 미친다. 국회선진화법 기준선인 180석은 고사하고 과반 기준선인 150석과도 거... 박성진 후보자의 창조과학 논란을 읽는 방법 천관율 기자 8월24일 청와대는 마지막 공석이던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1968년생의 젊은 기계공학자로, 대학에서 창업 지원과 산학 협력 경험이 풍부한 박성진 포항공대 교수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의욕을 갖고 신설한 중기부에 나무랄 데 없는 경력으로 보였다. 논란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박 후보자가 한국창조과학회 이사를 역임한 창조과학 신봉자라는 사실이 발표 당일 확인됐다. 한국창조과학회는 성경에 기반한 창조과학을 연구하는 학회다. 지질학, 진화론, 천문학 등 과학계의 축적된 연구 결과를 부정한다. 한국창조과학회 ... 왜 가난한 사람이 보수정당에 투표하는가 천관율 기자 사람은 왜 보수와 진보라는 서로 다른 정치 성향을 갖는가. 왜 가난한 사람이 보수 정당에 투표하는가. 부자가 진보 정당을 지지하는 ‘강남 좌파’ 현상은 어떻게 전 세계에 그리도 많은가. 왜 유권자는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이 되는가. 부동층은 대체 어떻게 공략해야 우리 후보를 찍어주는가.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고민해보았을 오랜 수수께끼들이다. 정치가, 언론인, 여론 분석가, 정치학자들이 저마다 가설을 들고 답을 찾아다녔다.이 수수께끼 풀이에 도전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뜬금없어 보여도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정치의 오래된 [단독]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 박성진 교수, 한국창조과학회 이사였다 천관율 기자 8월24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포항공대 박성진 교수(기계공학)가 한국창조과학회 이사 출신으로 확인됐다. 한국창조과학회는 신이 지구 생명을 창조했다는 창조설을 연구하는 학회다. 과학계는 창조설을 유사과학으로 간주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박 후보자가 한국창조과학회 이사를 역임한 것이 맞다”라고 〈시사IN〉에 확인했다. 한국창조과학회 홈페이지에는 박 후보자가 이사로 활동한 기록이 여럿 남아있다(그림). 홈페이지 자료실의 ‘ICC (International Conference on Creationism) 소개’ 에... 아날로그라는 ‘틈새’가 생각보다 크다면 천관율 기자 웬만해선 전자책을 사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로망이 서재였다. 벽면 셋을 빙 두른 책장에 가득 책이 꽂혀 있는 풍경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전자책이라면 태블릿 한 대면 되는 정보를 보관하기 위해 방 하나를 통째 쓴다. 빈말로라도 효율적이라고는 못한다. 서울 집값으로 계산해보면 얼추 중형차 한 대짜리 취미다. 독서란 그저 정보를 입력하는 절차만은 아니다. 읽는다는 건 꽤 물리적인 경험이다. 책장을 넘기는 촉감, 메모하는 펜, 물을 잘못 맞춰 싱거운 커피, 결정적인 대목을 읽을 때 타고 있던 버스, 그때의 창밖 풍경, 마지막... ‘대통령의 오른발’ 김경수 의원이 말하는 취임 100일 천관율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경남 김해을)은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로 손에 꼽힌다. 참여정부 시절, 야인 시절, 2012년 대선, 2015년 당 대표, 2017년 대선까지, 문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늘 그가 있었다. 집권 후에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청와대와 자문위의 가교 구실을 했다. 문재인 정부의 눈으로 집권 100일을 자평하는 일이라면, 김 의원 이상 가는 적임자는 문 대통령 본인 외에는 없을 것 같았다. 언론과의 본격 인터뷰를 극구 피하던 김 의원을 어렵게 만났다. “대통령의 오른팔”이라고 불렀더니 집권 100일에 담긴 ‘문재인 시대’ 설계도 천관율 기자 8월17일은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이 되는 날이다. 100일 동안 공개된 청사진에서 문재인 정부는 ‘정상화’와 ‘실험’이라는 상반된 과제를 동시에 추구했다. 정상화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를 자산 삼아, 누구도 가본 적 없는 실험을 시도한다. 정상화와 실험은 통치의 서로 다른 차원에서 벌어진다. 국가 통치의 세 가지 차원을 그려보면 그 의미가 좀 더 분명히 드러난다. 문재인 정부가 정상화를 시도하는 차원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영역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내놓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국정목표 1번이 ‘국민이 주인인 정부’다. 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 대한 몇 가지 오해 [프리스타일] 천관율 기자 7월24일 총리실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복잡한 이슈답게 오해와 오독과 왜곡도 흔하다. 널리 퍼진 오해 위주로 짚어본다. 공론화위 9인이 탈원전 여부를 결정한다? 이 짧은 문장에 오해가 둘이나 들어 있다. 첫째, 공론화에 부친 이슈는 ‘탈원전’이 아니다. 공정률 30% 정도인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되물릴지 계속할지 문제다. 탈원전 원칙 자체는 건드리지 않는다. 물론 이번 결론에 따라, 이후 탈원전 원칙 자체로 논란이 옮아붙을 수는 있다. 둘째, 신고리 5·6호기 문제도 공론화위 9인이 결정하... 최저임금 이슈로 ‘진짜 전선’을 만났다 천관율 기자 최저임금 이슈는 문재인 정부가 만난 ‘진짜 전선’이다. 최저임금 정국에서 문재인 정부 지지율은 6%포인트가 빠졌다. 한국갤럽 정례조사에서 대통령이 직무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7월2주(7월14일 발표) 80%에서 7월3주(7월21일 발표) 74%로 줄어들었다. 물론 하락했다고 하는 지지율 74%도 충분히 높다. 이 수치만으로 위기론이 나올 이유는 없다. 최저임금 정국이 주목받는 이유는 주 단위 지지율 데이터보다 좀 더 구조적인 대목에서 찾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여론의 합의 기반이 폭넓은 이슈부터 처리해왔다. ... 블랙리스트 주무부처 장관의 ‘귀가’ 천관율 기자 자유한국당이 담뱃값을 2500원으로 되돌리는 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을 배출했던 그 정당 맞다. 김세연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은 “자기들이 올려놓고 내리겠다니 자가당착이다”라고 말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청소년 흡연을 독려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도 부끄러움을 알테니 남는 해석은 하나다. 충정이다. 담배 생각날 정치를 하겠으니 미리 부담을 덜어드리겠다는 충정. 이것이야말로 국민의 수요를 미리 예측해 한발 앞서 제공하는 선진 정치의 모델? 7월27일 법원 결정에 담배 한 대 꺼내 문 흡연자가 적지는 ... 더보기